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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첨단산업 키워주는 애플… 공급망 앞세워 한국에 견제구

아이폰 등에 CXMT 칩 적용 추진
과거 中 BOE서 OLED 공급받아
한국산 견제하고 가격협상력 확보
中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기업에
애플이 '추월노선' 깔아주는 셈
트럼프정부의 승인 여부가 관건

中 첨단산업 키워주는 애플… 공급망 앞세워 한국에 견제구
'공급망 제왕'으로 불리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지렛대로 삼아 한국 산업계를 향해 '두 번째' 견제구를 던졌다. 과거 한국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독점적 시장 경쟁력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를 전략적으로 애플 공급망에 포함시켰던 것처럼, 이번엔 메모리 시장의 '빅2'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겨냥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공급망에 전격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애플이 중국 첨단 산업계의 '대부' 노릇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XMT에 추월 차선 놓아준 애플

11일 국내 반도체 업계는 CXMT의 애플 공급망 진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은 기술격차가 확연한 상황이나, 애플 같은 빅테크에 대량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만 있으면 당초 시장 예상보다 조기에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추격의 발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생산력 제고와 더불어 중국산 메모리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시장에서는 CXMT의 D램 웨이퍼 투입능력이 올해 말 월 35만장 수준까지 증가할 경우 메모리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월 37만5000장)을 턱밑 수준까지 따라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CXMT는 최근 미국 HP와 대만 에이수스 등 주요 PC업체까지 공급권을 확보한 상태다. 최근 상장을 통해 약 14조원 투자 실탄을 확보한 CXMT에 애플이 아예 '추월차선'까지 놓아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CXMT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애플의 공급망에 추가된다면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CXMT를 끌어들여 얻고자 하는 부분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3'에 대한 가격 주도권 확보다.

쿡 CEO는 최근 연이어 공개적으로 메모리 가격 상승에 강한 불만을 토로해 왔다. 지난달 30일 애플 실적발표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를 가리켜 "100년 만에 한 번 있을 법한 홍수 같은 상황"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CXMT의 D램 경쟁력에 대해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범용 제품의 경우 성능 측면에서는 CXMT와 국내 업체 간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CXMT라는 추가 공급처를 확보하면 애플 입장에서도 기존 메모리 업체들과의 가격협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가격도 높은 상황에서 메모리 사용량이 많은 애플로서는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중국 제품까지 활용해 공급량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 소싱 전략 주목해야

업계에서는 CXMT의 애플 공급망 진입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 메모리 산업의 해외 시장 확대를 가속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애플에 공급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량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제품의 품질과 안정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효과가 있다"며 "CXMT가 실제로 애플 공급망에 들어갈 경우 다른 글로벌 고객사들도 중국 메모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중국 메모리 산업의 해외 시장 확대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는 애플이 OLED 공급망에 BOE를 포함시켰던 상황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의 독점적 경쟁력을 견제하기 위해 BOE를 전략적으로 키웠다는 시각이 많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가격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중국 공급망을 키워왔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현재까지 플래그십 모델 라인에는 BOE가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 부품은 한국과 대만에, 범용 부품은 중국에서 공급받는 이중소싱 전략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 여부다. CXMT의 마이크론 추격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선뜻 애플의 손을 들어주겠느냐는 시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응, 첨단 반도체 기술과 장비 수출에 대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조은효 임수빈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