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

[fn광장] 외국인 사회보험, 형평성 우선해야

국민연금 1개월 가입 후 추가납부
건보 적게 내며 의료서비스 혜택
최저임금 동일적용 문제 등 논란
관련제도 허점은 보완해야 하지만
정당하게 보험료 납부한 외국인에
국적 이유 약속 안 지키면 불공정

[fn광장] 외국인 사회보험, 형평성 우선해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최근 외국인의 국민연금 추후납부, 이른바 추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국민연금에 단기간 가입한 외국인이 과거 적용제외 기간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해 최소가입기간 10년을 채우고 노령연금을 받는 사례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1개월 가입 후 119개월분을 추납하여 연금 수급권을 확보한 사례까지 나타났다.

국민 정서에서 보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만하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개인저축이 아니라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진 사회보험이다. 평균적인 가입자는 자신이 낸 보험료에 비해 상당히 높은 연금급여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국내에 잠시 체류했던 외국인이 추납을 통해 단기간에 수급권을 확보하고 장기간 연금을 받는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형평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히 외국인에게 우리 연금을 주는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험료는 내국인과 똑같이 받으면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급여를 적게 지급한다면 사회보험의 기본원칙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이 사회적 논란이 된 것은 국민연금 추납이 처음은 아니다. 외국인이 건강보험 보험료는 적게 내면서 의료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이용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정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21년 5125억원, 2022년 5448억원, 2023년 7308억원, 2024년 9439억원 흑자로 개선되어 왔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역시 2024년 외국인 관련 재정수지가 약 1321억원 흑자였다. 적어도 외국인이 사회보험 재정을 일방적으로 잠식하고 있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이다.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문제도 수시로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서 번 돈을 임금수준이 낮은 본국으로 송금한다는 점 등을 들어 별도의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주장이 있다. 현행법은 국적을 이유로 한 근로조건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최저임금은 원칙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외국인에게 더 낮은 최저임금을 허용하면 오히려 기업이 내국인보다 값싼 외국인력을 선호하게 되어 내국인 일자리와 임금을 압박하는 역효과 발생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판단기준은 국제적인 상호주의와 사회보장협정이다. 국민연금도 국내 거주 외국인을 원칙적으로 가입시키되, 상대국이 우리 국민에게 상응하는 연금제도를 적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상호주의에 따라 예외를 두고 있다. 사회보장협정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양국에서 일한 근로자가 보험료를 이중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하고, 양국의 가입기간을 합산하여 연금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대표적으로 한미 사회보장협정 역시 상대국 국민에 대한 동등대우와 가입기간 합산을 기본원리로 운영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가 심화되는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이제 일시적인 보완인력이 아니다. 중소기업, 농어업, 건설업과 서비스업 등에서 이미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노동력이 되었고 앞으로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외국인에 대한 임금과 사회보험 정책도 그때그때 발생하는 개별 사례와 국민감정에 따라 바꾸기보다는 장기적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그 원칙은 명확하다. 같은 노동에는 같은 노동기준을 적용하고, 같은 보험료를 부담했다면 같은 조건에서 같은 사회보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사회보험의 수급권은 국적이 아니라 실제 거주기간, 가입기간과 기여, 사회적 위험 발생 그리고 국가 간 상호주의와 사회보장협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해서도 안 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할 필요도 없다.

이번 국민연금 추납 논란도 이 원칙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과도한 수익 가능성이 있다면 추납의 실거주·가입 요건을 합리적으로 강화하면 된다.
반면 정당하게 보험료를 납부하고 요건을 충족한 외국인에게 국적을 이유로 약속된 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불공정이다. 외국인 사회보험 정책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혜택을 얼마나 줄 것인가가 아니라 부담과 급여 사이의 형평성, 내·외국인 간 공정성 그리고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일관된 원칙이다. 그것이 외국인 인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에 한국 사회가 선택해야 할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의 방향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