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주 아주대 총장
55년간 유지돼 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방식을 손질하고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인공지능 대전환이라는 변화에 맞춰 교육재정의 배분체계를 다시 설계하겠다는 취지다. 이제 논의의 초점은 초·중등교육과 대학 간 재원 다툼이 아닌, 새롭게 확보될 재정을 어떻게 국가의 미래 역량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그간 우리 대학은 산업화와 정보화 과정에서 인재와 기술을 공급하며 국가 발전을 뒷받침해 왔다. 그러나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과 인구감소, 인건비 상승 등은 교육·연구에 재투자할 여력을 줄였고,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고등교육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4695달러로 OECD 평균 2만1444달러의 68.5% 수준이다. 세계적 인재와 연구성과에 대한 요구 대비 투자기반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셈이다. AI·반도체·바이오·양자·에너지 분야의 경쟁은 개별 기업만의 경쟁이 아니며, 소수의 우수 연구자와 단기 과제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세계 대학·연구기관과 지속적인 경쟁이 어렵다. 대학의 지식과 연구성과, 전문인력이 장기간 축적되어 국가의 기술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안정적인 제도와 투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대학 재정지원 규모는 증대되어야 하고, 목적과 방식을 정교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투자는 대학이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해 인재를 양성하고, 청년의 정주와 기업의 성장을 이끄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반면 국가전략기술과 세계적 연구성과를 위한 투자는 소재지나 설립 형태보다 축적된 역량, 발전가능성, 혁신 의지를 기준으로 배분해야 한다. 최근 논의되는 지방 국립대 장학금 확대 등도 취지를 살리되 동일지역 사립대의 국가전략산업의 뒷받침 여부 등도살피면 좋을듯하다. 정부의 국립대 투자확대 구상에 비해 사립대학에 대한 중장기 지원 계획은 여전히 부족하다.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정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오랜 등록금 규제는 사립대 전반의 교육·연구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사립대학을 제외하고는 국가의 대학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미래대응기금은 부족한 운영비를 일시적으로 보충하는 재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이 5년, 10년을 내다보고 특성화 분야를 선택해 인재 양성, 공동연구, 산학협력과 평생교육을 지속할 수 있도록 다년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분명한 성과 목표와 책무성을 요구하되, 대학에는 사업을 설계하고 추진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교육재정 개편은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다음 성장동력을 준비하는 선택이다. 새롭게 마련될 재원이 대학의 교육과 연구 혁신으로 이어질 때 청년의 역량이 높아지고, 산업의 기술 기반이 강화되며, 지역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재원을 고르게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만들어낼 대학과 인재에게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결단이다.
최기주 아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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