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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들어주는 시대, 콘텐츠 창작은 제작보다 '설계'가 핵심" [AI World 2026]

김우정 프롬 디렉터
AI 콘텐츠 경쟁력 가르는 '설계의 힘'
8단계 CoS로 AI 창작 체계화해야
K콘텐츠는 스토리·팬덤이 핵심 자산
AI 콘텐츠 투자·정책 지원 강화해야

"AI가 만들어주는 시대, 콘텐츠 창작은 제작보다 '설계'가 핵심" [AI World 2026]
김우정 프롬 디렉터. 프롬 제공

[파이낸셜뉴스] "창작자의 병목은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 '무엇을, 왜 쓸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콘텐츠는 이제 만드는 게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
김우정 인공지능(AI) 스토리텔링 랩 프롬 디렉터는 8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목적 없이 대량 생산되는 AI 저품질 콘텐츠인 '슬롭'이 범람하고 있다"며 "이야기를 누구에게, 왜 하고 싶은지 분명한 작품은 AI를 활용해도 슬롭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디렉터는 20년 가까이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 현장에서 활동해왔다. 지난 2024년에는 국내 최초 AI 스토리텔링 랩인 프롬을 열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약 1만명의 AI 스토리텔링 커뮤니티 '인사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MBC C&I, 한국영상대학교 등과도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김 디렉터는 콘텐츠의 양은 늘고 있지만 이용자의 관심은 정교하게 설계된 소수의 작품에 집중되고 있다며 '콘텐츠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작자의 감이나 재능에만 기대지 않고 일정한 구조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이를 구체화한 방법론으로 '체인 오브 스토리(CoS)'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제목→로그라인→인물→아웃라인→장면→시나리오→트리트먼트→편집까지 스토리텔링의 각 요소를 8단계의 체인처럼 연결해 AI와 함께 이야기를 설계하는 것이다. 김 디렉터는 "초안을 빨리 뽑는 것보다 설계도를 먼저 확정해야 한다"며 "설계도가 탄탄하면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편차가 줄어든다. 설계는 반드시 인간의 판단에서 시작해 인간의 손끝에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를 인간 창작자의 대체재가 아닌 역량을 확장하는 증폭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창작자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휴리스틱 프롬프팅' 방식을 강조했다. 김 디렉터는 "정형화된 명령어를 외우는 대신 창작자 자신의 직관과 영감을 구조화해 AI에 전달하는 방식"이라며 "결과를 도출하라고 하기 전에 맥락부터 학습시키고 세계관과 인물 설정, 톤앤매너를 각인시키면 일관된 결과물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AI 콘텐츠 시장에서는 한국이 보유한 스토리텔링 자산과 팬덤을 다루는 감각이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콘텐츠 산업의 투자 위축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김 디렉터는 "콘텐츠 분야 벤처투자는 2022년 1조3073억원에서 2025년 1244억원으로 3년 만에 90% 이상 감소했다"며 "자금이 AI와 로봇 분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AI를 콘텐츠와 결합할 창작자와 스튜디오는 갈증을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기업의 해외 진출과 지식재산권(IP) 확보, AI 활용을 지원하고 창작자에게 필요한 자금도 뒷받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프롬은 향후 3년간 CoS와 같은 방법론을 콘텐츠 산업의 표준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사이트클럽에서 검증한 AI 스토리텔링 교육 모델을 대학과 기업으로 확장해 창작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로 자리 잡게 한다는 구상이다. 김 디렉터는 "AI 시대에 살아남는 공부법은 정답을 외우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질문법을 만드는 것"이라며 "AI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도구지만 무엇을 묻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최혜림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