面의 전쟁은 영토 점령해야 끝나
트럼프는 자원과 재원이 흘러가는
線을 끊어 정권 행태 변화를 목표
美, 이란의 '군사적 線' 제거 후
지도부의 '경제적 線'까지 차단
고립작전 통해 정권 압박 극대화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란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은 어떠한 결말을 향해 가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서로 상반되는 두 개의 전망이 존재한다. 하나는 이란이 결국 버텨내고 트럼프 행정부는 적당한 명분으로 이란에서 탈출한다는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이란 지도부가 머지않아 항복을 선언하거나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필자는 줄곧 이란의 항복 혹은 붕괴에 해당하는 후자의 전망을 견지해 왔는데,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현대의 전쟁을 '면의 전쟁'으로 보는가 아니면 '선의 전쟁'으로 보는가의 차이에 있다. 면의 전쟁은 적국의 영토라는 면을 점령해야 이기는 전쟁이고, 선의 전쟁은 적국 정권의 생명선을 끊어서 항복을 압박하고 정권의 행태나 정체성을 바꾸면 이기는 전쟁이다. 전자는 지상군이 최종적으로 면을 점령하여야 하는 전쟁이고, 후자는 지상군 전개 없이 선을 차단하는 전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이 지상군 전개 없이 선의 차단이라는 혁신적인 전쟁을 수행하기 전까지 모든 전쟁은 '면의 전쟁'이었다. 그리고 면을 점령한 후 새로운 국가를 수립하는 이른바 네이션 빌딩(Nation-building)이 미국의 전쟁 시나리오의 최종단계였다. 이에 반해 트럼프 행정부는 적국의 면을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적 지휘부가 쓸 수 있는 자원과 재원이 흘러가는 선을 끊고, 적 정권의 행태 변화를 전쟁의 목표로 하는 전쟁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뀐 이유는 첫째, 수많은 사상자가 생기는 지상군 파견을 최소화하고, 둘째, 위성·원격유도무기·인공지능 등 기술적으로 그것이 가능해졌고, 셋째, 현대사회에서는 어느 국가든 생명선이 글로벌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며, 넷째, 그 글로벌 생명선을 끊을 수 있는 정보와 능력을 갖고 있는 유일한 패권국이 미국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란에서 미국이 전개한 군사작전과 봉쇄작전, 그리고 경제제재의 전체 그림을 복기해 보자. 백악관 발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1차 군사공격으로 이미 이란 방위산업 기반 85%를 파괴하였고, 핵시설도 타격하였으며, 해군과 공군도 존재가 미미한 수준으로 무력화시켰다. 지휘통제체계도 2000회 이상의 타격으로 협상 상대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괴멸시켰다. 방공망이 사라지고, 반격 무기는 미미하고, 무기를 재충전하는 방위산업 기반이 무너졌으며, 지휘부는 엉망인 상태에서 이란은 지휘부가 군사력을 움직이는 선이 거의 다 끊겼다. 무기를 재공급하는 선이 끊겼고, 지휘통제라인이 끊겼으며, 방어망이 끊긴 것이다. 하늘은 뚫렸고, 지휘통제는 어렵고, 반격능력이 사라졌으면 정권은 전쟁수행 정권이 아니라 그냥 버티는 정권이다. 혁명수비대 지상군 병력이 남아 있지만 미군이 지상군을 전개하지 않는 이상 이들 역시 전쟁수행 병력이 아니다. 여기까지가 미국이 이란의 '군사적 선'을 끊는 1차 작전이다.
다음 단계는 이란 지도부가 쓸 수 있는 재원을 끊는 '경제적 선' 차단 작전이다. 사실 이 경제적 선을 끊는 작전은 이란이 먼저 시작했으나, 미국은 이를 역으로 끊어버린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막으면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아 미국이 흔들릴 것이라고 예상한 이란 정부는 오히려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이라는 '항행선'을 통제·관리하는 바람에 하루에 3억~5억달러 수준의 재원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 재원은 이란의 혁명수비대를 유지하는 비용, 정권수호의 비용으로 사용될 터인데 이 자금이 마르면 이란 정권의 생명선은 소위 동맥경화 상태로 간다.
마지막 단계인 지금은 경제적 고립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이라는 작전단계로서, 미국 재무부가 중심이 되어 이란 지도부가 보유한 전 세계의 금융망을 끊고, 자산을 동결하고, 이란과의 거래에 가담한 국가나 기관에도 제재를 가하는 최종 작전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이란 정권이 가지고 있는 최후의 자금원이 끊기면 혁명수비대에 월급도 주지 못하고, 지도부는 가용할 무력이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국민생활이 어려워지고, 인플레가 치솟으면 국민의 불만은 고조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군사 산업시설 파괴를 최소화한 이유는 이란 국민을 적으로 돌리지 않고, 전후 경제재건을 신속히 하기 위함에 있다.
아마도 최종 단계는 이란 국민이 경제정상화를 요구하며 정권의 행태 변화를 압박하는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지상군 전개 없이, 그리고 경제제재로 정권을 무너뜨린 적이 과거에 있었느냐고 반문하지만, 패권국의 '선 차단 능력'이 이렇게 정밀하게 전격적으로 발휘된 적은 없다. 역사는 과거가 무한 반복되는 도돌이표가 그려진 악보가 아니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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