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105달러 돌파, 4개월 만에 100달러 재진입
중동 석유시설 타격에 공급 차질 장기화 우려
재고 감소·러 수출 차질에 증시 변동성 확대
서울 도심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고공행진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반등과 통화정책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중동의 공급 차질에 러시아 석유제품 수출 감소와 낮은 재고 수준까지 겹치면서 유가가 11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중동발 공급 차질 우려가 다소 완화되면서 이틀 연속 하락했다. 17일 기준 WTI는 배럴당 101.91달러, 브렌트유는 104.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지난 15일 장중 105달러를 넘어선 뒤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여전히 100달러선을 웃돌고 있다. 당시 WTI는 105.83달러까지 치솟았고 브렌트유도 108.75달러까지 올랐다.
이번 유가 급등의 핵심 배경은 중동 지역의 물리적인 공급 차질이다.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예멘 후티 반군이 밥엘만뎁 해협을 위협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송유관과 석유시설을 공격하면서 원유 운송과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증권가에서는 피해 시설의 정상화까지 3~8주가량 걸릴 수 있으며, 이 경우 일평균 400만~500만배럴 규모의 추가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시장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주요 석유 생산·운송 인프라가 직접 공격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동 분쟁 과정에서 선박 공격이나 나포 등의 사례는 있었지만 핵심 석유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석유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확산될 경우 단순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넘어 실제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러시아발 공급 차질도 유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8월 기준 870만배럴로 지난해 11월보다 60만배럴 감소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여파로 석유제품 수출도 연초 대비 하루 100만배럴 이상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원유뿐 아니라 디젤과 난방유, 휘발유 등 정유제품 공급까지 위축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유가 상승은 증시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유를 대부분 수입하는 한국 경제에도 에너지 비용 상승과 기업 원가 부담이라는 악재가 될 수 있다.
특히 현재 글로벌 석유 재고 수준이 낮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OECD 상업적 원유 재고는 현재 약 27억배럴 수준이다.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경우 오는 12월 25억배럴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고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과 러시아발 공급 차질이 동시에 이어질 경우 가격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12월까지 공급 차질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재고 모형에 따른 국제유가는 배럴당 110달러 수준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행정부 차원의 외교적 봉합이나 긴급 개입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당분간 고유가가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억누르는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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