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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中 로봇과 獨 95년 전 고속열차

[포럼] 中 로봇과 獨 95년 전 고속열차
유민호 워싱턴 퍼시픽21 디렉터

판다를 대신한 로봇. 2026년 중국의 새로운 이미지다. 한국 미디어가 대대적으로 보도한 중국 로봇 100m 달리기 세계 신기록이 도화선이다. 9.39초로 인간보다 빠르다. 한국 신문, 방송을 보면 로봇만이 아니라 중국발 인공지능(AI)·전기차(EV)의 세계 제패도 확실하다. 중국에 대한 서방 측 평가는 어떨까. 한국에서 언급되는 식의 경천동지 비약과 무관하다. 달리기와 춤은 능하다. 반면 로봇에 쓰이는 작은 나사와 볼트조차 제대로 못 만든다. 100m 미인 로봇이라고 할까. 언제나처럼 디테일에 약하다.

치명적인 결점은 중국 경제 자체의 한계에 있다. 공산당 주도하 공급 중심 경제의 어두운 미래다. 로봇·AI·EV는 국가 주도 핵심산업이다. 자원과 자금 대부분이 중국 정부의 몫이다. 판매할 경우 보조금까지 따라붙는다. 필요에 의한 발명이 아닌, 공급용 육성산업으로서의 로봇·AI·EV가 되는 셈이다.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체제는 수요를 전제로 한 경제다. 경제주체는 국가가 아닌 시장, 즉 일반 소비자다. 일단 팔려야 돈이 돌면서 좋은 물건도 나온다. 시장에서 원치 않는 한 100m 1초 속도 로봇도 무의미하다.

중국은 수출로 살아가는 나라다. 국내 수요는 약하다. 공산당이 앞장서 '국뽕' 애국 소비로 몰아간다 해도 길어 봤자 한두 달이다. 서방, 특히 미국 수출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사업도 확장해 나간다. 최근 디리스킹(Derisking)으로 표현하지만, 미국·유럽·일본의 중국 디커플링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미국발 첨단 반도체 수출만이 아닌, 중국발 로봇·AI·EV 수입도 차단된다는 의미다.

삼각김밥을 만들고, 연어를 굽고 옮길 수 있는 로봇. 올해 일본이 목표로 하는 팔 하나만 달린 첨단 로봇의 초상화다. 바삭거리는 김의 식감을 그대로 살리고, 허물어지기 쉬운 연어 요리를 24시간 행하는 생활형 로봇이다. 정확하고 빠르며 부드럽고도 섬세하다. 물론 가격도 저렴한 초소형 로봇이다. 소비자의 기대와 요구에 맞춘 수요 중심 상품이다.

하루 출시 신모델 자동차 3.6개, 100개가 넘는 EV 관련회사. 지난 6월 중국 EV 회사 니오(NIO) 대표가 말한 공급 중심 중국 경제의 실상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EV 신모델 총규모가 무려 542개에 달한다. 수요 중심 자본주의 체제라면 박수를 칠 만한, 경쟁을 전제로 한 신기술 개발로 이해할 듯하다. 정반대다. 눈먼 정부 돈을 차지하기 위한 통계상 개발일 뿐,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시장의 반응은 처음부터 논외다. 팔리지도 않는데 무조건 만들어낸다. 정부 돈이 사라질 경우 EV 회사 9할이 사라질 전망이다.

1931년 독일발 최첨단 기술 하나가 전 세계에 선보인다. 그 유명한 제펠린(Zeppelin) 열차다.
최고 시속 230㎞로, 시속 100㎞를 넘긴 영국, 프랑스 열차보다 두배나 빨랐다. 독일 과학이 창조해낸 기적의 열차이지만 실험실 박제품으로 사라진다. 잘 달리기는 하지만 엄청난 소음과 함께 급정거가 불가능한 열차였기 때문이다.

유민호 워싱턴 퍼시픽21 디렉터

■약력 △일본 경제산업성 근무 △딕 모리스 컨설턴트 아시아담당 △조지워싱턴대 E-Politics 프로그램 디렉터 △서울방송(SBS) 보도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