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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죽자" 日 버스 노쇼에 독기 품은 이승현-이현중의 고백 [나고야 AG]

결승전 당일 오전 훈련 버스 '노쇼' 초유의 사태
산책과 커피로 평정심 유지한 마줄스호
주장 이승현 "국제대회서 있을 수 없는 촌극… '지면 죽자'며 똘똘 뭉친 계기 됐다"
에이스 이현중 "통제 불가능한 변수에 안 흔들려"

"지면 죽자" 日 버스 노쇼에 독기 품은 이승현-이현중의 고백 [나고야 AG]
(나고야=뉴스1) 안은나 기자 =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이승현과 장재석이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2026.9.20/뉴스1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12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이라는 위대한 업적 뒤에는 개최국의 어처구니없는 행정 미숙과 이를 '독기'로 승화시킨 태극전사들의 투혼이 숨어 있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 당일이던 지난 20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상식 밖의 촌극을 마주했다. 당일 오전 슈팅 훈련을 위해 배차됐어야 할 이동용 버스가 아무런 통보조차 없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금메달을 결정짓는 운명의 한일전을 목전에 두고 훈련 일정을 통째로 날려버린 황당한 사태였다. 자칫 선수단의 멘탈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최악의 변수였다.

하지만 태극 철인들은 주최 측의 황당한 실수를 오히려 금빛 투지로 치환했다. 일본을 67-57로 완파하며 시상대 최상단에 선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주장' 이승현은 결승전 아침의 비화를 털어놓았다.

"지면 죽자" 日 버스 노쇼에 독기 품은 이승현-이현중의 고백 [나고야 AG]
(출처=연합뉴스)

이승현은 "오전 훈련이 강제로 취소되면서 선수들의 신경이 곤두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불쾌감이 도리어 '오늘 지면 끝장이다'라는 무서운 독기와 결속력으로 이어졌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코트 위에서 땀을 빼는 대신 선수단 다 함께 가벼운 산책과 커피 타임을 가지며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주최 측을 향한 뼈있는 일침은 잊지 않았다. 이승현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 무대 결승전에서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실수"라고 규정하며, "다른 종목의 우리 선수단에게는 두 번 다시 이런 황당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팀의 기둥인 에이스 이현중의 멘탈 역시 흔들림이 없었다. 이현중은 "버스가 오지 않은 것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 변수다. 오전 훈련 한 번 거르자고 경기력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국가대표의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단단한 정신력을 뽐냈다.

그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철저히 경기력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이현중은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님께서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냉정함을 유지하라고 주문하셨다"며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했지만, 속으로는 '코트 위에서 모든 걸 다 쏟아붓고 죽어버리겠다'는 엄청난 투지가 끓어올랐다"고 고백했다.

"지면 죽자" 日 버스 노쇼에 독기 품은 이승현-이현중의 고백 [나고야 AG]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니콜라스 마줄스 감독이 이현중과 포옹하고 있다. 뉴스1

선수단을 든든하게 지탱한 마줄스 감독의 리더십도 빛났다. 마줄스 감독은 "과거의 실수를 잊고 '다음 플레이'에 집중해야 하는 농구의 섭리처럼, 버스 사태는 잊어버리자고 선수들을 다독였다"며 "결승전이 새벽에 열렸어도 우리는 완벽히 준비되어 있었을 것"이라며 외부 악재에 굴하지 않은 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어수선한 외부 환경과 일본 안방이라는 척박한 조건 속에서도 대한민국 농구는 완벽한 승리를 쟁취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동메달의 아쉬움과 2022 항저우 대회 7위라는 역대 최악의 수모를 온몸으로 겪어냈던 베테랑 이승현에게 이번 금메달은 단순한 우승 그 이상의 의미였다.


이승현은 "그간 숱한 실패를 맛보며 과연 한국 농구에 다시 빛나는 날이 올까 스스로 의심하기도 했지만, 오늘 그 염원이 현실이 됐다"며 감격스러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이 금메달이 한국 농구가 부활하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후배들은 앞으로 더욱 훌륭한 환경 속에서 농구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는 묵직한 진심을 남기며 나고야에서의 금빛 여정을 마무리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