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방한 때 고압적 메시지 전달
핵잠수함 사업·동맹의 현대화 등
중국의 심기 건들지 말라고 하고
남북 '두개의 나라' 첫 공식 호칭
우리에게 '지속적 우호정책' 요구
내정간섭 반박 對中외교 펼쳐야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지난달 5일. 필자는 '왕이의 입에 주목하자'라는 본지의 기고문에서 그의 방문(8월 19~20일) 중요성을 우리의 핵추진잠수함 사업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가늠하는 기회로 꼽았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우회적인 지적이 있었다. 더 큰 복병은 5년 만에 방한한 그의 입에서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제언보다는 우리에게 위력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로 경고를 일관한 데 있다. 그런데 우리 언론과 전문가들은 잠잠했다. 거의 두 달이 지난 지금, 이를 복기한 이유는 기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중국의 경고가 시진핑의 전언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경각심이 필요하고 현실적인 대응이 필요해서이다.
우리에 대한 경고는 세 가지다. 첫째, 우리가 무엇을 하더라도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 그래서 눈치껏 하라는 것이다. 셋째,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변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경고는 우리의 핵추진잠수함 추진 사업뿐 아니라 '동맹의 현대화'를 조준했다. 한중 양국이 지역 평화와 발전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전제를 달았다. 즉 '한국이 자국의 근본적인 이익을 고려하여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그리고 상충하지 않게(竝行不悖) 대외 관계를 발전시키기를 희망'하는 게 전제이다.
'병행불패'는 외교적 경고이다. '함께 가도(竝行) 서로 부딪치거나 모순되지 않는다(不悖)'는 뜻이다. 즉 입장, 정책, 가치관이 서로 다른 일이 병행되어도 서로 모순되거나 어긋나지 않고 잘 이루어져야 양립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한중 양국은 경제, 무역(자유무역협정), 민간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금 '병행불패'한다. 그렇지 않은 영역은 군사·안보뿐이다. 이를 우리 핵잠수함 사업이나 동맹의 현대화에 대입하면 진정한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그러면 그의 두 번째 메시지가 명확해진다. 시진핑의 전언을 전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그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한중 양국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려 놨다'고 치하하는 모양새였다. 여기서 '올바른 결정'의 의미를 곱씹어야 한다. 시계열적으로 보면 1월 이 대통령의 방중 이후에나 중국이 만족할 법한 올바른 결정이 이어졌다. 우리 군이 2월에 예정된 한미일 연합 공중훈련에 불참한 사실과 6월에 대만 문제에 관한 우리의 입장 정리 등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 언론과 국방부는 거부 사실 확인을 놓고 공방전을 펼쳤다, 명확한 사실은 우리의 불참이었음에도. 이는 사드 '3불' 중 한미일 3국의 군사관계 발전을 반대하는 중국에 만족스러운 처사이다. 6월 17일 우리 외교부가 한중수교 공동성명을 상기하며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르게 정리한 점에 중국 외교부와 언론은 고무됐다. 이재명 정부의 남은 기간에 다시 문제시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시진핑의 전언은 우리가 중국에 지속적인 우호정책을 펼치라고 위압했다. 그의 올바른 결정으로 한중관계의 전면 회복과 진전이 '이성적이고 실용적이며 적극적인 대중국 정책이 한국의 이익과 시대 발전의 흐름에 완전히 부합함'이 입증되었다고 치하(?)했다. 이어서 우리를 미국으로부터 격리시키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한국이 중국을 포용하면 미래를 포용하는 것이기에 중국과 함께해야 기회도 생긴다고 읍소했다. 그리고 한국이 중국에 지속적인 우호정책을 확고히 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왕이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한국과 조선(북한) '두 개의 나라'가 평화롭게 공존하면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낙관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2024년 '적대적 두 국가론'을 소개한 후 중국이 공식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대목이다. 적대적 두 국가론의 관점에서 '두 개의 나라'로 남북을 호칭한 점과 이의 최종 목표인 영구적인 평화 공존에 동의를 밝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과거에 중국이 남북을 '두 나라(兩國)'로 묘사한 예로 반박한다. 이 때문에 적대적 두 국가론과 무관한 발언으로 주장한다. 중국어에서 '두 개의 나라(兩個國家)'와 '두 나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사실을 적시한 것이고, 후자는 보어의 성격이다. 또한 과거에 중국 고위급 인사들은 통상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하며, 평화통일 지지를 잊지 않았다.
영구적인 평화 공존의 지지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본질적인 변화를 보인 대목이다. 중국이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선호하고 통일을 반대하는 우리의 의구심이 사실로 드러났다. 내정간섭과 같은 중국의 지적을 반박하며 우리만의 대중외교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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