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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지 수종전환, '적지적수' 원칙으로 신중해야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기고]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지 수종전환, '적지적수' 원칙으로 신중해야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
최근 기후위기와 맞물려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되면서, 감염 피해지의 소나무를 벌채하고 그 자리에 다른 나무를 심는 '수종 전환(수종 갱신)'이 전국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경제성이 높거나 병해충에 강하다는 이유로 새로운 나무를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40여 년간 산림 공직에 몸담고 산림청장을 거쳐, 현재 대학에서 산림기후환경을 연구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학자의 시선으로 볼 때, 최근의 수종 전환 흐름은 자칫 산림 생태계의 본질을 외면한 성급한 처사가 될 수 있어 깊은 우려를 금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산림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 16억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는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애환을 함께해 온 고유의 향토 자생 수종이다. 조선 시대부터 국가 차원에서 벌채를 엄격히 금지하는 정책을 폈을 만큼, 그 역사·문화적 가치 또한 깊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생태학적 사실이 있다. 현재 우리 땅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림 중에서 인위적으로 심은 나무는 약 7%에 불과하며, 나머지 대부분은 오랜 세월 동안 한반도의 자연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스스로 번성한 자생지라는 점이다.

소나무는 햇빛을 매우 좋아하는 극양수(極陽樹)로, 토양의 양분이 부족하고 건조한 척박한 땅에서도 강인하게 뿌리를 내린다. 즉, 현재 소나무가 무리 지어 자생하는 숲은 애초에 다른 수종들이 살아남기 힘든 거칠고 메마른 환경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재선충병 피해지를 다른 수종으로 개량하고자 할 때는 '왜 오랜 세월 동안 그 곳에 다른 나무가 아닌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는지'를 생태학적 관점에서 정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최우선돼야 한다.

이러한 생태적 특성과 입지 조건을 무시한 채, 그저 수요자의 요구나 단기적인 경제성만 좇아 수종을 변경했을 때 어떤 뼈아픈 결과가 초래되는지는 최근의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방제 후 벌채지에 부가가치가 크다는 이유로 수종 전환 면적의 상당 부분을 편백으로 채웠으나, 극심한 가뭄을 견디지 못하고 절반 이상이 집단 고사하는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했다. 공중 습도가 높고 비옥한 토양을 요구하는 편백을 건조하고 척박한 소나무 자생지에 심었으니, 이는 생태적 섭리를 무시한 예견된 실패였다.

산림은 공장과 다르다. 공장에서는 시장의 수요와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언제든 기계 시설을 교체하고 생산 품목을 바꿀 수 있지만, 복잡한 유기체인 자연 생태계는 결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건강한 종자를 채취하고 양묘장을 거쳐 튼튼한 어린나무를 기르는 과정부터, 척박한 산지에 심어 온전한 활착률을 확보하기까지의 사전 준비에만 숱한 세월이 필요하다. 나아가 그 나무들이 자라 온전한 숲의 기능을 발휘하기까지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이라는 인고(忍苦)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행정 편의주의나 일시적인 유행에 휩쓸려 섣불리 수종을 갱신해서는 안 되는 명백한 이유다.

결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지에 대한 수종 전환은 철저하게 '적지적수(適地適樹·알맞은 땅에 알맞은 나무를 심음)'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국가에서 구축한 '맞춤형 산림지도'를 적극 활용해 해당 지역의 토양 성질, 수분 조건, 지형 및 미세 기후 등 현지 여건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수종을 선택해야 한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산림 생태 전문가의 정밀한 현장 진단과 숲을 직접 가꿔 갈 산주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하는 절차가 선행돼야만 한다.

자연에는 인간이 함부로 거스를 수 없는 엄연한 섭리가 있다. 척박한 바위틈과 메마른 땅을 묵묵히 푸르게 덮어준 소나무의 생명력을 기억하며, 무리하고 인위적인 대체보다는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 숲의 백년대계를 짊어진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타 수종 전환에 그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