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중압감과 병역 부담 이겨낸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대회 MVP로 헌신한 '부상 와일드카드' 양현준 지목
"결과가 가장 중요한 무대…목적 달성해 홀가분"
나고야 AG 4연패 끝으로 지휘봉 반납…"A대표팀 도약 발판 되길"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이민성 감독이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국 축구 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4연패를 이끌어낸 이민성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우승의 영광을 온전히 선수들에게 돌렸다. 경기력 논란으로 대회를 치르는 내내 거센 비판에 시달렸던 이 감독은 "감독 때문에 고생한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며 벅찬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후반 16분 터진 엄지성(스완지시티)의 결승골에 힘입어 일본을 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 감독은 담담하면서도 진솔하게 입을 열었다.
■ "비판은 내 탓…어려운 환경서 버틴 선수들에게 미안"
이 감독은 가장 먼저 선수단을 향한 미안함을 표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금메달을 땄다. 선수들한테 가장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감독인 나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비판을 받았는데, 그런 와중에도 금메달을 일궈내 줘서 정말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
승리 요인으로는 극심한 압박감을 이겨낸 선수들의 멘털을 꼽았다. 이 감독은 "일본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까지 뛰어왔던 경기장 환경과도 잔디 상태 등이 너무 달랐다"면서 "선수들이 결승전에 대한 압박감은 물론 병역 문제에 대한 큰 부담을 안고 있었는데, 이를 잘 참고 인내하며 끝까지 버텨준 게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돌아봤다.
■ "아시안게임은 결과…숨은 MVP는 '부상 투혼' 양현준"
준비 과정부터 이어진 경기력 비판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 감독은 "힘들었던 건 결국 내가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매 경기가 결승전 같았다. 최선을 다했지만 좋지 않은 경기력으로 비판도 많이 받았다"고 인정했다. 이어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결국 결과가 가장 중요한 대회다. 나름의 목적을 달성했고, 그런 결과를 만들어낸 23명의 선수 모두가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힘주어 말했다.
취재진이 이번 대회 MVP 한 명을 꼽아달라고 요청하자 이 감독은 주저 없이 와일드카드 공격수 양현준(셀틱)을 지목했다. 그는 "양현준이 와일드카드로 팀에 합류해 단 한 경기 만에 부상을 입고 더 이상 뛰지 못했다"면서도 "경기에 나서지 못함에도 뒤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동료들을 다독이고 도와줬다. 그 보이지 않는 헌신이 오늘 결승전을 뛴 선수들에게 결정적인 힘이 됐다"고 공을 돌렸다.
■ "한국 축구 살릴 발판 되길"…아름다운 작별
최근 침체에 빠진 한국 축구의 부활 계기가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이 감독은 "내가 이 자리에서 한국 축구 전체를 논할 수는 없다. 지도자들부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선수들도 팬들에게 투혼과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 팀이 금메달을 땄다고 당장 한국 축구가 완전히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대회 주역들이 A대표팀으로 도약해 한국 축구를 다시 일으켜 세울 든든한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나고야 대회를 끝으로 U-23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는 이 감독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박수를 받으며 홀가분하게 퇴장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사령탑 이원화 방침에 따라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체제는 김은중 감독이 이어받게 된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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