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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붉은사막' 글로벌 성공의 정책적 시사점

[기고] '붉은사막' 글로벌 성공의 정책적 시사점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은 전 세계 6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약 81%가 한국 게임의 불모지였던 북미·유럽 시장에서 판매됐다. 물론 '붉은사막'은 오랜 개발 기간과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였지만, 이러한 서구 시장에서의 성공은 단순히 높은 제작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는 펄어비스가 서구 이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붉은사막'은 서구권에서 선호하는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 방대하고도 다양한 퀘스트, 입체적인 캐릭터, 숨겨진 요소, 주변 사물과의 상호작용을 매우 세심하게 구성했다. 이는 고유한 개성을 가진 고정된 캐릭터가 출연하고 스토리의 완결성과 서사를 중시하는 동아시아권에서 선호하는 게임과는 궤가 다르다.

이러한 서구권을 대상으로 한 게임의 개발은 단기간에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이 아니다. 오히려 펄어비스의 오랜 서비스 경험과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형성된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렇게 서구권 이용자의 취향을 반영하는 과정에서도 한국적인 정체성을 잃지 않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은사막'은 '아침의 나라' 라는 확장팩을 통해 한국적인 건축과 의상, 문화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게임 속에 녹여냈으며, '붉은사막' 역시 곳곳에 한국의 서낭당 등을 모티브로 한 건물 등을 배치하는 등 한국 개발사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감성을 담아냈다.

이처럼 게임은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문화콘텐츠 산업의 핵심 분야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각 국가와 지역의 문화적 특성, 이용자 성향, 소비 패턴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이를 게임 개발에 반영하는 문화 연구와 시장 분석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연구는 게임의 흥행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국가 브랜드와 문화 확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펄어비스의 과감한 승부수로 해외 시장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글로벌 시장 분석과 게임 이용자에 선호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 올린 것은 매우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시작하는 대부분의 인디 게임사에게는 현실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인디 개발사는 개발 인력 확보와 제작비 마련만으로도 큰 부담을 안고 있어 해외 문화 연구나 이용자 분석까지 자체적으로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한국의 인구 변동등의 이유로 게임 이용률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 정책은 단순히 개발비를 보조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해외 주요 시장의 문화와 이용자 성향을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하는 연구개발(R&D)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그 결과를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공공 연구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인디 게임사들도 목표 시장에 적합한 콘텐츠를 보다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K-게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