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구정아: 우스모스'
그라비타·모비우스·마그넷 시티즈 등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30년 작업 조명
호암미술관 '2026 아트스펙트럼'
'회화·영상·건축·음악 아우르는 작품
10개국·작가 23명 참여 총 63점 전시
리움미술관 로비에 설치된 구정아의 '그라비타'(2025). 인광 안료를 칠한 곡면의 스케이트파크 조각이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다. 리움미술관 제공
곡면의 스케이트파크 조각이 어둠 속에서 푸른빛을 발한다. 백자 사이의 작은 돌은 공중에 떠 있고, 야외 정원에는 지름 8m의 '달'이 매달렸다. 빛과 향, 보이지 않는 힘이 미술관 안팎의 풍경을 낯설게 바꾼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리움과 호암미술관의 가을 전시는 관람객이 걷고 머물며 발견하는 순간을 작품의 일부로 삼는다.
■빛·향·자석으로 미술관을 다시 보다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의 '구정아: 우스모스'는 1990년대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35점으로 작가의 30여년 작업을 조명한다. 전시 제목은 작가가 고안한 말 '우스'와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를 합친 것이다.
첫 장면은 로비의 '그라비타'다. 스케이터의 속도와 움직임에서 비롯된 곡면이 원형 공간을 가로지른다. 표면의 인광 안료는 밝을 때 빛을 흡수했다가 조명이 꺼지면 푸른빛을 되돌려준다.
지하 전시실 중심에는 폭 8m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 '모비우스'가 놓였다. 가까이서는 서로 이어지는 터널 같지만, 위층에서 내려다보면 무한대(∞) 기호가 드러난다. 보는 높이에 따라 하나의 작품이 다른 형상으로 읽힌다.
'마그넷 시티즈' 연작에서는 작은 자석들이 자력으로 연결돼 벽과 기둥을 만든다. 벽의 작은 공간에 숨어 있는 '무제'는 접착제 없이 세운 연필심 57개다. 거대한 금속 조각과 손끝만 스쳐도 무너질 듯한 구조물이 한 공간에서 중력과 균형을 묻는다.
향 작업 'FMMA'의 목재 조각에서는 향이 전시장으로 퍼진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향도 작품 사이를 오가며 공간의 감각을 바꾸는 재료가 된다.
위층의 'R'은 드로잉 1001점과 나무 상자 77개로 구성됐다. 일부는 벽에 걸리고 나머지는 상자에 보관되며, 벽의 그림도 주기적으로 교체된다. 방문 시점에 따라 다른 장면을 만나게 되는 작업이다.
작품 찾기는 고미술 상설전시실까지 이어진다. 백자 사이 '덴시티, GITD'의 작은 돌은 자기장에 의해 떠 있다. 현대미술 전시실 창밖 돌망태 옹벽 틈에 숨긴 크리스털 50개는 걸음과 햇빛의 각도가 맞아떨어질 때 반짝인다. 유물과 건축도 작품을 발견하는 배경이 된다.
리움미술관의 의뢰로 제작한 구정아의 '모비우스'(2026). 폭 8m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으로, 위층에서 내려다보면 무한대(∞) 기호가 드러난다. 리움미술관 제공
리움미술관 '구정아: 우스모스' 전시장에서 나무 조각에 앉은 구정아 작가. 리움미술관 제공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구정아의 작업을 오래 들여다볼수록 변화보다 지속이 먼저 보입니다"라며 쉽게 지나치는 것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태도가 30여년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강당 라운지에서는 별도 전시 '아이디어 뮤지엄, 내일 이후'가 관람객에게 공동 편집자의 자리를 건넨다. 지난 3년간 강연과 워크숍 등에서 축적한 질문과 대화를 어휘집으로 엮었다.
'집'을 관계와 이동, 돌봄에 따라 형성되는 장소로 다시 읽는 식이다. 관람객은 위키 형식의 어휘집에 단어를 추가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전시를 보는 사람이 그 내용을 함께 만드는 셈이다.
■정원과 주차장으로 번진 전시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은 프랑스 파리 팔레 드 도쿄와 '2026 아트스펙트럼'을 공동 기획했다. 전시 제목은 '방이있고모든라디오가각기다른주파수를향하고있다'이다.
호암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10개국 작가 23명(팀)이 참여했다. 회화·영상·건축·음악 등을 아우르는 63점 가운데 26점은 미술관의 공간적 특성을 반영해 새로 제작했다.
호암 카페 상부 야외 정원의 '매달린 달'은 아트스펙트럼 최초의 건축 프로젝트다. 야마다 스즈코는 하나의 곡선형 지지대 끝에 지름 8m의 반구형 지붕을 매달았다. 관람객은 그 아래 머물며 쉴 수 있다.
레이첼 윤의 '퍼레이드 파라디 II'에서는 인공 야자수의 머리 부분이 계속 회전한다. 테마파크의 야자수에서 착안해 관광산업이 만들어내는 '이국적 낙원'을 되짚는다. 실제 나무들 사이에서 인공적인 움직임이 더욱 도드라진다.
호암 카페 상부 야외 정원에 설치된 야마다 스즈코의 '매달린 달'(2026) 야간 모습. 지름 8m의 반구형 지붕 아래에서 관람객이 쉴 수 있다. 호암미술관 제공
호암미술관의 의뢰로 제작한 루오판 첸의 설치 작품 전경. 무너진 집의 형태를 통해 제작 현장 노동자들이 떠안는 위험을 드러낸다. 호암미술관 제공
주차장 건물 옥상에는 일본 작가 그룹 사이드 코어의 '타임 게이트'가 자리한다. 일본 주차장 간판을 재조립한 구조물이다. 건물 외벽은 요코야마 유이치의 만화 '플라자'에서 발췌한 이미지가 감싼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작품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실내에서는 노동과 재난의 기억, 인간과 기계의 관계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펼쳐진다. 루오판 첸은 가구 공장 노동자들이 먼지에 노출되는 작업 환경에서 출발해 무너진 집의 형태로 제작 현장의 위험을 드러낸다.
김지수는 '바퀴' 등 신작 영상에서 몸에 기계장치를 연결한 채 어둠에 잠긴 전통정원 희원을 거닌다. 실시간 영상 송수신 장비로 발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야외의 정원이 실내에서는 기계를 거친 영상으로 다시 나타난다.
구정아전과 아트스펙트럼은 12월 27일까지, '아이디어 뮤지엄, 내일 이후'는 11월 29일까지 열린다. 일반 관람료는 구정아전 1만8000원, 호암 2만5000원이다. 아이디어 뮤지엄은 무료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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