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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 재점검] ① 병력 남아돌던 때 만든 제도…"군대 안 갑니다"에 존폐 기로

입대할 청년 급감하는데 '왜 체육인만'…형평성 논란 재점화 20세 남성 10년 새 15만명 감소…'국위선양' 명분도 빛바래 선수들 언행에 해묵은 폐지론 재점화…국방부 감축·폐지 추진

[병역특례 재점검] ① 병력 남아돌던 때 만든 제도…"군대 안 갑니다"에 존폐 기로
입대할 청년 급감하는데 '왜 체육인만'…형평성 논란 재점화
20세 남성 10년 새 15만명 감소…'국위선양' 명분도 빛바래
선수들 언행에 해묵은 폐지론 재점화…국방부 감축·폐지 추진

[※편집자 주 = 지난 4일 막을 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일부 선수들의 병역 특례 혜택 관련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인해 이 제도의 축소 또는 폐지 여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 제도의 창설 과정과 현재 운용 실태, 최근의 사회적 여론과 체육·예술계의 의견, 바람직한 대안 등을 다룬 기획 기사 4건을 송고합니다.]

[병역특례 재점검] ① 병력 남아돌던 때 만든 제도…"군대 안 갑니다"에 존폐 기로
한국인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정모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일부 축구·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병역 혜택' 관련 언행이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폐지·개편 요구가 잇따르고, 국방부가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감축·폐지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1973년 도입된 체육인 병역특례가 53년 만에 존폐 갈림길에 섰다.

병역 특례 제도는 병역 자원이 남아돌던 1970년대 '국위선양'을 명분으로 탄생했다.

금메달 하나가 나라의 자존심이던 반세기 전과 달리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진 데다, 저출생으로 입대할 청년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이를 유지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병력 자원 남아돌던 1970년대 탄생한 병역특례
스포츠 병역 특례 제도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건 1972년 뮌헨 올림픽부터다.

당시 한국은 은메달만 1개를 따내며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한 북한보다 저조한 성적을 냈다.

국제대회 성적을 끌어올려 체제의 우월성을 보여주려면, 선수들에게 '당근'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병역 특례 제도가 만들어졌다.

당시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청년이 되면서 병역 대상 잉여 자원이 급속히 늘어난 배경은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이란 주목적만큼이나 병역 특례 제도 마련에 큰 영향을 줬다.

1970년대 현역병 입영자 규모는 연 17만∼18만명 수준이었는데, 입영 가능 자원은 30만명을 웃돌았다.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병역특례법)이 만들어졌고, 이 법엔 체육과 함께 예술 분야도 포함됐다.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다른 분야 특례 제도가 도입된 것도 이때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 금메달을 따낸 양정모가 첫 체육인 병역 특례 대상자가 됐다.

그러나 어떤 자격이 필요한지, 얼마만큼 혜택을 주는지 등 구체적인 기준은 1981년 병역특례법 시행령이 제정되면서야 마련됐다.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유니버시아드·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 3위 이상 입상자까지로 대상이 넓게 정해졌고 1984년 병역특례법이 폐지되면서 관련 내용은 병역법으로 옮겨졌다.

병역 혜택의 폭은 한국 사회에서 스포츠가 갖는 지위와 연동되며 변화했다.

한반도에 전례 없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였던 1986 서울 아시안게임, 1988 서울 올림픽을 치르고 나자 선수들의 동기를 자극할 필요성이 줄었다.

외려 너무 많은 선수가 혜택을 받으면서 병역 제도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비판이 일었고, 노태우 정부는 1990년 병역 혜택 대상을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로 좁혔다. 이 기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병역 특혜는 단발성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 16강,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위 이상 입상자에게 혜택이 신설됐으나 이는 즉흥적이라는 비판 속에 2008년부터 없어졌다.

[병역특례 재점검] ① 병력 남아돌던 때 만든 제도…"군대 안 갑니다"에 존폐 기로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의 장현수 (출처=연합뉴스)

◇ '병역 자원 없다면서 과도한 특혜'…거세지는 폐지론
1973년부터 2000년대까지는 혜택 범위가 바뀌었을 뿐 제도 자체를 둘러싼 논란은 크지 않았다.

2010년대 들어 분위기는 많이 달라진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장현수는 2018년 국정감사에서 봉사활동 실적을 부풀려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같은 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야구대표팀 선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상무 입대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을 받은 오지환 등이 발탁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고, 선동열 당시 감독은 국정감사 증인석에 서야 했다.

정부는 그해 12월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폐지까지 검토했지만 2019년 11월 현행 유지로 결론 냈다.

그사이 병역특례 제도를 낳은 전제는 완전히 뒤집혔다. 국방 백서 기준 상비 병력은 2012년 63만9천명에서 2022년 50만명으로 줄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추계로 20세 남성 인구는 2015년 37만2천명에서 2025년 22만5천명으로 감소했다.

물론 연간 편입 인원이 20∼50여명 수준인 체육·예술요원 특례 제도를 폐지한다고 해도 병력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엔 실질적 효과가 없을 터다. 2019년 정부 TF가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의문은 계속 남았다. '정부는 나라 지킬 청년이 부족하다면서, 왜 체육인에게만 특혜를 주느냐'라는 질문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의 경제 대국인 한국이 스포츠로 국위선양을 해야 한다는 말엔 설득력이 없어진 지 오래다.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 대부분은 수입이 풍족한 프로·실업팀 소속으로 특히 해외파 선수들의 경우 병역 특례를 받으면 많게는 수십억 원 규모의 이득을 볼 수 있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물론이고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까지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폐지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데도 체육인 병역 특례가 유지될 수 있었던 건, 그래도 금메달 획득이 국민들에게 가져다주는 쾌감의 총량이 제도의 모순을 덮었기 때문이다.

[병역특례 재점검] ① 병력 남아돌던 때 만든 제도…"군대 안 갑니다"에 존폐 기로
인터뷰하는 노시환 (출처=연합뉴스)

◇ 망발로 폐지론 불붙인 축구·야구 국가대표들
해묵은 폐지론에 힘을 실어준 건 다름 아닌 선수들 자신이었다.

야구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5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일본이 프로가 아닌 사회인 선수 중심으로 팀을 꾸린 대회에서 프로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고 병역 혜택까지 받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대표팀의 노시환(한화)은 결승전 뒤 "솔직히 (비판은)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 금메달이 중요한 거지, 과정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금메달을 땄잖나"라고 말해 불길을 키웠다.

여기에 축구대표팀이 기름을 부었다.

역시 결승에서 일본에 승리하며 대회 4연패를 이룬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우승 자체보다는 '군대를 안 가는 것의 기쁨'을 언론 앞에서 공연히 드러냈다.

주장 이기혁(강원)은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와 함께 금메달을 들어 올렸다. 그는 입대를 9일 앞두고 있었다.

[병역특례 재점검] ① 병력 남아돌던 때 만든 제도…"군대 안 갑니다"에 존폐 기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회 연속 금메달 (출처=연합뉴스)

양민혁(베스테를로)은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소속의 박승수는 금메달 획득 후 '전역모'를 쓴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려 논란을 더욱 키웠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기쁨보다 사회적 분노가 커졌고,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도 개편 목소리가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제도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아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논란이 된 이번 아시안게임의 금메달부터 군 면제를 폐기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 사이트에는 '예체능인 병역 면제 제도 폐지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정부도 움직였다.
국방부는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궁극적으로 예술·체육 요원을 포함하는 보충역 감축·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서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메달 기준 조정은 병역법 시행령 개정으로, 제도 전면 폐지는 병역법 개정으로 가능하다.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체육인 병역특례가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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