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월드IT쇼 행사장에 SK하이닉스 로고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의 기업가치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외국인 자금 이탈과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가능성 등 한국 시장에 국한된 요인이 SK하이닉스 주가를 누르고 있다는 평가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12일 보고서에서 마이크론의 SK하이닉스 대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프리미엄이 최근 1.60배까지 확대됐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중순 1.40배 수준까지 축소됐던 격차가 약 한 달 만에 다시 벌어졌다.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은 지난 달 23일 4.46배에서 최근 3.70배로 17%가량 낮아졌다. 반면 마이크론은 같은 기간 5.9∼6.9배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유지했다. 실적 전망보다 SK하이닉스 주가가 더 빠르게 하락하면서 할인 폭이 커진 셈이다.
마이크론 4% 내릴 때 하이닉스 10% 떨어져
실제 두 회사의 최근 주가 흐름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지난 달 23일 186만2000원에서 이달 8일 168만1000원으로 9.7% 하락했다. 같은 기간 마이크론은 1071.88달러에서 이달 9일 1029달러로 4.0% 내리는 데 그쳤다. SK하이닉스의 하락률이 마이크론의 두 배를 웃돈 것이다.
김 연구원은 이런 차이를 메모리 사이클 훼손의 신호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사이클이 원인이었다면 범용 메모리 비중이 더 큰 마이크론이 먼저 디레이팅됐어야 한다"며 "마이크론의 상대적 프리미엄 확대는 한국 고유 요인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외국인 수급이 꼽혔다. 추석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28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24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5% 넘게 하락했다. 이후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뚜렷하게 복원되지 않으면서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점도 부담이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해 출범시킨 미국 자회사다. 상장이 현실화하면 솔리다임의 기업가치가 별도로 부각될 수 있지만 SK하이닉스에는 자회사 중복상장과 지주회사형 할인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상장을 추진하지 않으면 자금 조달 여력이 줄어 주주환원 규모가 축소될 수 있고, 상장하면 구조적인 디스카운트 우려가 생길 수 있다"며 "SK하이닉스 주주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솔리다임 상장은 아직 가능성이 거론되는 단계로, 구체적인 구조와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10월 말 추가 환원책이 변곡점"
SK하이닉스가 진행 중인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단기적인 주가 방어에는 도움이 되지만 밸류에이션을 근본적으로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 감소로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고 PER이 낮아지지만, 시장이 메모리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 부여하는 평가까지 바꾸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사이클 피크 이익에 적용되는 할인을 줄이려면 2028년 이후에도 현재의 높은 이익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며 "마이크론과의 프리미엄 격차가 축소될 수 있는 변곡점은 10월 말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제시될 추가 주주환원책"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옥석 가리기는 진행 중이다. AI 기업과 빅테크가 투자자이자 공급자·고객으로 얽혀 투자금과 매출, 지분 평가이익이 순환하는 구조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어서다. 김 연구원은 이를 국내 증시의 중복상장 할인과 유사한 현상으로 평가하면서도, 최근 SK하이닉스의 상대적 약세에는 국내 수급과 지배구조 우려가 더 강하게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email protected]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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