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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회계사 선발제도' 이대로는 안된다

[기고] '회계사 선발제도' 이대로는 안된다
박종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前 증권선물위 비상임이사
30년 넘게 회계학을 가르치며 회계원리 첫 시간에는 늘 공인회계사 시험제도와 합격 후 진로를 소개해 왔다. 학생들이 회계학에 흥미를 느끼고 회계사라는 전문직에 도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과목에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 강의를 듣고 시험을 준비해 합격했다는 제자의 소식을 들을 때면 교수로서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그런데 최근에는 합격자 발표 때가 되면 마음 한편이 무겁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고도 실무 수습기관을 찾지 못해 애를 먹는 제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회계사의 길을 권해온 교수로서 이들의 어려움을 개인의 취업 문제로만 바라보기 어렵다. 시험에 합격한 청년이 전문가로 성장하려면 실무를 배우는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수습기관 미지정은 선발과 교육이 이어지지 않는 양성체계의 문제다. 원하는 직장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필수적인 수습 기회까지 개인의 구직 능력에만 맡겨도 되는지는 물어야 한다.

수습기관 미지정 사태는 2024년에 본격화됐다. 금융당국은 비회계법인의 수요 등을 반영해 2024년 선발인원을 1250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김기영 한국회계학회장이 지적했듯이, 회계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곧 수습 회계사에 대한 수요는 아니었다. 여기에 M&A 부진, 감사보수 경쟁, AI 도입 등으로 주요 회계법인의 채용 수요마저 급감하면서, 수백명의 합격자가 수습기관을 찾지 못하는 미지정 대란이 발생했다. 사태가 3년째 계속된다는 것은 일시적 수급 불균형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선발인원을 2년 연속 소폭 줄였고, 수습 인정 기관을 확대했으며, 장기 미지정자에 대한 강제 배정 제도도 마련했다. 응급조치로서 의미 있는 대책이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소폭 감축으로는 위축된 채용 여건을 따라잡기 어렵다. 합격자 다수가 체계적인 수습을 받을 수 있는 회계법인을 원하는 만큼, 수습기관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간극을 메우기도 어렵다. 강제 배정제 역시 한시적인 다리일 뿐, 선발과 수습의 구조적 불일치를 해소하는 해법은 될 수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선발 규모의 결정 기준을 달라진 환경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지금의 선발 규모는 회계개혁으로 감사 업무가 크게 늘던 시기에 형성됐다. 그사이 늘어난 업무를 감당할 인력은 상당 부분 갖춰졌고, 감사시장의 성장세는 둔화 됐으며, AI 도입으로 신입 회계사가 맡던 업무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여기에 누적된 미지정 인원까지 감안하면, 실제 수습 수용 능력과 기술 변화에 따른 인력구조를 반영해 선발 규모의 기준점을 새로 세워야 한다.

재조정은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수험생은 수년을 시험에 투자한다. 해마다 그해 사정에 따라 인원을 정하기보다 3~5년의 중기 선발계획과 조정 기준을 미리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수험생은 진로를 계획하고 회계업계는 채용과 교육을 준비할 수 있다.
오늘의 경력자는 어제의 신입이었다. 배울 기회 없이 숙련된 전문가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청년에게 회계사의 길을 권해온 사회라면, 선발 규모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면서 합격 이후의 배움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

박종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前 증권선물위 비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