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의문 알래스카 LNG 사업
트럼프, 중간선거 위해 韓 떠넘겨
美 알래스카 LNG 투자사업을
상업적 합리성과 美 원전투자
원자력협정의 개정·핵잠 등
한번에 해결할 기회로 삼아야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패배를 승복하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승부사가 패배했으니 계엄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로 끝냈다. 4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백악관에 입성했으나 이란전쟁의 늪에 빠졌다. 비상상태, 내란법 발동 등으로 11월 중간선거에 나서고 있으나 전망은 어둡다.
하원 다수당은 물 건너갔고, 공화당 53대 민주당 47(무소속 2석 포함) 의석 비율의 상원 수성도 위태롭다. 3선을 노리는 댄 설리번 알래스카 상원의원을 구하려는 트럼프의 노력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수준을 넘어 '설리번 일병 구하기'다. 매표를 위해 매일 현금살포 공약이다.
파편은 한국으로 튀었다. 트럼프는 한국을 향해 "그들이 2000억달러 투자"의 메시지를 발송했다. 넉넉지 않은 알래스카 주민들을 공화당에 붙잡아두기 위한 리얼리티 쇼를 벌였다. 동맹 배려와 존중은 없었다. 540억달러(약 72조원)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은 수차례 에너지 투자사와 펀드들이 검토했으나 수익성 미흡으로 결론이 났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사업과는 비교 불가다.
트럼프의 급조된 LNG 투자는 경합 주를 지키려는 국내 정치용으로서 사업성은 의문이다. J D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의 발표 이후 한국과 조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에 정치역학이 있다며 현 정부는 물론 차기 정부에서도 지속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은 건설비 추정치가 너무 낮고 공기지연 위험도 크다. LNG의 구속력 있는 장기 구매계약이 없는 것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무조건 노(NO)할 수는 없는 상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계약을 이분법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거래형 동맹시대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통상과 안보는 일란성 쌍둥이가 됐다. 얼마를 냈나부터 따지는 트럼프에게 돈은 동맹의 성적표다. 통상갈등이 전통적인 안보동맹을 흔드는 현상은 '뉴 노멀'이 됐다. 최상위 안보동맹이었다가 미국과 균열이 심각한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의 사례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미국 중간선거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다. 하원의 패배로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고 상원마저 넘어가면 레임덕이 시작된다. 패배의 여파는 간단치 않다.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던 국가에 대한 횡포 가능성은 높다. 퇴임 시점인 2029년 1월까지 동맹 압박과 국제관계에서 무리수를 둘 것이다.
통상과 안보 카드를 수시로 바꾸며 상대를 압박할 것이다. 미국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통상외교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보다 발언권이 약하다. 아예 일본은 미국 투자를 공적 개발원조(ODA) 개념으로 간주해서 5500억달러 투자를 이행하고 있다. 소나기 관세를 피하고 대미 무역흑자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둘째, 알박기 대미투자를 역으로 이용하는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트럼프의 몽니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거래적 사고를 활용해서 한국의 숙원사항을 해결하는 역발상이다. 주고받기 거래의 우회적 돌파구로 평소 돈으로도 해결되지 않았던 난제 해결의 호기로 활용하자.
가장 시급한 반대급부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다. 난공불락의 원자력협정 개정은 통상과 안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이슈다. 협정은 소형모듈원자로(SMR) 활용 확대 및 2호 대미 프로젝트인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연관이 있다. 알래스카 LNG는 유형의 투자이나 원자력협정 개정은 무형의 이득으로 중요성은 범상치 않다.
안보적 측면의 절실함도 필설도 다 할 수 없다. 핵물질의 군사적 이용 금지 등 다양하고 폭넓은 제한조건을 담고 있는 원자력협정이 개정되지 않고는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불가능하다. 일본은 1987년 미일 원자력협정 체결로 상당한 수준의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가 가능해졌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간의 신뢰가 토대가 됐다.
셋째, 사업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고 세부적인 전략 수립을 검토하자. 무조건 불참보다는 구체적인 투자조건을 평가해보자. 한국은 100% 에너지 수입국인 만큼 알래스카 에너지는 중동산을 부분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요컨대 안보와 통상, 산업과 외교를 하나의 전략적 프레임으로 해결해야 한다. 통합형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자. 알래스카 LNG 사업은 상업적 합리성, 미국 원전 투자, 원자력협정 개정과 핵잠 등을 하나의 틀로 해결하는 사업으로 평가하자. "혼란의 시대에 가장 위험한 것은 혼란 자체가 아니라 어제의 논리로 행동하는 것이다"는 경영그루 피터 드러커의 훈수를 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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