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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범죄조직 원점 타격…국제공조 새 판 짠다" 김동권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 [fn이사람]

"범죄의 초연결 시대" 국제공조 역량 강화
초국가범죄 공동대응·재외국민 보호에 방점

"해외 범죄조직 원점 타격…국제공조 새 판 짠다" 김동권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 [fn이사람]
김동권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이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하며 국제공조 강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해외 범죄조직 원점 타격…국제공조 새 판 짠다" 김동권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 [fn이사람]
김동권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이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국장은 초국가범죄 대응을 위한 인터폴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국 서울 유치 구상과 재외국민 보호 강화 방안을 밝혔다. 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경이 범죄의 장벽이 되지 못한다면 국제공조가 그 장벽 역할을 해야 합니다."
김동권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은 29일 "마약과 온라인 스캠 등 초국가범죄가 거대한 산업 생태계로 진화하면서 '범죄의 초연결 시대'가 도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초국가범죄 공동대응과 재외국민 보호를 양대 과제로 제시하고 2027년 인터폴 마약대응 태스크포스(TF) 가동과 2029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국 서울 유치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 국장은 1998년 경찰 간부후보생으로 입직해 청와대 101경비단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기획·생활안전 분야를 거쳐 2005년 경찰청 외사국에서 국제협력 업무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인도 뭄바이 총영사관 경찰영사, 서울 용산·송파경찰서장, 경찰청 국제협력관 등을 역임했으며 치안감 승진 후 경찰청 대변인과 경기북부경찰청장을 지냈다.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경찰에 입직한 김 국장은 "대변인으로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치안 정책을 바라보는 방법을, 현장 지휘관으로서는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김 국장은 최근 초국가범죄가 해외 유인·감금, 온라인 사기 강요, 가상자산·불법 사이버도박을 통한 자금세탁 등으로 분업화됐다고 진단했다. 범죄조직이 치안·금융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로 거점을 옮겨 현지 시스템과 유착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김 국장이 역점을 두고 진행하는 사업은 인터폴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국의 서울 유치다. 경찰청은 오는 2027년 마약대응 TF를 먼저 가동하고 2029년 인터폴 총회에 맞춰 지역사무국을 개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10월 체코 인터폴 글로벌 마약 회의에서 유치 계획을 발표했으며 일부 국가가 참여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예산·협약 등을 협의하고 있다.

김 국장은 "기존 범죄인 인도나 형사사법공조 절차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며 "서울에 관련국 경찰관들이 함께 근무하면 실시간 정보 공유와 공동작전으로 해외 범죄조직의 원점을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국·캄보디아·필리핀 등 아태 국가들과의 공조를 재외국민 보호에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해외 범죄조직 원점 타격…국제공조 새 판 짠다" 김동권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 [fn이사람]
김동권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이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해외 도피사범 검거·송환을 위한 공조망도 확대하고 있다. 경찰청은 캄보디아 코리아전담반, 카자흐스탄·아랍에미리트(UAE) 합동작전과 인터폴·아세아나폴·유로폴 등 다자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인터폴 수배에 지문·얼굴 등 생체정보를 활용해 위조여권 이용 도피사범 추적을 강화했으며 관계기관 간 수배정보 공유도 추진 중이다. 최근 UAE와의 공조로 3조1000억원 규모 불법 도박사이트 총책급 피의자 3명을 검거하고 2명을 송환한 사건이 대표 사례다.

국제공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 협력망뿐 아니라 국내 외사 기능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김 국장의 생각이다. 체류 외국인 증가와 외국인 강력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감안해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국장은 평택·밀양 등 외국인 집단폭력 사건을 언급하며 "외국인 공동체가 성장하면서 자체 경제권이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마약·불법 성매매·인신매매·환치기 등 범죄가 조직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신고되지 않는 '암수범죄'도 경계했다. 김 국장은 "국내 체류 외국인의 범죄율이 내국인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 내부에서는 처벌이나 강제퇴거 등을 우려해 범죄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과거 동남아 한국 교민사회에서 발생한 유사 사례와 국내 이주배경 2세대의 차별 문제도 치안 과제로 꼽았다.

그는 "범죄가 조직화된 뒤에는 와해시키기 쉽지 않다"며 "체류 외국인 공동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위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할 전문적인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한 외국 공관과 국내 외국인 공동체를 연결하는 협력망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24시간 상시 대응체계도 운영 중이다. 해외 사건 접수 즉시 위험도를 평가하고 외교부·재외공관·현지 경찰과 공조한다. 납치·감금 등 중대 사건에는 위기협상·범죄분석 전문가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투입하고 해외 파견 경찰관이 초기 대응을 지원한다.

김 국장은 "국민은 해외에서도 국내와 같은 수준의 치안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다"며 "신고 접수부터 구조·귀국까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동남아 코리안데스크 확대와 합동 모의훈련, 신속대응팀 교육에도 힘쓸 계획이다.

마약범죄에 대해서는 국내 유입 차단과 해외 공급원 타격을 병행한다. 경찰청은 2023~2025년 인터폴 '마약(MAYAG)' 프로젝트 1기를 진행했으며 2기 사업을 준비 중이다. 국제 마약수사 컨퍼런스(ICON)와 아시아 마약범죄대응 실무협의체(ANCRA)도 운영하고 있다.

김 국장은 합성마약 원료물질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체코 국제회의에서 잠수함·반잠수정을 이용한 밀매와 수십t 규모의 압수 사례가 공유됐다고 전했다. 내년 시행 예정인 마약범죄 위장수사 제도에도 기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2014년부터 치안 공적개발원조(ODA)로 29개국에서 47개 사업, 총 1380억원 규모의 협력을 추진해 왔다. 김 국장은 "교육과 훈련으로 쌓은 인적 네트워크가 검거·송환의 속도를 좌우한다"며 캄보디아 코리아전담반을 성과로 꼽았다. 향후 중앙아시아와 남미 등으로 협력 대상국도 확대할 방침이다.

김 국장은 경찰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올바른 인성과 정의감'을 꼽았다. 그는 평소 취임사에서 중용 23장의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러워지고, 그것이 남을 감동시켜 변화를 이끈다'는 구절을 인용한다고 했다.

김 국장은 "112신고나 고소·고발로 경찰을 찾는 국민은 절박한 심정인 만큼 내 가족과 이웃의 일처럼 정성을 다해야 한다"며 "범죄자에게는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되 피해자와 선량한 국민에게는 따뜻하고 든든한 울타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배들에게는 초심을 당부했다. 김 국장은 "30년 가까이 경찰 생활을 하다 보면 초심 위에 먼지가 쌓여 있는 것을 느낀다"며 "그 먼지를 닦아내고 처음의 마음을 다시 꺼내 보면 새로운 용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동료들과 서로 의지하며 국민 곁을 지키길 바란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