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글로벌, 국내 첫 미디어 브리핑 개최
"중국 PHEV, 기존 업체 하이브리드보다 싸게 신흥시장 공략"
中 내수, 2031년 전까지 작년 수준 회복 어려워…'밀어내기 수출' 지속
"보호무역에 따른 풍선효과 가능성"…한국 시장도 사정권
조 라페어 모빌리티 글로벌 비즈니스 솔루션즈 사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모빌리티 글로벌 미디어 간담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넘어 하이브리드차로 전선을 넓히며 글로벌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수 부진에 빠진 중국 업체들이 기존 업체보다 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앞세워 아세안·남미 등 신흥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시장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아온 한국 완성차 업체들도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中, PHEV를 하이브리드보다 싸게…시장 기준점 바꿔"
2026년 국가별 완성차 업체의 파워트레인별 생산 점유율. 모빌리티 글로벌 제공
글로벌 자동차 데이터·분석 기업 모빌리티 글로벌은 29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국내 첫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망을 발표했다. 모빌리티 글로벌은 지난 7월 S&P글로벌에서 분사한 독립법인이다.
이날 이상민 모빌리티 글로벌 파워트레인 부문 수석 연구원은 "중국 업체가 위협적이라고 하면 다들 저가 전기차만 이야기한다"며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에게 정말 중요한 시장은 내연기관 기반"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보다 중국 업체의 하이브리드와 PHEV가 더 큰 위협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신흥시장에 내연기관차에서 시작해 하이브리드, PHEV 순으로 진입해 왔다. 연비 효율이 높아질수록 가격도 올라가는 구조였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기존 업체의 풀하이브리드(FHEV)보다 싼 가격에 PHEV를 내놓으며 소비자의 기대치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모빌리티 글로벌의 올해 전망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 PHEV 생산의 95%를 중국 업체가 차지한다. 에탄올과 가솔린을 섞어 쓰는 플렉스 연료차(FFV) 하이브리드는 일본 업체가 69%, 중국 업체가 26%를 생산한다. FFV와 PHEV를 결합한 모델은 중국 업체만 생산하고 있다.
개발 속도 격차도 위협 요인으로 꼽혔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개발 주기는 36~48개월이지만 중국은 18~24개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글로벌 업체가 신차를 한 번 개발할 때 중국은 거의 두 번의 주기를 거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2030년이나 2035년 전망이 아니라 이미 생산이 시작돼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은 괜찮지만 한두 세대 뒤 차량으로 어떻게 경쟁할지가 가장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흐름도 중국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은 배출가스 기준 '티어4'의 유예를 추진하고 있고, 유럽 '유로7'과 한국 'KLEV4'도 기준이 완화됐다. 반면 중국은 2028년 '차이나7'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연구원은 "차이나7은 유로7 초안과 비슷한 강도가 될 것으로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이 더 깨끗한 하이브리드를 개발해 신흥시장에 싼 가격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말했다.
■中 내수 부진에 '밀어내기'…"풍선효과 가능성"
2033년 중국 완성차 해외 생산 전망. 모빌리티 글로벌 제공
중국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내수 부진이 있다. 헤너 레니 모빌리티 글로벌 전망·리서치 부문 부사장은 "중국 시장은 2031년 이전에는 2025년 판매량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판매량은 거의 2014년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모빌리티 글로벌은 올해 글로벌 경량차 판매 전망치를 연초보다 290만대 낮춘 8900만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중국 업체들은 수출에 이어 현지 생산도 늘리고 있다. 마크 풀소프 모빌리티 글로벌 글로벌 생산 전망 총괄은 2033년 중국 업체의 해외 생산 규모를 유럽 290만대, 남미 180만대, 아시아 150만대로 전망했다.
그는 "기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보호받는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어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가동률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글로벌은 올해 한국 공장 수출 물량 중 북미 비중을 63%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중국산(중국 생산 테슬라 포함) 비중은 41.2%로, 처음으로 독일(30.1%)을 앞질렀다.
레니 부사장은 '보호무역이 강화될수록 중국차가 한국처럼 장벽이 낮은 시장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유럽, 튀르키예, 브라질, 멕시코, 태국, 인도를 예로 들며 "많은 국가가 중국 차량이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곧바로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강력한 자국 업체가 시장을 지켜온 특수한 경우라 별도의 시나리오 분석이 필요하다"며 "중국차가 대거 유입되는 시나리오는 아직 구체적으로 그려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모빌리티 글로벌은 미국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레니 부사장은 "현재 막혀 있는 미국 시장이 중국 업체에 열린다면 중국 브랜드가 모든 세그먼트의 엔트리 가격대를 선점해 2030년 140만대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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