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누적 전세 8.91%·매매 8.73%
10월 첫째 주 역전
전세 거래 27% 급감
당분간 이같은 현상 지속될 듯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를 처음으로 앞지른 가운데 1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월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세 매물 감소와 대출 문턱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서울 아파트 시장까지 확산하고 있다. 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을 넘어섰다. 대출 규제에 실거주 의무, 갭투자 차단까지 겹치면서 전세 물량이 수요에 비해 급감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일 파이낸셜뉴스가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지수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첫째 주부터 10월 넷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누적 상승률은 8.9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지수 누적 상승률(8.73%)을 0.18%p(포인트) 웃돈다. 전세 누적 상승률은 10월 첫째 주 매매를 역전한 뒤 4주 연속 격차를 벌리고 있다. 3월 초만 해도 매매 상승률이 전세보다 0.8%p가량 높았지만 연말을 앞두고 순위가 뒤바뀌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변화는 더 뚜렷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매와 전세 누적 상승률은 각각 6.88%, 2.31%로 매매가 전세의 3배에 달했다. 올해는 전세 상승률이 지난해의 3.9배로 뛰면서 매매를 앞질렀다. 최근 흐름도 엇갈린다. 매매 주간 상승률은 8월 말 0.29%에서 10월 넷째 주 0.09%로 둔화했지만, 전세는 최근 6주 동안 0.16~0.19%씩 꾸준히 올랐다.
실거래에서도 전세 품귀는 확인된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8만89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만664건)보다 26.9% 줄었다. 반면 월세 거래는 8만5318건으로 1.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세가 빠진 자리를 월세가 채우면서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43.9%에서 51.3%로 높아져 절반을 넘었다. 새로 맺은 계약만 보면 월세 비중이 57.5%에 달했다. 기존 전세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하면서 월세로 바꾼 비율도 6.3%에서 7.5%로 늘었다.
전세 보증금도 크게 올랐다. 같은 단지·같은 면적 기준으로 올해 신규 전세 보증금 중위값은 지난해보다 8.6% 상승했다. 성북구(15.4%), 강동구(14.3%), 노원구(14.0%), 송파구(13.4%) 등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송파구는 부동산원 지수 기준으로 올해 매매가격이 4.35% 오르는 동안 전셋값은 10.18% 뛰었다. 강남구는 매매가격이 1.64% 내렸지만 전셋값은 2.34% 올라 역방향으로 움직였다.
전셋값 급등의 배경으로는 규제에 따른 매물 감소가 꼽힌다. 갭투자 차단과 대출 규제, 실거주 의무 등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길이 막히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건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에 전세 대신 월세를 놓는 집주인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갭투자를 금지하다 보니 전월세 매물이 나오지 않고 실거주 위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부족도 문제다. 국토부 주택건설실적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은 2만276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9017가구)보다 21.5% 줄었다. 특히 상반기 준공은 1만2251가구로 전년(2만3685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시장에 나온 전세 매물도 줄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1385건으로 지난해 같은 날(2만5001건)보다 3616건(14.5%) 감소했다.
정부는 공급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주택 인허가와 착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40.4%, 41.1% 늘었다. 국토부는 계획된 착공이 이뤄지면 2028년부터 준공 물량이 장기 평균을 웃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착공 이후 입주까지 통상 2~3년 이상 걸려 단기간에 전세 물량이 늘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신 교수는 "내년 말부터 시작되는 서울시 정비사업 이주 수요까지 결합되면 전월세 상승 폭이 더 커질 것"이라며 "지금은 전초전으로, 2030년까지 약 18만가구가 이주하면 대출 규제와 높은 보유세 등과 맞물려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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