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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 초지능 시대,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역할

[기고] AI 초지능 시대,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역할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슈퍼컴퓨터는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하고 복잡한 자연현상을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하는 핵심 과학 연구 인프라다.

2025년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 '오로라'는 AI를 활용해 기존에는 탐색하기 어려웠던 수백억 개의 항암제 후보 분자를 단시간에 선별했다. 이에 앞서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 '서밋'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탐색에 필요한 계산시간을 기존 43일에서 21시간으로 단축했다.

과거 슈퍼컴퓨터가 연구자가 세운 가설을 계산과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하는 데 주로 활용됐다면, 이제는 AI와 결합해 방대한 데이터에서 새로운 규칙을 발견하고 연구 방향을 제시하는 데까지 역할을 넓히고 있다. 단순히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수행하는 것을 넘어 과학적 발견의 속도와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슈퍼컴퓨터를 통해 과학연구의 지평을 꾸준히 넓혀 왔다. 1988년 국가슈퍼컴퓨터 1호기 도입으로 30시간 넘게 걸리던 기상예보 모델 계산을 1시간 이내로 단축하는 등 새로운 계산과학의 시대를 열었고, 이후 5호기까지 차례로 도입하며, 한빛 원전 안정성 검증, 우주 생성과 진화 과정 연구 등 첨단 연구까지 활용 영역을 넓혀왔다. 이제는 이러한 계산과학 역량을 AI와 결합해, 과학적 발견을 가속하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한강'을 구축하고 12월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6호기는 614페타플롭스의 이론 연산성능과 CPU 9,936개, GPU 8,496개를 갖춘 세계 10위권급 시스템이다. 1초에 약 61경 번 이상 연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5호기 '누리온'보다 약 24배 높다. 5호기가 CPU 기반의 대규모 계산과 시뮬레이션 연구를 주로 지원했다면, 6호기는 GPU를 대폭 확충해 AI 기반 과학연구와 방대한 연구데이터 분석까지 지원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국내 GPU 자원 부족으로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존하던 연구자들에게 첨단 컴퓨팅 자원을 무상 지원해 비용과 연구데이터 보안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정부는 6호기를 AI 기반 과학기술 혁신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AI를 활용해 신약·첨단소재·에너지 분야 등에서 국가적 난제에 도전하는 'K-문샷'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아울러 산학연 연구자들이 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에 도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나아가, 6호기를 단순 연산 인프라를 넘어 국가 과학AI 생태계의 핵심 기반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 분산된 국가 컴퓨팅 자원을 6호기를 중심으로 연계해 국가 전체의 자원 활용 효율과 연구자들의 자원 접근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분야별 슈퍼컴 전문센터를 확충하여 기술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을 함께 추진한다.

AI가 과학적 발견을 바꾸는 시대, 세계적 수준의 컴퓨팅 성능을 확보한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이를 활용해 얼마나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이끌어내느냐다. 슈퍼컴 6호기가 AI 기반 과학연구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핵심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