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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성장 온기, 국민에게 전해져야

[포럼] 성장 온기, 국민에게 전해져야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올해 한국 경제의 거시경제지표는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6% 내외로 추정되며, 이는 지난해 1% 수준에 비해 크게 좋아지는 것이다. 잠재성장률 역시 지난해까지 하락세를 보이다 올해 반등 조짐을 나타내면서 향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핵심동력은 단연 반도체 호황이다. 반도체 수출은 매 분기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며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주식시장 역시 반도체가 주도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움직임이 코스피 전체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반도체 산업의 위상은 압도적이다.

그러나 거시경제의 성장세가 국민 다수의 삶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가.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황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청년고용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른바 K자형 불균형 성장으로 소득과 소비의 양극화가 확대되고, 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사회적 계층의 고착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소득이동통계에 따르면 2024년 중산층 10명 중 약 4명은 근로 및 사업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증가해서 더 높은 소득계층으로 이동한 국민은 5명 중 1명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경제성장의 성과가 국민 다수의 소득 증가와 계층 이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소득층의 어려움은 생계형 신용대출 증가에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 하위 20% 계층의 신용대출 목적 가운데 생활비 마련이 45.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고금리 부담 속에서 가계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채도 늘고 있으며, 연체율 상승은 경제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820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하며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민 모두의 성장을 실현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대통령 역시 지난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인정하고, 국민 모두의 성장으로 경제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과 분배를 대립적으로 바라보는 낡은 이분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의 공식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정책 방향과 의지가 실제 성과로 연결되는 일이다. 첨단산업의 성장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소득 증가와 소비 회복을 통해 민생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청년과 중장년층의 고용 기회를 확대하고,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도 보다 실효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경제도 민생경제가 안정되고 국민 다수의 소득과 소비가 증가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이제 한국 경제의 과제는 성장의 크기만이 아니라 성장의 폭과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경제성장의 성과를 국민 모두가 체감하는 동반성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민생경제 회복이며,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출발점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