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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선 구분이 안 됐다"…같은 하체, 다른 심장 '렉서스 올 뉴 ES' [기똥찬 모빌리티]

잠실~춘천 왕복 코스, HEV로 가고 EV로 돌아와
하이브리드 연비 평균 18.1㎞/ℓ…공인 18.3㎞/ℓ에 근접
ES 첫 전기차 500e, 앞뒤 모터 347마력…감속까지 차분


"운전석에선 구분이 안 됐다"…같은 하체, 다른 심장 '렉서스 올 뉴 ES' [기똥찬 모빌리티]
렉서스 '올 뉴 ES'. 사진= 김동찬 기자
"운전석에선 구분이 안 됐다"…같은 하체, 다른 심장 '렉서스 올 뉴 ES' [기똥찬 모빌리티]
렉서스 '올 뉴 ES'. 사진=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춘천 플로팅플로우 주차장에서 차를 바꿔 탔다. 겉모습은 거의 같다. 하이브리드 앞쪽에 냉각용 슬림 그릴이 하나 더 있고, 전고가 5㎜ 낮다는 정도다. 달라진 건 보닛 아래와 바닥 밑이다. 서울에서 올 때는 엔진이 있었고, 돌아갈 때는 없었다. 렉서스 '올 뉴 ES'다.

서울 송파구 렉서스 복합문화공간 커넥트투에서 강원 춘천시 남면 플로팅플로우까지 왕복했다. 갈 때는 하이브리드를, 올 때는 배터리 전기차(BEV)를 탔다.

ES는 한국에서 사연이 긴 차다. 1989년 렉서스 출범과 함께 나왔고, 국내에는 2001년 12월 4세대로 처음 들어왔다. 이듬해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연속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1위를 지켰다. 2012년에는 첫 하이브리드 ES 300h가 나왔다. 그렇게 25년을 이어온 ES가 8세대에서 처음으로 엔진을 뺀 모델을 내놨다. 하이브리드 4개, 전기차 5개 등 9개 그레이드다.

차체는 크게 키웠다. 전장 5140㎜, 전폭 1920㎜, 휠베이스 2950㎜로 이전 세대보다 각각 165㎜, 55㎜, 80㎜ 늘었다. 전면은 스핀들 그릴의 윤곽을 범퍼와 후드로 퍼뜨린 '스핀들 보디'로 바꿨고,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을 겹친 '트윈 L 시그니처 램프'를 달았다. 뒤에는 렉서스 로고와 하나로 묶은 일자형 램프가 가로로 지나간다.

이번 ES의 과제는 하나다. 서로 다른 두 파워트레인으로 같은 승차감을 내는 것. 렉서스는 '멀티 패스웨이' 전략에 따라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함께 내놨다. 바탕은 공유한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모두 받도록 새로 설계한 GA-K 플랫폼에, 앞은 맥퍼슨 스트럿, 뒤는 ES 최초의 5링크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달았다. 차체 이음매를 더 촘촘히 붙였고, 사람이 앉는 자리 아래엔 떨림을 삼키는 접착제를 따로 썼다.

갈 때 탄 ES 350h AWD는 2.5ℓ 직렬 4기통 엔진에 6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어 시스템 총출력 247마력을 낸다. ES 하이브리드 최초로 사륜구동 'E-포(E-Four)'를 넣었다. 웬만한 가속은 모터가 먼저 받아내 엔진 회전을 붙잡아 둔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엔진 소리가 앞서 나가는 대신 속도가 먼저 붙는다. 엔진 흡·배기 소음을 잡는 전용 흡음 구조와 액티브 엔진 노이즈 컨트롤을 넣어, 엔진이 깨어나도 실내 공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춘천까지 평균 연비는 18.1㎞/ℓ로 공인 복합 18.3㎞/ℓ에 근접했다.

돌아오는 길의 전기차는 처방이 다르다. 74.69㎾h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낮게 깔았고, 차량 하부 전체를 덮는 풀 언더 커버로 바닥 아래 공기 흐름까지 다듬었다. 엔진 소음을 막을 필요가 없는 대신 바깥 소리를 막는 데 힘을 줬다. 어쿠스틱 글라스를 하이브리드는 1열에만, 전기차는 1·2열 모두에 넣었다. 같은 목표를 두고 막아야 할 소리가 달라 처방을 나눈 셈이다. 차량 하부에는 렉서스 최초의 UMVG 핀도 들어갔다.

"운전석에선 구분이 안 됐다"…같은 하체, 다른 심장 '렉서스 올 뉴 ES' [기똥찬 모빌리티]
렉서스 '올 뉴 ES'. 사진= 김동찬 기자
"운전석에선 구분이 안 됐다"…같은 하체, 다른 심장 '렉서스 올 뉴 ES' [기똥찬 모빌리티]
렉서스 '올 뉴 ES'. 사진= 김동찬 기자
"운전석에선 구분이 안 됐다"…같은 하체, 다른 심장 '렉서스 올 뉴 ES' [기똥찬 모빌리티]
렉서스 '올 뉴 ES'. 사진= 김동찬 기자
ES 500e는 앞뒤에 모터를 하나씩 달아 합산 347마력(앞 227·뒤 120마력)을 낸다. 앞뒤 구동력을 100대 0부터 0대 100까지 나누는 사륜구동 '다이렉트4'가 들어갔고,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는 19인치 휠 기준 435㎞다. 전륜 단일 모터 ES 350e는 227마력에 478㎞를 달린다. 급속 충전은 최대 150㎾로, 배터리 10%에서 80%까지 28분이 걸린다.

전기차에서 인상적인 건 발을 뗄 때였다. 발을 떼도 차가 바로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감속은 몇 박자에 걸쳐 차곡차곡 쌓인다. 하이브리드에서 내려 바로 갈아탔는데도 오른발이 새로 배울 게 없었다. 굽은 길에서는 낮은 무게중심이 드러났다. 차체가 기울기 시작하는 지점이 늦고, 운전대를 감은 만큼만 정확히 방향을 바꾼다.

실내는 운전석 앞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14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다. 눈에 띄는 건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는 '리스폰시브 히든 스위치'다. 평소엔 매끈한 면인데, 손이 다가가면 그 자리에 기능 아이콘이 켜진다. 손끝으로 누르면 짧고 단단한 반응이 돌아온다. 그 짧은 손맛이 기분 좋다. 아이콘이 꺼지면 다시 이음매 없는 면으로 돌아가는데, 패널 끝선이 딱 떨어지게 마감돼 있다. 렉서스는 이를 환대를 뜻하는 '오모테나시' 철학으로 설명한다.

다만 감안할 부분도 있다. 같은 ES라도 그레이드에 따라 다른 차가 된다. 전자제어 서스펜션(AVS)과 HD 어댑티브 하이빔, 소프트 클로저 도어는 전기차 럭셔리 이상에만 들어간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마크 레빈슨 17스피커도 럭셔리 이상이다. 뒷좌석 리클라이닝과 오토만, 마사지를 묶은 리어 컴포트 패키지는 ES 350e VIP에만 있다. 무게도 다르다. 시승한 두 차만 놓고 보면 전기차가 300㎏ 넘게 무겁다.

가격은 전기차가 7160만~8490만원, 하이브리드가 7290만~8080만원이다(부가가치세 포함, 개별소비세 5% 기준). 시작 가격만 보면 전기차 ES 350e 프리미엄이 하이브리드 ES 350h 프리미엄보다 130만원 싸다. 렉서스는 350e 프리미엄 구매자에게 3년 뒤 잔존가치 50%(3580만원)를 보장하는 할부 프로그램도 내놨다.

갈 때와 올 때 차를 바꿔 탔지만, 운전석에서는 둘이 생각보다 잘 구분되지 않았다. 둘을 가르는 건 결국 운전석 밖에 있다. 가격표의 숫자와, 집 주차장에 충전기가 있느냐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