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42년 어느 날 구지봉 언덕의 하늘에서 해처럼 둥근 황금알이 내려왔고 그 황금알에서 태어난 사내아이가 가야의 왕이 됐다"(삼국유사 '가야 건국신화') 김해의 역사는 500년간 유지되었던 가야왕국에서 시작됐다. 경상남도 김해시 김해대로 2181(수로왕릉역, 박물관역 하부)에 위치한 김해시 펀포켓 쉼터 조성사업 '가야를 세운 날의 이야기'는 경전철 역사 하부공간을 문화공간 및 휴게공간으로 조성해 보행자 휴게공간 및 역사하부 경관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경전철 역사 하부의 영구음지 공간으로 단순히 지나치는 소외된 공간을 활용해 단순 휴게공간 확충사업의 일환으로 착수했지만 아이디어 구상 및 협의 과정에 김해의 역사성을 담은 랜드마크형 휴게공간으로 조성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경전철 역사 이름에 부합하는 테마를 구상, 가야 왕도 김해의 수로왕 탄강설화와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과의 만남을 주제로 테마 휴게공간을 조성하게 됐다.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 김해의 건국신화를 현대적 이미지로 전달하기 위해 신묘스러운 구지봉과 구름, 그 사이에 빛나는 둥근 알을 조합해 신화의 이미지를 화이트 패널로 연출했다. 특정 방향에서 완성되는 김해의 도시 슬로건은 독특한 조합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형패널을 비춰주는 바닥조명과 달빛의 둥근 조명은 공간의 분위기를 한층 더 신비롭게 만든다. 또한 수로왕과 아유타국의 공주가 만나던 장면을 여러 겹의 원형 패널로 연출했다. 오래된 가야의 이야기와 빛을 결합한 작업은 대상지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0-07-15 16:50:10‘고령 지산동 32호분 출토 금동관’을 비롯해 가야문화권 출토 중요 유물 3건이 보물로 지정됐다. 이번에 지정한 가야 시대 유물 3건은 ‘철의 왕국’으로 알려진 가야가 각종 금속 제련 기술은 물론, 금속공예 기법에도 능해 고유한 기술과 예술문화를 형성했음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보물 제2018호 ‘고령 지산동 32호분 출토 금동관’은 1978년 고령 지산동 32호분에서 출토된 유물이다. 발굴경위와 출토지가 확실하고, 함께 출토된 유물에 의해 5세기 대가야 시대에 제작된 사실이 확인됐다. 얇은 동판을 두드려 판을 만들고 그 위에 도금한 것으로, 삼국 시대의 일반적인 금동관 형태인 ‘출(出)’자 형식에서 벗어나 중앙의 넓적한 판 위에 X자형의 문양을 점선으로 교차해 새긴 매우 독특한 양식을 보여준다. 가야 시대 금동관은 출토된 사례가 매우 적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희소가치가 탁월하며, 특히 현대적 감각을 보여주는 단순하고도 세련된 문양으로 인해 신라와 백제의 관모(冠帽)에 비해 고유성이 강해 5~6세기 대가야의 관모공예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보물로서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 보물 제2019호 ‘부산 복천동 22호분 출토 청동칠두령’은 1980~1982년 부산 복천동 22호분 발굴 때 출토된 7개의 방울이 달린 청동방울이다. 고조선 시대 의례에 사용된 청동제 방울은 팔두령(八頭領), 쌍두령(雙頭領) 등 여러 점이 알려져 있으나, 삼국 시대 유물로는 지금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다. 따라서 복천동 22호분 출토 칠두령은 가야 시대까지 관련 신앙과 제례가 계속 이어져 왔음을 증명해주는 유물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인 가치가 있다. 보물 제2020호 ‘부산 복천동 38호분 출토 철제갑옷 일괄’은 1994년부터 1995년까지 시행한 부산 복천동 38호분 제5차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4세기 철제 갑옷이다. 종장판주(縱長板冑, 투구), 경갑(頸甲, 목가리개), 종장판갑(縱長板甲, 갑옷)으로 구성되어 지금까지 유일하게 일괄품으로 같이 출토되어 주목된다. 출토지가 명확하고 제작 시기 역시 뚜렷해 삼국 시대 갑옷의 편년(編年)에도 기준이 되는 작품이다. 철제갑옷은 재료의 특성상 부식으로 인해 원형을 파악하기 어려운 편인데, 이 유물은 보존상태가 좋아 가야 철제 갑옷의 구성형식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군데군데 보수해서 사용한 흔적이 있어 가야 군사의 생생한 생활상도 엿볼 수 있다. 가야의 철기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재로서 출토지가 명확하고 가야 갑옷의 제작방식을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유물로 중요한 의의가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19-02-27 09:58:27【함안=오성택 기자】 경남 함안군의 가야유적 두 곳에서 가야왕국의 실체가 드러났다. 경남도는 18일 가야문화권 중요 유적 발굴조사 현장설명회를 통해 함안군의 주요 가야유적 두 곳에서 주목할 만한 발굴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그동안 문헌과 구전으로만 전해져 실체를 알 수 없었던 아라가야 추정 왕성지는 지난 4월 경작지를 조성하던 중 성토 흔적과 함께 우연히 발견됐다. 이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의 긴급발굴조사를 통해 가야시대 왕성의 존재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토성(土城)과 건물지 등이 확인됐다. 지난 9월부터 진행된 정밀발굴조사에서 수혈식(竪穴式)과 바닥을 땅이나 물 위에 높게 짓는 고상식(高床式) 건물지 14동과 구릉의 생김을 따라 조성된 토성벽 및 목책렬(木柵列) 약 100m가 확인됐다. 특히 건물지군에서는 유적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시설과 유물이 다량 출토됐다. 그 중 10호 건물지는 판석(板石)을 세워 만든 긴네모꼴의 건물지로, 가야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내부에 길이 5m의 부뚜막이 설치된 구조를 확인했다. 이밖에도 가로 30m×세로 6m규모의 초대형 고상식 건물지와 망루, 창고 등 다양한 용도의 건물지가 확인됐다. 출토된 유물은 그릇받침과 연질항아리, 시루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5~6세기 가야토기들이 출토됐으며, 각종 화살촉과 비늘갑옷, 말발걸이 등 다양한 철제 무기 및 마구 등이 함께 출토됐다. 발굴 관계자는 “아라가야 왕성지는 토성 등의 방어시설을 갖춘 아라가야 전성기 최고지배층의 생활공간”이라며 “이번에 발굴한 건물지군은 철제무기로 무장한 군사집단이 왕성을 방어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거주했던 시설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대상에 포함된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에서도 중요한 발굴성과가 나왔다. 말이산에서 최대 규모의 고분이자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13호분은 5세기 후반 아라가야 전성기 왕묘로 추정되는 고분이다. 일제강점기인 1918년 조선총독부가 발굴을 시도한 이래 꼭 100년 만의 재발굴 조사로, 지난해 6월 봉분 정상부에 지반침하가 발생하면서 유적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도와 함안군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지난 7월부터 본격적인 발굴을 시작해 내년 4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말이산 13호분은 봉분지름 40.1m, 높이 7.5m 규모의 대형봉토분으로 구릉 정상의 암반지형을 활용해 더욱 높고 크게 보일 수 있도록 조성됐다. 또 내부구조는 구덩식돌덧널무덤(竪穴式石槨墓)으로 네 벽면을 점토로 미장한 후 붉은 색 안료를 칠한 채색고분(彩色古墳)이다. 가야고분 중에서는 6세기 전반 소가야 고분인 고성 송학동 고분군(사적 제119호)의 1B-1호 돌방무덤(石室墓)에서 확인된 적이 있으나, 말이산 13호분은 이 보다 수십 년 앞선 것으로 향후 면밀한 조사연구가 필요하다. 또 무덤 주인의 시신이 안치되는 공간 위쪽의 뚜껑돌에서 125개의 성혈(星穴)도 확인됐다. 성혈은 지금까지 청동기인들이 밤하늘의 별자리를 큰 바위나 돌에 새긴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고구려 벽화고분에 북두칠성 등 별자리가 그려진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아 뚜껑돌의 성혈 역시 옛 가야인들의 천문사상이 반영된 흔적일 가능성이 높다. 김제홍 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문헌기록이 부족한 가야사는 그동안 유적에 대한 조사연구가 절실히 필요했음에도 소홀한 감이 있었다”며 “가야사가 우리 고대사의 한축이었음을 밝혀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는 내년도 가야사 연구복원을 위해 국비 포함 739억 원을 확보했으며, 조사연구를 통한 가야사 규명과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 및 가야문화 아카데미, 영호남 화합한마당 축제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ost@fnnews.com 오성택 기자
2018-12-18 11:35:45【 고령(경북)=조용철 기자】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과 가야산으로 둘러싸인 경북 고령은 6세기까지 대가야의 도읍지였다. 대가야(42~562)는 500여년간 존속하며 찬란한 고대문화를 꽃피웠지만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역사 속에 감춰진 채 신비의 왕국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1977년 고령 지산동 44호와 45호 고분이 발굴되면서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한 대가야 문화가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고령군 일대에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청동기 시대로 추정된다. 삼한시대 이 지역에 있던 반로국이 주변 세력을 병합해 대가야로 발전했다. 대가야는 금관가야가 쇠퇴한 뒤 후기 가야의 맹주로 세력을 떨쳤다. 농업에 유리한 입지 조건과 제철 기술을 바탕으로 4세기 이후 발전과정을 거치면서 5세기 이후가 되면 가야 여러 지역을 대표하는 국가로 발전한 것. 문화적으로도 가실왕의 명을 받아 우륵이 가야금을 만들고 12곡을 짓는 등 높은 문화 수준을 갖췄다. 전성기 대가야의 영역은 고령 지역을 중심으로 합천, 거창, 함양, 산청 등 영남지역은 물론이고 남원, 장수, 진안, 임실, 구례, 순천 등 호남지역을 포함하고 있었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따르면 대가야는 시조 이진아시왕에서 도설지왕에 이르기까지 16대에 걸쳐 520년간 존속했다. 경북 고령 '신비의 대가야 여행'은 외국인이 우리나라 전통무예를 체험하는 특화 프로그램인 '오륙도에 서서 바다를 돌려차다'(부산 대영태권도장) 등과 함께 전통문화 체험을 고품격 관광 프로그램으로 육성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18년 신규 전통문화·전통무예 콘텐츠 체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대가야 유적과 우륵의 가야금 공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까지 버스 여행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올해부터는 개별관광객의 체험 활동을 돕기 위해 프로그램을 보완, 진행중이다. ■고대왕국의 신비, 지산동 대가야고분군주산에 올랐다. 주산은 고대 대가야 시대의 중요한 고분들이 있는 문화의 보고로 고령의 명산이다. 주산에는 대가야 시대 궁성을 방어하기 위한 주산성과 지산동 고분군, 산림욕장을 갖췄다. 이처럼 고령 주산에 분포한 지산동 고분군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발굴된 순장묘인 44호와 45호 고분 등을 포함해 크고 작은 고분 700여기가 늘어서 있다. 대가야의 왕과 왕족 그리고 귀족들이 묻힌 신성구역으로 대가야국의 융성을 무언으로 말해주는 듯하다. 주산의 남동쪽 능선을 따라 조성된 고분군에는 산 정상 부근의 지름이 20m도 넘는 대형고분이 있어 웅장함을 더해준다. 고분군을 따라 조성된 2㎞가량의 산책로를 거닐면 1500여년 전 대가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고분과 고분을 잇는 산책로는 1500여년 전 대가야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고령 장터에서 주산 산림욕장을 거쳐 지산동 고분군을 연결하는 4㎞ 산책로는 이색 체험코스다. 아름드리 솔숲을 지나면 고분군을 만난다. 고분산책로는 그리 힘들이지 않고 타박타박 오를 수 있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고분군 산책로는 동쪽 낙동강 물길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강바람을 만날 수 있어 시원하다. 중턱쯤에 드리워진 나무 그늘은 휴식할 수 있는 쉼터이자 고령 읍내를 한 눈에 굽어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다. 지산동 고분군을 따라 내려오면 지난 2005년 문을 연 대가야박물관과 만난다. 대가야의 우수한 문화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대가야사 전문 박물관이다. 대가야박물관은 대가야왕릉이 모여있는 지산동고분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대가야왕릉전시관'과 '대가야역사관'으로 구성됐다.대가야역사관에선 대가야 및 고령지역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역사·문화에 대한 설명과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대가야왕릉전시관에선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대규모 순장무덤인 지산리 44호 고분의 내부를 원래 모습 그대로 재현해놓아 관람객들이 실물 크기로 복원된 고분 속으로 들어가 무덤 구조와 축조방식, 주인공과 순장자들의 매장 모습, 부장품의 종류와 성격 등을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정정골에서 울려퍼지는 가야금 소리지산동 고분군의 풍경을 뒤로 한 채 우륵박물관으로 향했다.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쾌빈리의 금곡은 '정정골'로 불린다. 우륵이 예술활동을 펼쳤던 정정골에 자리잡은 우륵박물관은 가야금을 창제한 악성 우륵의 생애와 음악을 입체적으로 조명해 놓았다. 이곳에서는 우륵의 생애와 가야금의 기원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미니 가야금 만들기 체험, 가야금 연주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가야금은 대표적인 우리 전통 현악기로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악기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대가야의 가실왕이 열두 달의 음률을 본떠 12현금을 만들고 우륵에게 명해 12곡을 짓도록 했다. 당시 가야금 곡조에는 모두 185곡이 있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우륵이 지은 곡이 12곡인데 곡 제목이 하가라도, 상가라도, 보기, 달이, 사물, 물해, 하기물, 사자기, 거열, 사팔혜, 이사, 상기물 등 가야의 지역명이었다. 우륵박물관 안에 있는 우륵국악기연구원도 꼭 둘러보길 권한다. 이곳에선 가야금의 종류와 제작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가야금은 수령 30년 이상된 오동나무를 5~7년 자연 건조시킨 뒤 살아있는 소리를 선별해 연주용으로 만들어진다. 우륵박물관 인근 가얏고마을에선 가야금 연주 체험을 할 수 있다.우륵국악기연구원 김동환 명장은 "한 그루의 오동나무가 음(音)으로 태어난다. 음을 잘 다스려야 악(樂)이 완성된다. 음은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연주자의 손길에 다스려진다. 장인의 손길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어 완성된 가야금의 깊은 곳에서 맑은 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자연의 소리를 담아 전통기법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18-11-01 16:55:44다음주 주말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을 방문하면 고대 가야왕국 중 가장 번성했던 금관가야 역사문화 체험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렛츠런파크 부경은 오는 27~28일 이틀간 '금관가야 마철축제'를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축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공연과 체험 모두 별도의 사전 신청 없이 현장에서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우선 '가야 철기 문화관'에서는 가야의 융성했던 철기문화를 한 자리에서 즐기면서 배울 수 있다. 불 피우기, 풀무질 다듬질 등의 제련 과정을 재연하고 체험할 수 있는 '가야 철기 공방'과 흙과 물레를 이용해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분청도자기 홍보관'도 마련된다. 또 가야유물 발굴, 가야순장, 가야의복 체험 등이 진행된다. 다음으로 김해시 관광 활성화를 위한 ‘지역 상생 문화관’이 운영된다. 특히 지역 농업인 생산물 만으로 운영되는 장터를 행사장 내에 열어 지역사회에 기여할 예정이다. '전통 공연 한마당'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가야설화 인형극과 가야금 공연 등 다양한 역사문화 공연이 실시된다. 마지막으로 렛츠런파크에서 실시되는 만큼, '전통 마(馬) 문화관'이 준비된다. 그 중 최고의 볼거리는 ‘세계 희귀 말 전시’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미니호스’를 방문객들이 가까이에서 만져보고 먹이를 주는 다양한 체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평소에 접하기 힘든 승마 체험도 할 수 있으며, 말과 관련한 유물과 도구들이 전시돼 해설사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다. sr52@fnnews.com 강수련 기자
2018-10-18 09:29:52【김해=오성택 기자】 경남 김해시는 허성곤 시장을 비롯한 ‘가야왕도 김해’ 대표단이 지난 4일부터 6일간 허왕후의 고향인 인도 우타르프라데시(UP)주를 방문하고 돌아왔다고 9일 밝혔다. 대표단의 이번 방문은 지난해 12월 국제우호협력도시로 맺어진 UP주의 첫 번째 공식 초청에 의해 이뤄졌으며, 허왕후 기념비 건립 17주년 기념행사와 한-인도 허왕후 기념공원 공동조성사업 기공식 및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축제 개막식에 참석했다. 특히 허 시장은 한-인도 허왕후 기념공원 공동조성사업 기공식 참석을 위해 인도를 방문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허왕후 신행길 관광자원화 사업 △인도 박물관 건립사업 △이윤재·허웅 선생 기념관 건립사업 △2023년 전국체육대회 유치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또 요기 아디티야나트(Yogi Adityanath) UP주 총리와 만찬 자리에서 김해시와 UP주간 상호 발전적인 우호협력관계를 강조했다. 허 시장은 인도 UP주와의 국제우호협력도시 협약 체결에 많은 도움을 준 주인도 대한민국대사관 김금평 참사관(주인도 한국문화원장)을 만나 감사의 뜻으로 ‘명예시민증’을 전달했다. 비크람 도래스와미(Vikram Doraiswami) 전 주한 인도대사에게 인도산 석가모니 보리수나무를 요청하고 내년 가야문화축제에 UP주 총리의 김해 방문이 성사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 시는 이번 방문기간 50여개 현지 여행사를 초청해 김해관광 홍보설명회를 개최하는 한편, 여와 디왈리축제장에 ‘관광홍보체험관’을 설치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시 관계자는 “김해와 인도는 허왕후로 인해 혈연으로 연결된 남다른 인연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뜻깊은 방문이었다”며 “2000년 전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사랑으로 시작된 특별한 인연 덕에 상호 긴밀한 교류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ost@fnnews.com 오성택 기자
2018-11-09 17:42:03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비슈케크에서 계획한 일들이 거의 끝나가자 슬슬 이곳을 떠나 다음 나라로 갈 준비를 했다. 서너달가량 아무 문제없이 잘 달려준 까브리지만 한국분들이 많은 비슈케크에서 한번 체크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싶어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코리아모터스란 정비소를 소개받아 찾아갔다. 친절하신 사장님은 까브리 안쪽 타이어까지 꼼꼼하게 공기압체크를 해주시고 차를 잘 돌봐주셔서 매우 든든했다. 비슈케크를 떠나기 전 들린 곳은 '카페 비스킷'이다. 이곳에 도착한 첫주에 현지분들과 처음 만나 식사를 한 곳인데 정말 맛있고 저렴해서 앞으로 이런 식당을 또 만나랴 싶어 탄이와 둘이서 비슈케크 마지막 식사를 하러왔다. 작은 마시멜로가 듬뿍 올라간 코코아로 당을 채우고 행복해하는 탄이. 내가 좋아하는 브런치요리가 예쁘게 담겨 나왔다. 샐러드, 수란, 핫케잌, 베이컨 등등 맛있게 냠냠. 다음 목적지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이다. 목적지까지 3일이상이 걸리는 장거리 여행이 될것이다. 카자흐스탄을 경유하는 코스도 있지만 국경을 2번이나 넘는 것이 부담이 돼서 키르기스스탄 남서쪽의 오시(Osh)를 통해 우즈벡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비슈케크를 출발하는 아침, 새벽에 눈이 떠졌다. 두달간 머무르며 좋은 분들과 의미있는 경험을 하는 시간도 좋았지만 다시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흥분과 설레임이 우리를 사로잡았다. 여태껏 비슈케크에서 카라콜, 이식쿨호수, 나른 등등 주변을 다닐때는 항상 동쪽으로 갔었는데 처음으로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떠난다. 가을이 된 비슈케크는 여름내 한방울도 안온 비가 많이도 내린다. 출발하는 날에는 약간 흐렸지만 비는 안와서 짐 싣기 좋았다. 비슈케크에서 왔다갔다 할 때와는 다른 느낌의 드라이브. 이제 알지 못하는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는 실감이 몹시도 든다. 하늘에 아름다운 뭉게구름과 저멀리 병풍처럼 이어진 키르기스의 설산과 황금빛 들판이 엽서속 풍경인양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한참을 달려 산 근처까지 다다르자 웬 화물차들이 끝이 없는 줄을 지으며 길 양옆에 서있다. 이 차들은 뭘까? 설마 우리도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겠지? 살짝 불안한 마음으로 끝까지 가보자 황당하게도 톨게이트가 나왔다. 한국 떠난 후 처음 보는 톨게이트다. 827솜을 내고 QR코드가 있는 영수증같은 것을 받았는데 징수원이 열심히 설명하는 것이 표를 절대 버리면 안된다고 하는 듯 하다. 나중에 확인하는 곳이 있으니 잘 간수해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아무도 보자고 한 사람은 없었다. 해발 3000m를 향한 본격적인 자동차 산행이 시작 되었다. 구불구불 오르막 산길을 계속 가다보니 눈이 쌓인 산들이 옆으로 지나간다. 코너를 돌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나온다. 스마트폰의 고도계 앱으로 계속 현재 고도를 확인했는데 2000, 2500, 드디어 3000m가 넘었다. 세상이 온통 하얗고 눈보라가 겨울왕국인듯 신비한 장면을 만들고 있었다. 아스팔트 위로 눈알갱이인지 연기같은 하얀 가루들이 바람에 물결무늬를 만드는 모습이 신기하다. 하지만 내리는 눈과 안개에 시야가 점점 안좋아져서 도로의 상태가 걱정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다행히도 탄의 레이더에 들어온 노련한 운전자의 차 한대. 든든한 선행차 친구가 있으니 초행길도 문제 없다. 룰루랄라 따라가다보니 터널이 나왔다. 한국을 떠난 이후로 처음 보는것이 톨게이트뿐이 아니었다. 그 넓은 시베리아와 세나라를 다니는 동안 단 한개의 터널도 없었던거다. 큰 트럭들이 터널앞에 줄서있는데 우리 친구차는 옆을 지나쳐 들어가는 것이 대충 분위기가 터널이 좁아서 큰 트럭은 신호등의 신호를 받고 가야하고 작은 차들은 그냥 가도 되는 것 같았다. 터널앞 신호등은 빨간불이었지만 우리도 얼른 친구차를 따라 들어갔다. 터널 폭은 좁고 노면은 울퉁불퉁해서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생각보다 꽤 긴 터널이었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이곳은 눈이 펑펑내리는 완전히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이다. 길가옆에 부랴부랴 스노우체인을 장착하는 승용차들이 여럿 보였다. 다행히 까브리는 겨울용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다. 빙판에 미끄러지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좀 위안이 된다. 앞차의 흔들림이 심상지 않은 것을 보니 바짝 긴장이 된다. 눈과 얼음으로 길에 심한 요철구간을 지난다. 쿵덕쿵덕 천장에 머리를 찧을 정도로 흔들리며 우리도 조심조심 지나갔다. 도로의 난이도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것 같다. 그래도 노련한 선행차가 있어 다행이다. 절대 놓치지 말아야겠다. 탄이는 내가 아름답다고 하는 경치 보랴 어려운 구간 운전하랴 바쁘다. 터널을 지나니 곧 내리막길이 되어 산을 어느정도 내려오자 도로상태가 매끈하니 좋아졌다. 산을 내려오자 좀전에 눈보라에 온세상이 하얗던 겨울왕국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봄이 찾아왔다. 계속 달려 한두시간이 지나자 이번엔 뙤약볕이 내리쬐고 민둥산에 갈색들판의 사막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대체 하루에 몇가지 계절을 보는건지 참 버라이어티하다. 점심 즈음에 커다란 호수를 만났다. 호수 가까이 차를 대고 잠시 쉬며 식사를 하기로 했다. 구름 사이로 햇빛 줄기가 퍼지고 영롱한 푸른빛의 호숫물이 반짝이고 주변의 높은 언덕은 맨 흙의 속살을 드러내며 태초에 지어진 구불구불한 모습으로 호수를 두르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오늘 하루동안 정말 다양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열심히 일하며 보낸 두달을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계속해서 남서쪽으로 달리고 달려 해가 지기 시작할때가 되어 차박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길에서 조금 들어간 평지에 강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정박지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풍경이 예술이다. 내일 아침 일어나면 어떨까 기대된다. 그런데 우리가 차를 세운 언덕 바로 아래쪽에 살림집이 있어 탄이가 이곳에 차를 대고 자도 괜찮겠냐고 물어봐야겠다며 갔다. 처음엔 돈을 내라고 해서 그럼 그냥 가겠다고 하자 그냥 자도 된다고 했다고 한다. 그집 아이들과도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었다. 차를 잘 대고 잠을 청하는데 개짖는 소리가 심상치가 않다. 개떼가 차를 둘러싸고 짖는 듯이 위협적이고 너무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개떼가 밤에 노는 곳을 우리가 뺏은건가 싶을 정도였다. 버티다버티다 안되겠어서 일어나 깜깜한 밤 조용히 다른 잘곳을 찾아 차를 몰았다. 길옆 작은 마을로 들어가서 적당한 곳을 발견하고 나머지 잠을 잤다. 오늘은 국경을 넘는 날이다. 지도를 보니 오시까지 안가더라도 근처 1시간거리에 국경이 있는 듯 했다. 꼭 오시에 갈일이 있는게 아니니 '더 빠른 국경이 있으면 좋지' 하며 찾아갔다. 마을에 도착하자 국경 근처부터 차와 사람들이 엄청 많다. 차는 많은데 길이 막혀있다. 내려서 물어보고 말이 안통해 고생하다 겨우 알아낸 것은 차량 통과는 안되고 사람만 왕래가 가능한 국경인 모양이다. 사람들이 괜히 오시 이야기를 한게 아니었다. 뭐 이것으로 사람만 통과 가능한 국경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치고 다시 오시로 향했다. 오시에 다다르자 차가 막히기 시작한다. 다시 도시에 들어온 느낌이다. 러시아번호판을 단 차량이 종종 보인다. 징집을 피해 주변국으로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그런 사람들인가 싶었다. 키르기스스탄 제2도시 오시, 도시의 분주함이 느껴진다 드디어 국경검문소에 도착했다. 커다란 화물트럭들이 줄지어 서있다. 검문소 앞에 도착하니 바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알고보니 길 좌우에 세워진 승용차들이 다 입국을 기다리고 있는 차들이었다. 말도 안통하는데 삐끼인듯한 사람이 자꾸 와서 말을 건다. 대충 눈치가 돈을 내면 빨리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같은데 그냥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다. 한시간 정도 기다리자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기다림이 길어져서 삐끼도움이라도 받아야하나 좀 고민하고 있었는데 역시 기다리니 순서대로 해준다. 다행이다. 군인의 지시대로 안쪽으로 들어왔다. 국경을 넘는 다른 차들은 대개 짐이 없다. 불필요한 의심을 안받고 검문과정을 쉽게 넘기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맥시멀리스트로 4계절 살림을 다 싣고 다니니 입국심사가 오래걸릴 수 밖에 없다. 키르기스출국심사를 통과하고 우즈벡 입국심사를 받을때엔 벌써 해가 졌다. 입국심사 때에는 동승자는 하차해서 도보로 통과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여권과 간단한 배낭 하나를 들고 내렸다. 현지인들 사이에 섞여 걸어가다가 검문대 앞에 줄을 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희잡 쓴 아주머니들이 농산물 등 짐을 잔뜩 들고 간다. 여기도 국경간 농산물 통과가 자유롭나보다. X레이 검사대 같은 것이 있긴했는데 그냥 옆으로 지나서 십여분 만에 국경을 통과했다. 키르기스 국경보다는 훨씬 큰 상점과 음식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탄이를 기다렸다. 낮엔 더웠는데 밤이 되자 기온이 점점 내려간다. 얇은 긴팔 하나만 입고 나왔는데 너무 추워서 몸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몸을 움직이면 좀 덜 추울까 하고 손으로 팔을 비비며 깡총깡총 뛰고 있는데 뒤쪽에서 누가 오더니 말을 건다. 음식점 주인이 나의 벌벌 떠는 모습을 보고는 실내에서 기다리라며 고마운 제안을 해주셨다. 마침 손님이 하나 없어 편하게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릴 수 있었다. 가게에서도 내가 떨고 있는 걸 보더니 입고 있던 얇은 패딩 윗옷을 벗어 덮어주기까지 했다. 염치없었지만 너무 추워서 냉큼 받았다. 민망하고도 감사한 일이었다. 3시간정도 기다린 후에 드디어 탄이 까브리와 함께 나왔다. 나그네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않고 온정을 베풀어주신 고마운 음식점 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까브리에 탔다. 나는 도움 받은 일을 탄이에게 신나게 이야기하고 탄이는 국경 넘은 과정을 이야기해주었다. 생각보다 그렇게 까다롭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 입국을 자축하며 잘 곳을 찾아 가까운 작은 도시에 들어갔다. 한적한 어떤 주차장에서 차박을 하기로 했다. 큰길에서 약간 들어간 곳이라 조용하고 한산했는데 자다가 지나가는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 긴장하기도 했지만 별일 없이 잘 잤다. 무사히 하룻밤을 또 보내고 이제 드디어 타슈켄트에 도착하는 날이다. 새로운 나라에 왔으니 환전과 유심구입을 해야한다. 키르기스 돈은 솜인데 우즈벡 돈은 숨이다. 오 다르고 우 다르다. 안디잔과 나망간을 경유해서 400km 6시간 거리이니 오후에는 도착하겠다 싶었다. 우즈벡의 도로는 키르기스스탄보다 넓고 포장 상태도 좋다. 여정이 편안하다. 가는 길에 보이는 차들이 거의가 하얀색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하얀색 다마스가 엄청 많이 눈에 띄어 한번에 5~6대의 하얀색 다마스를 보는 것은 일도 아니다. 마치 하얀양떼가 우르르 함께 돌아다니는 것 같은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대우에서 우즈벡에 공장을 세워 여기서 생산된 다마스가 매우 저렴하게 판매되어 인기가 많다고 한다. 우즈벡의 도로는 정비 잘된 고속도로의 느낌이어서 어제 지나온 길들이 꿈처럼 느껴졌다. 우리 마음속에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였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SKa6Pdx5afI?si=SOqgaoMsnZ3dwvzN>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7-11 14:58:04오는 23일은 절기상 처서(處暑)다.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고 회자되는 날이다. 장맛비와 폭염으로 요란했던 여름도 계절의 엄연한 순행 앞에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한동안 쨍한 햇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기 힘들었지만 얼마 전부터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감돈다. 낮에도 화려한 돛을 단 배들이 푸른 바다 위를 운행하나 싶은 쾌청한 하늘을 종종 본다. 대기가 맑은 날이 많아 밤에는 서울에서도 별이 보인다. 그야말로 '별이 빛나는 밤'이다. 밤하늘에서 느껴지는 무한에 대한 감동을 격렬한 필치로 그림에 담아낸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생전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고 말했다. 동분서주 바쁘기만 한 이들도 계절이 바뀌는 때만큼은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곤 사색에 잠긴다. 전국 각지에는 아름다운 별자리를 천체기구를 통해 관측해 볼 수 있는 과학관과 천문대가 많다. 어린아이와 함께 방문하기 좋은 체험형 전시가 많은 곳부터 고지대에 있어 운동 삼아 방문하기 좋은 곳까지, 나이와 취향에 따라 알맞은 곳을 찾아 나만의 별자리 여행을 떠나보자. 최근 테마여행 상품을 출시한 국립광주과학관을 비롯해 천문 애호가들 사이에 알려진 천체 관측 명소 몇 곳을 소개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국립광주과학관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국립광주과학관은 광주의 상징인 빛과 예술을 주제로 2013년 10월 개관했다. 최대 구경 1.2m인 주망원경을 갖춘 별빛천문대와 캠프숙박동 별빛누리관을 갖추고 있다. 본관에는 상설전시관과 360도 영상 관람이 가능한 특수영상관, 상상홀, 카페 등이 있고, 과학을 주제로 한 체험형 전시가 많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현재 별빛천문대에서는 야관천체관측 프로그램인 '별빛학교', '밤하늘관측대장'을 열고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달 31일에는 특별관측 행사인 '슈퍼블루문'이 예정돼 있다. 오는 26일부터는 한국관광공사, 신안군과 함께 출시한 '별빛달빛여행'도 선보인다. 국내에서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손꼽히는 전남 신안 자은도 양산해변에 누워 천문 연구원의 설명과 함께 별자리를 찾는 상품이다. 여행 첫날 과학관 천체투영관에서 별자리에 관한 사전교육을 받는다. 주말 1박2일 프로그램으로 총 3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해발 1010m 조경철천문대 강원도 화천군에 위치한 조경철천문대는 한국 천문학계의 거장이자 '아폴로 박사'라 불리는 조경철 박사(1929~2010)의 꿈과 발자취를 기리기 위해 2014년 10월 세워졌다. 국내 시민천문대 중 가장 높은 곳(해발 1010m)에 있고, 시민천문대 중 가장 큰 구경인 1m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운무나 불빛으로 인한 광해가 없고 연간 관측 일수가 130일 이상이어서 밤하늘을 관측하는 데 최적지로 꼽힌다. 맑은 날에는 맨눈으로 은하수를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청정 지역이다. 지형의 특성상 부부나 연인 등 성인들이 방문하기에 좋다. 천문대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에 4개의 돔을 갖고 있다. 각 돔 아래에는 60㎝ 망원경 관측실, 12m 천체투영실, 1m 망원경 관측실, 슬라이딩 돔 관측실이 각각 자리한다. 48석이 마련된 천체투영실에서는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별자리 여행을 떠날 수 있다. 1층에는 조경철 박사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기념관도 있다. ■가야 설화 품은 김해천문대 경남 김해시 분성산(382m) 정상에 위치한 김해천문대는 2002년 개관한 경남 지역 유일의 천문대다. 김수로왕의 탄생 설화를 모티브로 설계한 거대한 알 모양의 전시동을 중심으로 관측동과 천체투영실이 자리한다. 지름 20m의 구형 철제구조물로 이뤄진 전시동에서는 우리나라 천문관측의 역사를 입체영상으로 살펴보는 매직비전, 태양계 각 행성에서 자신의 몸무게를 측정해보는 중력실험장치 등 천문교육 전시물이 마련돼 있다. 대부분 관람객이 직접 만져보며 작동시킬 수 있는 체험형 전시다. 천체관측은 두 곳의 주관측실과 보조관측실에서 진행된다. 주관측실에는 각각 200㎜ 굴절망원경과 600㎜ 반사망원경, 보조관측실에는 소구경 굴절망원경 4대가 있다. 지름 8m의 반구형 스크린을 갖춘 천체투영실에서는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할 주요 천체와 별자리에 대한 설명을 사전에 들을 수 있다. 천체관측은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관측하는 주간과 은하계를 관찰하는 야간으로 나눠 운영한다. ■영상 풍부한 곡성섬진강천문대 전남 구례군에 위치한 곡성섬진강천문대는 섬진강 줄기를 따라 평지에 자리 잡았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600㎜ 리치크레티앙 반사망원경이 설치돼 있는 주관측실과 다양한 중형 망원경이 구비된 보조관측실, 8m 원형돔 스크린을 갖춘 천체투영실이 마련돼 있다. 이외에 VR자이로스코프, 우주엘리베이터, 4D·VR 융합상영관, 어린이체험과학관 등 체험 시설도 갖췄다. 천체투영실에서는 밤하늘의 별자리를 입체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빛의 왕국', '우리는 외계인' 등 8개의 상영물이 준비돼 있어 관심도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천문관측은 주간과 야간 모두 가능하다. 주간에는 태양을, 야간에는 달과 행성 등을 관측한다. 야간 천문관측은 주관측실에서 달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달 관측이 끝나면 보조관측실로 이동해 작은 별이나 성운, 성단 등을 관찰한다. 각각의 천체망원경들은 그날 관측 가능한 별과 성운 등에 미리 맞춰져 있어 관람이 편리하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3-08-17 18:31:52오는 23일은 절기상 처서(處暑)다.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고 회자되는 날이다. 장맛비와 폭염으로 요란했던 여름도 계절의 엄연한 순행 앞에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한동안 쨍한 햇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기 힘들었지만 얼마 전부터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감돈다. 낮에도 화려한 돛을 단 배들이 푸른 바다 위를 운행하나 싶은 쾌청한 하늘을 종종 본다. 대기가 맑은 날이 많아 밤에는 서울에서도 별이 보인다. 그야말로 ‘별이 빛나는 밤’이다. 밤하늘에서 느껴지는 무한에 대한 감동을 격렬한 필치로 담아낸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생전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고 말했다. 동분서주 바쁘기만 한 이들도 계절이 바뀌는 때만큼은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곤 사색에 잠긴다. 전국 각지에는 아름다운 별자리를 천체기구를 통해 관측해 볼 수 있는 과학관과 천문대가 많다. 어린아이와 함께 방문하기 좋은 체험형 전시가 많은 곳부터 고지대에 있어 운동 삼아 방문하기 좋은 곳까지, 나이와 취향에 따라 알맞은 곳을 찾아 나만의 별자리 여행을 떠나보자. 최근 테마여행 상품을 출시한 국립광주과학관을 비롯해 천문 애호가들 사이에 알려진 천체 관측 명소 몇 곳을 소개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별자리 여행, 국립광주과학관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국립광주과학관은 광주의 상징인 빛과 예술을 주제로 2013년 10월 개관했다. 최대 구경 1.2m인 주망원경을 갖춘 별빛천문대와 캠프숙박동 별빛누리관을 갖추고 있다. 본관에는 상설전시관과 360도 영상 관람이 가능한 특수영상관, 상상홀, 카페 등이 있고, 과학을 주제로 한 체험형 전시가 많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현재 별빛천문대에서는 야관천체관측 프로그램인 ‘별빛학교’, ‘밤하늘관측대장’을 열고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달 31일에는 특별관측 행사인 ‘슈퍼블루문’이 예정돼 있다. 오는 26일부터는 한국관광공사, 신안군과 함께 출시한 ‘별빛달빛여행’도 선보인다. 국내에서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손꼽히는 전남 신안 자은도 양산해변에 누워 천문 연구원의 설명과 함께 별자리를 찾는 상품이다. 여행 첫날 과학관 천체투영관에서 별자리에 관한 사전교육을 받는다. 주말 1박2일 프로그램으로 총 3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해발 1010m에서 떠나는 은하수 여행, 조경철천문대 강원도 화천군에 위치한 조경철천문대는 한국 천문학계의 거장이자 ‘아폴로 박사’라 불리는 조경철 박사(1929~2010)의 꿈과 발자취를 기리기 위해 2014년 10월 세워졌다. 국내 시민천문대 중 가장 높은 곳(해발 1010m)에 있고, 시민천문대 중 가장 큰 구경인 1m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운무나 불빛으로 인한 광해가 없고 연간 관측 일수가 130일 이상이어서 밤하늘을 관측하는 데 최적지로 꼽힌다. 맑은 날에는 맨눈으로 은하수를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청정 지역이다. 지형의 특성상 부부나 연인 등 성인들이 방문하기에 좋다. 천문대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에 4개의 돔을 갖고 있다. 각 돔 아래에는 60㎝ 망원경 관측실, 12m 천체투영실, 1m 망원경 관측실, 슬라이딩 돔 관측실이 각각 자리한다. 48석이 마련된 천체투영실에서는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별자리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천문대 1층에는 조경철 박사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기념관도 있다. 가야 설화와 함께 떠나는 천체 여행, 김해천문대 경남 김해시 분성산(382m) 정상에 위치한 김해천문대는 2002년 2월에 개관한 경남 지역 유일의 천문대다. 김수로왕의 탄생 설화를 모티브로 설계한 거대한 알 모양의 전시동을 중심으로 관측동과 천체투영실이 자리한다. 지름 20m의 구형 철제구조물로 이뤄진 전시동에서는 우리나라 천문관측의 역사를 입체영상으로 살펴보는 매직비전, 태양계 각 행성에서 자신의 몸무게를 측정해보는 중력실험장치 등 천문교육 전시물이 마련돼 있다. 대부분 관람객이 직접 만져보며 작동시킬 수 있는 체험형 전시다. 천체관측은 두 곳의 주관측실과 보조관측실에서 진행된다. 주관측실에는 각각 200㎜ 굴절망원경과 600㎜ 반사망원경, 보조관측실에는 소구경 굴절망원경 4대가 있다. 지름 8m의 반구형 스크린을 갖춘 천체투영실에서는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할 주요 천체와 별자리에 대한 설명을 사전에 들을 수 있다. 천체관측은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관측하는 주간과 은하계를 관찰하는 야간으로 나눠 운영한다. 영상물과 함께 즐기는 별자리 탐방, 곡성섬진강천문대 전남 구례군에 위치한 곡성섬진강천문대는 섬진강 줄기를 따라 평지에 자리 잡았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600㎜ 리치크레티앙 반사망원경이 설치돼 있는 주관측실과 다양한 중형 망원경이 구비된 보조관측실, 8m 원형돔 스크린을 갖춘 천체투영실이 마련돼 있다. 이외에 VR자이로스코프, 우주엘리베이터, 4D·VR 융합상영관, 어린이체험과학관 등 체험 시설도 갖췄다. 천체투영실에서는 밤하늘의 별자리를 입체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빛의 왕국’, ‘우리는 외계인’ 등 8개의 상영물이 준비돼 있어 관심도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천문관측은 주간과 야간 모두 가능하다. 주간에는 태양을, 야간에는 달과 행성 등을 관측한다. 야간 천문관측은 주관측실에서 달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달 관측이 끝나면 보조관측실로 이동해 작은 별이나 성운, 성단 등을 관찰한다. 각각의 천체망원경들은 그날 관측 가능한 별과 성운 등에 미리 맞춰져 있어 관람이 편리하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3-08-17 07:50:04【김해(경남)=정순민 기자】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012년부터 2년 주기로 한국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을 선정·발표해오고 있다. 관광지에 대한 일반 평가와 지방자치단체 추천,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최종 선정지를 정하는데, 몇몇 여행지의 경우는 2~3곳을 묶어 발표하는 경우가 있어 딱 100곳은 아니다. 지난해 말 발표한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는 지난 2012년 이후 6회 연속 선정된 14곳을 포함해 총 100곳의 관광지가 이름을 올렸다. 이중 청와대 앞길과 서촌마을, 롯데월드 서울스카이(이상 수도권), 한밭수목원(충청권),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호남권), 김해 가야테마파크(경상권) 등 33곳은 이번에 처음 등재된 여행지다. 그중 경남 김해에 있는 가야테마파크와 인근 관광지 몇 곳을 둘러봤다. ■김수로왕의 전설을 찾아서 본격적인 여행을 떠나기 전 먼저 알아둬야 할 이야기가 있다. 삼국유사에 전해져 내려오는 금관가야(가락국) 시조 김수로왕과 인도 아유타국(阿踰陀國) 공주 허황옥 스토리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먼 옛날 낙동강 주변의 평야 지역(지금의 김해)에는 왕이 없이 9명의 부족장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하늘에서 황금알 여섯 개가 내려와 그중 가장 먼저 깨어난 알에서 나온 이가 왕이 되었다. 그가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이다. 또 김수로왕은 이역만리 타국에서 붉은 깃발을 단 배를 타고 온 여인과 혼례를 올렸는데, 그녀가 김수로왕과 백년해로하며 금관가야를 강성하게 한 김수로왕의 비(妃) 허황옥이다.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러브스토리는 김해 가야테마파크 내 가야왕궁 메인 건물인 태극전에서 시작된다. 가야왕궁 안에는 TV드라마 '김수로'(2010년) 세트장으로 쓰였던 건물이 일부 남아 있는데 2층 높이의 건축물인 태극전도 그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김수로왕의 탄생 설화부터 허황옥과의 혼례까지 모든 이야기를 직접 손으로 터치하며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증강현실(AR)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 흥미롭다. 주말에는 가야 왕과 왕비 옷을 입고 어좌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도 있어 인증샷을 남기기에 좋다. ■김해의 '노을 뷰 맛집' 분산성 김해에 왔다면 꼭 둘러봐야 할 곳 중 하나가 분산성(사적 제66호)이다. 해발 382m의 야트막한 분산 정상에는 두툼하게 석탑 띠를 두르듯 돌을 쌓아올린 산성이 있다. 이곳은 최근 '김해의 만리장성'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노을 뷰 맛집'이라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곳이다. 김수로왕과 혼인을 한 허황옥이 고향 아유타국을 그리워하며 거닐었던 곳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분산성은 정확한 축조 시기를 알 수 없다. 허왕후 전설이 깃든 해은사(海恩寺)가 인근에 있어 가야시대부터 축조를 시작했다고 추정하지만, 삼국시대는 물론 청동기 시대의 흔적도 발견된다. 고려와 조선시대, 그리고 최근까지 오랜 세월 여러 차례 증축과 복원을 거쳐 지금의 반듯한 모습으로 꾸며졌다. 총둘레 929m 중 서북 30m 구간은 성곽이 무너진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역사의 숨결을 좀 더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봉수대로 오르기 직전 성곽을 따라 탁트인 전망을 보며 고즈넉한 산책을 해도 좋다. '왕후의 노을'이라고 불리는 분산성의 노을은 운명의 짝을 찾아 이역만리 타국 땅으로 온 허황옥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산에 올라 바라보았던 노을이다. 기암괴석과 숲이 섞여있는 좁은 산길을 지나면 분산성과 김해 전경이 다시 펼쳐지는데, 동문 쪽에서 바라본 풍경보다 아늑하고 정겹다. 왜군의 침입을 연기로 알리던 봉수대는 지난 1999년 복원돼 분산성 반대편 김해 시내를 지켜보고 있다.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능 김해 가야테마파크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수로왕릉이 있다. 높이 5m의 원형 봉토 무덤인 수로왕릉을 이곳 사람들은 납릉(納陵)이라고 부른다. 납릉 정문의 화반 위에는 석탑을 가운데 두고 두 마리의 물고기가 마주 보고 있는 문양(쌍어문·雙魚文)이 있다. 김수로왕의 비인 허황옥이 인도에서 왔다는 증거 중 하나라는 쌍어 문양이다. 납릉 옆 숭정각에는 수로왕과 허왕후의 표준 영정이 있다. 수로왕은 붉은색, 허왕후는 푸른색 옷을 입고 있다. 낮에는 문이 열려 있어 영정을 볼 수 있다. 숭정각의 영정은 분산에 있는 해은사 영정을 토대로 그린 것이다. 가락유물관에는 가야시대의 철기 문명과 고대 유물들이 전시 중이다. 춘추대제 때 제례 상차림의 모습과 제례복 등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수로왕비능은 수로왕릉에서 북쪽으로 1㎞ 남짓한 곳에 있다. 가야 건국 설화가 전해지는 구지봉과 인접하고 동쪽으로 분산성을 바라보는 위치다. 왕비능이 수로왕릉보다 높은 지대에 있는 것이 특이한데, 전해지는 이유도 다양하다. 원래는 수로왕을 위한 자리였는데, 허왕후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수로왕이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명당을 내어주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또한 허왕후의 세력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김해시민들의 휴식처, 수릉원 수로왕과 허왕후가 함께 산책하는 모습이 상상되는 수릉원은 왕가의 품위가 느껴지는 생태공원이다. 옛 공설운동장 자리에 수로왕릉과 가야왕들의 묘역인 대성동 고분군을 이어주는 단아한 숲을 만들었다. 수로왕과 허왕후의 만남을 테마로 조성되어 동쪽의 산책로는 김수로왕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구실잣밤나무, 상수리나무 등 곧게 뻗은 나무들이 서 있고 서쪽의 산책로는 대성동 고분군을 지나 허왕후를 위한 공간으로 이어진다. '허왕후를 위하여'라는 이름이 붙은 길에는 감, 살구, 개복숭아 등 열매를 맺는 유실수를 심어 여성적인 느낌의 산책로를 조성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대나무 사이 나무데크를 통해 보이는 언덕에는 허왕후의 고국인 인도와 불교를 상징하는 피나무 군락이 있다. 정원의 연못은 해상왕국인 가야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옛 가야시대 습지에서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시연꽃이나 노랑어리연꽃 등을 심었다. 신록이 우거진 봄부터 단풍이 물드는 가을까지 김해 시민들의 피크닉 장소로 사랑받는 곳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3-04-06 18: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