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저는 내 남편 내 자식이 다 죽었는데 가해자들은 잘 살고 있잖아요" 일명 ‘단역 배우 자매 사망사건’의 피해자 어머니 장 모 씨(72)는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가해자들의 신상을 폭로하겠다고 나선 한 유튜버와 관련한 심경에 이렇게 말했다. 장 씨는 "가해자들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단성폭력'에 신고 못하게 협박까지…그날 무슨 일 있었나 2004년 7월 동생의 소개로 드라마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언니 A씨는 경남 하동의 드라마 촬영장에서 연예기획사 보조반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보조출연자를 관리하는 보조반장은 A씨에게 절대권력이었다고 한다. 그는 한 달 뒤 A씨를 성폭행하고 그 사실을 다른 반장들에게도 알렸다. 그렇게 A씨는 11월까지 촬영지 인근 모텔, 차 안에서 반장, 부장, 캐스팅 담당자 등에게 수시로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 성폭행 가해자는 4명, 성추행 가해자는 8명이었다. 하지만 A씨는 신고를 할 수 없었다. 가해자들이 “주위에 알려 사회생활을 못하게 하겠다. 말하면 동생을 팔아 넘기고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의 병'을 얻은 A씨는 촬영만 다녀오면 이유 없이 물건을 던지고 소리를 질렀다. A 씨는 “OOO을 죽여야 한다”고 욕을 하면서 어머니와 동생을 때렸다. 결국 A 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그렇게 어머니는 딸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8월 28일 오후 8시 18분' 극단적선택…세상에 남긴 억울함 어머니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했다. 어머니에 따르면 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시키지 않고 A씨를 가해자 앞에 앉혀놓은 채 진술을 받았다. 가해자 1명은 A씨 앞에서 사건 당시 성행위 자세를 흉내내기도 했다. 이런 대질심문은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1년 넘게 이어졌다고 한다. 또 조사과정에서 A씨는 가해자들의 성기 모양을 정확하게 그려오라는 요구까지 받았다고 한다. 대질심문을 받고 나온 날 A 씨는 울부짖으며 경찰서 앞 차도로 뛰어들기도 했다. 어머니는 딸의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자, 결국 경찰 수사 1년 7개월 만에 고소를 취하했다. 그렇게 치료를 받으면서 삶을 회복하려고 노력했던 A씨는 2009년 8월 28일 오후 8시 18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머니에 따르면 이 시간과 날짜는 가해자들에 대한 욕설이다. 억울하게 생을 마감하던 A씨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유일한 분노의 표시였다. 그리고 6일 뒤 언니에게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소개했던 동생은 ‘엄마, 복수하고 20년 뒤 만나자’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뇌출혈로 두 달 뒤 딸들을 따라갔다. 가족 모두 잃고 다시 경찰 찾았지만…민사도 패소 순식간에 가족을 모두 잃은 어머니는 다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이미 취하한 고소를 번복할 수 없었다. 방법을 달리해 2014년 청구한 손해배상 민사소송도 결국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여러 증인들의 증언과 당사자의 신분, 결과를 보면 성범죄를 당했을 여지가 있다”고 했지만,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문제였다.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청구해야 하는데 A씨가 세상을 떠난 때로부터 4년 6개월이 지나 소를 제기했다는 이유였다.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제 1인 시위 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가해자들의 실명이 적힌 피켓을 들었고, 가해자들에게 명예훼손으로 고발 당했다. 하지만 2017년 법원은 “피고인과 두 딸이 겪은 일련의 사건에서 공권력이 범한 참담한 실패와 이로 인해 가중됐을 극심한 괴로움을 보며 깊은 좌절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원한은 풀지 못했다. 이후 어머니는 지난 2018년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근황을 알리고, 직접 찾아가 1인 시위를 하거나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다 최근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에서 지난 6월 30일 단역배우 사망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해당 채널은 최근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폭로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가해자들 신상 다 알려지고, 가족들도 알아야" 분통 장 씨는 이런 상황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가해자들 얼굴, 직장 등 신상이 모두 공개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 자식들은 다 죽었는데, 가해자들은 지금도 잘 살고 있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가해자들의 사과 여부에 대해서는 "사과도 없고 오히려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고소 관련 소송 등이 진행중에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건 발생 직후 일상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장 씨는 "정신줄 놓고 살았다"면서 "다만 시간이 흐르니 지금은 그때보다는 괜찮아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힘들다"고 털어놨다. 장 씨는 "나중에라도 가해자들은 절대 사과를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의 신상과 관련해서는 "그들이 인생을 어떻게 마감하는지 꼭 볼 생각이다"라며 "신상이 모두 알려지면서 그들의 가족이 아버지가 어떤 인간인지, 다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씨는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는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보고 혼자 버티고 싸워서 힘드셨겠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응원해 주시고 정말 소중한 격려의 말씀주시고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여러분들이 저의 아들 딸 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너무 고맙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셨다"고 말했다. 한편 장 씨는 지난 2일 딸들이 겪은 피해 사실을 정리해, ''단역배우 두 자매 성폭력 사건' 나는 고발한다' 라는 이름의 책으로 출판했다. 책 본문에 등장하는 재판부는 가해자들이 장 씨에게 건 명예훼손 재판에서 판결을 통해 이렇게 판시했다. "이 법원은 공권력의 한 수임자로서 공권력의 총체적 실패를 자책하고 반성하는 한편, 피고인과 두 딸이 겪어야 했던 길고도 모진 고통에 대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사과와 간곡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7-15 05:35:28[파이낸셜뉴스] 20년 전 벌어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 신상을 줄줄이 폭로한 유튜브 채널이 이번에는 '단역배우 자매 성폭행' 사건 가해자 근황을 공개한다고 예고했다.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는 커뮤니티를 통해 "단역배우 자매 사건 어머니와 연락이 닿아 영상으로 다루는 것을 허락받았다"며 "어머니는 절대 혼자가 아님을 알려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해자들 근황을 알고 있는 분들 제보 메일을 기다린다"며 어머니 장 모씨와 나눈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가 공개한 대화를 보면 "불쾌하거나 불편하다면 절대 영상으로 만들지 않겠다"며 동의를 구하자 숨진 자매 어머니는 "어제부터 울고 있다. 정말 고맙고 감사드린다. 동의합니다"라고 답했다. 해당 사건은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대학원생이던 B씨는 동생 C씨의 제안으로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배우들을 관리하던 관계자 12명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이에 B씨는 12명을 경찰에 고소했으나, 가해자들은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또 B씨는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가해자들의 성기 모양을 그림으로 정확히 그리라고 요구하는 등 2차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동생과 어머니를 죽여버리겠다”는 가해자들의 협박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B씨는 고소한 지 1년 7개월 만에 고소를 취하했다. 그리고 2009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나는 그들의 노리개였다. 날 단단히 갖고 놀았다.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라고 적혀 있었다. 언니에게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소개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동생 C씨도 6일 뒤 세상을 등졌다. 딸들의 잇따른 죽음에 충격받은 아버지도 두달 만에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장 씨가 해당 기획사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자, 가해자들은 장 씨를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고소했고, 검찰은 장 씨를 재판에 넘겼다. 장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장 씨는 현재도 아무 처벌 없이 사는 가해자들 신상을 폭로하는 1인 시위와 자신의 이름을 건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홀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많은 분이 억울하게 죽은 우리 딸들의 사건을 알아주시고 함께 울어주셔서 감사하다. 딸들의 명예가 회복돼 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7-01 22:53:24[파이낸셜뉴스] ‘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폭로 중인 유튜버가 무고한 피해자를 만든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신상공개를 시작한 지 사흘만에 사고가 난 셈이다. 밀양에서 네일숍을 운영 중이라고 밝힌 A씨는 5일 한 맘카페에 글을 올리고 “저는 밀양 성폭행 사건으로 거론된 B씨의 여자친구가 아니다”라며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마녀사냥으로 아무 상관 없는 제 지인이나 영업에 큰 피해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진정서를 제출하고 법적 조치를 시작했다”며 “(진정서) 사진을 첨부하는 이유는 상황을 정확히 공개해 제가 아무런 관련 없는 마녀사냥 피해자임을 공개하고자 함이다”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상호를 언급한 유튜브와 댓글 등 정보를 공유한 모든 부분을 빠짐없이 처리하겠다. 모든 자료를 다 모아뒀다”며 “더 이상 마녀사냥으로 주변 분들에게 피해가 없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는 지난 3일 영상을 통해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추정되는 B씨의 신상과 근황을 공개했다. 관련 영상에서 B씨의 여자친구의 존재 여부나 A씨 관련 정보가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누리꾼들 사이에서 밀양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A씨가 B씨의 여자친구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나왔고, 일부 누리꾼들은 A씨가 운영하는 네일숍 온라인 리뷰로 몰려가 “여기가 밀양 사건 가해자 여자친구의 네일숍이냐” 등의 악성 댓글을 쏟아냈다. 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라이브 방송을 켜고 A씨의 가게에 찾아와 가게 위치를 언급하고 가게 문을 열어보거나 우편함을 뒤지는 행동도 했다. 이에 나락보관소는 5일 오후 “제가 올린 글로 인해 네일샵 사장님이 공격을 받으셨다”라며 "네일샵 사장님은 (밀양 사건 가해자) A씨의 여자친구가 아니다.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욕하시면 달게 받겠다. 네일숍 사장님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고 공지문을 올렸다. 한편, 밀양 성폭행 사건은 지난 2004년 44명의 남학생이 여중생을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성폭행에 직접 가담한 가해자 10명을 기소했고 기소된 이들은 보호관찰 처분 등을 받았다. 20명은 소년부에 송치하거나 풀어줬다. 나머지 나머지 14명은 합의로 공소권 상실 처리를 받았다. 44명 중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아 전과기록이 남지 않으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 '한공주', 드라마 '시그널'이 제작되기도 했다. 유튜버 나락 보관소는 지난 2일부터 밀양 사건 가해자들 신상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지역 맛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남성과 외제차 수입업체에서 일하고 있다는 남성의 신상이 공개됐다. 이 유튜버는 사건 관련자 44명의 신상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6-05 20:5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