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성범죄는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변화의 중추였습니다. 조금 과장하여 말하면, ‘대한민국의 형사 사건은 성범죄와 성범죄 아닌 범죄로 양분된다’ 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실로 성범죄는 2000년대 대한민국 사회의 변화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좌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대법원은 2005년 7월28일 “노래방 도우미 강간치상 사건을 통하여 피해자의 ‘범행현장 이탈 가능성’과 ‘사력을 다한 반항이 없었음’은 강간죄 성립을 곤란하게 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정립하였습니다. (대법원 2005도3071 판결) 그러나 위 판결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일반적 판단 기준까지 설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성범죄는 증거 확보가 어렵고, 종종 피해자의 진술이 사건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로 작용합니다. 또한 국민참여재판 적합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배제결정이 이뤄는 범죄이기도 합니다. 같은 성적 행위일지라도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강제가 될 수도 있고, 자유로운 성관계가 될 수도 있으므로 그 객관적인 사후 판단이 매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8년 10월25일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고 판시하며,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진술 증명력 판단 기준을 과감하게 선언하였습니다. (대법원 2018도7709 판결) 이 판결은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려면,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수용될 수 있는 위험이 있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대립되고, 직접적으로 피해자의 진술을 탄핵할 수 있는 증거가 규명되지 않는다면, 성차별적 사회 구조와 피해자의 처한 상황을 고려해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하지 않아야 함을 명시적인 일반 판단 기준으로 정립한 것입니다. 이러한 기준은 형사 재판의 기본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충돌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의 ‘소극적 태도’, ‘거부에 대한 의사표시의 부존재’가 모두 피해자의 사후 진술의 신빙성의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평가에 관한 일반화의 오류, 자유심증의 제한 그리고 실질적 유죄추정의 함정에 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형사 재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은 피고인이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고통스럽지만 버릴 수 없는 기본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모든 형사 절차에서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할 책임’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핵심 증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 물리적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에 크게 의존하게 되고, '대법원 2018도7709 판결'의 법리에 따라 피해자의 진술이 증거로서 신빙성을 의심받지 않는 특별한 지위에 놓이게 됨으로써 ‘합리적 의심’을 배제한다는 법관의 자유심증주의는 형해화 되는 문제와 수사기관의 성범죄 유죄 추정의 관행이 성립될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였습니다. 대법원은 2024년 1월 4일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도 하나의 객관적 사실 중 서로 다른 측면에서 자신이 경험한 부분에 한정하여 진술하게 되고, 여기에는 자신의 주관적 평가나 의견까지 어느 정도 포함될 수밖에 없으므로, 하나의 객관적 사실에 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만을 진술하더라도 그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항시 존재한다’라는 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결 이유를 설시하며, ‘성인지 감수성’에 따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의존에 대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엄격한 제한과 ‘합리성의 평가’가 필수적임을 선언하였습니다. (대법원 2023도13081 판결) 성인지 감수성은 전세계적인 개념이지만, 이를 사법적으로 진술 신빙성 척도로 반영한 것은 대한민국 법원이 유일무이 합니다. 인권은 존중돼야 하겠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을 포기할 수 없으며, 피해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합리적 의심의 배제’라는 형사사법의 대원칙이 감수성이라는 불분명한 이념에 의하여 훼손돼서는 안된다 할 것입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10-25 13:51:44【 울산=최수상 기자】 전국 광역지자체인권위원회협의회가 17대 시도 인권위원회의 역할과 권한 강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일찌감치 독립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울산시 인권위원회가 주목받고 있다.울산시는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시민의 인권 보호와 권익구제 업무 일원화를 위해 지난 2022년 9월 두 개의 부서를 '권익인구권담당관'으로 통합 개편했다. 이후 '시민과 함께 만드는 인권 도시 울산'이라는 새로운 비전 아래 울산시 인권증진 기본계획(2021~2025년)을 수립하고 시행 중이다. 김정일 위원장(사진)이 이끄는 울산시 인권위원회는 이 같은 울산시 인권정책을 심의하고 자문하는 기구로, 모두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인권증진 시행계획, 인권교육 계획 등을 의결하고 전국 인권단체들과 교류하며 인권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환경·노동 분야 변호사 출신이다. 현재 울산경찰청 수사이의심사위원, 울산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 공익위원, 울산시교육청 규제완화위원회 위원, 울산 동부경찰서 집회시위자문위원회 위원장을 함께 맡고 있다. 그동안 위원회를 이끌면서 울산시 인권증진 기본 5개년 계획 자문과 심의, 공공기관 인권 경영 평가, 전국광역지자체인권위원회협의회 활동과 정책 교류 등을 주도했다. 김 위원장은 인권증진이 이뤄져야 사회 발전과 생활 수준 향상을 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권은 사람이면 누구나 태어나면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로, 세계인권선언 전문에는 인권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일로 인해 벌어진 위험성을 경고하고, 법으로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필수라며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다뤄야 할 인권정책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정부는 주로 시민의 욕구를 반영한 인권정책과 사업이 필요하다며 현재 울산시가 시행 중인 제2차 인권증진 기본계획과 이에 따른 세부사업을 사례로 들었다. 우선 생활 속에서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과제로는 사회적 약자 소득보장, 노인 인권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대, 성·가정 폭력 피해자 보호 지원 강화,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환경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또 이동권·환경권·안전망 등 인권친화적인 도시환경을 만들고, 이 밖에 '차이를 존중하는 문화'를 고도화하는 사업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방정부의 인권정책을 다루는 공직자들의 인권 인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직자들의 인권 감수성을 향상시키고 그 역할에 대한 교육이 실효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자체마다 인권조례 제정 등으로 인권교육이 많이 이뤄졌고 공공기관에서는 인권교육이 필수항목이 되었지만 슬라이드를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을 뿐 현장성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인권정책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사회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안전망 확대와 참여체계 구축 등 구체적이지만 어느 정도 목표에 도달한지 알 수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따라서 "시민이 느끼는 인권의식 수준과 시민이 요구하는 요소 등을 파악하는 정기 조사도 마련되어야 인권 도시 울산으로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2024-10-01 18:12:10[파이낸셜뉴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현래 원장이 17일 서울 강남구 모나코 스페이스에서 열린 ‘2023년 게임더하기 성과발표회’에서 “게임 분야에 특화된 수출 지원사업인 게임더하기 사업을 통해 글로벌에서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구촌이 일일생활권이 되면서 콘텐츠산업에서 문화감수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해외 진출 콘텐츠 제작에 있어 이러한 가치를 갖추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원장은 먼저 “게임 분야에 특화된 수출지원사업인 게임더하기사업이 올해 4년차를 맞았는데 내년도 예산이 기존 80억원에서 130억원으로 늘었다”며 “다양한 성과가 났고 만족도가 높은데 이는 사업설계가 잘됐다는 방증일 것”이라며 뿌듯해했다. 콘진원에서 올해 1월 발표한 ‘해외시장의 한국 게임 이용자 현황‘에 따르면 기존 게임 서비스가 활발한 북미, 유럽, 일본 시장 이외에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한국 게임의 이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서 게임 산업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중소 게임사들의 수출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지난해 연말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함께 '2023 글로벌 게임 정책·법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조원장은 "콘텐츠산업은 새로운 길을 열고, 새로운 길을 창조해야지, 기존의 것을 따라하면 더 이상 발전없다고 본다"며 신흥시장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펴냈으니 (참가업체들이) 해외진출에 적극 활용하길 바랐다. 또 콘텐츠산업에서 문화 감수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문화차이로 인한 컬처 디스카운트뿐 아니라 요즘은 컬처 센서티브가 더 중요해졌다”며 “세계시장에 맞는 문화적 감수성을 갖춘 게임을 만들어야 지속가능하고 성장가능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가수 블랭핑크 IP를 활용하여 '블랙핑크 더 게임'을 만든 테이크원컴퍼니와 모바일 RPG게임 '데미안 전기'를 론칭해 해외 150만건 다운로드수를 기록한 해긴, 그리고 모바일 RPG 게임 '루벤의 대모험'을 대만에 론칭한 스타트업 기업 엠피게임즈 관계자가 2023년도 게임더하기 사업을 통해 경험한 우수 및 개선 사례를 공유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총 173개의 게임을 지원한 게임더하기는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게임사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컨설팅, 마케팅, 인프라, 게임서비스 등 필요한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지원받을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수출지원 사업이다. 2023년 게임더하기는 총 35개의 중소게임사들을 지원하여 전체 해외 매출 153억원, 해외 다운로드 1100만건을 달성했다. 테이크원컴퍼니의 ‘블랙핑크 더 게임’의 경우 글로벌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500만 건을 달성했다. 또한 스타트업 지원 분야를 신설해 창업 3년 미만의 스타트업 5개사가 해외 매출 총 30억원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는 총 60개 게임을 대상으로 95억원 규모의 포인트를 지원하고, 모바일/PC/VR 등 플랫폼 특성에 맞는 특화 지원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1-17 18:49:18[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이 전략 지역에 청년과 여성을 우선 공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총선 후보자 공천 심사에는 젠더 감수성을 강화해 반영하기로 했다. 민주당 총선기획단 간사인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에서 이같은 내용을 당 지도부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어제(28일) 회의에서 여성·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를 했다"며 "현역 불출마 지역구를 포함한 전략 지역에 청년과 여성을 우선 공천하도록 제안했다"고 전했다. 총선기획단은 또 당헌이 규정한대로 지역구 여성 30% 공천 의무를 준수하도록 제안하기로 했다. 공천 심사 및 경선시 청년·여성 우대를 강화하고, 청년 후보자 출마 지역은 경선을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청년·여성 후보자와 정치 신인 후보자가 경선 시에는 정치 신인 가산점을 20%가 아닌 10%로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더불어 2030세대 출마자들에게는 심사 경선 비용을 면제한다. 공천 심사 등록비, 공천관리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내는 기탁금을 면제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청년·여성 선거지원단을 운영해, 선거컨설팅과 체계적 선거 준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래아젠다 준비기구를 구성해 인공지능(AI), 저출생, 기후위기 관련 의제도 발굴할 예정이다. 후보자 공천을 심사할 때 젠더 감수성 반영도 강화하기로 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3-11-29 11:01:04[파이낸셜뉴스] 무대와 브라운관을 오가는 배우 박호산은 평소 대본에 메모하는 습관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시쳇말로 대본이 까맣다. 빈칸에 지우고 덧붙인 글자가 빼곡하다. 오는 5월 12일 개막하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연극 ‘오셀로’ 이야기다. ‘오셀로’는 예술의전당이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작품으로 오는 5월 12일~6월 4일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 장형준 사장은 앞서 “연극 ‘오셀로’는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토월정통연극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오, 질투를 조심하시옵소서. 질투는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며 먹이로 삼는 녹색 눈을 한 괴물이니까요(3막3장). 12일 개막을 한달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인 박호산을 만났다. 그는 “연습 시작하고 한 달 가까이 연출, 배우들끼리 모여앉아 대본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홉이 일상 용어를 쓴다면 셰익스피어 언어는 다 시와 같아요. 그 문학적인 문어체를 어떻게 대사처럼 들리게 잘 바꿔 배우 입에도 붙고 관객들 귀에도 잘 들릴게 할까? 직역한 대본을 놓고 최적의 단어를 찾고 입으로 뱉어봤다 이상하면 또 바꾸는 작업을 반복했죠. 동시에 방대한 셰익스피어 언어를 간추리는 작업도 병행했죠.” 그러니까 번역과 축약과 무관하게 여전히 셰익스피어다운 언어로 인물들의 감흥과 정서를 전달하는 게 목표다. 17세기 문학작품이 21세기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현대 관객의 눈높이에 맞는 시대 감성도 신경 쓴 부분이다. 그는 “여성에 대한 묘사가 올드하다. 그 부분을 어떻게 조심스레 바꾸면서도 원작을 훼손하지 않을지 고민하느라 텍스트 작업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젠더 감수성’을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그 단어는 쓰고 싶지 않다. 그냥 (남녀 평등은) 상식이다”라고 응수했다. 작업 과정이 다소 지난하게 들린다고 하자 그는 “이것이야말로 연극하는 재미”라고 답했다. “길고 지난한 과정을 할 때 팀워크가 좋으면 정말 재밌습니다. 물론 자유롭게 낸 의견을 정리하는 조연출은 힘들겠지만(웃음)” 공연 하는 재미?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오셀로’는 베네치아의 무어인 용병 출신 장군 오셀로가 희대의 악인 이아고에게 속아 정숙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고 질투하다 결국 살해한다는 이야기다. 요즘으로 따지면 유럽으로 이주한 ‘흙수저’ 출신 유색인종이 최고의 무관 자리에 오르고, 승진에 실패한 소시오패스 성향의 부하가 온갖 계략을 꾸며 여럿 사람의 인생을 파멸한다는 내용이다. 오셀로를 오늘날 무대로 소환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오셀로 캐릭터의 개연성이다. 그는 오셀로가 너무 쉽게 이아고의 말에 속아 넘어간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봤다. “오셀로의 대사 중 자화자찬이 많아요. 캐릭터의 무게감이 떨어져서 대사를 많이 줄여 말을 아끼는 사람으로 만들었죠. 또 이방인이 그렇게 높은 지위에 올랐으면 남을 쉽게 믿지 않을 것이라고 봤어요. 같은 대사라도 말의 뉘앙스를 달리해 늘 경계하고 속이기 어려운 인물로 잡았어요. 그래야 오셀로를 속이는 이아고의 캐릭터도 더 강해질 것이고, 오셀로의 낙폭 역시 더 클 것이라고 봅니다.” 오셀로에게 아내 데스데모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그는 “첫사랑 같은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 난생 처음 정서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거죠. 질투도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이라 이 낯선 감정들에 미숙했을 것 같아요.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지 않고, 그저 내 감정을 따라가다 파멸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오셀로는 맹목적으로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경주마와 같습니다. 마냥 고결하지도, 미련하지도 않은 오셀로의 입체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어요." 400년이 지나도 여전히 소환되는 고전의 매력에 대해서는 “인간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봤다. “세익스피어는 늘 인간을 다루죠. 어떻게 보면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이야기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인물의 정서나 감정이 중요하죠. 스토리를 통해 주제나 교훈을 드러내기보다 인물의 정서나 느낌을 (현대의 관객들과) 공유하는 게 더 재미있고 감동적일 것 같습니다.” 공연하는 즐거움도 전했다. 흔히 영화는 감독, 드라마는 작가 그리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한다. 박호산은 공연을 하는 이유로 "작품 전체를 만지는 힘? 안는 힘, 그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객석에서 느껴지는, 마치 지휘자와 같이 공연장의 공기를 만지는 힘이 너무 좋습니다. 조정하는 게 아니고요. 무대와 객석을 오가는 공기의 흐름 안에 내가 들어가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분업화가 잘된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자신이 맡은 캐릭터뿐 아니라 작품 전체를 보는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연극을 하는 재미다. 그는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자체가 놀이입니다." 한편 오셀로 역에는 동갑내기 배우 박호산과 유태웅이 캐스팅됐다. 오셀로의 기수장이자 질투의 화신 이아고 역은 ‘양손프로젝트’로 활동 중인 손상규가 맡는다. 귀족 브라반티오의 딸로 오셀로와 사랑에 빠진 데스데모나 역에는 이설, 이아고의 부인 에밀리아 역에는 이자람, 원로원 의원이자 데스데모나의 아버지인 브라반티오 역은 이호재가 맡는다. 여기에 실험적이고 세련된 연출로 동시대와 호흡하는 박정희가 연출을 맡는다. 시노그래퍼(무대미술가) 여신동과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의상 디자이너 김환 등 젊은 창작진들이 합세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4-26 18:16:14[파이낸셜뉴스 김포=노진균 기자] 경기 김포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동은 경기도당에서 2월 한 달간 경기도당 소속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gender sensitivity)’에 참여했다이번 교육은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김포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진행했다. 서현옥 경기도당 여성위원회위원장이 주관하는 민주당 선출직 공직자 대상 교육은 '성희롱 무관용(Never!) 문화 만들기'를 주제로 지난 2020년 경기도당 여성위원회에서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 교재를 자체 개발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김계순 민주당 원내대표는 "성희롱, 성폭력 원인은 세뇌된 습관에서 오는 성차별적 인식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것은 성희롱, 성폭력, 성폭행 방지의 기본 책으로 교육을 통해 일상 속 성인지 감수성을 자가 진단해보는 기회가 필요했다"며 "성희롱, 성폭력으로부터 보장받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위해 성인지 감수성 향상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2023-02-07 22:27:00[파이낸셜뉴스] 종합 미생물 진단기업 퀀타매트릭스의 권성훈 대표가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스위스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2022년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국제학술대회(LMCE 2022 & KSLM 63rd Annual Meeting, 이하 LMCE 2022)’에 연자로 참석했다. 29일 상장업계에 따르면 이번 ‘LMCE 2022’는 ‘Digital Transformation of Laboratory Medicine: Linchpin of Future Medical Value’라는 주제로 4차 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한 진단검사의학의 새로운 가치 창출과 역할, 비전을 제시했다. 권 대표는 27일 진행된 워크숍(Education)에서 ‘혈류 감염에 대한 신속한 항균 감수성 검사: 현재와 미래(Rapid antimicrobial susceptibility testing of blood stream infections: the present and future)’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패혈증은 시간당 생존율이 약 9%씩 감소해 30일 내 사망률이 20~30%에 달한다. 현재 병원 내 직접 사인 1위인 중증질병이다"라며 "촌각을 다투는 패혈증 환자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 및 처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또 패혈증 치료에서 신속한 향균제 감수성 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현재까지의 진단기술 현황과 앞으로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또 신속검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항균제 스튜어드십 도입 및 병원 워크플로우의 개선을 통해 환자에게 최적 항균제 처방이 조기에 이뤄지는 국내외 고객병원 사례를 소개해 큰 관심을 받았다. 퀀타매트릭스는 이번 학술대회에 '골드 스폰서'로 참여해 28일까지 부스를 운영하고 신속 항균제 감수성 검사기기 ‘dRAST’를 전시했다. 권 대표의 발표 이후 국내외 진단검사의학과 관계자들이 퀀타매트릭스의 부스를 방문했고 dRAST의 임상적 효능과 이것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게 된 딥러닝 기술 기반의 AI 진단 알고리즘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dRAST 도입에 대한 직접 문의도 있었다. dRAST는 현재 상용화된 항균제 감수성 검사장비 중 가장 빠른 결과를 제공하는 미생물 진단 의료기기다. 패혈증 양성 판정 이후 4~7시간 이내에 최적 항균제를 처방해주는 솔루션으로 기존 60시간이 걸리는 기존 방식 대비 검사 소요 시간을 30~50시간 단축해준다. 지난해 패혈증 대상 환자 치료에 대한 선별급여로서 중환자실 대상으로 건강보험에 등재됐다. 이후에도 다른 과에서 사용에 관한 관심과 문의가 집중되면서 보험 대상 확대를 위한 많은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상태다. 퀀타매트릭스 관계자는 "패혈증의 시간당 생존률이 낮은 만큼 dRAST는 사람을 살리는 기기로서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장비다"라며 "당사는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빠른 상용화를 위해 주력하고 있고, 현재 국내 4개 병원과 해외 2개 기관에서 상용화돼 사용 중이다"라고 밝혔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2022-10-29 19:01:44[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5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국민의힘에 젊고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발언이 나온 데 대해 "성인지 감수성 부재가 참담하다"면서 "뼛속까지 꼰대 정당"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지성 작가는 이날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특강을 하던 중 "많은 국민이 국민의힘에는 젊음, 여성의 이미지가 부족하다고 얘기한다"면서 "저는 작가이기 때문에 할 일이 많다. 아내에게 그랬다. '당신이 들어가서 국민의힘에 젊은 이미지와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를, 자기가 들어가면 바뀌지 않겠냐'고 했다"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에서는 해당 발언을 두고 "성인지 감수성마저 꼰대 정당"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외부 강연자가 '젊고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가 필요하다'라고 발언했다. 부재한 성 인식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유감을 표했다. 신 대변인은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고상하게 민심을 얻어야 한다'라고 했는데 이것이 국민의힘의 고상한 정치냐"라며 "장관, 차관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모여 이런 구태스러운 발언을 들으며 박수를 쳤다니 한심할 따름"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어 "국민의힘이 뼛속까지 꼰대정당임이 드러난 안타까운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신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전문성이나 정치적 능력과 관계없이 '젊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필요해서 여성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냐"며 "성별로, 나이로 갈라치고 폄하하는 정치, 그리고 여성을 단지 이미지로만 소모하려고 하는 정치는 이제 그만하라"고 나무랐다. 아울러 신 대변인은 "국민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결하는 진정성 있는 여당의 모습을 기대한다"며 여당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의 여성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해당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이 작가가 자신과 배현진 의원, 김건희 여사를 거론하며 "국민의힘에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과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지성 작가의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 운운하는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한다"며 "그런 언급과 접근이 바로 우리 당의 꼰대 이미지를 강화시킨다"고 했다. 이어 "위 발언에는 두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아름다운' 운운으로 여성을 외모로 재단한 것이고, 둘째, 여성을 정치적 능력과 관계없이 이미지로만 재단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잘생긴 남자정치인이란 언급은 우리가 찾기 어렵다. 그런데 유독 여성정치인에게만 이를 붙이는 것이 바로 특정성별에 대한 폄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또 "이 작가 본인은 배우자인 차유람 선수의 입당권유를 설명하면서 나쁜 의도가 아닐 수 있지만, 결국 국민에게는 그리 읽힌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배현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작가가 안타깝게도 부적절한 말씀을 남기고 갔다"며 "대통령 부인과 국민이 선출한 공복들에게 젊고 아름다운 여자 4인방을 결성하라니 대처 어떤 수준의 인식이면 이런 말씀을 하나"라고 비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전민경 김해솔 기자
2022-08-25 20:12:13[파이낸셜뉴스] 한국가족보건협회는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생명의 모습을 그대로 갖춘 12주 실물 크기의 태아 모형을 알리면서 생명 감수성을 높이는 행사를 가졌다고 16일 밝혔다. 협회는 온전한 사람, 생명의 모습을 그대로 갖춘 12주 태아의 모습을 알려 한 생명을 가볍게,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명 감수성 운동을 청년층에서 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번 행사와 함께 기자회견도 함께 진행했다. 김지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인간은 태중에 창조된 때로부터 소중한 존재이며 아무리 작아도, 아무리 어려도, 아무리 약해도 모두가 태중에서부터 소중한 존재"라면서 "자신을 위한 최소한의 변호조차 할 수 없는 약자인 태아를 위해 먼저 태어난 우리 모두가 생명을 지켜내기 위한 외침을 끊임없이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윤화 아름다운피켓 대표도 "자녀를 키우는 과정은 걸음마부터 독립까지 기다림의 연속이고 누구보다 기다림이 필요한 존재는 바로 태아"라면서 "경제적인 이유 등 사람들이 이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도록, 입양을 통해서라도 살 기회를 얻도록 우리와 지역과 국가가 함께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우리가 동물을 소중히 여기듯 태아의 생명권이 중요하다는 발언,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생명주의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협회는 이날 신촌 유플렉스 앞 스타광장 부근에서 12주가 된 태아의 실물 크기 모형인 '내 이름은 콩콩이'를 전시하고 나눠주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웨잇포미'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2-04-16 08:03:38[파이낸셜뉴스] 문화예술교육을 받은 경험이 개인의 감수성과 행복감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일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효과를 종합 분석한 '2021 문화예술교육 효과 메타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난 10년간 특정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효과성 연구를 추진해 내놓은 45편의논문과 KCI에 등재된 학술자료 총 1365편을 수집 후 선별해 '문화예술교육 효과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교육진흥원은 '2017 문화예술교육 효과 세부지표 구축 및 조사연구'를 활용해 △문화예술감수성 △문화예술친숙성으로 구성된 핵심지표 2개 및 △자기표현력 △창의성 △행복감 △문제해결력 △자아존중감 △자기조절력 △문화수용력 △공감능력 △소통능력 △친밀감으로 구성된 특수지표 10개 등 총 12개 지표를 기준으로 양적 및 질적 메타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양적분석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받은 집단이 받지 못한 집단보다 문화예술 감수성이 3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행복감'과 '문화예술친숙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 및 아동, 청소년 등 미성년자의 경우 문화예술교육을 받은 집단의 '공감능력'과 '소통능력'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연령이 낮을 때부터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할수록 사회적 역량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음이 드러났다. 더불어 노인 집단에 대한 문화예술교육 효과도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창의성', '행복감', '자아존중감', '자기조절력', '친밀감'과 같은 개인적 효과가 높았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이는 전생애주기에 걸쳐 문화예술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 효과의 질적분석도 진행했다. 그 결과 '문화예술친숙성', '행복감', '자아존중감', '자기조절력', '소통능력' '친밀감'에 대한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예술활동이 유아, 아동, 청소년 시기의 참여자에게 자기표현력 향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진흥원 관계자는 "효과 메타분석은 의학, 사회과학 등 타 분야에서 활발한 학술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도 시도된 점이 고무적"이라며 "연구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더욱 많은 국민들이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의 원문은 문화예술교육 지식정보 웹사이트 '아르떼라이브러리에서 볼 수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1-12-02 10:2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