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금융투자소득세, 일명 '금투세' 논란이 뜨겁다. 말 그대로 금융상품을 샀다 팔아서 번 돈(양도차익)에 세금을 걷겠다는 거다. 개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금융상품이 '주식'이니 좁은 의미로는 '주식투자소득세'라고 부르면 편의상 이해가 쉬울 듯 하다. 다만 모든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붙이는 것은 아니고 5000만원까지는 세금이 없다. 주식을 팔아서 번 돈이 5000만원이 넘을 경우 그 이상에 대해서 3억 이하까지는 22%, 3억을 초과하면 27.5%가 부과된다. 없던 세금이 생기는 것이므로 반발이 크다. 주식을 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현재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세금이 늘어난다고 하니 반발심이 생긴다. 기자 역시 진심과 열성으로 주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금투세 폐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막연하게 '금투세 폐지'를 외치기 보다는 금투세 도입으로 인한 장단점, 이로 인해 개미투자자가 입을 득과 실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네 거친 생각과 금투세를 바라보는 나 현재 기자는 모든 주식 계좌를 합쳐서 -20%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기자의 주식투자 자금은 월급을 통해 모은 근로 소득, 엄마 찬스, 은행에서 영혼까지 땡겨 받은 신용대출, 주택청약예금 담보 대출 등등이다. 투자금이 적지 않으므로 -20% 손실액도 꽤 크다. 여기에 매달 나가는 은행 이자도 부담이 크다. 투자 자금 절반 정도는 미국 주식에, 나머지 절반은 한국 주식에 들어가 있다. 미국 주식의 손실률은 -12%, 한국 주식의 손실률은 -28%다. 투자는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므로 국가가 손실을 보전해 주거나 신경도 쓰지 않는다. 기자가 가장 큰 수익을 거둔 해는 코로나19가 발발해 한국 주식 시장이 침체됐던 2020년이다. 수익률로는 100%에 가까웠다. 투자 원금이 2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초기 투자금이 크지 않았던 관계로 당시에 금투세가 있었다고 해도 세금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지구에서 투자를 제일 잘하는 워런 버핏의 연평균 투자 수익률이 22%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투자를 잘하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국민연금의 올해 투자수익률은 6.52% 정도다. 물론 국민연금은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그렇다면 평균적인 개미 투자자가 목표로 삼을 수 있는 현실적인 투자 수익률은 10% 내외일 것이다. 기대 수익률이 10%보다 높을 경우 수익보다는 손실의 위험이 크다. 일반적으로 주식투자를 통해 이익을 보는 개인 투자자의 비율은 10명 중 1명~2 꼴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금투세를 내는 개인은 얼마나 될까. 10% 수익률을 기준으로 5000만원 이상의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투자금이 5억원 이상인 사람만이 해당한다. 개미 투자자 중에 국내 주식만 5억원 이상을 굴리는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이다. 투자금을 1억이라고 가정하면 금투세법 시행 후 세금을 내는 사람은 그해 거둔 수익률은 50%를 넘어야 한다. 워런 버핏 옹의 뺨을 2번은 후려 칠 수 있는 투자 실력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부 기자를 했었다. 당시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현재보다 훨씬 더 심각할 정도로 치솟았다. 각종 규제가 생겼고 투기를 막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기자 역시 당시 '종부세 폭탄'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썼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당시 종부세를 내는 비율은 상위 2%, 100명 중 두 명에 불과했다. 자조적인 농담으로 "내 장래 희망은 종부세를 내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었다. 어쨌든 세금은 '수익'에 붙는 것이다. 금투세 역시 도입이 되더라도 큰 돈을 굴리는 '고래'를 제외하고는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개미 투자자 입장에서도 금투세 도입으로 큰 돈을 굴리는 '고래'들이 자금을 빼거나, 한국 시장에 매력을 잃고 엑시트할 경우 국내 증시 자체가 침체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자산 상승의 사다리(희망)가 사라질 수 있다. 코리아디스카운트 받고 금투세 더..사장님이 미쳤어요 미국 주식의 경우 양도차익 250만원까지는 비과세고 250만원 이상에 대해서는 이미 금투세가 부과되고 있다. 많은 선진국에서 이미 금투세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한국 주식 시장의 특수성에 대한 충분한 숙고 없이 금투세가 시행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란 개념이 있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청산가치로 볼 수 있는 장부상 순자산가치와 주가를 비교하는 지표다. 쉽게 말해 A라는 기업이 있는데 이 기업이 오늘 망해서 문을 닫는다고 했을 때 현금, 부동산, 고철 등을 다 처분해서 벌 수 있는 돈과 현재 해당 기업의 주식 전부를 팔아서 나온 돈을 비교하는 지표다. PBR이 1보다 낮으면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 됐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우량기업을 모아 놓은 코스피의 PBR은 0.95다. 1보다 낮다. 과거에는 남북의 분단 상황을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꼽혔지만 이제는 웬만한 개미도 분단 상황은 큰 리스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본질적인 이유는 한국의 금융시장이 후진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경제구조가 비슷한 대만의 경우 PBR이 2.4, 수십년 침체를 격었던 일본이 1.4, 영국이 1.7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이 많은 미국은 무려 4.5배다. 자세한 내용은 ' 한국 주식, 미국 주식 보다 후진 5가지 이유: 2화 [이환주의 개미지옥 클릭]'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와 나누는 주주환원율에서도 차이가 크다. 한국은 주주환원율이 29%다. 미국은 92%, 선진국 평균은 68%,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32%보다도 낮다. 똑같은 실적을 거둬도 미국의 기업은 한국의 기업보다 주가는 2배 오르고, 주주에게 나눠주는 이익은 3배나 크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를 도입해 국내 주식의 유일한 장점(주식 양도세 없음)을 없애는 것은 헤비급 챔피언과 라이트급 복서의 권투 경기에서 라이트급 복서에게 모래 주머니를 채우는 겪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국민연금 역시 현재 14.2%인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을 2029년까지 13%로 낮추기로 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외면한 국내 주식 시장인데 하물며 개인투자자, 외국인투자자들은 어떨까. 여기에 더해 내년에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8월 29일, 언론 기사를 통해 두산밥캣과 두산 로보틱스 흡수합병 철회 소식이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 SK, 현대중공업 등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개미투자자를 호구로 보고 뒤통수를 치는 수많은 물적분할 사례에 이어 또 다른 나쁜 사례가 될 뻔했던 케이스다. 자회사 중복상장, 경영권 프리미엄, 불법 공매도, 주가 조작 및 사기 등이 판치는 한국 주식시장에 금투세 도입이 초래할 부작용은 가늠이 안 된다. 잔디가 깔린 운동장(미국 주식 시장)과 기울어진 운동장(한국 주식 시장)에 개미를 풀어 두고 운동장에서 달리기 경기를 하고 있는데 기울어진 운동장을 오르는 개미에게 모래 주머니를 채우는 격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8-29 20:19:47[파이낸셜뉴스] 주식 투자를 하면서 '매수' 버튼을 누르기까지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필자는 앞서 '이환주의 개미지옥' 시리즈 <상남자 '즐라탄'도 겸손해질 주식 시장.. 겸손은 쉽다> 편에서 미국 시장에 상장된 ETF YINN에 투자했다 실패했던 경험을 쓴 적이 있다. YINN은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주식 중 시가총액이 높은 50개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을 3배수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쉽게 말해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중국 기업이 잘 나가면 수익을 3배로, 반대로 못 나가면 손실을 3배로 보는 상품이었다. 수년 전 YINN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미국에 맞서는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믿음 △저평가 △타이밍 등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과거의 한 기억 때문이다. 10여년 전 금융부 출입 당시 우리나라 대형 시중은행의 대표와 부서 저녁 자리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 그 은행장은 중국 시장 진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중국의 무서운 점으로 '집단지배 체제'를 얘기했다. 상하이방, 태자당 등 중국 공산당 내에서도 파벌이 있고 절묘하게 견제와 균형을 맞추며 시스템을 통해 국가를 운영하는 중국 지도층이 절대로 만만하지 않다는 거였다. 사회주의 국가 시스템은 기업 운영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지만 반면 국가주도로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할 경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국과 치킨 게임을 통해 시장을 장악한 태양광 산업이나, AI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가 대표적이다. YINN을 산 것은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13억명의 내수 시장과 그들 중 선별된 엘리트가 운영하는 중국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였다. 당시 내 시나리오는 저평가된 중국 기업을 YINN을 통해 지속 저가 매수하면 언제가 다시 중국 경제가 성장할 때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상상에 기반했다. 하지만 YINN 투자를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적 제거에 나서며 집단 지배 체제가 아닌 일당 독재 체제를 굳힌 것이다. 2023년 3월 시진핑은 중국 역사상 처음으료 3연임으로 국가주석 자리를 지켰다. 애초 YINN을 매수한 가장 강력한 이유였던 '집단 지배 체제'를 통한 국가 운영이었는데 그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돌이켜 보니 한때 중국에서 최고 잘 나가는 기업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은 정부에 부정적인 말을 했다가 기업 지배권을 박탈당하는 일이 있었다. 또 여기에 더해 레버리지 ETF 상품의 특성상 비싼 수수료율과 침식효과(음의 복리 효과) 역시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아주 큰 손실을 보고 YINN을 전량 매도했다. 멘탈의 마지막 퍼즐, 상상력 앞서 주식 투자에 있어 '멘탈(정신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타고난 성격', '인내심', '겸손', '자기확신', '유연한 사고' 등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주식 투자 멘탈에서 중요한 마지막 퍼즐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상상력'일 것이다. 주식을 싼 가격에 사기 위해서는 분석력과 공부가 필요하다면 이를 비싸게 팔기 위해서는 향후 해당 종목이 어떤 시나리오를 통해 비싼 가격에 거래될 것인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상력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봤더라도 실제로는 예측과 다르게 흘러갈 경우 빠르게 수정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4월 과거 출입했었던 생활경제부로 다시 발령받고 놀랐던 일이 있다. 바로 유통 기업 쿠팡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 수년 전 생활경제부 당시 쿠팡은 만년 적자 기업이었으나 지난해 돌아와서 본 쿠팡은 전혀 다른 기업이었다. 이후 10월 4일에 '2등 기업을 응원하다'라는 기자수첩을 썼다. 쿠팡이 사실상 온라인 마켓 시장을 장악해 소비자들은 너무나 편해졌으나 향후에 요금 인상 등을해도 소비자들은 쿠팡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는 2등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당부였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은 현실이 됐고 쿠팡은 멤버십 요금제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렸다. 쿠팡을 쓰는 회원으로서는 화가 났지만, 이때 발상의 전환을 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지배적인 위치, 막대한 투자를 통한 OTT 시장 점유율 확대, 배달 플랫폼 등 신사업 확장을 고려했을 때 쿠팡의 주주라면 요금 인상도 반가운 일이 될 것이었다. 올 초 주가를 살펴보니 주가도 낮았다. 2021년 미국 주식 시장 상장 당시 40달러 후반이었던 주가는 10불 후반대였다. 상장 후 적정한 기간 조정을 거치고 저평가다 싶어 이때부터 월급이 들어오면 쿠팡 주식을 조금씩 사모았다. 피터 린치가 말한 "주변에서 좋은 주식을 찾아라"라는 조언과도 일치했다. 하지만 몇 달 정도 쿠팡 주식을 사모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가 물량 공세를 펼치며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간 것이다. 테무와 알리는 과거 쿠팡이 그랬던것처럼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늘려 나갔다. 경쟁자가 없을 거라 생각했던 쿠팡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 것이다. 내 생각과 시장의 생각이 비슷했던 것인지 20달러를 넘었던 쿠팡의 주가는 다시 손실 구간에 접어들었다. 처음 생각했던 내 시나리오를 벗어난 상황이었기에 장기 투자를 다짐했던 처음과 달리 다시 쿠팡을 손절하는 판단을 내렸다. YINN과 쿠팡 모두 결과적으로 손실을 본 투자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수업이었다고 생각한다. 투자 결정까지 스스로의 상상을 바탕으로 성장 시나리오를 그려봤고, 실제 투자를 진행했고, 예상과 다른 변수가 출연해 당초의 결정을 수정했다. 주식을 하면서 매번 깨닫는 바가 있는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점이다. 매번 분할매수, 분할매도를 다짐하고 급등주 추격 매수 금지 등의 원칙을 되새김질 하지만 막상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앞서의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실패의 경험을 통해 굳은 살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삼양식품과 옥시덴탈페트롤리움 생활경제부에서 올해 K-라면에 관한 기사를 기획으로 여러편 썼었다. 지난 5월 1일에는 불닭볶음면으로 전세계를 평정한 삼양식품에 대한 기사를 썼었다. 또 그 즈음해서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이 농심의 시가총액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기사도 썼었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고 그때 삼양식품의 주식을 살 생각은 전혀 못했다. 식품 주식은 재미없다는 선입견 때문에 애초에 투자 후보군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 시장이 열렸을 때 초코파이가 대흥행하며 오리온의 주가가 떡상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초코파이=불닭볶음면'으로 연결지을 상상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8월 13일 현재 삼양식품의 시총은 4조2700억원, 농심은 2조6600억원으로 1.6배 이상 높다. 삼양식품이 농심의 시총과 같아졌을 때 매수했다면 60%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현재 아주 소량이지만 미국의 셰일가스(원유) 업체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을 보유중이다. 가장 큰 이유는 워런 버핏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의미있는 지분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결과론이지만 5년전 주식을 시작하고 워런 버핏의 매매를 따라했을 경우 몇 년이 지났을 때 꽤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었다. 약 3년 전 워런버핏이 일본의 상사 주식을 크게 매수했을 때 '일본 주식을 왜 사지?'라고 의아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그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버핏이 샀다가 팔긴했지만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도 그와 비슷한 시기에 샀다면 큰 수익을 안겨줬을 것이다. 워런 버핏이 몰래 사모았던 보험사 '처브'도 그와 비슷한 타이밍에 살 수 있었다면 매우 큰 수익을 보고 있었을 종목이다. 친환경이 대세인 현재 워런버핏이 왜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을 크게 매수했는지는 잘 모른다. 현재 옥시덴탈의 주가는 59달러 정도로 워런 버핏의 평단가는 53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다만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내 시나리오는 이렇다. 최근 전세계 산업계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서 그 방향성을 약간 선회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조력 등의 에너지 생산 한계로 인해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다시 원자력 발전 확대 및 기존 화석 연료 사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더해 AI와 자율주행 등 막대한 데이터 사용으로 인해 전력 수요는 앞으로도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전선, 발전기 업체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런 이유다. 미래에 에너지 수요가 급등하고, 중동 갈등 등으로 석유 공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셰일가스를 통해 석유를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이 반사 이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이런 시나리오가 버핏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상상해 본다. 하지만 이미 내 계좌는 다른 종목에 처물려서 파란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옥시덴탈페트롤리움을 살 돈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문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8-13 19:51:45[파이낸셜뉴스] 원인 모를 증상으로 몸이 아플 때 우리는 병원에 간다. 의사와 마주 앉아 구체적으로 증상을 설명하고 몇 가지 검사를 받은 뒤에 의사의 진단이 내려지기를 기다린다. 찰나의 짧은 순간, 별거 아니겠지 싶다가도 돌이켜 생각해보니 최근의 과한 음주와 과로, 스트레스로 무리했던 일이 떠오른다. 혹시나 생각보다 심각하면 어쩌지하고 불길한 생각이 들 때 의사의 입이 열리고 진단명이 나온다. 다행히 심각한 병명은 아니다. 환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현재의 내 상태를 진단해 하나의 사실(과로)을 전달해준 의사가 마치 하느님처럼 대단하게 여겨진다. 의사 앞에 선 환자는 마치 판사 앞에 선 죄수처럼 의사를 절대적인 어떤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의사를 찾은 환자는 중대한 생사의 기로에서 매우 중요한 판단을 의사에게 맡겨 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상황을 다르게 살펴보면, 의사는 그가 학습한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돈을 받고 의료 행위를 제공하는 한 명의 직업인에 불과하다. 사족이긴 하지만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에서 조차 비공식 오진율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다고 한다.(수년 전 한 국책연구기관의 강의에서 들었던 내용이다) 의료행위도 사람이 하는 일인만큼 '휴먼 오류'는 피할 수 없다. 최근 사회면을 장식하는 뉴스를 보면 불법적으로 마약을 판매하거나, 수면 상태인 환자를 성폭행하는 의사도 있는 등 그들 역시 학창시절 공부를 매우 잘했던 한 명의 직업인일 뿐 성인 군자이거나 특별한 사람은 아닌 것이다. 다만 국가가 공인해준 의사라는 전문 직업인으로 그들이 다른 그 누구보다 의료행위를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은 남는다. 한 꺼풀 벗겨 놓고 보면 다른 직업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가 택한 기자라는 직업인도,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인이나 고위직 공무원도, 심지어 한 사람의 인생에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판사도 선입견 없이 살펴보면 '크게 특별한 건 없다'는 게 12년 기자 생활의 결론이다. 다만 직업 자체의 특별함은 없어도 그 와중에 묵묵하고 특별하게 열심히 하는 '일부 양심적 개인'은 분명히 존재한다. 대다수가 본인의 영리에만 관심이 있을 때, '일부 소수(동어 반복 강조)'는 윤리와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문제는 이런 깨어있는 양심의 사람들도 훨씬 더 많은 다수의 이기적 무리에 둘러싸이게 되면 금방 '썩어 버린 사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삼천포 근처 이천포 부근까지 샜는데 말하고자 하는 요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무지로 인해 우리는 어떤 사람들을 절대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지와 정보의 비대칭성을 거둬내고 보면 사실 그들 역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자명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재림 감독의 영화 '더 킹'에서도 앞서 언급한 '우상의 장막'이 찢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의 주인공인 박태수(조인성)는 건달인 아버지가 한 주먹거리도 안되는 검사에게 싹싹 비는 모습을 보고 검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검사가 된 그는 검찰의 핵심부서, 핵신인물과 인맥을 쌓아 가며 승승장구 한다. 영화 속에서 검사들은 '캐비닛'속 범죄 파일을 무기로 정치에 개입하며 '왕'을 만든다는 착각에 빠진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국민은 개 돼지'라 칭하며 스스로를 킹 메이커라 생각한 논설위원이 떠오른다. 하지만 막강한 공권력을 쥔 그들(검사)조차 누가 '왕'이 될지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그들은 어느쪽 편에 서야 할지 알 수 없어 무당을 불러다 놓고 굿을 하며 누가 대통령이 될지 찍어달라고 한다. 초엘리트 검사들이 무당과 함께 굿을 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우상의 장막'이 찢어지는 것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씁쓸함과 쓴웃음이 나온다. 죄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면 국회의원이든 기자든 공무원이든 구속시키고, 구치소에서 항문 검사를 받는 치욕을 줄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그들이지만 그들 역시 미래를 예견할 수는 없어 무당에게 의지 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명령 내리기 좋아하는 거 같지? 인간이라는 동물은 안 있나,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길 바란다니까?"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의 대사다. 조직 생활에서도, 주식 투자에서도 비슷한 거 같다. 다수의 대중들은 뭔가 절대적으로 탁월한 사람이 있어서 한 달 뒤에 급등할 종목을 찍어주길 바란다. 앞서 [이환주의 개미지옥] '멘탈을 지배하는 자...주식을 지배하리라' 편에서 사람들은 집을 사거나, 평생의 반려자를 정하는 등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신발이나 가방을 살 때보다 고민을 하지 않고 '직관(순간의 느낌)'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주식투자도 비슷한데 이상하리만치 아주 작은 소문이나 타인의 말을 듣고도 전재산을 거는 경우가 많다. 학술적으로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중대한 결정일수록 사람들은 그 결정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보험으로 그 결정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 보다는 직관에 따르고 그 결과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훼피하는 메커니즘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혹은 그 결정 자체를 이성과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무당)에 기대곤 한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는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다. 하지만 일부 증권 방송을 보면 "제가 무슨 종목을 얼마에 샀는데 이걸 팔아야 할까요?"하고 돈을 주고 상담 받는 경우를 자주 본다. 사실 그 전문가라는 사람도 거기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 그 전문가가 그 정답을 알면 그는 TV 출연료를 받는 대신 그 종목을 계속 샀다 팔았다 하면서 이미 백만장자가 됐을 거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이런 '남한테 의지하고 싶어하는 심리', '나보다 잘 아는 특별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해 알면서도 전화를 하고 고민을 상담하게 된다. 바꿀 수 없거나 인간의 힘이 미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맹목적 믿음은 어쩌면 사람의 본능인가 싶다. 오죽하면 과거 대기업들 역시 사원들을 뽑을 때 최종면접에서 관상가를 대동해 면접을 봤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의사들은 의학분야에서 확실한 전문가이기라도 하지만, 주식에 있어서 전문가는 없다. 이는 '외국인'과 '기관'도 마찬가지다. 개미 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은 의사나, 무당처럼 무언가를 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계속)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7-09 18:03:29[파이낸셜뉴스] 주식 시장에서는 누가 가장 돈을 많이 벌까? (객관식이다.) 첫째,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미공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 둘째, 경제학을 전공해 거시경제 흐름과 경제 원리에 통달한 사람. 셋째, 개별 기업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로 현장 정보에 능한 전문가. 정답을 공개하기 전에 과거 들었던 한 가지 농담을 소개한다. 바다 건너 일국의 왕의 아들로 태어난 미남 왕자가 총 3명의 신부 후보에게 숙제를 냈다. 그는 "1000만원을 줄테니 한 달 동안 1000만원을 가장 현명하게 사용하고 그 내용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첫 번째 후보가 말했다. "저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신부가 되기 위해 1000만원으로 예쁜 옷과, 구두, 화장품을 샀습니다." 두 번째 후보가 말했다. "저는 당신이 준 소중한 1000만원을 단 한푼도 쓰지 않고 모두 은행에 저축했습니다." 세 번째 후보가 말했다. "저는 당신이 준 1000만원으로 양초를 사고, 이를 다시 팔아서 2000만원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왕자는 누구와 결혼했을까? 왕자는 세 명의 후보 중 가장 가슴이 큰 여성과 결혼했다. 주식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사람을 찾는 문제도 이 농담과 비슷한 결말이지 않을까 싶다. 주식 시장에서 가장 큰 돈을 버는 사람은 미공개 정보를 가진 사람도, 경제 지식이 해박한 사람도, 기업 분석을 잘하는 사람도 아닌 '가슴이 큰(인내심이 큰)' 사람인 경우가 많다. 허구의 예를 들어 한 삼성전자의 임원이 6개월 뒤에 엔비디아와 수천억원대 계약 체결 내부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추후 금융당국의 수사 범위를 벗어난 먼 친척 A에게 해당 정보를 전달했다. 하지만 해당 정보를 들은 A씨는 그 정보를 알고도 큰 돈을 벌지 못했다. A씨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1년을 버텼으나 해당 호재가 뉴스에 나왔음에도 삼성전자의 주식은 오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A씨의 와이프인 B씨의 친구 C씨는 해당 정보로 수억원을 벌었다. 어느날 동네 카페에서 B씨에게 지나가듯 들은 정보로 C씨는 삼성전자의 주식을 샀고, 2년 뒤 삼성전자의 주식이 3배로 오른 것이다. 그 많던 에코프로비엠 주주는 부자가 됐을까 '이환주의 개미지옥' 1화('솔로지옥'보다 무서운 '개미지옥')에서 썼던 것처럼 필자의 첫 주식 매수 종목은 2차 전지 배터리 양극재 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이었다. 믿을만한 지인의 추천으로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무지성 매수를 시전했다. 2019년 8월에 매수해서 약 반 년 뒤인 2020년 2월에 팔았다. 수익률은 80%, 수익금은 490만원에 달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필자에게 해당 종목을 추천해준 지인의 수익률은 이보다 훨씬 낮았다는 것이다. 해당 지인은 이 종목에 단기 호재가 있다는 정보를 필자보다 먼저 알았고, 당초 계획했던 10~20%대 수익을 아주 짧은 기간에 거두고 이 종목을 매도했다. 서두에 언급한 미공개 정보나 좋은 정보가 있다고 해도 언제 파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실제 사례였던 셈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에코프로비엠으로 1000%가 넘는 수익률을 본 지인도 있다. 해당 지인이 에코프로비엠을 매수한 것은 필자의 추천 혹은 넛지(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선택을 이끄는 개입) 덕분이었다. 투자의 정석이라면 '선공부 후매수'가 돼야 하지만 필자는 여느 개미들과 마찬가지로 '선매수 후공부'를 시전했다. 에코프로비엠도 매수 후 스터디를 통해 해당 종목의 업종, 수익성, 유망성 등에 대해 알게됐다. 그 이후 공기업에 다니는 지인과 만나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보통 주식에서 크게 오르는 종목은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종목이다. 예를 들어 '삐삐'에서 '휴대폰' 시대가 열릴 때 '휴대폰'의 보급률(침투율)에 따라 주식이 크게 오르는 구간이 있다. 보통 침투율이 20% 구간까지는 관련 종목의 주식이 급격하게 오르고 50% 부근에서는 주식의 성장세가 둔화된다. 주식 가격은 미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전기차 침투율은 1%도 되지 않던 상황이었다. 공기업에 다니던 지인은 2020년 필자가 한 이 말을 듣고 에코프로비엠을 매수했고 현재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수익률이 2000% 이상을 찍기도 했고, 현재는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1000% 이상 수익을 거두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새 산업이 성장할 때 어떤 기업이 5년 뒤에 살아 남을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5년 뒤에도 살아 남을 종목을 선택하고, 해당 종목을 꾸준히 보유할 수 있는 인내심이야 말로 수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가치투자 1세대 존리, 이채원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풀리고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2020년을 전후해 유튜브에서도 주식 채널은 만들기만 하면 대부분 빠르게 성장해 구독자를 모았다. 많은 채널에서 우리나라 가치투자 1세대로 불렸던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나와 자신의 투자 철학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존리 전 대표는 모바일 변혁의 시기에 큰 돈을 벌었다. 삐삐에서 개인 휴대폰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SK텔레콤에 투자해 큰 자산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주식은 파는 게 아니라 모으는 것"이라며 '아묻따' 장기투자, 혹은 가치투자를 설파했다. 존리 전 대표 외에도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등도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핵심은 성장성이 있는 좋은 기업을 가격이 쌀 때 사서 오랫동안 보유하면 언젠가는 시장에서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후적인 결과론 이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가치투자 1세대의 '가치투자론'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이었다. 사업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자산 대비 기업의 시가총액이 저평가된 종목을 샀어도 여전히 오르지 않는 주식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 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도 기업의 내재 가치 이하로 평가된 종목이 유독 국내 주식 시장에 많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측면이 크다. 필자 역시 당시 가치투자를 잠깐 '찍먹'해 봤지만 한국 주식 시장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2년도 되지 않아 포기했다. 당시 가치투자를 위해 샀던 종목들로는 우리나라 금융주(은행주)와 대한제분 등이 있었다. 가치투자의 지표가 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란 개념이 있다. 기업의 시가총액을 기업의 순자산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집으로 비유를 하자면 기업의 시가총액은 현재 부동산에서 거래되는 시세, 순자산총액은 집을 급매로 처분할 때 받을 수 있는 최저 가격이다. 그래서 PBR이 1 정도면 적정가격, PBR이 1이하면 가치보다 낮게 주식 가격이 평가 받는 상황이다. 대한제분의 경우 5년 전에도 현재도 PBR이 0.24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대한제분의 시가총액이 2500억원이 안 되는데 대한제분을 오늘 당장 문 닫고 공장과 자산을 처분해도 1조원 가량은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1300억원 정도를 확보해 오늘 당장 대한 제분의 주식 50% 이상을 확보한 뒤, 대한제분을 폐업해도 1조원을 벌 수 있는 장사다. 물론 대한제분을 인수하기 위해 돈을 투입하면 주가가 오르긴 하겠지만 그 만큼 대한제분의 주가는 저평가 됐다는 의미다.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제2, 제3의 대한제분 같은 회사가 널리고 널렸다. '이환주의 개미지옥'에 단골로 등장하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역시 한 때 대한제분의 주주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상속 이슈 등으로 대주주가 주가 상승을 의도적으로 막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주식을 2세 혹은 3세에게 상속해야 하는데 주식 가격이 비싸면 그만큼 양도세(혹은 상속세)를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주식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는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도 이런 한국 주식의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하기 위한 일이다. 주식의 가격은 기업의 내제 가치에 수렴한다는 말은 경제학 책속에나 등장하는 이상론일 뿐 킹왕짱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어림도 없는 말이다. 주식 투자의 수익률을 경정하는 결정적인 멘탈 요소는 '인내심'이지만 이 인내심도 올바른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 세상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도 있고, '존버'해도 안 오르는 종목도 많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6-16 17:09:32[파이낸셜뉴스] 주식을 하거나, 주식을 하지 않더라도 자본시장과 돈, 욕망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해 주고 싶은 미국 드라마가 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한 '빌리언스'라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바비 액슬로드는 미국 금융계의 거물이다.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고 월가에서 난다긴다 하는 금융맨들은 대부분 죽는다. 바비는 동료들과의 불화로 테러 당시 현장에 있지 않은 덕분에 살아남았다. 그는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동료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컴퓨터에 접속해 모든 주식과 자산들에 숏 베팅(공매도·주식의 하락에 거는 것)을 한다. 예측하지 못한 테러 상황에 모든 주식, 채권은 폭락하고 하락에 베팅한 바비는 막대한 부를 손에 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헤지펀드를 만들고 미국 금융계를 쥐락펴락하는 거물이 된다. 참고로 빌리언스는 미국 연방검찰 뉴욕 남부지검 검사장 프릿 바라라와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브 코헨의 법정 다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더라도 빌리언스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 자본시장의 비정함, 주식 시장이 돌아가는 시스템과 그 이면의 권모술수를 매우 현실감 있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또 한국의 상황과도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바비와 대척점에 있는 척 로즈 남부지검 검사장은 후에 법무부 장관이 되고 바비를 감옥에 집어 넣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바비를 응징하는 것이 정의라 여겼던 척 로즈 역시 그 과정에서 선을 넘고, 타협하며 '검정(부정)'을 자신의 몸에 묻힌다. 시리즈가 진행되다 보면 법을 수호하고 정의를 지켜야 할 척 로즈 역시 또 다른 바비 액슬로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두에 빌리언스의 주인공 바비 액슬로드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개미지옥'에서 살아남는 가장 큰 무기가 '멘탈'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흔히들 주식시장도 '운칠기삼'이라고 한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고 돈을 잃는 것도 운이 70%, 실력이 30%로 운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고수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고수라는 냉혹한 자본시장에서 소위 '주식을 잘한다(실력)'는 것은 오로지 '수익률'에 기반한다. 그리고 수년간 주식시장에서 실전 투자를 하며 개인적으로 깨달은 사실 하나는 '실력'의 9할(90%)은 '멘탈'이라는 것이다. '멘탈'은 스스로 멘탈을 통제하는 '멘탈 통제력'은 물론이고 그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천성, 말하자면 타고난 성정도 포함된다. 수많은 책과 주식의 구루들은 인간의 멘탈(마음)이 주식시장에서 실패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은 생존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는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남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주식을 통해 큰 수익률을 거두기 위해서는 남과는 반대로, 남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본능을 거슬러야 주식을 통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일반론이 아닌 경험론에 근거한 귀납법이지만 주식을 통해 큰 돈을 번 사람들은 필자가 보기에 평균적인 멘탈의 보유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표준편차 곡선을 그렸을 때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형상에서 가운데가 아닌 양쪽 끝 어딘가에 있는 사람들이다.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처럼 극단적인 성향까지는 아니더라도 외부 상황과 본인의 감정에 선을 긋고, 자신의 감정을 투자에 반영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개 주식에서 큰 돈을 버는 듯 보인다. 바비 액슬로드 역시 동료들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현실을 직면하고, 그 와는 별개로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 인지해 숏 베팅을 한 것이다. 주린이의 멘탈관리 매매법 2019년 여름 첫 주식 거래를 시작하고 처음에는 어떤 종목을 사야할지,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막막했다. 막연히 당시 유행하던 주식 유튜브 채널을 틀어놓고 하루에 두 시간이든, 세 시간이든 주식 영상을 봤다. 소위 주식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썰을 듣고 있자니 나름 서당개 흉내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생종목'을 발견했다.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으로 현재는 적자였지만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미래에 유망한 신사업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 미래 사업의 빠른 성장을 통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경우 기업가치 상승이 분명해 보였다. 게다가 삼성전자, 현대차와 달리 기업의 규모(시가총액) 자체도 적어 만약 시장에서 해당 종목이 주목을 받을 경우 2배는 물론 10배도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주식 투자 초기에는 "분산투자가 아닌 한 종목 집중투자로 시드 머니를 늘려라"라는 조언에 따라 거의 모든 여유자금으로 해당 종목에 '몰빵'했다. 그리고 주변에서 주식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해당 종목의 유망함을 설명하며 추천하기도 했다. 동시에 새로운 종목(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인생종목'을 묻고 다녔다. 내 인생종목을 먼저 오픈하고 상대의 인생종목을 물어봤다. 실례라면 실례지만 여기에 더해서 상대방의 인생종목의 평균단가, 총 투자금액도 물었다. 그 전에 먼저 필자의 인생종목 투자총액과 평균단가도 오픈했다. 예를 들어 개똥이에게 A라는 인생 종목을 추천 받고, 개똥이가 A 종목을 평균단가 5000원에 총 500만원을 샀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내 투자에 참고했다. A 종목에 대한 간단한 공부를 하고 현재 가격이 A의 평균단가 보다 낮으면 적당한 금액을 매수하는 것이다. A 종목이 상승할 경우 개똥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설사 하락해도 개똥이보다 낮은 손실을 기록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멍청한 전략인데 당시만 해도 멘탈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이런 장치가 필요했다. 해당 전략이 멍청한 이유는 개똥이나 필자나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을 확률이 95% 이상인 개미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대를 노리는 고3 수험생이 모르는 문제를 이미 서울대를 졸업한 선생님에게 묻는 대신, 내 옆에 있는 서울대를 못 갈 확률이 굉장히 높은 친구에게 물어보는 격이었다. 물타지 말고 계좌를 새로 만들자 주식 투자 구력이 어느정도 쌓인 현재까지 멘탈관리를 위해 실시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계좌 나누기'다. 주식 투자를 하면 가장 컨트롤 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분할매수다. 어떤 종목에 대한 사실(정보)을 알게 되면 사실 나만 그 사실을 오늘 알았을 뿐 해당 사실은 이미 시장에 퍼져있던 그렇고 그런 정보에 지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뭔가 그 사실을 듣고 난 뒤에 바로 매수하지 않으면 내일부터라도 당장 해당 종목이 급등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조급함에 해당 종목에 대해 기본적인 조사와 공부도 하지 않고 덜컥 매수부터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에 해당 종목의 가격이 떨어지면 '1만원에도 샀는데 7000원이면 진짜 싸네'라고 생각하며 물을 타게 된다. 그러다가 해당 종목이 5000원까지 떨어지면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털어 해당 종목을 산다. 거기서 다시 반토막이 나면 은행대출을 알아보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된다. 종목 공부 후 매수가 아니라 덜컥 매수부터 하고 처물리면 그제서야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계좌 나누기'는 사실 박성현 작가가 쓴 그의 책 '세븐 스플릿'에 상세하게 설명이 나와 있다. 어떤 주식 종목을 살 때 한 계좌를 사용하지 않고 소량씩 여러 계좌에 나눠서 사는 방식이다. 확률적으로 개미들이 어떤 종목을 사면 오를 확률과 내릴 확률은 반반이다. 하지만 현실은 내릴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어떤 종목을 살 때는 10% 정도만 적게 사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첫 계좌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10%가 되면 해당 계좌에 물을 타는 대신 새로운 계좌를 만들고 다시 10%를 산다. 두 번째 계좌의 수익률이 또 다시 마이너스 10%가 되면 세 번째 계좌를 만들어 다시 10%를 사는 식이다. '세븐 스플릿'은 이런 식으로 계좌를 7개까지 나눠서 종목을 사는 방식이다. 최초 계좌의 수익률이 -70% 이더라도 마지막 만든 계좌는 수익률이 0%다. 여기서 해당 종목이 올라 수익률이 플러스가 되면 수익률이 플러스인 계좌를 수익 실현 하는 방식이다. 한 계좌에 물을 타면 최종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매도를 할 수 없지만 이렇게 계좌를 나눠놓으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장세에서 마지막에 만든 계좌는 수익으로 전환되고 소액이지만 수익을 실현하면서 멘탈을 관리할 수 있다. #개미지옥 #주식투자 #재테크 #멘탈관리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5-15 15:30:41[파이낸셜뉴스] 부동산과 주식의 상승 그래프는 닮았다 한 번의 큰 부동산 상승 사이클을 겪고 보니 부동산 시장도 주식 시장과 비슷한 흐름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식 시장의 경우 지난 상승기 때 '태조이방원'이란 말이 유행했다. 태양열,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자력과 같은 테마를 형성하며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가 먼저 올랐다. 주도주가 한 차례 오르고 난 뒤 소형 종목이 순차적으로 오르는 순환매 장세가 이어졌다. 그리고 유동성의 끝물에는 개나 소나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상한가를 치는 이상한 장세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 이상한 장세의 끝물에서 개미(주로 주식을 처음 시작했던 지인)들이 밥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삼성전자 10만원 갈 거 같아서 나도 샀잖아."라고 말했다. 피터 린치가 말한 '칵테일 파티' 그대로 였다. 부동산도 처음에는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의 핵심 아파트들이 먼저 오른다. 이른바 대장 아파트들이다. 이어서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이 오르고 서울의 주변 지역 아파트들이 들썩인다. 그리고 과천, 경기 등 수도권과 지역 광역시, 대도시인 부산과 대전, 세종 등이 오른다. 마지막으로 지방 구석의 아파트들과 재개발 재건축 가능 단지들이 한 차례 오른다. 뉴스 기사에는 '오늘이 가장 싸다', '집 안 사면 바보' 같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걸린다. 실수요자인 30대 부부는 불안에 떨며 은행에서 막대한 빚으로 내 집 마련을 한다. 보통 이때가 '꼭지'다. 부동산 투기의 끝물 즈음이었다. B씨는 1억원을 투자해 인천에 있는 아파트 5채를 한 번에 샀다. 매매가 1억원에 전세가 8000만원 정도인 노후 아파트 5채를 전세를 끼고 샀다. 1채당 각 2000만원을 투자해 1억원으로 5채를 샀다. 부동산 규제가 한창이라 1주택 취득세는 1%, 2주택은 8%, 3주택은 15% 세금을 메기던 시절이다. 사실상 3주택을 사는 순간 15%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 때문에 다주택 구매를 생각도 하지 마라는 정부의 경고였다. 하지만 여기에도 허점은 있었다. 공시가격(보통 거래되는 시세의 50~70% 수준) 1억원 미만 아파트의 경우 투기 목적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취득세 중과가 되지 않고 동일하게 1%만 적용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들은 1채를 사든 10채를 사든 취득세는 동일하게 1%만 부과됐다. B씨가 1억원에 인천 아파트 5채를 사고 6개월 정도 지나자 투기 세력이 마지막 종착지인 인천 노후 아파트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1억원이던 아파트의 가격이 20% 정도 올라 1억원2000만원이 됐다. B씨는 미련 없이 아파트 5채를 1년도 되지 않아 팔아 치웠다. 아파트 한 채당 2000만원 수익, 50%를 세금으로 내도 아파트 1채당 1000만원의 수익이었다. 1억원을 투자해 6개월 만에 세금 다 내고 5000만원을 벌어 들여 투자 수익 50%를 거둔 것이다. A씨와 B씨의 사례를 겪으면서 부모님이 떠올랐다. 70평생 살면서 현재 경기도 한 빌라에 살 때까지 등기를 쳐 본 일(내집 마련)은 서 너 번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집을 사고 파는 일이 2년마다 핸드폰을 바꾸는 것처럼 아주 쉬운 일이었다. 실제로 일부 공인중개사(부동산)들은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고객의 리스트를 확보해 실수요자들을 위해 집주인이 네이버나, 직방 같은 사이트에 집을 내놓기도 전에 거래를 끝마친다. "투자 가치가 있고 전세를 끼고 사면 투자금이 얼마인데 2년 뒤쯤 팔면 될 것"이라고 조언도 해준다. 중개사 입장에서는 네이버 등에 광고를 올리지 않아 수수료를 아끼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좋은 부동산을 선점할 수 있다. 투자자가 바쁘면 계약 당일 부동산에 가지 않고도 계약서를 대신 써주기도 한다. 투자금이 소액(몇 천만원)인 경우 투자자는 부동산에 계약 위임장을 써주고 계약금과, 잔금 이체만 하고 거래를 마친다. 계약서와 등기는 카톡이나 등기로 받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투자자가 엉덩이를 깔고 사는 집이 아니라 잠깐만 보유했다 다시 팔 집이기 때문에 집을 실제로 보지도 않는다. 세입자는 자기 집주인이 바뀔 걸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전형적인 그들만의 리그였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주판알을 튕기는 '그들'의 방식 유동성이 넘치는 시기에는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금 등 모든 투자자산의 가격이 오른다. 그리고 '그들'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대부분 이 같은 투자 자산 모두에 투자한다. 정부의 규제는 언제나 이들보다 느리고, 개미들은 항상 거품의 정점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다. 5년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초심자의 행운'도 겪어보고 '나 천재인가'라는 착각에도 빠져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결국 깨닫게 되는 진리는 개미보다 월등하게 정보 접근성이 좋은 '그들'에게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제도를 설계하고, 언제나 한발 앞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김용남 개혁신당 전략기획위원장이 경제분야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그가 발표한 정책에는 한국 주식시장의 대부분 문제점이 포함됐다. '한국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 후진' 모든 요소를 검토해 최적의 대안을 발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입법과제 8가지로 △하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둘, 경영권 프리미엄 불인정 및 주식 공개매수 의무화 △셋, 물적 분할통한 쪼개기 상장 금지 △넷,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 △다섯, 상장회사의 전자 투표제 및 전자 위임장 제도 의무화 △여섯, 집단소송 제도 개혁 및 절차 간소화 △일곱, 증거개시 제도 도입 △여덟, 거버넌스 개선 기구 국회 내 설치 등이다. 이 중 '경영권 프리미엄'은 국내 주식 시장에만 있는 이상한 제도로 블록딜 등 대규모 거래시에 대주주의 주식을 20~30% 더 비싸게 사주는 이상한 제도다. 미국에서는 소액투자자에게 매도 우선권 등을 부여해 시장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있다. 대주주를 우선하는 한국과 반대다. 또 자사주 매입의 경우도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은 곧 소각(주가부양)'의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사주 매입 공시를 띄우고 주가만 부양시킨 후 소각을 하지 않아 대주주의 지분만 늘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8가지 입법 과제 외에도 한국 증시 부양 중장기 과제로 3가지를 더 제시했다.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발행 관련 제도 개혁 △기형적인 한국식 지주회사 제도 개선 △상속세율 인하 검토 등이다. 상속세율 인하의 경우 국내 일부 기업들은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주가를 오히려 낮추려는 유인이 있어왔다. 주식의 가격이 올라버리면 60%에 달하는 주식 상속세를 낼 수 없어 주식을 팔아 세금을 내야한다. 이 경우 자식에게 상속할 지분율이 감소하기 때문에 상속 절차를 완료하기까지 주가를 눌러 왔던 것이다. 검사출신 김용남 전 의원은 한때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었다. 그는 대선 토론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가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온 것이 비판 받자 “손을 손가락 위주로 씻어서 왕자가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국민의 힘을 탈당한 뒤 그는 최근 "사실은 (그때) 제 속마음은, 표현은 좀 그렇습니다만, 경멸 내지 조소의 의미가 컸던 것”이라며 “이게 논리적으로 설명도 안 되니 ‘아이고 저도 귀찮습니다’ 이런 취지로 (말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 역시 당시 그가 속한 위치에서 일종의 '양두구육(양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매한다)'을 했던 셈이다. TV속 국회의원 300명은 때로 너무도 우스꽝스럽고 바보처럼 보일 때도 많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싱크탱그와 정보는 개개의 개미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민의 불편을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번에 개혁신당이 발표한 입법과제만 봐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개미들이 어떤 고통과 피해를 받는지 그들은 모두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설령 몰랐다고 해도, 알려고 하는 의지만 있었다면 누구보다 정확하게(당연히 취재 기자보다 훨씬 더)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매 4년마다 오는 국회의원 선거는 어쩌면 개미들에게는 기회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잠깐이나마 평평해 지는 찰나의 순간이다. 지식의 저주에 빠지는 대신 지혜를 나누면 힘이 된다. #이환주의 개미지옥 #양두구육 #부동산 #자사주 소각 #경영권 프리미엄 #주식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1-19 20:16:23[파이낸셜뉴스] '지식의 저주'란 말이 있다. 사람이 무엇을 잘 알게 되면 그것을 모르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운전은 절대 가족에게 배우는 게 아니란 말이 있는데 '지식의 저주'에 걸린 형, 오빠가 초보인 동생에게 '극대노와 짜증'을 퍼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 그 누구도 초보운전 시기를 거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일단 운전에 능숙해지면 운전을 처음하는 사람이 겪는 육체적, 심리적 어려움에 공감하기 어렵다. 주식도 비슷하다. 누구나 다 '주린이' 시절을 거치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주린이 시절의 고통과 시련을 잘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환주의 개미지옥] 1~2화를 통해 '한국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 후진 5가지 이유'를 쓰면서도 주식투자자에겐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닌가 걱정했다. 하지만 온라인 댓글과 현실 피드백을 통해 여러 긍정적인 반응을 받으며 어쩌면 나조차 '지식의 저주'에 빠진 것은 아닌가 새삼 반성하게 됐다. 앞으로도 실전투자 5년 차 (망한) 개미의 가감 없는 독백은 계속된다. 주식과 운전의 다른 점도 있다. 운전은 가르침을 통해 초보의 운전 실력이 향상되면 도로에서 사고가 날 확률이 줄어들고, 결국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상황이 된다. 하지만 주식을 잘 하는 방법(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은 그것을 가르쳐 줄 경우 그 노하우를 알고 있던 사람의 실익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주식 시장의 본질은 "싼 가격에 주식을 사서 그것을 더 비싼 가격에 판다"인데 모두가 다 주식의 본질에 대한 정보에 능통하게 되면 그것이 어려워 지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멍청하게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더라도, 나보다 더 멍청이에게 더 비싸게 팔면 그만이다. 주식 시장에서 정보의 독점과 과점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나 혼자만 레벨업'인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 있는 정보를 다수와 나누기 싫어진다. 개미지옥을 파고 기다리는 '그들'은 대중이 더 멍청해 지길 바란다. 중고차 시장, 의료 사고 분쟁 등에서 정보를 상대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보가 적은 사람을 호구처럼 이용하기 쉬워진다. '그들'은 알았던 부동산 투자의 비밀 지난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와 건설사를 취재하는 부동산부 기자를 했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은 전형적인 부동산 상승기로 정부가 서른 번에 가까운 부동산 규제를 발표하며 집값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시중에 풀린 유동성(돈)과 저금리를 기반으로 부동산 투기 수요에 불이 붙으면서 사상 유례없는 집값 상승이 이어졌다. 또 전세계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이자율 0%의 대출, '전세' 제도가 있는 점도 부동산 투기를 부추겼다. 기자는 한 두 달이 멀다 하고 국토부의 부동산 규제 보도자료가 나오면 이를 기사로 정리했다. 매번 정부가 심혈을 다해 준비했다는 부동산 대책 기사를 쓰면서도 기자의 마음속에서는 '정부가 처음부터 극약처방을 통해 집 값을 잡는 대책을 내놓기 보다, 집값 상승을 용인하면서 집이 있는 부자들이 비싼 값에 다 팔고 나갈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이런 의구심이 들게 하는 실제 사례는 차고 넘쳤다. 언제나 규제를 한 발 앞서 피해가며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으로 꽤 많은 자산을 축적한 사람이 주변에도 있었다. '정보'를 가지고 이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은 넘치는 유동성을 활용하고, 규제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자산을 불려 나갔다. 정부가 미친 듯이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가장 강력하게 추진한 대책은 대출 규제였다.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40%까지 낮췄다. 종전에는 10억짜리 집을 사는데 6억(60%)까지 대출이 나왔는데 4억(40%)까지로 줄어들었다. 부부 모두 대기업에 다녀 소득이 높고 상환능력이 충분한 신혼부부도 낮아진 대출 한도로 인해 서울에는 집을 살 수 없었다. 하지만 대출 규제에도 허점이 있었다. 개인에 대한 대출 규제는 있었지만 '법인(회사)'에 대한 대출 규제는 없었기 때문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던 A씨는 이를 노려 부동산매매 법인을 세웠다. 법인 명의로 대출을 80%~90% 가까이 받아 서울 알짜 지역에 있는 10억원대 아파트를 샀다. 은행 입장에서는 새로 생긴 법인의 경우 매출이나 실적 이력이 없기 때문에 대출을 해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세 부동산 상승기였고 법인의 대표가 고소득 전문직이었기 때문에 대출이 나왔다. A씨는 2년 뒤 법인 명의로 산 해당 아파트를 팔아 수억원의 매매 차익을 거뒀다. A씨가 해당 아파트를 사기 위해 투자한 돈은 1~2억원 남짓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A씨가 아파트를 사고 6개월 정도 지나자 정부에서는 뒤늦게 법인에 대한 주택담도대출 규제도 시행했다. 이미 '법인을 세워 풀 대출을 받고 아파트를 살 사람들은 다 산 뒤'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의 상황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로 촉발된 미국 금융 시장의 폭락 이야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의 한 장면과도 겹쳐 보였다. 영화 속에서는 0%대의 기준 금리를 유지하는 미국 은행이 대출을 남발하고,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 종업원이 100%에 가까운 대출로 집을 사고, 그 집을 담보로 또 집을 사고, 다시 그 집을 담보로 또 다른 집을 사는 상황이 나온다. 추세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므로 은행들은 100% 가까운 대출을 남발하며 거품을 형성 시켰던 것이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은 대출 회수 확률이 적어 신용등급이 낮았다. 하지만 미국의 금융 기술자들은 이 채권을 수천, 수만개 모아 또 다른 파생금융상품(CDO)을 만들고 유동화 시켰다. 1개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될 확률은 높지만 이를 1만개 모으면 부실확률이 낮아진다는 기적의 논리였다. 미국의 신용평가사들은 미국의 은행들과 짜고 이 금융상품에 트리플 A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당시 미국 은행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나라의 은행에 이 상품을 팔았다. 향후 미국 은행이 파산하고 해당 상품을 산 국내 은행들은 막대한 손실을 껴안았다. 당시에는 이 금융상품을 산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이 '개미'였고 미국의 금융기관이 '그들'이었던 것이다. (계속: 20일 오전 11시 노출 예정인 4화로 이어집니다.) #이환주의 개미지옥 #부동산 #빅쇼트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1-19 19:59:44[파이낸셜뉴스] 지난 6일 작성한 '이환주의 개미지옥' 1편에 기대 이상으로 좋은 댓글이 많이 달렸다. 네이버 기준 약 100여개의 '좋아요' 응답이 있었고, 댓글에도 '시원하다', '정말 그렇다'는 내용이 많았다. 레거시 미디어인 방송과 신문 지면의 경우 잘 다루지 않는 실전 개미 투자자의 '감상과 느낌'에 공감하는 개인 투자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주식 투자를 1년 이상 꾸준히 해온 개미 투자자라면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뻔한 내용이었지만 기사라는 형태로 노출된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메시지가 다르다기 보다 메신저가 달랐던 것이다. 알짜 배당기업이 별로 없다 미국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인도의 신분제인 '카스트 제도'처럼 배당주도 계급이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다. 바로 △배당 블루칩 △배당 챔피언 △배당 귀족 △배당 왕 종목이다. 각각 5년, 10년, 25년, 50년 이상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온 주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배당 왕 종목은 워런 버핏도 투자한 코카콜라다. 미국의 경우 국민의 노후 대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도 미국 주식에 대규모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업들이 경제 상황에 상관없이 배당을 꾸준히 증가시켜 오고 있다. 초기 애플과 같은 성장 기업은 배당을 주는 대신 기업의 이익 잉여금을 성장(투자)에 사용하고, 이는 결국 주주들에게 배당보다 훨씬 큰 수익, 시세 차익으로 돌아온다. 미국 주식 시장은 '기업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교과서에 나온 '주주 이익 극대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행한다. 주주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법은 기업의 이윤을 배당으로 돌려주거나, 재투자를 통해 기업의 가치(주식 가격)를 올리는 방법이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 경영자의 능력은 '주주 이익 극대화'를 실현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로 나뉜다. 심지어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조차 주가가 지지부진하면 대표 자리에서 쫓겨 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배당을 통해 기업의 이윤을 나누는 일이 미국처럼 당연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 순환출자를 통해 아주 소수의 지분으로도 기업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미국 교과서에도 나오는 단어인 '재벌' 위주의 경영으로 '주주의 이익'과 '창업자나 CEO'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정거래위원장이던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경제 정책을 통해 "대기업진단의 순환출자 고리가 대부분 해소됐다"고 자평했지만 아직은 그의 말이 그가 추구한 이상을 잘 실현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재벌 대기업 위주의 국내 주식 시장은 특정 기업이 사업을 통해 많은 이윤을 쌓아도 배당을 통해 주식 소유 비중대로 이익을 나누게 되면 창업자나 CEO의 이익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 구조다. 재벌 들은 기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사익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은 듯 보인다. 반면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그 자체로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주주의 이익과 창업주의 이익이 일치한다. 이익을 배당으로 나누든, 재투자를 통해 기업의 주가를 높이든 창업주와 소액 주주들이 함께 윈윈하는 구조다. 국내 주식시장에도 대표 배당주라고 분류되는 통신사, 은행과 금융지주, 일부 인프라 기업이 5% 이상의 배당을 꾸준히 주고는 있지만, 사실상 주가의 상승이 막혀 있는 경우가 많아 매력이 떨어진다. 수면제 먹고 깨어났다 간 쪽박 찰 수도 개미 투자자로 주식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가 멘탈 관리다. 아무리 좋은 종목을 골랐더라도 해당 기업의 성장과 이익이 충분히 주가에 반영될 만큼 기다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가장 좋은 투자 전략이 '좋은 종목을 고른 후에 수면제를 먹고 10년 뒤에 일어나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된 종목 중에는 '묻지마 장투'에 적합한 종목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가장 우량한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에 투자하고 10년을 묵혀둔 서학 개미의 경우 꽤 높은 수익률을 보이지만 한국 주식 시장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실제로 2010년 11월 30일에 코스피에 상장된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에 투자를 하고 10년을 묵힌 2020년에 주가를 확인할 경우 삼성전자 1종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9종목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물론 2020년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기업의 주가가 낮아졌지만 시계열을 더 확대하더라도 국내 주식 시장의 장기 성장성은 미국 시장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지금부터 딱 10년 전인 2014년 1월 8일의 코스피 주가지수는 1950포인트 정도다. 10년 뒤인 2024년 1월 8일 종가가 2560정도로 10년 동안 코스피 지수 평균은 31% 성장하는데 그쳤다. 1년에 주가가 3% 성장했다는 뜻인데 이는 물가인상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성장이 없었다는 얘기다. 은행에 예금해도 2~3% 금리를 매년 받으며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는데 주식에 넣어놓고 뜬 눈으로 밤새고, 매일 주가창을 보는 스트레스를 고려하면 안 하니만 못한 투자가 되는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인 2014년 1월 미국의 S&P 500지수는 1695에서 10년 뒤인 현재 4697로 177% 성장했다. 아무 고민 하지 않고 미국 S&P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만 넣어뒀더라도 매년 자산이 17%씩 늘어났다는 의미다. 워렌 버핏이 2013년에 "유서에 내가 죽은 뒤 아내에게 남겨진 돈의 10%만 국채 매입에 투자하고, 나머지 90%는 전부 S&P 500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썼다"는 말은 농담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서학개미 사이에서 매년 배당이 크게 증가하는 SCHD(배당성장ETF)나, 년 10%대 배당을 주는 JEPI(고배당ETF) 같은 종목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배당과 주가 성장을 합친 수익률을 따져보면 S&P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수익률이 높은 경우가 많다. 일부 투자자들은 그래서 "차라리 S&P 지수를 추종하는 SPY 같은 종목에 투자하고 매년 일정 주식을 팔아서 배당처럼 쓰는 것이 배당 ETF 투자보다 유리하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후진적인 시장과 금융감독시스템 최근 뉴스에 홍콩 ELS 판매로 인해 투자자들의 손실이 수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홍콩 ELS는 홍콩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금융 상품이다. 예를 들어 홍콩 지수가 5000인데 반토막(2500)이 나지 않으면 은행 예금이나 적금보다 높은 이율을 주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대부분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 창구에서는 "홍콩 지수가 절반이 떨어지는 것은 삼성전자가 망할 확률보다 적다"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판매에 들어간다. 홍콩 ELS에 투자한 연령을 봐도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이라고 한다. 각 금융사 판매 창구에서는 투자 상품에 눈이 어두운 고령층에게 '원금보장'을 해주는 듯한 뉘앙스로 불완전 판매가 이뤄졌을 공산이 크다. 옵티머스, 라임, 디스커버리 펀드 등도 조금씩은 다르지만 이번 사태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금융사에서는 해당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고지를 충분하게 하지 않고 불완전 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약 10여년 전 동양증권은 부도가 나기 직전까지 고객들에게 부실 채권을 팔았다. 부실이 사실상 확정됐음에도 안전한 상품이라고 고객을 속이고 개인투자자들에게 빛더미를 떠민 것이다. 당시 뉴스를 보면 동양증권은 직원들에게 부실채권을 팔면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사실상 부실 폭탄을 개인에게 떠밀도록 직원들을 독려했다. 동양그룹 부실 채권을 산 사람들 99% 이상이 개인투자자였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사태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익에 눈이 먼 금융사들의 탐욕도 문제로 지적되지만 여기에 앞서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되로록 이를 방치하는 금융감독 당국의 문제도 크다. 기자는 2016년 8월 11일 '만능통장 'ISA'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기자수첩을 썼었다. 금융당국은 세계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는 우리 국민을 위해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내놨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사실상 알맹이는 국민보다는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금융사의 배만 불리는 상품 같다는 내용이었다. 출시 당시보다 혜택도 늘고 ISA 계좌의 절세 효과도 많이 업그레이드 됐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글쎄'다. 8년이 지난 올해 1월 7일자 조선일보의 한 기사 제목은 "'절세 끝판왕'이라더니... 20년 금융맨조차 '머리에 쥐 났다'"였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국민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상품이라지만 너무 복잡해 사실상 그 혜택이 크지 않고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수년 전 금융부 기자로 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 감독 기구인 금융감독원을 출입하면서 느꼈던 한 가지 사실은 '금융당국의 1순위는 국민이 아니라 그 산업의 부흥, 즉 은행과 증권사 같은 기업들의 이익이 우선이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환주의 개미지옥] 첫 화의 댓글에는 "불법공매도 뒤를 봐주는 금융카르텔 때문에 후진국이다. 발본색원하고 형량도 세게 때려야하는데 솜방망이 처벌 하고 있으니 주식시장이 교란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실제로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무차입) 대형 기관투자자 등이 암암리에 진행해 온 불법공매도에 대한 지적은 수년간 지속됐다. 이를 방기한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 독자들의 눈에 띄는 제목을 달기 위해 '한국 주식이 미국 주식 보다 후진 다섯 가지 이유'라고 정했다. 하지만 사실 전부 이야기를 하자면 다섯 가지는 커녕 열 가지도 넘는다. 주식투자 후일담을 늘어 놓으면서 할 얘기는 아니지만 금융관료 출신들이 정계를 장악한 '모피아 문제', 수십억원대 사기를 치더라도 값비싼 전관 변호사를 모셔와서 집행유예를 받는 우리나라의 '사법 카르텔', 고위 관료직을 수행하다 은퇴를 하고 기업의 사외이사나 감사, 대형로펌에 취업하는 '그들만의 나눠먹기'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개미지옥에 빠져든 개미도 잘못이지만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나쁜놈들이 진짜 못된놈들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1-08 17:52:13[파이낸셜뉴스] "환주야, 내가 이런 얘기 잘 안 하는 거 알지. 큰 욕심 안 부리면 거의 무위험으로 15%는 무조건 먹을 수 있어." 지난 2019년 여름이었다. 2014년 4월 현재 회사에 입사한 필자는 당시 경제지 기자로 5년차였다. 정부 관료, 기업인, 정치인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사람을 판단하는 나름의 '눈'이라는 걸 갖고 있다고 자부했다. 전화를 준 사람은 주니어 때부터 같은 출입처를 담당했던 타사의 기자였다. 그는 내가 본 몇 안 되는 '진짜'였다. 파레토 법칙에 따라 100명의 기자를 80 대 20으로 나누면 그는 단연 20에 속했고, 그 20 중에 다시 나눠도 4명 안에 들만했다. 나무보다 숲을 볼 줄 알았고, 사건의 이면을 꿰뚫어 봤으며, 무엇보다 내 예측을 뛰어넘어 한 수 위나 뒤를 볼 줄 알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는 내게 한 주식 종목을 추천해줬다. 그 전까지는 필자는 주식 시장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비관론을 가지고 있었다. 약 2년간의 금융부 취재 경험을 통해 쌓인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 증권 회사에 다니는 가족, 주식으로 가세가 기운 친척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음에 들었던 소개팅 상대가 두 번째 데이트에서 '소소하게 주식으로 수익 본 얘기'를 하자 마음이 급격히 식으며 세 번째 만남은 내 쪽에서 단념해 버린적도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의 일원이었지만 '돈'에 대한 욕망 자체를 무의식의 영역에서 나쁜 것이라고 취급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주식 종목을 추천하자 마음이 동했다. 일정에 쫓기다 1~2주 정도 뒤에 생애 처음으로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을 시작한 것이다. 1000만원 정도를 넣었다. 그가 하는 말이라면 그 정도는 다 잃어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MTS에 익숙해 지기 위해 이것 저것 종목을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면서 사용법을 익혔다. 하지만 몇 가지 종목을 사놓고 보니 의외로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한 두달 MTS를 가지고 놀다 금방 질려 버렸다. 그리고 그가 추천해준 종목을 사두고 잊고 살았다. 몇 달이 지나자 국내에도 코로나19가 발발했다. 2020년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주식 시장은 요동쳤다. 영화 '빅쇼트'의 교훈처럼 위기는 기회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주식 공부를 시작했다. 그가 2019년 8월에 추천해준 종목은 2020년 2월에 팔았다. 620만원에 매수해서 1110만원에 매도했다. 1주당 내 매수가는 4만9200원, 매도가는 8만8800원 정도였다. 총 수익금은 490만원, 수익률은 무려 80%였다. 참고로, 2023년말 기준 그 종목(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28만8000원이다. (처음 산 뒤 계속 보유했다면 585%의 수익을 거뒀을 것이다.) 이때부터였다. '솔로지옥'보다 무서운 '개미지옥'이 펼쳐진 것은. 유일한 장점, 시세차익에 세금 없는 국장 기자 5년 차에 주식을 시작하고, 현재 만으로 10년이 넘었으니 주식 시장과 같이 호흡한지도 5년이 넘었다. 기자를 하며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긴 것처럼 주식을 하며 자본시장을 보는 눈이 생겼다.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주제는 '미국 주식 시장'과 '한국 주식 시장'의 차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 시장과 비교해 한국 주식 시장은 왜 이리도 후진적이고 허접한가'이다. 다행스럽게도 기자를 하는 동안 증권부에 속한 적은 없어서 이해상충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개미 투자자로서 한국 주식 시장이 미국 주식 시장과 비교해 좋은 점은 딱 1가지 밖에 없다. 이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후지다. 바로 한국 주식 시장은 시세 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으로 100% 수익률을 올리든, 500%를 벌든 세금이 없다. 한 종목을 50억원 이상 가지고 있는 대주주에게만 예외적으로 양도세를 부여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우리나라 전체에 1만명도 되지 않는다. 싼 값에 주식을 사서 비싸게 팔아도 세금이 없다는 것은 기업의 내부 정보에 정통하고, 투자금과 시간이 여유로운 사람에게는 최고의 조건이다. 부자들이 더 많은 부자가 되기에는 최적이다. 반면 미국 주식 시장에서는 양도차익 250만원까지만 세금이 붙지 않고 이후로는 22%의 세금이 붙는다. 이 한 가지를 제외하고 한국 주식 시장은 미국 주식 시장과 비교해 모든 부분이 후지다. 실적과 반대로 가는 주가..시장의 불투명성 먼저 한국 주식시장은 미국과 비교해 (체감상) 너무도 불투명하다. 예를 들어 매 3개월마다 발표하는 실적 시즌이 그렇다. 미국의 경우 실적 시즌을 앞두고 각 증권사나 애널리스트들이 일부 기업의 실적 예측치를 발표한다. 기업의 실적이 시장의 합의된 예측보다 높으면 실적 발표와 동시에 그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발생한다. 반대면 주가가 내리는 '어닝 쇼크'가 일어난다. 기업의 실적과 같은 내부 정보가 공식적으로 발표나기 전까지 투명하게 관리된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정확하게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삼성전자가 사상 유례없는 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곤두박질 친다. 반대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시장 예상에 한참 못 미쳤는데 주가는 상승한다. 전문가와 애널리스트들은 의례적으로 "주식시장에 '선반영(킹반영)'이 돼서 주가가 실적과 반대로 움직였다"거나 "외국인과 기관이 차익실현 매물을 내놨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주식 시장에 입문한 주니어 개미들은 '듣고 보니 그럴듯한데'라고 넘어간다. 하지만 큰손인 누군가가 먼저 그 기업의 실적 정보를 취득하고 뉴스에 파는(셀온 뉴스)일을 했다고 생각하면 실적과 주가가 정반대로 움직이는 현상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한 기업의 내부 정보를 활용해 주식 시장에서 부당이익을 취하는 것은 범죄다. 하지만 국장에 투자를 하다보면 '시장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아예 대놓고 사기를 치는 '라덕연 사태'까지 갈 필요도 없다. 소액주주를 호구로 아는 풍토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상장 기업들이 소액주주를 '호구'로 보지 않는 이상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소액주주의 동의 없는 '물적분할'이다. 카카오가 주식 시장에 상장된 뒤 많은 개미들은 카카오의 다양한 사업 영역을 보고 투자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상장 후 '은행', '게임', '모빌리티' 등 수많은 계열 회사로 회사를 쪼갰다. 카카오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분할한 회사의 주식은 1주도 갖지 못했고, 껍데기만 남아버린 카카오의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예를 들어 물적분할 이전 당초 카카오의 기업 가치가 100조원 이였다면 그 안에는 은행, 게임, 모빌리티 등의 사업영역 가치를 모두 합쳐 산정됐을 것이다. 하지만 물적분할을 통해 카카오가 은행, 게임, 모빌리티 등 3개의 회사를 추가로 상장시켰고, 각각 50조원의 회사가 3개 더 생겼다. 카카오 역시 물적 분할로 인해 주가가 반토막 나며 50조원의 회사가 됐다. 같은 사업을 하던 회사가 쪼개진 것 뿐인데 이를 모두 합친 기업의 시총은 200조원으로 전의 2배가 됐다. 회사의 이익이 2배로 커진 게 아니라면 기업 가치에 2배의 거품이 생긴 것이다. 기업의 창업주와 대주주는추가 상장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뒀겠지만 거품 생성에 일조한 개미들의 돈은 거품이 꺼지듯 시간이 지나면서 쪼그라 들었다. 특히 애초 카카오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손도 써보지 못하고 들고 있던 주식이 반토막이 나버렸을 것이다.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네이버'의 창업주나 대주주는 바보라서 물적 분할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닐 것이다. 미국에서도 유튜브, 클라우드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구글은 주식 시장에 본질적으로 딱 1종류의 주식만(알파벳) 상장시켰다. 워렌버핏이 세운 버크셔 헤서웨이도 마찬가지다. 전혀 다른 사업 영역의 경우 충분히 물적분할이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 기존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이를 실행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카카오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LG화학) 등도 물적분할을 통해 주주들의 뒤통수를 쳤다. 물적분할 외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실패한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계속)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1-05 15:50:30[파이낸셜뉴스]최근 코로나19 이후 증시에 대거 들어와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동학개미들이 국내 증시에 실망하고 탈출 시도 중이다. 그동안 주가 하락을 버텨오다 ‘베어마켓 랠리(하락장에서의 상승세)’가 나오자 증시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되며 대형주들의 주가가 꿈틀대자 개미들이 또 다시 ‘개미 지옥’으로 들어갈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 ■주가 오르자 증시 떠나는 개미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7월 25일부터 이날까지 7거래일 동안 3588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만 놓고 보면 7190억원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오히려 이 기간 코스피는 8월 2일 하루만 빼고 모두 상승 마감했다. 지수 역시 2412.96에서 2461.45로 2.00% 올랐다. 코스피는 7월 26일부터 8월 1일 5거래일 연속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지수가 상승하고 있지만 오히려 개미들이 주식을 파는 이유는 그동안 고점에 물려있던 주식들이 조금이나마 올라오자 손실폭을 최대한 줄이면서 손절매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개인들의 매도세는 주가가 단기 급등한 종목에 집중됐다. 반등을 이용해 ‘본전 탈출’에 나서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7월 초 35만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40만원을 회복하자 개인들이 3355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최근 한달간 개인 순매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2171억원), 셀트리온(2082억원), 현대모비스(1784억원) 등에서도 개미들의 매물이 쏟아졌다. 동학개미들의 국민주로 불렸던 삼성전자, 네카오(네이버+카카오)에서 이러한 매도세가 거셌다. 7월 1~29일 개미들은 삼성전자를 1163억원어치 팔아치웠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각 502억원, 38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1월부터 6월까지 개인 순매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개미들이 아끼는 주식이었다. 6월 들어 6만원선이 붕괴되며 급격히 무너졌음에도 개인들이 순매수를 이어갔지만 7월 들어 다시 6만원대로 주가가 회복되자 개인들이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개미들은 주식을 빼고 현금 보유를 늘리는 등 아예 증시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7월 말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4조2590억원으로 지난 6월 말(57조3648억원)보다 3조1058억원 줄었다. 지난해 말(67조5307억원)과 견주면 7개월 사이 무려 13조2717억원이 감소했다. 반대로 7월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750조5658억원으로 6월 말 대비 28조56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해 7개월 만에 60조 5292억원 급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외국인들은 다시 한국 증시에 돌아오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외국인은 7월 한 달간 코스피에서 2조321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3조3987억원을 순매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개미들이 순매도한 종목을 대거 담았다. 7월에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한 달간 5461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외에 LG에너지솔루션(4679억원), SK하이닉스(2675억원), 현대차(1785억원), 삼성SDI(1579억원) 등을 사들였다. ■'개미지옥' 다시 들어갈까 고민 동학개미들은 최근 증시가 오르는 상황에서 주식 시장으로 다시 들어갈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도 코스피가 8월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2600선을 뚫으며 추세적 반등이 이뤄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적어 지금 상승세에 섣불리 증시로 뛰어들기는 불안한 상황이다. 실제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기술적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전문가들도 8월 '베어마켓 랠리' 이후 9월부터 다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위기 대응에 주력하는 편이 나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가 2500선에 근접할 경우 기대 수익률은 하락하게 된다"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은 약세장 랠리를 지속시킬 수 있지만, 실제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전까지 스탠스 전환 기대는 다소 이르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코스피지수 1차 목표치인 2600선까지는 반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올 4·4분기부터는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는 역실적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보여 205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2022-08-03 16:2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