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임다영씨(28)는 최근 '거지방'이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거지방이란 소소한 지출까지 채팅방에서 공유하고, 타인의 지출에 대해 평가하는 익명 채팅방이다. 임씨는 "마라탕 사진을 올렸더니 소비조장 사진이라며 한소리 들었다"며 "하다보니 흥미로워서 절약이 아닌 재미를 위해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MZ(1980년~2000년대 초 출생) 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무지출 챌린지가 뜨고 있다. 일명 '거지방'이라고 불리는 익명 커뮤니티 공간에서 자신의 소비 행위를 공개하고 서로 절약 '채찍질'을 하는 행위다. 거지방이 인기를 끌며 일종의 놀이 문화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고물가 시대에 씁쓸한 현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스터디카페? 집에서 공부하세요" 단호한 거지방 17일 업계에 따르면 '거지방'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채팅이 우후죽순 생성되고 있다. 거지방 내용 캡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되면서 이 같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거지방 오픈채팅은 대개 '절약', '일상', '하루살이' 등을 해시태그로 달아둬 소비를 줄이고 싶은 이용자들이 찾아올 수 있게 했다. 거지방마다 규칙은 다양하다. 보통 닉네임 옆에 해당 달에 쓴 지출 내역이나 목표 지출을 명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사소한 지출이라도 공개해 해당 방 이용자들에게 평가를 받게 된다. 거지방이 활성화면서 하나의 놀이 문화에 가까워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자가 직접 입장해본 거지방에서는 "스터디카페 -5000원"이라는 글이 올라오자 곧장 "사치다. 집에서 공부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미세먼지가 심해 택시를 타려고 한다"는 말에는 "튼튼한 두 다리로 걷자"며 재미있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한 거지방에 입장해 있는 윤성민씨(29)는 "직접 메시지를 올려본 적은 없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며 "다른 이용자들이 소비 사진을 올리고 혼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반성하게 된다"고 전했다. 다만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과도하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다수 이용자들이 불쾌감을 느끼거나 홍보성 링크가 난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오픈채팅은 기본적으로 이용자 신고를 바탕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광고나 부적절한 메시지 등을 올릴 경우 관리자가 메시지 가리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물가 기조에 아끼자‥앱테크도 인기 높아져 거지방과 같은 문화는 최근 고물가, 고금리 기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거지방도 무지출 챌린지의 일종인데, 스스로를 '거지'라고 표현하는 등 자조적인 성격이 담겨있다"면서도 "그동안 '욜로'(현재 행복을 중시하는 태도)에 빠져있던 젊은 세대가 불경기를 같이 이겨내자는 데 공감해 거지방이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절약을 일상화하는 짠테크(짠돌이+재테크)도 보편화되고 있다. 짠테크의 일종인 앱테크(애플리케이션+재테크)의 인기가 대표적이다. 인크루트가 지난달 발표한 앱테크 참여도 설문조사(조사대상 성인남녀 1707명)에 따르면, 응답자의 75%는 현재 앱테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앱테크를 하고 있는 이용자들의 하루 평균 수익은 312원으로 집계됐다. 소소한 수준이지만 '티끌'이라도 모으려는 이용자들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3-04-16 15:39:49중국에서 구걸하던 한 걸인이 알고 보니 집과 예금까지 보유하고 있던 '가짜 거지'였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중국 펑파이 신문에 따르면 최근 중국 허난성에서 유명한 70대 걸인이 진짜가 아니었다는 목격담이 올라왔다. 한 목격자는 "걸인의 옷에 자신의 처참한 신세를 적혀있기에 불쌍하게 생각하고 2위안(약 350원)을 줬다"며 "그리고 나서 우연히 같은 날 오후에 은행에서 이 걸인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걸인은 이날 5000위안(86만원)을 저축했고, 나는 1000위안을 저축했다"면서 "걸인이 나보다 돈이 많다"고 지적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걸인은 이미 현지에서는 '구걸 명인'으로 통하면서 '두루마기 형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자신의 신세가 얼마나 처량한지를 세세하게 적은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다녀서다. 또 겨드랑이 양쪽에 부목을 대고 절뚝대며 걷는다. 그는 도로에서 차가 잠시 멈출 때 차 앞으로 가서 헌 행주로 차창 유리를 닦은 뒤 돈을 요구한다고 한다. 노인이 자주 출몰하며 돈을 요구하는 도로가 따로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에 사람들은 그동안 걸인을 안쓰럽게 생각해 도움을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그는 다리에 약간의 장애가 있는 것 이외에는 몸에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펑파이 신문에 따르면 이 걸인은 아내와 자녀가 있으며 방 네 개짜리 집도 있는 데다 은행 예금까지 20만위안(3400만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걸인의 아들은 차와 집을 갖고 있으며 딸도 허난성에서 사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난성 정부 관계자는 이 걸인이 경찰로부터 훈방된 뒤 다시는 거지 행세를 하며 구걸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1-03-08 06:52:25[파이낸셜뉴스] 이사 첫날 새벽에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렸다가 옆집 사람에게 경고성 쪽지를 받았다는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이삿짐 정리하고 새벽 3시에 드라이기로 머리 말려 지난 7일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파트로 이사하고 늦게까지 짐 정리하고 새벽 3시 정도에 샤워하고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고 잤다. 다음 날 옆집에서 편지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엔 옆집에게 받았다는 편지도 함께 있었다. 편지를 보면 옆집 이웃은 "어제 이사하셔서 새벽 3시에 청소기를 돌리시는 건지 드라이기를 쓰시는 건지 모르겠으나 소음이 발생했고 우리 집 현관 화장실과 화장실 옆방까지 크게 들려 밖에 나가보니 댁 내에서 들리는 소리였다"고 썼다. 그러면서 "모든 아파트가 그렇듯 벽간, 층간소음이 심하다. 충분히 배려하고 조심하면 막을 수 있는 것들"이라며 "이곳도 역시 방음이 그다지 좋지 않다. 옆에서 전화 통화하는 소리, 코 고는 소리,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말소리 등 다 들린다"고 설명했다. 이웃은 또 "낮엔 다른 소리에 그나마 묻히지만,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같이 고요한 시간에는 모든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며 "현관 옆 화장실과 작은 방은 벽끼리 서로 붙어서 환풍구나 배수구 통해서 옆집, 아랫집 소리 다 들린다. 이 점 양지해 앞으로 조심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집에 뇌출혈 환자 있다.. 어제 한잠도 못 자 고통스럽다" 이웃 쪽지 특히 벽간소음 방지를 당부하기 위해 집에 뇌출혈 환자 어르신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옆집 이웃은 "환자가 없어도 집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 다들 모르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근무 형태도 너무 다양하다 보니 수험생이 있을 수도 있다"며 "4호 라인은 전부터 서로 보복 소음으로 3라인까지 피해가 있어 층간소음으로 인해 모인 적도 있었을 정도다. 한 입주민은 유산을 3번 하셨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또 "얼마나 방음이 취약한지 3, 4세대 그리고 위, 아래, 대각선으로 문 닫히는 소리, 물건 떨어지는 소리 등 여러 소리가 전해지고 진동도 느껴진다"면서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요즘, 건설사의 부실 날림 공사는 어쩔 수 없고 입주민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입주민들이 조심하고 배려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그렇게 하면 해소될 문제"라고 전했다. 전날 밤 상황을 다시 가져온 이웃은 "때론 몰라서, 때론 알면서도 무례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소음과 진동을 불러일으키는데 당하는 이웃은 매우 고통스럽다"며 "약을 먹고 잠을 청해봐도 소리와 진동에 놀라 잠 못 들면 그대로 날밤을 새운다. 고통스럽다. 어제도 그랬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사 첫날이어서 몰라서 그랬을 것 같아 양해 부탁드린다. 몇 년 동안 이웃으로 지낼 터인데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좋은 이웃, 예의 있는 이웃으로 지내보길 바란다"며 "저희도 조심하고 또 조심하겠지만 혹시 불편한 게 있으시면 말씀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사 첫날부터 '무례'라고 하는게 경고 같다" SNS 글 올려 편지 내용을 공유한 A씨는 "자정 전 수면 준비를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면에 어려움이 있으면 옆집이랑 떨어진 위치에 있는 방에서 자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의문을 표한 뒤 "옆집이랑 가까운 방에서 자면서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게 아쉽다"고 토로했다. A씨는 또 "아파트 상황 알려준 건 고마운데 개인의 상황을 일방적으로 알려주고 알고도 지키지 않으면 '무례'라고 하는 게. 이사하는 상황 알면 며칠 지켜봤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아파트 특성상 늦은 시간 가전 사용을 주의하는 것도 배려지만, 이를 감수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는 것도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A씨는 "소음도 피해를 주는 거지만 사사건건 문제 삼는 것도 피해를 주는 거"라며 "옆집이 예의를 갖췄지만, 첫날부터 기강 잡고 경고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 동안 층간소음은 물론 벽간소음으로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23년엔 수원시 장안구의 한 원룸텔에서 20대 B씨가 소음 문제로 옆집에 살던 40대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6-09 09:31:02[파이낸셜뉴스] 2003년부터 2004년까지 1년간 20명을 살해한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유영철의 교도소 생활 일부가 공개됐다. 31일 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에서는 유영철과 7년간 매주 4시간씩 면담을 진행했던 이윤휘 전 교도관이 출연했다. 이 전 교도관은 "유영철이 (수감 이후) 시뻘게진 눈으로 나를 찾았다. 요즘 자기가 잠을 잘 못 이룬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유를 물어보니 피해자들이 밤마다 귀신으로 나타난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 전 교도관은 "독거실 내 화장실 쪽 그 위에서 천장 그 밑에서 자꾸 환상이 보인다. 3명에서 4명 정도가 귀신으로 자꾸 나타난다고 하더라"라며 "그래서 잠도 못 자고 너무 힘들어서 하루 일과가 피곤하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야기들은 들은 패널들은 분노했다. 최덕문은 "방을 옮긴다고 안 나타겠느냐. 인과응보"라고 혀를 찼다. 장현성은 "사이코패스 범죄자도 정작 피해자들이 보이는 건 두려웠던 것 같다"며 "잠이 아니라 피해자, 유족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유영철의 기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방송에 따르면 유영철은 검거 이후 경찰서 포토라인에 '아빠'라는 단어가 적힌 마스크를 쓴 채 나타났다. 앞서 유영철은 한 언론사 기자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살인 중 가장 무서웠던 순간으로 아들에게 전화가 왔을 때를 꼽았던 터. 씨엔블루 민혁은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지. 자기가 (아들의) 아빠라고"라며 황당해했다. 이런 가운데 구기동 살인 사건으로 세 가족을 잃은 유족 고씨는 "유영철이 잡힌 뒤 다리에서 투신하려고 했는데, 내겐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며 유영철을 용서하기로 했다. 신앙인인 고씨는 유영철에게 영치금도 넣어주고, 면회도 갔다. 그러나 이윤희 교도관에 따르면 유영철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면회를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전 교도관은 "(유영철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고씨에게 자신의 범죄 과정을 설명하려는 의도를 보이더라. 그때 '아, 사이코패스가 맞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전 교도관은 "(유영철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피해를 본 사람들이 20명의 부녀자가 사망해서 검찰에 기소를 당했다고 하는데, 아직 찾지 못한 시신이 있다고 하더라"라며 "그래서 '어디다 묻었는데' 했더니, 경부고속도로 주변에 묻었다고 하더라. 현장 검증 때 거기까지 갔는데 (시신) 3구 정도를 못 찾았다고 한다. 그 시신이 귀신으로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영철은 언제든 사형 집행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찾지 못한 시신이 있다면 4명이든, 10명이든 좀 더 (유영철이) 검찰 조사에 좀 더 협조해서 그분들의 시신을 찾아 유족에게 유품이라도 전해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11-01 05:54:09<37> 이집트 '룩소르②' - 나일강 야경과 카르나크 신전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나에게는 이집트에 가게되면 꼭 하고싶은 로망이 몇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는 나일강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발코니가 있는 호텔에 묵는 것이었다. 몇 년 전부터 에어비앤비를 들여다보며 정말 가보고 싶은 멋진 숙소를 점찍어 놨었는데 정작 숙소예약을 해야할 때 보니 안타깝게도 이미 다른 손님이 있는건지 예약이 안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일강이 보이는 멋진 호텔을 찾으러 룩소르 근처를 돌아다녔다. 졸리 빌 리조트며 룩소르의 고급 호텔들을 이곳저곳 다녀봤지만 아쉽게도 나의 맘에 딱 맞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무함맛이 일찍 퇴근을 할 수 있으니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한 날이다. 늦은 오후 무함맛과 만나서 무얼할까 하다가 나일강에서 배를 타고 일몰을 보고 싶다고 하니까 잘 아는 곳으로 데려가주었다. 우리끼리였다면 어디에서 어떤 배를 타야할지, 가격은 어느 정도를 내야 사기를 안 당하는지 모든 것이 어려웠을텐데 친구와 함께 오니 아무 걱정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얀 깔라베야(이집트 남자들이 입는 원피스)를 입은 선장님을 만났다. 뱃삯은 인당 10달러. 안내해준 친구 것도 우리가 함께 계산했다. 작은 부두를 걸어들어가니 하얀 작은 보트가 우리가 탈 배라고 한다. 사실 천으로 된 돗이 멋있게 펼쳐진 낭만적이고 옛스러운 보트를 기대했지만 뭐 이것도 감지덕지다. 배이름이 Aswan Moon(아스완 달)이다. 웬지 정감이 가서 이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스무명은 족히 탈수있을 만한 크기의 배였는데 우리가 전세냈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는거 리얼? 이게 웬 호사인가 싶다. 배가 출발한다. 나일강에서 여유롭게 배를 타는 것이 오랜 소망이었는데 드디어 이루어졌다. 28년전에도 나일강에 온적이 있긴 하지만 단체 패키지 여행이었기에 큰 배로 이동을 한 적은 있지만 뱃놀이할 기회는 없었다. 우리만 탄 배에서 고대 이집트를 상상하며 나일의 풍경에 흠뻑 빠지고 싶었다. 몇 천년전 이 강에는 파피루스로 만든 배들이 물건을 싣고 오가고 있었겠지. 그리스, 시리아 등 주변 나라에서 배에 공물을 싣고 이곳에 도착하면 강에서 보이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신전들의 위용에 역시 이집트는 대단한 대국이구나 하며 감탄했겠지. 나일에 석양이 진다... 석양은 하늘과 강을 온통 물들여놓아 보는 이에게 깊은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정신없이 강과 노을을 보고 있는데 무함맛이 배 지붕으로 올라가보라고 권한다. "어? 그래도 되나?" 사다리가 있어 올라가도 되는 것 같아 조심조심 올라갔다. 와, 사방에 아무것도 거칠게 없이 그야말로 강과 하늘이 다 보인다. 우리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눈이 촉촉해질 정도로 감동적인 풍경을 이렇게 특별하게 감상할 수 있다니. 이 순간은 죽을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은 커다란 유람선들이 강가를 차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가에 유람선과 건물들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지는 모습 또한 아름다웠다. 이 땅, 이 강 자체가 그냥 역사이고 문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일강에서 석양과 일몰, 그리고 야경까지 모든 것을 가득히 기억 속에 담았다. 뱃놀이 후 날이 꽤 어두워져서 무함맛의 추천 맛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시내에는 차를 세우기가 힘들다며 걸어가자고 해서 함께 걸었는데 거리는 꽤 되었지만 룩소르를 걸어다녀보니 차타고 다닐때에는 미쳐 볼 수 없던 거리의 풍경을 하나하나 볼 수 있었다. 관광지답게 마차꾼도 다니고 걷다보면 도로 옆에 신전이 그냥 다 보인다. 한참 걷던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하고 무함맛은 다리아래를 가리켰다. 타일로 된 길 양옆에 수많은 스핑크스들이 도열해있는 스핑크스 길이었다. 룩소르 신전에서부터 약 3km 떨어진 카르낙 신전까지 이어져있다고 한다. 역시 룩소르는 입장료를 내고 신전에 들어가지 않아도 거리에도 이렇게 볼 것이 많다. 스핑크스마다 조명이 밝혀져있는 광경이 너무 멋있어서 한번 걸어보고 싶다고 하려다 거의 1시간 거리라는 소리에 말이 쏙 들어갔다. 한참을 걸어서 우리는 건물이 통채로 한 식당인 곳에 들어갔다. 딱 봐도 현지인, 외국인들이 자리에 가득가득 찬 것이 맛집포스가 느껴진다. 3층으로 올라가 겨우 자리를 잡고 마흐맛이 시켜주는 대로 음식을 받았다. 병아리콩과 마카로니, 면, 그리고 잡곡인듯한 곡물들을 한그릇 가득 받았고 그 위에 따뜻한 토마토소스인 듯한 것을 부어 섞어 먹는 음식으로 이름은 "쿠사리"라고 한다. 탄이 우리 말에 '핀잔을 듣다'의 의미인 '쿠사리 먹었다'라는 말이 있는 것을 떠올리며 이 음식 이름은 절대 안잊어버리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무함맛이 매운 소스도 추가해줄까 묻자 한국인의 맵부심을 부리며 한숟갈 가득 넣었다. 역시 그다지 맵지 않았다. 냄새도 좋고 입맛에 잘 맞아 좋았다. 식사 후 우리가 돈을 내려하자 외국인에게는 비싸게 받는다며 무함맛이 계산을 했다. 얼핏 들었는데 한그릇에 1000원도 안하는 황당하게 저렴한 가격이었던것 같다. 날씨도 기온도 타이밍도 시간도 모든 것이 완벽한 나일강 뱃놀이와 처음 먹어본 쿠사리를 알게해준 무함맛에게 감사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룩소르를 30년만에 다시 찾은 가장 큰 이유인 카르나크 신전을 방문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이곳의 거대한 기둥들과 아름다운 고대의 상형문자 부조들의 강렬한 느낌을 잊지못해 꼭 다시 오고 싶었고 탄에게도 몇천년전의 인류의 작품을 마주하는 감동을 오롯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카르나크는 옛 테베의 북쪽 절반을 지칭하는 지명으로, 그곳에 아몬 대신전을 중심으로 몬트, 무트 신전 등 세 신전으로 구성된 신전군을 통틀어 카르나크 신전이라 한다. 다만 몬트 신전은 거의 남아있지 않고, 무트 신전 역시 일부만 잔존한다. 1월은 이집트 관광 성수기여서 사람들이 붐비기전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가려고 인터넷으로 오픈시간을 확인해보니 웬걸, 새벽 6시에 연다고 한다. 낮이 뜨거운 이집트라 새벽과 저녁에 관광객을 많이 받기 위함이 아닐까 싶었다. 오픈시간 즈음해서 카르나크신전에 도착했다. 엄청 넓은 주차장에 차가 두어대밖에 없다. 기념품가게들도 아직 문을 열기 전 조용한 분위기에 새벽공기가 매우 상쾌하게 느껴졌다. 카르나크 신전 방향이 밝아지는 것이 해가 뜨기 시작하는 것 같다. 서둘러 표를 사서 들어갔다. 건물 안에 망자의 배와 카르나크신전의 축소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신전 모형을 구경하던 중 탄이의 한국말이 들려온다. 사람좋은 탄이는 또 현지인에게 붙잡혀 유료가이드를 쓰라는 권유에 한국말 회피스킬을 시전하고있다. "하하, 그냥 우리끼리 보고싶어요~" 입장권의 QR코드를 찍고 검사대를 들어가는 것은 이제 익숙해졌다. 지하철 봉같은 것을 밀고 들어가 광장으로 나오니 저멀리 카르나크신전 너머로 해가 뜨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넓은 광장을 지나 신전이 가까와지자 또 한번 검사대를 거친다. 중요유산이라 그런지 다른 곳 보다 검색이 매우 삼엄하다. 신전앞의 길에 늘어선 염소머리의 스핑크스들을 보니 어젯밤에 본 룩소신전과 카르나크신전을 잇는 스핑크스 길이 생각났다. '여기서부터 걸어가면 룩소신전이 나온다는 거지' 야외에 설치된 안내지도는 낡아서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다. 입장료 받아 이런거나 깨끗하게 고쳐놓지. 아쉽지만 뭐 직접 다녀보면 되지 하며 들어간다. 첫번째 안뜰의 옆쪽 건물로 들어가니 벽마다 부조가 보였다. 앞서 방문한 신전들에서도 많이 본 부조이지만 왠지모르게 카르나크의 것은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몇천년전의 사람이 손수 조각하고 정성스레 채색한 그 손길이 느껴지고 당시 이집트 사람들이 관심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지금 내가 보고있다는 사실이 강하게 다가온다. 신전을 관통하는 중앙 통로를 통해 해가 찬란하게 뜨고 있는 모습이 정말 장엄하고도 환상적이었다. 수천년전에도 해는 이렇게 떴을테니 당시 사람들도 나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아니, 당시엔 화려한 채색으로 완성된 모습이었을테니 더 웅장하고 멋있었을것이다. 찬란한 고대 이집트의 기술이라면 분명 이런것을 다 고려해서 위치를 잡고 신전을 건설했을것 같다. 두번째 큰 탑문에 다가가니 양옆에 커다란 석상이 서있다. 람세스2세와 네페르타리의 석상이라고 한다. 문을 지나 드디어 카르나크 최고의 장관, 대열주전에 들어섰다. 134개의 거대한 기둥들이 주는 위압감이 대단하다. 기둥하나가 사람 여러명이 팔을 벌리고 둘러싸야할 정도로 크다. 기둥사이를 거닐며 내 오랜 지독한 그리움을 달래고 드디어 다시 이곳에 왔음을 충분히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둥 하나하나에 새겨진 그림과 문자들을 통해 몇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과거에 머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수많은 기둥들의 상형문자와 그림을 천천히 관찰하다보니 조각되어있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섬세하고 세련되게 양각부조로 조각되어 있는 것도 있고 투박하고 깊게 심조로 판것도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여러 파라오를 거쳐 긴세월동안 지어진 것이라 시대별로 방식과 솜씨가 달라졌다고 한다. 긴 세월을 지나는 동안 많이 소실되고 무너졌던 기둥들이 잘 복원된 것이 감사했다. 하지만 고대의 기둥들은 아마도 완벽한 곡률을 가지고 자로 잰듯 똑같은 모양으로 서있었을텐데 소실된 부분을 새로 만들어 채워놓은 곳은 좀 울퉁불퉁 일정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기둥의 방을 지나니 중간크기의 오벨리스크 두개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보니 저멀리 또 커다란 탑문이 보인다. 또다른 새로운 신전으로 가는 길이다. 거의 무너져내린 탑문이 있는 신전은 아직 복원중인지 들어가볼 수가 없었다. 다시 되돌아가려고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나온 탑문앞에 거대한 석상이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원래는 4개의 석상이 일정한 간격으로 탑문앞에 자리하고 있었을것같았는데 현재는 2개만 있었다. 그래도 그 크기와 형상이 무척 멋있고 당대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신전 안쪽에는 커다란 호수같은 것이 있었는데 물고기도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 궁처럼 연못을 만들어 놓았나보다. 가장 안쪽에는 미로같은 작은 방같은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빠짐없이 다 보려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보고있는데 유니폼을 입은 한 경비원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무로된 문이 있는 곳을 열어주더니 들어가보라는 것이다. 일반 관광객은 못 들어가게 막아놓은 곳 인 듯 싶었지만 호기심에 따라 들어갔다. 콘도르의 방으로 안내해준다고 한다. 요리조리 복원이 덜 된 유적 사이를 지나 깊숙히 들어갔다. 천장에 햇빛구멍이 하나 있는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갔는데 방안에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이 훼손된 돌덩이가 하나 놓여져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콘도르 석상인가 싶었는데 여기가 코브라이고 이것은 뭐고 설명을 해주는데 듣고 봐도 잘 모르겠다. 한쪽 벽에는 사람들 손때가 타서 까맣게 된 곳이 있는데 탄이에게도 손을 대보라고 한다. 풍뎅이 문양이다. 아마도 이걸 만지면 뭐 재물이 들어온다는 등 그런 의미 같다. 아무튼 남들은 못보는 것을 보았다는 묘한 만족감에 좋았다. 아직 안끝났다. 또 따라오라며 앞장서는 경비원. 아마도 딱히 할게 없는 경비원들이 이런식으로 부수입을 올리려는 것 아닌가 싶었다. 맨 마지막에는 좀 위험한 돌 위를 올라가 아래는 동물을 키우는 곳이고 위는 사람이 사는 방이라는 곳으로 갔는데 채색이 많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방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아직 많이 못본 벽화를 좋은 기회에 많이 봐두어야겠다 싶은 생각에 열심히 감상했다. 신전의 일하는 사람들이 지냈던 방이라고 하는 듯하다. 안내가 끝나니 역시 자기에게 프레젠트를 하라고 한다. 성의표시는 해야겠지 싶어 천원이 안되는 작은 돈을 팁으로 드렸다. 30년전과는 달리 복원도 많이 되어있고 장애인을 위한 통로 등 여러가지 신경을 쓴 것들이 보였다. 안쪽 구석구석까지 갈 수 있는 곳은 다 들어가고나서야 카르나크 신전관광을 마쳤다. 내가 사랑하는 기둥들을 뒤로하고 언제 다시올지 기약이 없는 발걸음을 돌렸다. 맥도날드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길을 걷는데 서점이 보였다. 혹시 이집트에 관련된 서적이 있을까싶어 들렸는데 상형문자 해석집이며 고대유물의 화보집 등 탐나는 책들이 한가득이다. 특히 책 전체를 오려서 접고 붙이면 신전이 되는 종이공작책이 있어서 한국에 가져가면 만들어보려고 샀다. 서점을 나와 또 걷는데 작은 은세공 전문점이 보였다. 전에 왔을때 이집트 상형문자로 엄마이름을 새겨넣은 금목걸이를 선물해드렸었는데 무척 좋아하시며 아직도 가지고 계신다. 내 이름으로 된 것도 하나 갖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곳에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한다. 세공사아저씨가 우리 둘의 이니셜을 즉석에서 상형문자로 번역해 써주신 것을 보니 마냥 신기하고 좋았다. 아버지부터 2대째 이 일을 하고있는 장인이라고 한다. 내 이름을 상형문자로 조각한 은목걸이를 주문해서 받았다. 가격도 생각보다 크게 비싸지않고 세상에 하나뿐인 기념품이라 무척 만족스러웠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uDrSSwCBnpg?si=FAJJfJx3G1ASoTZX>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31 17:51:56[파이낸셜뉴스] ‘국민거지’ 캐릭터로 유명한 개그맨 김경진이 부동산 4채를 보유하고 있다며 "아내에게 빌라를 선물했다"고 밝혔다. 김경진은 지난 1일 SBS 예능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서 "김포에 주거지가 있다. 이태원에 빌라, 응암동에 빌라, 시청역에 오피스텔 하나 있다"고 밝혔다. 대전의 유지 아들로 알려진 김경진은 "대전에서 초중고 다 나오고 집도 괜찮은 편이었다. 갑자기 가세가 기울면서 힘들어졌다"라며 "데뷔 초창기엔 반지하방 그리고 옥탑방에서 힘겹게 살았는데 어느 순간 보니 제가 살던 곳이 아파트 단지가 됐다. 그래서 부동산 투자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똘똘한 1채보다 여러 곳에 분산 투자한다"며 "재개발도 노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이태원 쪽은 동의율이 50% 넘어 호가가 많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김경진은 모델 아내 전수민을 언급하며 "결혼 전에 (아내가) 가장 원하는 선물을 하나 주고 싶었는데 집을 갖고 싶다더라"라며 "그래서 결혼 전 아내에게 빌라를 선물했다. 100% 아내 명의로 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KBS2 '하이엔드 소금쟁이' 출연 당시에도 "수입이 0원이던 시절, 죽기 살기로 부동산 공부를 했다"며 대출 받은 2억 원으로 매입한 부동산이 4억 원이 됐고, 꾸준히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해 총 16억 원 상당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년 만에 부동산 가치가 7억 원이 늘어난 2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02 18:27:04빗속 7월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은 조금 부산스러웠지만 지금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여행은 번개처럼 지나가고 오래 추억으로 남는 것이 아닌지요. 8월 여행이야말로 여름여행이지 않을까요. 여행은 무조건 즐거운 것이니까 여행하면 콧노래부터 나오는 것 아닐는지요. 그런데 극한폭염입니다. 그러나 "떠난다는 것"은 리듬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여행가방은 지금 어디쯤 있는지요. 높은 선반 위에, 어두운 창고 속에 아니면 숨 쉬지 못하고 쟁여있는 물건들 속에 가슴 답답하게 숨 쉬지 못하고 누워있지는 않는지요. 아니면 아예 지난여름 여행이 끝나고 넣어둔 그대로 단 한 번도 그 가방의 얼굴을 본 적이 없으신지요. 아, 내가 너무 미련스럽게 말했나요. 어쩌면 당신은 이미 여름이 오기 전에 가방을 꺼내 바람과 햇살을 조금 먹이고 그리고 탈탈 먼지도 떨어서 눈에 보이는 곳에 잘 놓아두고 여름여행을 꿈꾸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녹음의 계절을 지나는 지금, 우리의 마음속에는 폭염보다 뜨거운 것이 일궈지고 있지요. 그것은 가을의 열매를 거둘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아니겠는지요 어쩌다 생각이 나면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하루 하나씩 넣어두면서 벌써 여행이 시작되었다고, 곧 출발할 것이라고 여행의 준비는 지금 되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요. 거기서부터 여행이지요. 갈 곳을 정하고, 날짜를 정하고, 가방을 꺼내고 아니면 오래전 준비된 가방을 더 빠른 속도로 점검하는 그 순간이 얼마나 가슴 뛰는 시간입니까. 여행은 아직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카메라를 준비하고 약과 화장품을 챙기고 그리고 옷을 수북이 꺼내놓고 가져갈 옷을 고르는 그 순간 여행은 오히려 절정이 아닌가 합니다. 기차나 비행기를 타는 시간은 사실 절정은 아닐지 모릅니다. 마치 결혼식이 절정이 아니듯이 말입니다. 결혼의 절정은 결혼식이 아니라 서로 결혼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부모님을 만나고, 예물이 오가고, 친구들을 만나고, 신혼여행지를 정하고, 돈을 내고, 여행가방을 챙기는 그 순간들일 것입니다. 결혼식장까지 오는 데 너무나 많은 감정과 마음 쓸 일들과 시간이 흘러가서 결혼식장까지 오는데 다 늙어버렸다는 신부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무엇인가를 하기 위한 준비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지 모릅니다. 오늘 우리가 아무 일도 없다고 어떤 중요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들 하지만 바로 오늘 이 시간이 지나가면서 우리는 새로운 일들을 만나지요. 그러므로 지금 이 시간은 두렵고도 감사한 시간이라는 것을 우리가 느껴야 하지는 않을까요. 다만 앞으로의 행운이 보이지 않을 뿐이지요. 그래요, 그렇게 생각하기로 합시다. 우리는 지금 짙푸른 녹음의 계절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디를 봐도 수북한 녹음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짐승 같기도 합니다. 그 푸른 짐승은 도도한 힘을 가지고 우리에게 힘있는 계절을 살게 합니다. 그리고 극한폭염의 뜨거운 계절이지요. 기온이 뜨거운 것 그 속에 우리들 마음이 뜨겁게 달아올라 더위라는 물리적인 방해꾼을 밀쳐내고 땀을 흘리며 무엇인가를 일구어내는 농작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름은 위대합니다. 그래서 그 여름의 위대함이야말로 가을의 열매를 거둘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아니겠는지요. 그 마음속 열정을 꺼내 짐을 챙겨보세요. 어디든 떠나야 하니까요. 푸른색 안경, 비키니… 그리고 시집 한권이 있다면 더 좋겠지요. 당신의 길에 이 계절의 찬미가 가득하기를 천마리의 새끼를 한꺼번에 낳았는지 살냄새가 진동하는 여름짐승 헐떡 헐떡 7월 지나 8월 낮 오를대로 오른 본능의 짙푸른 질주가 검푸르게 출렁거린다 초록이 무거워라 산벗 나무 잎 하나가 늙은 여자 하나를 쓰러트린다. '여름산'이란 졸시의 한 부분입니다. 짙푸르게 검푸르게 익어가는 초록잎이 무거워 보이고, 힘찬 질주가 진행되고 있는 힘의 여름산을 읊은 한 부분입니다. 이 여름은 날씨의 온도를 뛰어넘어 그야말로 자신의 뜨거움으로 한 계절을 살아야 할 때입니다. 더위, 폭우, 장마 그런 따위를 거론하지 말고 자신의 가슴속 열정을 여름보다 더 뜨겁게 높여 당신이 하고 있는 그 일에 땀 흘려야 하는 것이지요. 여름엔 나를 위하여, 타인을 위하여 땀 흘리는 경험을 쌓는 일이 바로 우주를 들어올리는 힘을 기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열정으로 당신의 가방을 지금 꺼내 보세요. 지난여름 다녀온 여행의 기억이 그 가방에 그대로 남아있기도 할 것입니다. 어둠 속에서 다른 물건들에 짓눌려 있던 가방은 다시 활기를 찾고 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경험이며 위로입니다. 시간과 사유를 함께 거느리며 낯선 경험에 자신을 즐기는 일입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은총이 놀라운 방식으로 개입하여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게도 됩니다. 따라서 모든 물건들도 계절에 따라 순환하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들의 겨울 외투가 장롱 깊은 곳에 걸려 고요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여행가방이 주인공입니다. 여름엔 어딘가로 떠나야 하지요. 그곳이 어디라도. 가능한 한 당신의 여행가방 속에 푸른색 안경과 비키니와 여권과 잠옷과 샌들과 잡다한 물건들 외에 반드시 필기도구와 메모를 할 수첩이 있기를. 그리고 빗속 여행을 떠나신 분들도 시집 한 권이 들어 있다면 가방의 노래는 더욱 맑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리듬이 그 방에 파도를 치며 바다를 먼저 듣게 하지는 않을까요. 그래요. 여름엔 지금 현주소를 떠나며 새로운 힘을 길러내야 하는 거지요. 당신의 여행에 여름의 풍성한 찬미를…. 신달자 시인
2024-08-20 18:08:48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4.5%입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1인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데요. [혼자인家]는 새로운 유형의 소비부터,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정책, 청년 주거, 고독사 등 1인 가구에 대해 다룹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하루아침에 전부 탕진, 내가 벌어 내가 사치. 걱정만 하기엔 우린 꽤 젊어 오늘만은 고민보단 Go해버려. 탕진잼 탕진잼 탕진잼 YOLO YOLO YOLO” (BTS ‘고민보다 Go’ 가사 중) “인생은 한번 뿐, 욜로!”를 외치던 2030세대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급격한 실업률 증가와 경제 위축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적 소비를 주도하던 ‘욜로족’들을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나는 소중해" 호캉스·오마카세 즐기던 MZ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대신,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모토로 하는 이들을 ‘욜로족’이라 칭한다. 온전한 ‘나’를 위한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는 국내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리면서 2030세대의 소비성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호텔에서 호화로운 바캉스를 즐기는 ‘호캉스’, 나에게 심리적 만족을 주는 비용이면 가격을 따지지 않는다는 ‘나심비’, 자기 과시를 위해 돈자랑하는 ‘플렉스’ 등 이들의 소비 트렌드를 대변하는 신조어가 쏟아지기도 했다. 한 끼에 적게는 12만원, 많게는 20만원을 훌쩍 넘는 ‘오마카세’ 열풍도 불었다. 오마카세는 MZ세대 허세심의 대표적인 상징이었다.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자 각종 기업은 욜로족의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마케팅을 앞다퉈 내놨다. 욜로는 개인의 삶의 변화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의 변화까지 이끌어 냈다. "딱 살 것만 삽니다"..이자 갚기도 벅찬 2030 이랬던 욜로족이, 2020년대 들어서면서 삶의 가치관을 바꿔 ‘요노족’으로 전향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지친 청년들이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요노(YONO·You Only Need One)’로 슬슬 갈아타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소비 파티도 막을 내리고 있다. 직장인 1인 가구 조서희(37·여)씨는 "치솟는 물가를 몸소 느낀다"며 "예전과 달리 지금은 살 것만 사게 된다. 자주 시켜 먹던 배달음식도 1, 2회로 줄였다. 기존에 하던 운동 등 취미생활도 하지 않고,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 나이가 39세 이하인 2030세대의 지난해 평균 소득은 6590만원으로 전년 대비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40대와 50대 가구주의 가구소득은 각각 6%, 3.2% 늘며 2030세대보다 개선됐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도 가중됐다. 39세 이하 가구주의 작년 평균 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1671만원으로 전년보다 17.6% 늘었다. 20대 가구주의 원리금 상환액은 47.1%나 뛰었다. 40대와 50대의 원리금 상환액 증가율은 각각 7.5%, 0.7%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욜로하다 골로 간다" 현실 자각이 만든 '거지소비' 이 같은 영향은 지난해 청년층 사이에서 극단적 소비절약 형태인 ‘거지방’ ‘현금챌린지’ ‘무지출챌린지’ 등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경제적 목표를 세우는데 제일 큰 부분이 주거마련이다. 결혼하면 아이도 낳아야 하는데 욜로로 살다간 목표 달성을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엔 뒷감당이 안되는 거다. 현실 지속가능성이 어렵다.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면서 자연스럽게 요노 생활로 변화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8-07 10:28:54[파이낸셜뉴스] 스캠 코인(암호화폐 사기) 논란에 휩싸였던 유튜버 오킹(30·오병민)이 라이브 방송을 하던 중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오킹은 지난 27일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의 지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날 그는 “6년 동안 제가 여러분에게 보여드렸던 모습이 전 제 모습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라며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정말 죄송하다”고 울면서 말했다. 그는 거듭해 “다 거짓이었고 제가 그걸 너무 늦게 알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일 우려했던 법적인 것만 소명이 된다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아니었다”며 “1차, 2차 거짓말한 것 때문에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안 들어주는 게 당연하다”고 후회했다. 이어 “팬들이 팬카페 떠나는 게 당연한데도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면서 “너무 죄송하고, 이제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사과했다. 그는 “제가 저질러 놓은 일 때문에 상처를 짊어져야 할 부모님, 동생, 친구들 너무 죄송하다”며 “남들 다 욕해도 끝까지 믿어준 시청자들에게도 뵐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이 결과를) 스스로 만든 거지만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도 말했다. 또 오킹은 위너즈 전 대표 최승정을 언급하며 “정말 스캠 코인이 아니라면 그게 정말 누명이라면 네가 잘 벗길 바란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때 오킹의 여동생 유튜버 오퀸(28·오혜린)이 경찰과 함께 라이브 방송 중이던 방으로 들어왔다. 오퀸은 오킹의 옷자락을 붙잡고 “살려주세요. 오빠 내가 어떻게 견뎠는데”라며 오열했다. 이후 오킹이 “방송 좀 꺼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오퀸은 “어떻게 끄는 줄 모른다. 손이 떨린다”고 했다. 결국 경찰이 콘센트를 끄면서 방송이 종료됐다. 유튜버 오킹은 지난 2월 스캠 코인 의혹을 받는 ‘위너즈’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에 오킹은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위너즈 측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 및 강요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또 위너즈 전 대표 최승정은 오킹과 나눴던 메시지를 공개하며 오킹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5-28 21:34:18[편집자주]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등 어느 것 하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의 삶,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살펴봐야 할까요. 파이낸셜뉴스는 신년 기획으로 일상 뒷편에 숨겨진 문제들을 연속 보도합니다. 이는 사회에 전하는 일종의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1 20대 대학생 A 씨는 중·고교 시절은 물론 대학생이 되어서도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A씨는 "저 같은 학생을 두고 흙수저 중에서 '흙'도 없는 그냥 '수저'라고 말한다. 학창 시절 크고 작은 알바를 계속하다 보니, 생활력은 강해졌지만, 공부는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언제 이 생활이 끝날지,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2. 서울의 명문 사립대 졸업을 앞둔 또 다른 20대 B씨는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자, 집에서 끊었던 용돈을 다시 지원받기로 했다. 그는 "오로지 취업 준비에만 전념할 수 있게, 집에서 도와주고 있다"면서 "취업하면 다시 다 갚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창 시절부터 공부면 공부, 취업이면 취업,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례에서 본 20대 청년들 삶에서 엿볼 수 있는 점은,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부모의 경제력으로 취업 준비를 더욱 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학자금 걱정 없이 오로지 대학 생활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문제는 열심히 노력하면 지금보다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그저 옛말일 뿐이고 계층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계층 사다리'를 찾기 힘들어졌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회적 약자들의 비관적 삶이 굳어지면서 사회문제가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계층 상승의 주요 통로가 되는 교육 기회조차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결정되면서 균등한 기회를 강조하는 사회 가치마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출발선 다른 흙수저는 금수저를 이길 수 있을까 금융자산이 적은 부모를 둔 '흙수저' 청년이 상대적으로 자산 수준이 높은 부모 밑에서 자란 ‘금수저’보다 대기업·정규직으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할 가능성이 8% 낮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흙수저는 첫 직장에서 받는 급여도 금수저보다 11%나 적고 근무 연수가 길어질수록 임금 격차는 벌어지는 만큼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다. 지난해 1월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오태희 한국은행 과장과 이장연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의 흙수저 디스카운트 효과’ 논문을 게재하고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밝혔다. 해당 논문은 부모 소득이 아닌 자산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집중 분석한 것으로 부모 재력에 따라 자녀의 일자리 수준이나 임금이 달라지는 이른바 ‘흙수저 디스카운트’를 실제 데이터로 입증했다. 건강이나 수학능력시험 점수 등 각종 변수를 통제하고 분석한 결과, 부모의 금융자산 보유 정도에 따라 자녀의 노동시장 성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 4분위(상위 25%)인 부모를 둔 자녀 대비 1분위(하위 25%)인 부모의 자녀가 대기업·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확률은 7.6%포인트 낮게 조사됐다. 1분위 부모의 자녀는 첫 일자리에서 받는 임금도 4분위 부모의 자녀보다 10.7% 적었다. 금융자산 2분위(하위 25~50%) 부모의 자녀도 4분위 부모 자녀보다 대기업·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 6.7%포인트 낮고 첫 일자리 임금도 5.3% 적었다. 다만 부모의 부동산 자산은 특별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부모의 금융자산이 자녀의 첫 직장이나 첫 월급에 영향을 주는 것은 구직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동성 제약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경쟁이 치열한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찾으려면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데 유동성이 충분치 않은 청년 입장에서는 부모의 지원 없이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흙수저 디스카운트’가 첫 직장이나 첫 임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흙수저(1분위 부모의 자녀)는 금수저(4분위 부모의 자녀)보다 직장 1년 차 임금이 6.5% 적은데 5년 차에는 12.8% 적은 수준까지 확대된다. 이러한 ‘흙수저 디스카운트’가 세대 간 소득 이동성을 제약하고 사회계층 세습화로 이어지면서 성장 잠재력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거지방'에서 '플렉스방'까지…MZ세대 소비 놀이도 양극화 흙수저 금수저 양극화 현상은 MZ세대 사이에서 일종의 놀이로 볼 수 있는 '소비 인증샷 카톡 대화방'에서도 드러난다. 예컨대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무지출 챌린지'나 '거지방'은 흙수저들의 팍팍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이들은 대화방에서 절약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며 서로를 위로한다. 반면 오마카세를 즐기는 등 돈 자랑이나 과시를 의미하는'플렉스방'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 20대 대학생은 이 플렉스방에 "매달 가족과의 도심 속 호캉스, 1년에 2번 이상 해외여행"이라며 인증샷을 올리기도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모 잘 만나, 하는 일이라곤 '돈 쓰는 일'"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생을 살아가는 출발선이 다른 환경이 빚어낸 갈등이다. 일종의 사회 현상인 셈이다. 다만 기회가 불평등하다고 결과가 평등하지 않다는 지적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누구나 비슷한 출발선에서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보장받는 평등과 빈곤의 대물림 때문에 출발선에 서보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은 없게 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출발이 불공평하다는 이유로 부정한 방법으로 경쟁의 규칙을 어기고 질서를 해치는 사람까지 옹호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 기업에 재직하고 있다고 밝힌 30대 회사원 최모씨는 "출발선에서의 불공평은 인정한다. 그렇기에 자수성가 사업가들은 존경받는 것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성공의 과정이 불법이고, 그 명분으로 가난을 삼는다면 누가 박수를 쳐줄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20대 대학생 박모씨는 "저도 흙수저지만 매일 어제보다 더 괜찮은 내일을 꿈꾸면서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이 없고 가난하다고 해서, 위법한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력하면 삶의 질 개선" …'계층 사다리' 복원할 수 있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산층이 줄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정작 국내 중산층 비중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력하면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오히려 낮아졌다. 보조금 같은 정부 지원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우리나라 중산층의 현주소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으로 따진 중산층(중위소득 50~150%) 비중은 2011년 54.9%에서 2021년 61.1%로 높아졌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세금 등을 떼고 남은 소득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쓰는 중산층 기준(중위소득 75~200%)을 적용한 중산층 비중은 61.1%(2021년 기준)로, OECD 평균(61.5%)과 유사했다. 미국(51.2%)과 영국(58.3%), 이탈리아(58.6%)보다 높은 수치다. 그러나 계층이동 사다리에 대한 믿음은 줄었다. ▲‘노력한다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비율은 2011년 28.8%에서 2021년 25.2%로 줄었다. ▲‘자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크게 위축(41.7%→30.3%)됐다. 통계청에서 2년마다 진행하는 ‘사회 조사’를 비교한 결과로,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불평등 확대와 대물림되는 교육 격차가 이 같은 기대를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계층 사다리 복원…대기업·정규직 진입 발판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교육 과정에서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정규직으로 진입할 수 있는 1차 노동시장 진입의 유연화 정책 등을 제언했다. 앞에서 살펴본 '흙수저 디스카운트 효과’ 논문은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에서 출발하더라도 이후 자신의 노력을 통해 직장을 옮길 수 있도록 노동시장 내 이동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문은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기회의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양적인 일자리 창출보다는 중소기업·비정규직 등 2차 노동시장에서 대기업·정규직 등 1차 노동시장으로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고용정책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영욱 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중산층의 현주소와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정부의 이전지출 확대를 통해 중산층 비중은 유지돼 왔으나, 이 같은 정책이 계층 상향 이동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이전지출은 국가가 가구에 지급하는 각종 수당, 보상금 등 현금성 지원을 말한다. 노동소득이 가구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하려면 양질의 일자리와 일하기 좋은 환경 조성,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 연구위원은 “은퇴하는 고령층의 고용기간 연장, 여성 배우자의 취업 장애 요인 해소 등을 통해 가구 내 취업자 확대가 필요하다”며 “공교육의 내실화로 중산층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교육이 계층 대물림이 아닌, 계층이동 사다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2-21 10:5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