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법원의 접근 금지 명령을 어기고 상대방을 찾아갔다면 정상적인 건물 출입 절차를 지켰더라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라는 취지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김모씨의 건조물침입죄를 일부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지난달 8일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김씨는 2010년 인척 관계인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면담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원의 간접강제 결정을 받았는데도 2021년 9월 7일 피해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방문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직원에게 피해자를 만나러 왔다고 말한 후 안내에 따라 상담실에서 대기했으나, 피해자가 거부하는 바람에 만나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퇴거했다. 김씨는 같은 해 11월 다시 사무실을 찾았고 이번에는 직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피해자를 찾아가 그를 폭행했다. 이 부분에도 별도로 건조물침입죄와 상해죄가 적용됐다. 1심 법원은 혐의를 모두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2021년 9월의 건조물침입죄는 무죄로 판단해 벌금 150만원으로 벌금 액수를 줄였다. 김씨가 출입 과정에서 별다른 제지 없이 직원의 안내에 따라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으므로 이를 건조물침입죄가 규정하는 '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간접강제 결정에 반해 피해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출입하는 것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는 행위"라며 "출입의 금지나 제한을 무시하고 출입한 경우로서 출입 당시 드러난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3-05 13:42:40[파이낸셜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맨손으로 등반한 영국인에게 경찰이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했다. 외벽만을 등반했을 뿐인데 건조물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건조물은 건축물과 해당 부지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며, 건조물 관리인의 의사에 반해 그곳에 들어갔을 경우 침입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왜 건조물침입 혐의 적용했나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12일 오전 5~9시께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등반한 영국인 남성 조지 킹 톰슨에 대해 사건 당일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해 현행법으로 체포했다. 형법 제319조 제1항에 따르면 타인이 관리하는 건조물 등에 침입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후 적용 혐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과거 유사 사건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한 것과 달리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해서다. 실제 경찰은 지난 2018년 6월 톰슨씨와 유사하게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등반한 프랑스 암벽 등반가인 알랭 로베르씨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한 것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는 관리업체 등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건축물"이라면서 "(이 같은 건물의 외벽을) 올라간 것은 (관리업체의) 허락받지 않은 행위이므로 건조물 침입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도 톰슨씨의 행위가 건조물 침입에 타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현식 K&J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통상적으로 관리자의 의사에 반해서 건조물 안으로 들어갔다면 건조물 침입죄가 성립된다"며 "여기서 건조물이란 단순히 건축물 하나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이 들어서 있는 부지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혐의 성립 여부는 지켜봐야다만 최근 판례에선 건조물의 개방성 여부에 따라 침입이 성립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강희석 부장판사)는 최근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30)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건조물에 '침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의 한 필로티 구조 빌라 1층 주차장에 관리자 B씨 및 거주자들이 보이지 않는 틈을 타 차를 세운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차한 건물 1층 필로티 공간은 도로에 붙어 외부에 개방된 형태였다. 차단기 등 외부 진입을 막기 위한 장치도, '외부인 출입 금지' 안내문도 없었다"며 "피고인의 주차로 건물 관리자나 거주자들의 사실상의 평온 상태가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관련해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외벽을 타는 행위로 롯데월드타워의 평온 상태가 해를 입었는지 아닌지가 향후 법적 쟁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3-06-14 14:00:03노동조합이 점거 농성을 하면서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받아 경찰 수사를 받거나 기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일부 피고인들은 무죄를 받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점거 대상이 개방된 곳인지 아닌지에 따라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하는 기준이 갈린다는 의견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기존 건조물침입 대법원 판례는 범죄 의도가 있다면 통상적으로 해당 건물에 출입하던 사람이라도 "건조물 관리자의 의사에 반했다"는 취지로 건조물침입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판례에선 건물의 개방성 여부도 불법성 여부를 따질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9월 7일 업무방해와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전국마트산업노조 간부와 조합원 7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이들은 지난 2020년 5월 28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2층 매장에서 홈플러스 대표이사 등에게 노조원들의 해고와 전보 발령에 대해 항의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2층 매장이 영업시간 중에는 출입 자격 등의 제한 없이 일반적으로 개방돼 있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이유로 삼았다.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은 영업시간에 정문과 매장 입구를 차례로 통과해 2층에 다다랐지만 그때까지 보안요원이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 죄로 볼 수 있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법조계에선 지난 26일 민주당사에서 점거농성한 노조원들의 경우 유죄 판단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사는 보안 요원이 지키고 있고, 출입증과 신분증 등을 확인하는 등 제한적으로 입장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 건물에 무단 진입했으므로 건조물침입 유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화물연대소속 조합원의 하이트진로 본사 1층 로비 진입 사건의 경우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판결이 다를 전망이다. 신중권 법무법인 거산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 판례가 범죄 목적이라도 식당같이 개방된 곳에 들어가는 것은 주거 침입이나 건조물 침입이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면서도 "하지만 개방된 곳은 보통 일반인 누구라도 다닐 수 있는 곳을 의미하는데 일반 회사 본사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사에 진입하지 않고 당사 앞 도로에서 시위를 진행한 노조원과 쿠팡 건물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간 노조원의 경우에는 건물 바깥이므로 건조물침입죄가 적용되지 않지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게 된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2-12-28 18:04:10[파이낸셜뉴스] #지난 26일 민주노총 조합원 7명이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 진입한 뒤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을 촉구하며 당 대표와의 만남을 요구했다. 지난 27일까지 이 가운데 5명이 건조물침입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조합원 일부는 민주당사 앞 도로에서도 점거농성을 벌였다. #지난 6월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 조합원들이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쿠팡 본사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사측의 건물 입구 봉쇄 이후 본사 건물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고 공동건조물침입 혐의로 지난 23일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 1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48명은 지난 8∼9월 하이트진로 본사 1층 로비 및 사무실에서 시위를 벌여 건조물침입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노동조합이 점거 농성을 하면서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받아 경찰 수사를 받거나 기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일부 피고인들은 무죄를 받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점거 대상이 개방된 곳인지 아닌지에 따라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하는 기준이 갈린다는 의견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기존 건조물침입 대법원 판례는 범죄 의도가 있다면 통상적으로 해당 건물에 출입하던 사람이라도 "건조물 관리자의 의사에 반했다"는 취지로 건조물침입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판례에선 건물의 개방성 여부도 불법성 여부를 따질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9월 7일 업무방해와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전국마트산업노조 간부와 조합원 7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이들은 지난 2020년 5월 28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2층 매장에서 홈플러스 대표이사 등에게 노조원들의 해고와 전보 발령에 대해 항의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2층 매장이 영업시간 중에는 출입 자격 등의 제한 없이 일반적으로 개방돼 있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이유로 삼았다.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은 영업시간에 정문과 매장 입구를 차례로 통과해 2층에 다다랐지만 그때까지 보안요원이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 죄로 볼 수 있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법조계에선 지난 26일 민주당사에서 점거농성한 노조원들의 경우 유죄 판단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사는 보안 요원이 지키고 있고, 출입증과 신분증 등을 확인하는 등 제한적으로 입장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 건물에 무단 진입했으므로 건조물침입죄가 유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화물연대소속 조합원의 하이트진로 본사 1층 로비 진입 사건의 경우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판결이 다를 전망이다. 신중권 법무법인 거산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 판례가 범죄 목적이라도 식당같이 개방된 곳에 들어가는 것은 주거 침입이나 건조물 침입이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면서도 "하지만 개방된 곳은 보통 일반인 누구라도 다닐 수 있는 곳을 의미하는데 일반 회사 본사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사에 진입하지 않고 당사 앞 도로에서 시위를 진행한 노조원과 쿠팡 건물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간 노조원의 경우에는 건물 바깥이므로 건조물침입죄가 적용되지 않지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게 된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2-12-27 16:44:09[파이낸셜뉴스] 임대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영업이 중지된 점포에 들어가 임의로 전기오븐 등의 집기를 철거한 임대인에게 건조물침입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점포의 임차를 희망하는 사람이 점포를 볼 수 있도록 출입문 열쇠를 맡겼다면 출입을 사실상 허용했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고양시 일산의 한 건물 2층 점포를 2017년 5월부터 2019년 5월까지 2년 약정으로 보증금 2000만원, 월 임대료 130만원에 B씨에게 임대했다. B씨는 이 점포에서 카페를 운영하다 2018년 12월 개인적 사정으로 영업을 중단하고 근처 부동산에 신규 임차인을 물색해 줄 것을 의뢰하면서, A씨에게 임차 희망자의 방문 시에 사용하도록 출입문 열쇠를 맡겼다. 그런데 A씨는 2019년 3월 임의로 이 점포에 들어가 그 곳에 설치된 B씨 소유의 프린터, 전기오븐, 커피머신, 주방용품, 조명 및 간판 등 약 1000만 원 상당을 철거해 건조물침입,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당시 이 철거작업으로 점포 원목 바닥이 뜯겨 나무판자가 현장에 방치됐고, 조명과 환풍 시설, 파티션, 간판 등 역시 전부 철거되어 분리됐다. 싱크대 등의 주방시설이 대부분 철거됐고 고가의 커피머신 또한 분리돼 원상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별건으로 진행된 A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피해액과 같은 1000만원 손해배상 청구가 인용돼 확정됐다. 1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역시 "이 사건 점포에 무단으로 침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A씨 행위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등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의 재물손괴 혐의는 원심과 같이 유죄로 봤지만 건물침입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주거침입이 인정되려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어야 하나, B씨가 A씨에게 해당 점포 열쇠를 줘 출입을 승낙한 이상 출입문으로 들어간 사실이 주거 평온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A씨가 집기 등을 철거할 목적으로 들어갈 것을 알았다면 B씨가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을 인정하더라도,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도 했다. .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건조물침입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2-08-18 13:30:27컴퓨터를 이용하는 여성을 훔쳐볼 목적으로 PC방에 들어갔어도 건조물 침입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연음란,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2월 저녁 한 PC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이용 중인 여성 2명이 있는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가 테이블 밑으로 이 여성들의 다리 부위를 약 40분간 훔쳐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PC방을 찾기 직전에는 인근 생활용품 판매점에서 물건을 고르던 여성에게 자신의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성기를 보이는 공연음란 행위도 했다. 1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8개월,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3년 간 취업제한을 선고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런데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연음란 혐의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지만 지난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건조물 침입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전합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영업장소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즉, 이 판례에 따르면 PC방이 위치한 건물 관리자는 A씨가 컴퓨터를 이용하는 여성의 몸을 훔쳐볼 목적으로 PC방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그것 만으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2-07-03 18:11:32[파이낸셜뉴스] 컴퓨터를 이용하는 여성을 훔쳐볼 목적으로 PC방에 들어갔어도 건조물 침입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연음란,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2월 저녁 한 PC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이용 중인 여성 2명이 있는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가 테이블 밑으로 이 여성들의 다리 부위를 약 40분간 훔쳐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PC방을 찾기 직전에는 인근 생활용품 판매점에서 물건을 고르던 여성에게 자신의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성기를 보이는 공연음란 행위도 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7년 7월 공연음란죄로 벌금 200만원을, 같은해 12월에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공중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1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8개월,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3년 간 취업제한을 선고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런데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연음란 혐의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지만 지난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건조물 침입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전합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영업장소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즉, 이 판례에 따르면 PC방이 위치한 건물 관리자는 A씨가 컴퓨터를 이용하는 여성의 몸을 훔쳐볼 목적으로 PC방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그것 만으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2-07-03 09:07:24[파이낸셜뉴스] 관리인과 거주자가 없는 틈을 타 다른 사람의 건물에 불법주차한 20대 남성이 건조물침입죄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심현근 판사는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 16일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의 한 다세대원룸에 건물관리인이자 소유자 B씨가 없는 틈을 타 자신이 운행하던 차량을 1시간가량 주차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 소유의 건물 1층 필로티(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쳐 지상층을 개방한 건물) 주차 공간에 잠시 주차했을 뿐, 건물에 침입할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주차한 1층 필로티 공간은 형태 및 구조상 건물을 이용할 때만 제공되고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해서는 안 되는 공간임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약 1시간 동안 주차했고 그동안 B씨로부터 차량 이동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음에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건조물 침입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주차 차단기가 없는 건물 형태와 A씨가 주차하게 된 경위, 주차 시간과 B씨 사이의 다툼 경위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06-22 10:18:28[파이낸셜뉴스] 재소자 지인이라며 교도소에 들어간 뒤 수용자와의 접견 장면과 대화 내용을 몰래 촬영한 PD들에게 건조물 침입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따.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위계공무집행방해와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외주제작 PD A씨 등 2명의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A PD 등은 2016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진주교도소에서 수용자를 접견하며 그 대화 내용과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세부적으로는 촬영 장비 등을 숨겨서 교도소를 방문해 건조물 침입 혐의를, 몰래카메라 등을 반입해 접견 업무를 담당하는 교도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다. 1심은 공무집행방해와 건조물 침입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보고 두 사람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과 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통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에서 사실상 적발이 어려운 위계를 사용해 교도관의 금지물품 검사·단속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했고, 공무집행방해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건조물에 범죄의 목적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건조물 침입은 유죄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벌금 70만원과 100만원으로 감형했다. 2심은 "교도관들의 감시, 단속을 피해 이뤄지는 금지규범 위반행위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한다면 가벌성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된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은 건조물 침입 혐의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대법원은 "건조물 침입과 관련해 교도소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신분증만 제시하고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은 채 정문 근무자가 열어주는 정문을 통과해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들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로 교도소에 들어갔다고 볼수 없으므로 건조물 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어 "촬영 목적으로 방문했다는 사정을 알았다면 피고인들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 만으로는 평온상태를 해치기 위한 목적으로 교도소에 출입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2-05-10 13:59:02[파이낸셜뉴스] 정치적 논쟁의 영역에 사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론장에 나온 공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보이는 사건에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하는 것을 두고 제동이 걸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을 풍자하는 대자보를 붙였던 이들이 건조물침입죄로 처벌받은 사례를 두고 이른바 ‘표현의 자유 억압’ ‘입막음 소송’ 등이란 평가가 나왔다. 수사기관이 명예훼손이 아닌 다른 죄목을 적용하면서다. 이런 사례는 이명박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정권마다 관행처럼 있어 왔는데, 건조물침입죄 적용에 엄격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조물침입죄 적용된 대통령 풍자 대자보 문재인 대통령을 풍자하는 대자보를 붙여 기소된 김모씨(26)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씨는 단국대 천안캠퍼스 건물에 문재인 정부의 친중 노선을 비판하는 대자보 8장을 붙였다.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건조물침입죄였고, 1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씨의 경우 ‘대자보를 붙이고자 캠퍼스에 들어오는 것을 알았다면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란 단국대의 추정적 의사가 유죄 근거였다. 하지만 김씨 사건에서 단국대 측은 법정에 나와 처벌 의사가 없다고 했다. 대자보가 붙었던 곳은 일반인의 출입도 가능한 장소였지만, 결국 유죄였다. 이에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처벌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표현의 자유 보장' 방점... 2심 다른 판단? 지난해 7월 항소이유서가 제출된 이후 김씨 사건의 항소심 공판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지난 2월 추가항소이유서가 제출된 것 외에 변동사항도 없다. 김씨 측은 앞서 낸 항소이유서를 통해 단국대 측이 건조물칩입을 문제 삼지 않은 점과 대자보 게시가 정치적 의사표현의 한 방식인 점 등을 강조했다. 그 사이 표현의 자유가 더욱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도 계속돼 왔다. 지난 16일 대법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 칭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씨 사건에 관심이 쏠린다. 판사 출신 C변호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관들의 반대의견이 늘었고(7:2→5:4), ‘공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 최대한 보장’하는 취지의 판결도 계속된다”고 말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2021-09-22 11:5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