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조선시대 실경 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鄭敾)이 그린 ‘반구(盤龜)’ 진본이 8년 만에 고향 울산을 찾는다. 작품명 '반구'는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천에 위치한 명승지를 그린 그림이다. 대곡천 계곡이 휘감아 돌면서 대(臺)를 이루고 있는 지형으로 '반구대(盤龜臺)'라고 이름이 붙어 있다. 오는 8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결정 가능성이 높은 '반구대 암각화'의 지명적 배경이 되는 곳이다. 울산대곡박물관은 4월 29일~10월 12일 2025년 특별기획전 ‘석천(石川)에 누우리’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울산 울주군 웅촌면 석천리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울산지역 선비들의 고된 학문 수양 과정과 관직 생활 등 일상을 돌아 보고 그들이 꿈꾼 이상 세계와 특권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입신양명의 길, 울산 선비들’에서는 과거시험을 통한 출세와 수양의 여정을 조명하며, 선비 정신의 근본 바탕에 자리했던 울산의 유교 문화를 소개한다. 2부 ‘석천의 세 선비’에서는 울산을 대표하는 문인 반계 이양오(磻溪 李養吾, 1737~1811), 울산 최초의 문과 급제자 죽오 이근오(竹塢 李覲吾, 1760~1834), 조선의 마지막 과거 급제자인 국헌 이석진(菊軒 李錫晉, 1870~1924) 등 세 인물의 생애와 학문, 문학적 성취를 중심으로 석천리 유학 전통의 맥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석진의 관복, 홍패와 함께 그가 과거 시험에 답안으로 제출해 급제했던 실제 답안지(시권) 등 관련 유물도 일반에 선보인다. 3부 ‘석천에 들다’ 에서는 자연 속에서 마음을 닦았던 선비들의 삶을 조명하며, 석천의 정취를 담은 휴식형 체험 공간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에는 특히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이 그린 ‘반구’가 포함된 ‘공회첩(公會帖)’이 오는 7월 12일까지 한시적으로 일반에 선보인다. 지난 2008년 학계에 처음으로 소개된 ‘반구’는 노년기의 정선이 완숙한 필치로 대곡천과 집청정 등 반구대 일대의 풍경을 담백하고 묵직한 붓질로 담아내 그의 실경 산수화 가운데서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충북 제천시가 소장하고 있는 이 그림은 지난 2017년 ‘울산 방문의 해’를 맞아 울산박물관이 개최했던 특별기획전을 통해 울산에 첫 선을 보인 뒤 이번에 8년 만에 다시 고향 울산을 찾게 됐다. 울산대곡박물관은 지난 2015년부터 이 그림의 복제품을 1층 상설전시실에 전시하고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청소년과 일반인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5-04-28 13:31:24【용인(경기)=유선준 기자】 종령각답수금편(縱令脚踏須今遍·비록 발로 밟으며 지금 두루 다닌다 한들) / 쟁사침변간불간(爭似枕邊看不慳·머리맡에 두고 실컷 보는 것만 하겠나) 조선 회화사의 상징이자 진경산수의 창시자인 겸재 정선(1676~1759)의 대표작 '금강전도'에 적힌 시구의 일부다. 절경인 금강산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마음 편히 작품으로 감상하는 게 더 낫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만큼 실경과 맞먹는 다양한 색채와 구도로 그림이 살아 숨쉬는 듯하다. 조선 대표 화가 정선의 대표작을 만나볼 수 있는 '겸재 정선'전(展)은 오는 6월 29일까지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올해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 내년 정선 탄생 350주년을 맞아 정선을 주제로 개최된 삼성문화재단의 최초 전시로, 사상 최대 규모다. 전시 준비 기간만 3년이 걸렸다. 이번 전시에서 정선의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작품 총 165점을 선보인다. 18세기 조선 회화의 전성기를 이끈 정선은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며 당시 화단을 이끌었다. 그런 정선의 화업을 보여주기 위해 호암미술관과 대구 간송미술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18개 기관과 개인 등을 통해 구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는 1·2부로 나뉜다. 1부 '진경에 거닐다'는 정선을 대표하는 진경산수화의 흐름과 의미를 조명한다. 정선이 처음 그리기 시작하고 다양하게 변주한 금강산과 정선이 나고 자랐던 한양 일대를 그린 작품들을 중심으로 전시한다. 이외에도 개성, 포항 등 다양한 지역의 명승지를 통해 정선 진경산수화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겨울 금강산인 개골산을 그린 그의 대표작 국보 '금강전도'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그린 18세기 중엽의 진경산수화다. 뾰족한 암산과 나무숲이 우거진 토산은 오로지 점과 선만으로 뚜렷하게 대비돼 표현됐다. 그가 여러 차례 금강산 일대를 여행하며 실경을 그린 이 작품은 수많은 봉우리가 모두 한눈에 들어오도록 하는 특징이 있어 금강산의 웅장함을 엿볼 수 있다. 1751년 작품인 국보 '인왕제색도'도 거침없는 그의 필선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에 담긴 다양한 변형은 정선의 노년기 작품의 큰 특징 중 하나다. 정선은 여름날 소나기가 내린 후 개기 시작한 하늘 아래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는 인왕산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물기가 남아 있는 거대한 암벽을 진한 먹으로 중첩시키고 다른 산들은 빠른 필선으로 간략하게 표현해 인왕산의 육중한 골격을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양감이 풍부한 암벽의 처리, 농묵으로 능란하게 처리된 소나무들, 걷히는 비구름 밖으로 돋보이는 굴곡이 심한 산봉우리, 생동하는 전체의 경관 등에서 완숙한 경지에 오른 정선의 필치를 느낄 수 있다. 정선이 1711년에 그린 풍악도첩의 '금강내산총도'와 1747년 작품인 해악전신첩의 '금강내산'도 나란히 자리한다. 작품들은 정선이 36세와 72세에 각각 작업한 것으로 '금강산 그림의 대가'로 불리는 정선의 화풍이 변모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초반에는 정물을 디테일하게 그려냈으나 노년기에는 세부적인 묘사를 대신해 안정적인 구도 속 힘있고 기세 넘치는 필치를 선보인다. 2부 '문인화가의 이상'은 진경산수화 외에도 문인화, 화조화 등 정선이 그린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정선의 예술 세계 전모는 물론, 그가 가지고 있던 문인 의식과 집안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2부 전시의 대표작은 보물로 지정된 '여산초당'이다. 여산은 당대 문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중국의 산이다. 한국 땅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정선은 수직 절벽과 짙푸른 수목 등 특유의 화법을 통해 상상 속 산인 여산을 화폭에 담아냈다. 이런 이유로 관념산수화로 분류되는 이 작품의 또 다른 관전 요소는 '색채'다. 작품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자유자재로 사용한 색채는 '여산초당'이 진경산수화에 버금가는 작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와 별도로 '연강임술첩'은 1742년 당시 경기도관찰사 홍경보가 관내의 연천현감 신유현과 양천현령 정선을 불러내 연강(지금의 임진강)에서 뱃놀이를 즐겼던 것을 2점의 그림으로 기록하고 시문을 더한 작품이다. 이들은 세 벌의 서화첩을 만들어 나눠 가졌고 이 중 정선의 소장본과 홍경보가 소장했던 작품이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전시된다. 이밖에 1000원 지폐 뒷면의 그림인 '계상정거도'도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다. 이 작품은 퇴계 이황이 머물던 도산서당을 그린 것으로, 서화첩 '퇴우이선생진적첩'에 실려 있다.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의 글씨에 정선의 진경산수화 4면 등을 곁들인 '퇴우이선생진적첩'은 지난 2012년 9월 당시 국내 고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34억원에 삼성문화재단이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겸재 정선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중요한 작가로 그의 예술 전반을 조명하고자 한다"며 "리움과 간송미술관이 전시 협력을 했는데, 두 기관의 협력없이는 165점에 달하는 정선의 예술 세계를 접할 수가 없어 힘을 합쳐 규모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4-03 11:33:57국가유산청은 겸재 정선(1676~1759)이 남긴 기록화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鄭敾 筆 北園壽會圖帖) 등 총 5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은 1716년 과거 급제 60년을 맞은 이광적이 9월 16일 회방연을 치른 뒤 10월 22일 장의동 집에서 같은 동네 노인들을 모아 기로회를 연 것을 기념해 제작한 서화첩이다. 총 20장 40면으로 구성된 서화첩 맨 앞에는 '북원수회도'가 수록돼 있다. 참석자 명단인 좌목과 시문, 발문이 포함됐으며, 좌목에는 기로회 참석 대상이 나이 순으로 적혀 있고, 이어서 좌목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의 시가 모임에 앉은 순서대로 수록됐다. 이 작품은 진경산수를 대표하는 화가 정선의 초기작이자 기록화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중요하다. 숙종 후반기에 활동한 중요한 역사적 인물들과 관련된 시문들이 함께 담겨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도 높다는 평가다. 또 고려 말 학자 이숭인(1347~1392)의 시문집 '도은선생집'(陶隱先生集)도 보물로 지정됐다. 전남대 도서관이 소장 중인 '도은선생집'은 처음 1406년경 태종의 명령으로 변계량이 시집 3권 및 문집 2권으로 엮고 권근이 서문을 지어 금속활자로 간행했다. 이번 지정대상 본은 그 후 다시 목판으로 판각해 인출한 것으로 11행 19자 형식이다. 함께 보물로 지정된 '영덕 장륙사 영산회상도'(盈德 莊陸寺 靈山會上圖)와 '영덕 장륙사 지장시왕도'(盈德 莊陸寺 地藏十王圖)는 화기(畵記)에 있는 기록을 통해 1764년이라는 제작 연대와 화승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불화다. '무안 목우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務安 牧牛庵 木造阿彌陀如來三尊像)은 본존불 바닥면에 있는 조성 관련 묵서를 통해 1614년이라는 제작 연대, 수조각승 각심(覺心) 등의 제작자, 아미타여래·관음보살·대세지보살로 구성된 아미타여래삼존으로 조성됐다는 사실 등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불상으로 17세기 조각사 분야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6-28 16:36:41[파이낸셜뉴스]노현송 강서구청장이 인왕제색도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강서구는 8일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강서구에 있는 겸재정선미술관에 유치할 수 있도록 국민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강서구는 오는 7월4일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게시, 20만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겸재정선미술관에 인왕제색도 유치가 될 수 있도록 전구민이 참여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국보 제216호 인왕제색도는 겸재 정선 진경산수화의 대표작으로 비가 개는 인왕산을 호탕한 필묵법으로 그려낸 최고의 걸작이다. 이 작품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정부에 최근 기증했다. 원래 강서구는 겸재선생과의 인연이 각별하다. 강서구는 고 이 회장의 작품기증에 앞서 지난 2009년 연면적 3305㎡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겸재정선미술관을 개관시켰다. 겸재선생의 단독 미술관을 소유하기는 강서구가 전국에서 유일하다. 또 겸재선생은 조선 영조때 강서지역에서 양천현령을 6년간 재직했다. 지금의 강서구청장으로 재직한 것이다. 이 때 겸재선생은 작가로서 역량이 원숙기에 접어들었다. 그는 재임동안 이 일대를 수차례 거닐며 아름답고 서정적인 풍경들을 화폭에 담았다. '경교명승첩'과 '양천팔경첩'등이 대표적 화첩이다. '경교명승첩'에는 총 33점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양천십경'은 강서지역의 풍광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양천팔경첩'은 겸재정선미술관 옆 궁산에서 바라본 한강변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 여러 지자체에서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강서구는 진경산수의 완성지다. 겸재 선생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오래전부터 선생의 업적과 예술혼을 기리고 있다"고 그 당위성을 설명한뒤 "인왕제색도를 겸재정선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도록 구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보태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2021-06-08 11:43:13[파이낸셜뉴스] 국가 지정문화재 보물인 겸재 정선(1676~1759)의 화첩이 15일 경매에서 유찰됐다. 15일 케이옥션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린 7월 경매에서 겸재 정선이 그린 보물 제1796호 '정선 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이 시작가 50억원에 출품됐지만 아무도 응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불리는 정선의 이 화첩은 보물 제정 이전에는 '겸재화'라 통칭됐다. 화첩 표지에는 '겸재화'라는 표제가 묵서됐고 제작시기는 정선이 70대였던 1740년대 후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강산의 진경산수화와 중국 송나라 유학자 8인의 고사인물화가 각각 8점씩 총 16점 성첩돼있다. 이 그림은 그간 우학문화재단 소유해 왔고 용인대가 관리해왔으나 최근 용인대가 재정난을 겪으면서 경매시장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첩 경매는 국내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 경신 여부를 두고 미술계의 관심을 받았다. 기존 최고가는 보물 제1210호 '청량산괘불탱' 35억2000만원으로 지난 2015년 12월 서울옥션 경매에 시작가 32억원에 출품됐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0-07-15 18:42:18[파이낸셜뉴스] 이번엔 70억짜리 국가 보물, 겸재 정선의 화첩이 경매에 나왔다. 지난달 간송미술관의 '보물 불상'의 유찰로 주목을 받았던 케이옥션이 다음달 15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7월 경매에 국가지정 문화재 보물 제 1796호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을 경매에 부친다고 23일 밝혔다. 추정가는 최저 50억원에서 70억원 사이다. 이 화첩은 그간 우학문화재단이 소유해 왔으며 용인대가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겸재 정선은 조선 후기에 활약한 대표적인 화가로 진경산수화를 비롯한 여러 화목에서 화가적 재능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쳤다. 조선 후기는 괄목할만한 문예부흥기로 회화 분야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다. 겸재 정선은 그러한 시대의 화단을 이끈 한 사람으로서 한국 회화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기며 오늘날까지도 당대 최고의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은 금강산과 그 주변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과 중국 송나라 유학자들의 일화와 글을 소재로 그린 고사인물화 8점 등 총 16점이 수록돼 있다. 이를 통해 다방면에서 회화사적 성취를 이룬 겸재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이처럼 서로 다른 주제의 작품을 한 화첩으로 모아 놓은 것은 극히 드문 형태로 특히 서로 같은 점수로 구성하여 균형을 맞춘 것도 보기 힘든 예라는 것을 인정받아 2013년 2월 보물로 지정됐다. 화첩의 표지에는 '겸재화(謙齋畵)'라는 표제가 묵서되어 있어 보물 제정 이전에는 '겸재화'라 통칭되기도 했다. 화첩이 만들어진 시기와 제작시기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제발은 없으나 각 폭마다 사용된 인장과 화풍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각 그림에는 제목, '겸재'라는 서명과 함께 '정(鄭)', '선(敾)'을 각각 새긴 두 개의 백문방인이 찍혀 있는데, 이는 겸재의 나이가 66세였던 1741년부터 70대 후반경까지 사용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정선 노년기에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수묵으로 그린 진경산수화 8점은 '단발령', '비로봉', '혈망봉', '구룡연', '옹천', '고성 문암', '총석정', '해금강' 순서로 구성돼 있고, 특히 주목되는 점은 보물 제1949호인 겸재의 1747년작 '해악전신첩'에는 없는 특정 경관 5폭, '비로봉', '혈망봉', '구룡연', '옹천', '해금강'이 추가돼 있어 겸재의 더욱 다양한 진경산수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다. 동시기에 활동했던 화가들이 성현을 종사와 존경의 대상으로서 강조했다면, 겸재의 고사인물화는 성현들의 이야기를 감상의 대상으로 향유했다. 때문에 작품의 인물을 작게 묘사하고 산수 배경과의 조화를 강조한 '산수인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동시에 고사인물의 자세를 정확하게 묘사하고, 구체적인 동작이나 의복에 색채를 사용하여 작품의 본질을 잃지 않게 했는데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의 송유팔현도도 이 같은 양식을 취하고 있다. 고사인물화는 다른 고사인물화첩과는 달리 송대라는 시기를 한정하고 그 시대의 인물로만 묶은 것이 특이할 만한 점이다. '염계상련(濂溪賞蓮)', '방화수류(傍花隨柳)', '부강풍도(江風濤)', '화외소거(花外小車)', '횡거영초(橫渠詠蕉)', '온공낙원(溫公樂園)', '무이도가(武夷棹歌)', '자헌잠농(軒蠶農)'으로 각 폭마다 화제를 밝히고 있다. 케이옥션은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은 정선의 폭넓은 회화 세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자 조선 후기 산수화와 인물화의 제작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회화사적 사료로서 매우 가치 있는 유물"이라고 평했다. 한편 케이옥션은 그동안 '월인석보' 등 5점의 보물과 혼천의 등 서울시 유형문화재 1점을 경매해 5점을 낙찰시킨 바 있다. 이 가운데 2012년 9월 경매에 나왔던 보물 제 585호 '퇴우이선생진적첩'은 34억원에 낙찰돼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0-06-23 13:30:38[파이낸셜뉴스] 하이원리조트는 하이원 그랜드호텔 내 고객만족센터에서 겸재 정선 작품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개최 중이라고 1일 밝혔다. ‘겸재와 현대작가의 오마주 展’으로 진행 중인 이번 전시회는 우리나라 금수강산을 여행하면서 조선의 아름다움을 그린 겸재 정선의 작품 10점과 겸재의 진경정신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현대작가 2인의 작품 등 총 20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 작가인 겸재 정선(1676~1759)은 우리나라 금수강산의 아름다움을 그렸던 화가 겸 문신으로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과 함께 조선 후기 최고의 화백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으며, 다수의 작품 중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 등 두 점의 작품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현대작가로는 국내를 비롯 일본, 미국 등 각지에서 70여회 이상의 개인전을 열고, 2008년 월간 미술 세계 작가상을 수상한 김명식 화백과 13회의 개인전과 국외 100여회의 단체전 개최 작가로 다수의 겸재 정선 오마주 작품을 그린 이두섭 화백이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강원랜드는 지난 5월 정선 변방산 군립공원 내 오픈한 정선 507미술관 개관을 기념하고, 4개시군 문화 진흥에 기여하고자 하는 취지로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는 9월 2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19-09-01 10:03:53옅은 채색과 담담한 필선으로 당나라 시인 이섭과 이태백의 시제를 화폭에 구현한 겸재 정선(1676~1759)의 작품이다. 한 점은 당나라 시인 이섭의 시 '제학림사승사(題鶴林寺僧舍·학림사 요사에서 짓다)'를 그려낸 작품으로 절간을 찾은 고사의 모습을 표현했다. 중은 반가운 손님을 향해 안채로 안내하는 손짓을 취하고 고사는 데리고 온 시동과 막 발걸음을 옮기려는 모습인데, 늦은 봄 적막한 산골 오후에 오랜만에 들리는 인물들의 두런거림으로 생기가 도는 모습이다. 또 다른 한 점 역시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제를 동정추월(洞庭秋月)의 구성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둥근 보름달 아래 배 타고 흥취를 즐기는 인물들의 묘사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특히 시구에 걸맞게 취기가 올라 이슬에 젖는 줄 모르는 두 인물과 멀리 날아가는 기러기, 산등성이 위로 빼꼼 얼굴을 내민 보름달의 표현에 있어 필선을 간소화하고 채색을 극도로 배제해 짙어가는 가을 강가의 아련함을 더해주는 모습이다. 작품은 한 수장가가 수집한 이래 3대에 걸쳐 보관하던 중 공개된 것으로 작품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대수장가이자 서예가였던 인물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소전 손재형(1903~1981)의 인기가 적힌 상자, 그리고 작품 우측 하단에 찍힌 송은 이병직(1896~1973)의 소장인이 그것이다. 작품은 마치 대련처럼 소담한 상자에 두 틀이 들어가 전해졌으며 3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매우 소중히 보관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채색과 필치에서 드러나는 내공뿐 아니라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높은 수준의 화격 또한 조선의 화성(畵聖) 겸재 정선이기에 가능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작품이다. 음정우 서울옥션 고미술 스페셜리스트
2016-11-10 17:15:33서울 강서구 겸재정선미술관은 다음달 16일까지 '2011-2014 기증 작품전'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겸재정선미술관의 발전을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작품을 기증한 21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으로, 회화, 사진, 조각 등 총 49점이 소개된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이석우 겸재정선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귀중한 작품을 직접 감상하고, '기증'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겸재정선미술관은 지난해 4월 기념관에서 미술관으로 명칭을 변경한 이래 전문 단체와 작가들의 활발한 전시가 이뤄지고 있으며, 작가들의 작품 기증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겸재정선미술관 홈페이지(http://jeongseon.gangseo.seoul.kr)를 참고하거나 전화(02-2659-2206~7)로 문의하면 된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기자
2015-01-02 19:36:05'금강산 상팔담' 진경산수화라는 우리 고유의 화풍을 개척한 겸재 정선(1676~1759)은 65세부터 70세 때까지 양천 현감을 지냈다. 양천은 지금의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로 이 시절 겸재는 서울 근교의 명승지와 한강변 풍경을 그린 '경교명승첩'을 비롯해 '양천팔경첩' '연강임술첩' 같은 그림을 남겼다. 겸재정선기념관이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이유다. 겸재의 화혼을 오늘에 되살리기 위해 세운 겸재정선기념관에서 뜻깊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겸재정선기념관이 '겸재 맥찾기 유수작가 초청전' 일환으로 지난 11일부터 펼치고 있는 '박윤성-산수예찬'전이다.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윤성 화백(62)은 겸재의 탐구적 실험정신을 본받아 백두산, 금강산, 북악산 등 우리의 자연을 새로운 시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가로 이번 전시를 위해 모두 30여점의 작품을 내놨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겸재정선기념관 이석우 관장은 "박윤성 화백의 그림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에서 재창조된 새로운 산수로 연출되고 있다"면서 "이는 산수를 진경화하되 그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재창조한 겸재 정선과 맥이 통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작가는 우리 전통 산수화의 안목으로 풍경을 읽어내고 그리지만 그가 쓰는 재료는 지극히 서양적인 것이다. 작가는 비록 유화 물감을 사용해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지만 서구적인 유행의 바람을 타거나 항간의 그 어떤 경향에도 휩쓸리지 않은 채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작가는 "처음 그림 공부를 시작하던 시절부터 우리 냄새 나는 우리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면서 "동·서양의 여러 작가를 탐구하고 섭렵한 끝에 만난 나의 마음속 스승이 겸재 정선이다"라고 말했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그가 겸재 정선을 사숙(私淑)한 것은 벌써 40여년에 이르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전시에 맞춰 '주홍색 광채로 충만한 우리의 풍경'이라는 제목의 서문을 쓴 미술평론가 옥영식은 "박윤성의 화면에는 우리 전통 미술에서 느끼는 미감이 배어서 낯설지 않고 친근감마저 준다"면서 "특히 근작의 풍경화는 투박한 듯하면서도 무겁지 않고 양감이 풍부한 주홍색 필선이 뼈대를 이루고 있어 더운 기운과 함께 밝은 광채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1일까지. (02)2659-2206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13-07-23 03: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