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파트 경비원들을 향한 ‘갑질’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민원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다. 8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아파트 경비원들이 욕먹는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퍼졌다. 한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취지로 민원을 제기했고, 그에 따른 처리 결과가 담긴 공지문 사진이다. 공지문에 따르면 입주민은 “무거운 짐이나 장바구니나 양손이 무겁게 들고 있는 상태에서 아파트 입구 번호를 누르는 게 너무 힘들다”며 “경비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알아서 입구 문을 열어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전에 계셨던 경비 아저씨는 알아서 문도 열어주셨는데 이번 경비 아저씨들께서는 그런 센스가 없다.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민원에 관리사무소 측은 “경비원 교육을 시키겠다”고 답변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경비원이 머슴도 아니고 어지간히 하라”, “경비원이 언제 호텔리어가 됐냐” 등 대체로 비판적인 의견을 보였다. 노동계에서는 이와 같은 입주민 갑질을 산업재해로 여겨 대응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 경비원 최모씨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최종 승인한 바 있다. 최씨는 주차 문제로 다툰 입주민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폭언과 폭행에 시달린 끝에 글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1-08 22:48:26"천박한 놈이라면서 막 굴려도 거역을 못하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참아야 해요."돌이켜보면 치욕스러워서 살이 떨린다. 20개월간 전라도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한 윤모씨(61)는 입주자대표회의 간부에게 폭언을 듣고, 뒤치다꺼리해주다 그의 요구를 한 차례 거부했다는 이유로 쫓겨났다. 윤씨는 자신이 입주민의 농사일까지 떠맡은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쓴웃음을 짓는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월 대표회의 부회장은 "허리를 다쳤으니 일을 도와달라"며 윤씨를 불렀다. 자칫 토를 달았다가는 해고로 직결될 수 있던 터라 응할 수밖에 없었다. 윤씨는 "근무시간에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밭에 가서 배추, 열무를 심고 밭을 가꾸느라 4시간 내내 허리를 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상식 밖의 지시는 계속됐다. 부회장은 다른 날에는 골동품을 가져와 윤씨에게 "광이 나도록 갈고 닦으라"고 시켰다. 또 회장은 폭언을 자주 했다. 전직 교장인 회장은 교육자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경비들에게 "X놈" "이XX" 등 천박하다는 투로 욕설을 마구 내뱉었다. 윤씨는 올해 2월 회장을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윤씨는 "경비원은 현대판 머슴이다. 불만이 있어도 생계에 지장이 있을까 꿀 먹은 벙어리 신세"라고 한탄했다. ■경비실에서 불 켜고, 무전 대기한 게 휴식시간?'동네 머슴'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게 다수 경비원들의 전언이다. 택배, 재활용, 청소, 조경, 이삿짐 나르기 등 경비업무 외 업무를 당연하듯 하고 주민들 요구에 따라 발레파킹(대리주차), 밭일, 집 청소까지 하고 있다. 현행법상 경비업무가 아닌 일을 경비원에게 시키는 건 명백한 불법이다. 주민이 경비원에게 업무지시를 할 근거는 없지만 현장에서 이 규정은 지켜지지 않는다.지난해 12월에 한 아파트 주민들은 "무거운 짐이나 양손이 무겁게 들고 있는 상태에서 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게 힘들다"며 "경비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입구 문을 열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비원들은 센스가 없다"고 했다.비슷한 시기 서울 압구정 구현대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경비원에게 수년간 대리주차를 시켰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5년 12월 발표한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경비원은 방범안전점검(38.6%)에 이어 택배관리(28.7%), 청소 (18.5%) 순으로 업무 비중이 많다고 느꼈다. 경비 업무 외 비중이 절반을 넘게 차지한 셈이다.특히 고통스러운 건 휴식 시간과 장소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경비원들은 대게 24시간 격일제로 일해 대표적인 장시간 근로자로 꼽힌다. 이에 '공식 휴게시간'은 많지만 경비실에서 대기해야 하는 데다 주민들이 24시간 민원을 하는 탓에 쉴 시간이 없는 것이다. 매년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임금 상승을 막기 위해 휴게를 늘리지만 서류상 휴식일 뿐이다. 서울에서 6년째 경비로 일하는 우모씨(63)는 밤마다 경비실에서 불을 켠 채 잠을 청하지만 결국 뜬눈으로 지새운다고 토로했다. 그는 "24시간 근무하고 다음 날은 쉬는 격일제 근무를 하는데 10시간이 휴식시간이다. 그중 실제 1시간도 쉬지 못한다"고 밝혔다. 우씨는 총 3시간인 점심·저녁 동안 경비실에서 밥을 먹으면 차 빼달라 요구하거나 택배 찾으러 오는 주민들로 정신이 없다.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취침시간엔 불도 끄지 못하고 경비실 의자에 앉아 대기한다. 그는 "밤에도 무전이 울리고, 주민들은 현관문을 열어달라고 전화를 한다"고 했다. ■층간흡연 중재 나섰다가 "새우등 터져"최근에는 경비원 부담이 더 늘었다.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경비원들이 층간흡연 문제까지 개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법에 따라 경비원은 주민에게 흡연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가구에 들어가 조사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대표적 '을'인 경비원이 주민 간 다툼에 끼어들었다가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될 수 있어 볼멘소리가 나온다. 서울 노원구에서 경비일을 하는 박모씨(62)는 "최근 주민이 흡연 문제로 민원을 넣어서 해당 동에 찾아가 자제해달라고 했다가 '당신이 뭔데'하면서 삿대질을 당했다"며 "언제 주민에게 찍혀 해고될지 모르는데 아무 보호장치 없이 개입하라는 건 탁상행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각종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아파트 경비원은 대표적 '감시근로자'에 속한다. 법에서 감시근로자는 업무 강도가 낮다고 보고 고용부 장관 승인을 통해 임금(주휴수당, 가산수당 제외)이나 휴게에 차별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한 방편으로 감시근로자 제도가 악용된다. 고용부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건수는 2011년 6414건에서 2016년 1만263건으로 껑충 늘었다. 한국노총 이상혁 노무사는 "예전처럼 경비원들이 경비만 서지 않는데도 임금을 덜 주기 위한 방편으로 제도가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며 "고령의 경비원들이 고용불안 때문에 이런 문제를 제기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스포트라이트팀 박준형 팀장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2018-05-24 18:00:09“천박한 놈이라면서 막굴려도 거역을 못하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참아야 해요.” 돌이켜보면 치욕스러워서 살이 떨린다. 20개월 간 전라도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한 윤모씨(61)는 입주자대표회의 간부에게 폭언을 듣고, 뒤치다꺼리해주다 그의 요구를 한 차례 거부했다는 이유로 쫓겨났다. 윤씨는 자신이 입주민의 농사일까지 떠맡은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쓴 웃음을 짓는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월 대표회의 부회장은 “허리를 다쳤으니 일을 도와달라”며 윤씨를 불렀다. 자칫 토를 달았다가는 해고로 직결될 수 있던 터라 응할 수 밖에 없었다. 윤씨는 “근무시간 도중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밭에 가서 배추, 열무를 심고 밭을 가꾸느라 4시간 내내 허리를 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상식 밖의 지시는 계속됐다. 부회장은 다른 날에는 골동품을 가져와 윤씨에게 “광이 나도록 갈고 닦으라”고 시켰다. 또 회장은 폭언을 자주 했다. 전직 교장 출신인 회장은 교육자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경비들에게 “X놈”, “이XX" 등 천박하다는 투로 욕설을 마구 내뱉었다. 윤씨는 올해 2월 회장을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윤씨는 “경비원은 현대판 머슴이다. 불만이 있어도 생계에 지장이 있을까 꿀 먹은 벙어리 신세”라고 한탄했다. ■ 경비실에서 불 켜고, 무전 대기한 게 휴식 시간? ‘동네 머슴’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게 다수 경비원들의 전언이다. 택배, 재활용, 청소, 조경, 이삿짐 나르기 등 경비업무 외 업무를 당연하듯 하고 주민들 요구에 따라 발렛파킹(대리주차), 밭일, 집 청소까지 하고 있다. 현행법상 경비업무가 아닌 일을 경비원에 시키는 건 불법이다. 주민이 경비원에게 업무 지시를 할 근거는 없지만 현장에서 이 규정은 지켜지지 않는다. 지난해 12월에 한 아파트 주민들은 “무거운 짐이나 양손이 무겁게 들고 있는 상태에서 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게 힘들다”며 “경비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입구 문을 열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비원들은 센스가 없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 압구정 구현대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경비원에게 수년 간 대리주차를 시켰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5년 12월 발표한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경비원은방범안전점검(38.6%)에 이어 택배관리(28.7%), 청소 (18.5%) 순으로 업무 비중이 많다고 느꼈다. 경비 업무 외 비중이 절반을 넘게 차지한 셈이다. 특히 고통스러운 건 휴식 시간과 장소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경비원들은 대게 24시간 격일제로 일해 대표적인 장시간 근로자로 꼽힌다. 이에 ‘공식 휴게시간’은 많지만 경비실에서 대기해야 하는데다 주민들이 24시간 민원을 하는 탓에 쉴 시간이 없는 것이다. 매년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임금 상승을 막기 위해 휴게를 늘리지만 서류상 휴식일 뿐이다. 서울에서 6년째 경비로 일하는 우모씨(63)는 밤마다 경비실에서 불을 켠 채 잠을 청하지만 결국 뜬눈으로 지새운다고 토로했다. 그는 “24시간 근무하고 다음날은 쉬는 격일제 근무를 하는데 10시간이 휴식시간이다. 그중 실제 1시간도 쉬지 못한다”고 밝혔다. 우씨는 총 3시간인 점심·저녁 동안 경비실에서 밥을 먹으면 차 빼달라 요구하거나 택배 찾으러 오는 주민들로 정신이 없다.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취침 시간엔 불도 끄지 못하고 경비실 의자에 앉아 대기한다. 그는 “밤에도 무전이 울리고, 주민들은 현관문을 열어 달라고 전화가 온다”고 했다. ■ 층간 흡연 중재 나섰다가 “새우등 터져” 최근에는 경비원 부담이 더 늘었다.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경비원들이 층간흡연 문제까지 개입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법에 따라 경비원은 주민에게 흡연 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가구에 들어가 조사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대표적 '을'인 경비원이 주민 간 다툼에 끼어들었다가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될 수 있어 볼멘소리가 나온다. 서울 노원구에서 경비일을 하는 박모씨(62)는 “최근 주민이 흡연 문제로 민원을 넣어서 해당 동에 찾아가 자제해달라고 했다가 ‘당신이 뭔데’하면서 삿대질을 당했다”며 “언제 주민에게 찍혀 해고될지 모르는데 아무 보호장치 없이 개입하라는 건 탁상행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각종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아파트 경비원은 대표적 ‘감시 근로자’에 속한다. 법에서 감시 근로자는 업무강도가 낮다고 보고 고용부 장관 승인을 통해 임금(주휴수당, 가산수당 제외)이나 휴게에 차별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한 방편으로 감시 근로자 제도가 악용된다. 고용부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건수는 2011년 6414건에서 2016년 1만263건으로 껑충 늘었다. 한국노총 이상혁 노무사는 "예전처럼 경비원들이 경비만 서지 않는데도 임금을 덜 주기위한 방편으로 제도가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며 "고령의 경비원들이 고용불안 때문에 이런 문제를 제기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준형 팀장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2018-05-24 13:56:47[파이낸셜뉴스] 검찰이 지난 4월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을 상대로 폭언·폭행 등을 한 혐의를 받는 입주민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7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허경호 부장판사) 심리로 7일 오전 10시에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감금·보복폭행·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입주민 심모씨(48)에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갑질로 인해 피해자가 생명까지 포기한 사건"이라며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단 둘이 있는 장소에서 해한 범행에 대해 일체 반성하지 않고, 자신이 비골(코뼈) 골절 가했는데도 형으로부터 구타당했다고 주장했다"며 "무고로 피해자를 고소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심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강요미수와 폭행에 대해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인 망인을 감정적으로 고통스럽게 한 것에 대해 사죄하고 있다"면서도 "다툰 적 있지만 고소에 대한 보복 목적이 아니고, 비골 골절 상해 또한 가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고인 심씨는 이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는 진심으로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형님께서 증인 진술 과정에서 '고인을 머슴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는데, 절대 그런 적이 없다"며 "주먹으로 코를 두 번 가격하고 모자로 다시 짓누르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심씨는 지난 4월 21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A아파트 단지에서 이중주차 문제로 경비원 고(故) 최희석씨를 폭행해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얼굴 부위 표재성 손상 등을 가한 혐의 등을 받는다. 심씨는 이후에도 최씨를 경비실 내 화장실로 끌고가 약 12분간 폭행하는 등 수차례 폭행을 일삼고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받는다. 결국 최씨는 갑질에 대한 괴로움을 호소하다 지난 5월 10일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심씨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은 오는 10일 열릴 예정이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2020-12-07 15:1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