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이 재단 설립 20주년 및 창단 80주년을 기념해 오는 3월 5~6일 카자흐스탄 국립 아카데미 고려극장에서 고려인 재외동포를 위한 특별공연을 개최한다. 25일 서울시향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카자흐스탄의 국민 시인이라 불리는 아바이 쿠난바이울리 탄생 18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화려하고 경쾌한 선율과 화음이 특징인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D장조'로 시작한다. 이어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궁정 음악가 헨델의 '수상 음악' 모음곡 제2번 중 '혼파이프 풍으로'와 카자흐스탄 국민 작곡가 예르케쉬 샤케예프와 마나르베크 예르자노프의 작품을 선보인다. 공연 후반부에는 비발디 협주곡 '사계' 중 '봄' 1악장, 차이콥스키의 현악 사중주 제1번 2악장과 현을 위한 세레나데 1, 2악장을 차례로 연주한다. 이번 공연을 위해 서울시향 제1바이올린 한지연 수석을 중심으로 11명의 실내악팀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향은 고려극장 무대를 기점으로 중앙아시아 지역과 문화예술 교류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서울시향 정재왈 대표는 "한민족의 문화·역사적 가치가 높은 고려극장에서 서울시향의 연주를 선보이게 됐다"며 "고려인 동포들이 클래식 음악을 통해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5-02-25 14:44:08[파이낸셜뉴스] “(재)부산문화회관의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 (재)부산문화회관(대표이사 차재근)은 ‘부산문화회관’의 명칭 변경을 위해 12일부터 오는 6월 10일까지 한 달간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모를 시행한다. 현재 (재)부산문화회관은 남구 대연동의 부산문화회관과 동구 범일동의 부산시민회관을 운영하며 부산시립예술단 7개 단체를 이끌고 있는 부산의 대표 공공 공연장으로서 두 극장을 아우르고 재단 및 예술단 운영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 명칭 공모에는 부산 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공연장의 지역성, 상징성을 고려한 이름이면 된다. 시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접수된 명칭은 1차 내부 심사를 거친 후 대내외 투표 및 선호도 조사를 통해 7월 중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공모에 선정된 수상자에게는 최우수상 1명 100만원, 우수상 2명 각 30만원, 장려상 3명, 각 2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동백전)가 지급된다. 공모 신청은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공모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전자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재)부산문화회관 관계자는 “이번 기관 명칭 변경을 통해 공연장의 정체성과 역할을 강화해 시민에게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 다가 가겠다”며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자세한 참여 방법 및 세부 사항은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2025-05-12 11:05:57베를린 문화예술계가 위기에 처했다. 베를린시 정부는 문화예술 예산에서 약 1억3000만유로를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총 예산의 약 12~13%를 차지하는 비용이다. 독일 문화예술계는 예산 축소라는 혼란과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예산 삭감으로 올해 소규모 스튜디오와 극장은 파산할 가능성이 있으며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작품을 공연하는 것으로 유명한 베를린 앙상블은 5~6개에 작품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베를린은 유럽 문화의 중심지다.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고 새로운 에너지로 신선한 작품이 탄생된다. 그러나 지금 예술기관들은 예산을 더 많이 받기 위해 개별적으로 정치권과 협상에 나서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제 모든 기관이 서로 경쟁자가 됐다. 우리끼리 싸우게 만드는 것이 정부의 의도인 것 같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같은 베를린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국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고 한다. 올해 예산은 전체 국가 예산 대비 1.05%로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산 문제뿐만 아니라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주도로 진행된 주요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례를 봐도 지방 이전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19년까지 통폐합을 거쳐 153개 공공기관이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했지만 수도권의 전국 경제성장 기여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이라고 다를 순 없을 것이다. 특히나 문화예술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고 적절한 인프라도 없는 상황에서 문화적 수요 등도 먼저 검토하지 않은 채 단순히 자리만 옮기는 것으로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이전에 대한 신중함이 요구되는 바다. 베를린에서는 구조 개편과 예산 절감이 해답이 아니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베를린이 유럽의 문화 수도로 계속해서 남을지, 아니면 예술가들이 떠나는 황량한 도시로 전락할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렸다. 한국 역시 문화예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하는 근본적이고도 장기간에 걸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K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예술도 그 위상을 지속적으로, 더 높게 이어갈지, 화려한 과거로 남겨 놓을지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2025-04-07 18:28:53높이 265m인 서울 남산의 옛 이름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목멱산(木覓山)이다. 그 의미는 '마뫼' '말뫼'로, 남산의 순우리말이다. 마뫼는 마산(馬山) 혹은 마시산(馬尸山)으로도 불린다. 밝은 산의 의미로 인경산(引慶山), 열경산(列慶山)으로도 불렸고 도성의 가장 남쪽이라는 의미로 종남산(終南山)으로도 불렀다. 명당 터의 남쪽 경계이면서 명당을 잘 막아주는 버팀대로 보았다. 남쪽에 솟아 남산인데, 말 모양으로 여긴 것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기록에는 거의 목멱산으로 나온다. 그럼에도 일반 백성들은 남산이라 했다. 공양왕 2년(1390년) 잠시 천도한 한양에서 호랑이가 나타나니 이를 막기 위한 제사를 목멱, 북악, 성황 등에서 지내도록 했다. 조선 태종 때 남산에 목멱신사(木覓神祠)를 만들어 왕실과 백성의 안위를 위한 국사당(國師堂)으로 삼았다. 목멱단으로도 불리면서 남산 팔각정 옆에 위치한다. 남산은 풍수지리적으로 도성 한양을 편안하게 해주는 안산(案山)이다. 도성을 감싸는 4곳 산지 지형을 보면 목멱산(남주작), 북악산(북현무), 낙산(좌청룡), 인왕산(우백호)이다. 남산은 도성의 기능을 하면서도 안산 역할도 하는 것이다. 한강 건너 보이는 높은 관악산은 아득한 조산(朝山)이 된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사대문 안 도성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남산의 소나무는 조선시대에 공공용으로 조림한 것이다. 조선 도성을 한양으로 결정할 때 남쪽의 목멱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도성의 남쪽 성곽을 남산이 맡은 것이다. 조선시대의 남산은 풍수지리적 기능 외에도 실질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했다. 전국 봉수망의 중앙 조절 기능을 한 것이다. 남산에서 지방으로 보내는 봉수와 지방에서 한양으로 들어오는 봉수를 조정에서, 궁궐에서 잘 관찰할 수 있었다. 지금도 조선시대의 봉화대처럼 통신·군사 시설 등 서울을 지키는 기능들이 작동되고 있다. 남산에는 모두 5개의 봉수대가 있었다. 가장 동쪽은 아차산 봉수를 거쳐서 강원도와 함경도로 가고, 다음은 청계산을 거쳐 경상도로 가고, 셋째는 무악산을 거쳐 황해도와 평안도로 가고, 그다음은 수락산을 거쳐 평안도와 황해도의 해로 봉화로 연결되고, 다섯째는 김포 개화산을 거쳐 전라도와 충청도로 갔다. 현재 복원된 봉수는 평안도로 가는 봉수대 자리다. 이 자리에서는 한양의 구조, 도성 내부와 백악산, 인왕산, 타락산 등이 잘 보인다. 봉수대 하나마다 5개의 봉화대가 설치되는데 평상시에는 1개이지만 위급하면 5개 모두에 연기나 불을 피운다. 남산은 사실 한양을 지키는 파수대이기도 하다. 남쪽으로 바라보면 한양을 두르는 한강 전체가 보이고, 건너 여러 지역들이 잘 관찰된다. 남산의 북사면에는 남촌이라 하여 하급관리, 벼슬이 없거나 몰락한 양반, 평민들의 마을이 들어섰다. 이들을 '남산골 샌님'이라고 했다. 가난하지만 자존심이 센 선비를 일렀다. '남산골 딸깍발이'도 있다. 가난하여 나막신을 딸깍거리며 신고 다니는 선비를 그렇게 불렀다. 남촌은 한양의 부촌인 북촌 및 서촌과 대조되어 왔다. 현재는 북촌과 함께 괜찮은 남촌 가옥들이 복원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북서 자락 용산에는 일본군영이 들어섰고, 이것이 용산 미군기지로까지 연결됐다. 용산은 인천으로 나가는 서울의 길목이며, 서울의 동서남북을 모두 관찰할 수 있는 군사적 요지였다. 남산의 서녘 후암동에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마을을 이뤘고, 많은 적산가옥을 남겼다. 당시 일제는 남산에 그들의 신사를 지었다. 해방 후 일본인들이 철수하고 북한 월남인들이 이곳으로 모여들면서 인구가 밀집해 판잣집이 늘어났다. 해방촌이다. 후암동 시장을 중심으로 해방촌은 서울의 섬처럼 지역성이 뚜렷했다. 상대적으로 이태원동, 한남동은 부유촌이었다. 남산에 잠두봉(蠶頭峰)이 있다. 조선시대 누에는 섬유 생산의 핵심이었다. 전국에 잠 지명이 많이 남아 있다. 충북 청주의 잠두봉과 양화진의 잠두봉이 대표적이다. 남산의 잠두봉은 잠실과 잠원동의 뽕밭을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국가적으로 잠업이 필요하여 한양에 가까운 잠실과 아차산 아래, 잠원동 등에 잠실을 조성했다. 연희동 근처에 동잠실도 있다. 겸재의 스승 삼연 김창흡이 잠실에서 남산을 보면서 시를 남긴다. "짙푸르게 눈에 들어오네 저 먼 송림, 소 등을 탄 누에 머리가 만산에 그늘 덮네. 늘 편안히 푸른 패기를 기르니, 천년을 넘어도 도낏날 받지 않겠네." 잠실에서 남산을 잠두로 보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남산에 조선신사가 들어섰다. 1975년 남산 정상에 서울타워가 들어섰다. 서울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인공시설이다. 하여 남산은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도권 시민의 휴식처가 된 것이다. 당연히 공식적으로 숲도 잘 조성되고 보존되고 있어 도심의 허파 기능을 한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로 유명한 남산 송림과 함께 자연림에 가까운 활엽수림도 잘 조성되어 있다. 1978년 서울농대 임경빈 교수 연구에 의하면 남산숲은 48과 69속 193종의 나무가 있었다. 현재는 서울의 도시적 변화에 따라 지형과 식생의 구조가 달려져 있겠지만, 나름의 보존도 이뤄지고 있다. 목멱 남산은 편마암 산지로 바위가 단단하면서 검고, 숲이 울창한 흙이 잘 덮인 토산이다. 경기편마암으로 대략 5억년 이전 선캄브리아기이다. 중부 지역에서 지질적으로 가장 오랜 암석이다. 남산에서 평지로 내려오다 보면 기슭에 화강암 지대를 만난다. 화강암은 대략 1억5000만년 된 대보화강암이다. 남산의 남향은 햇볕을 잘 받아 마른 땅이 되면서 소나무 종류가 상대적으로 우세하다. 북사면은 화강암 산지로 햇볕이 적고, 그리하여 수분이 잘 보존되어 참나무 중심으로 활엽수림이 잘 발달한다. 화강암과 편마암이 극적으로 만나는 곳의 예를 보면, 장충단과 국립극장은 편마암이고 길 건너 자유연맹과 옛 타워호텔 지역은 화강암이다. 근처의 성곽석은 화강암과 편마암이 함께하는 곳이 많다. 과거 성채를 이뤘던 성곽석들이 허물어지고, 더러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을 현장에서 볼 수 있다. 지금의 남산은 서울의 대표적인 공원이고 외국 관광객도 즐겨 찾는 곳이다. 조선이 들어서면서 존중과 사랑을 받은 남산에는 현재 남산타워, 남산팔각정, 남산봉수대, 남산한옥마을, 남산 성곽길, 한남공원 등이 함께한다. 남산은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안중근 의사, 백범 김구, 소파 방정환, 유관순 열사의 동상을 안고 있다. 남산은 북악산과 인왕산 등 북한산열과 함께 도심, 한강, 강남 등 서울권 거의 전반을 살필 수 있는 조망산이다. 이민부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
2025-04-07 18:13:12[파이낸셜뉴스]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신작 '미키 17'이 극장 개봉 한 달 만에 큰 손실을 안은 채 상영을 끝내고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가게 됐다. 6일(현지시간) 미국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신작 목록을 보면 '미키 17'은 오는 7일 오후 9시(미 서부시간)에 이 플랫폼에서 공개된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이 영화가 애플TV와 판당고 등 다른 여러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미 영화 흥행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는 '미키 17'이 지난달 7일 북미 3807개 극장에서 개봉해 지난 4일까지 상영관 수가 점차 줄어들어 약 한 달간 티켓 매출로 북미에서 4468만 달러(약 653억원), 북미 외 지역에서 7770만 달러(약 1136억원)를 합쳐 총 1억2238만 달러(약 1789억원)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6일까지 누적 관객수가 299만8372명, 누적 매출액 약 296억원으로 흥행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현재 이 영화는 마케팅·홍보 비용을 제외한 순 제작비만 1억1800만 달러(약 1700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매체 버라이어티는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가 마케팅에 8000만 달러를 추가로 지출했다고 알렸다. 극장이 떼어가는 몫을 고려하면 이 영화의 티켓 매출 손익분기점이 약 3억 달러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하순 '미키 17'의 전 세계 티켓 매출은 총 1억4300만 달러에 그치면서 이 영화의 손실액이 약 8000만 달러, 한화로 약 1169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키 17'은 봉 감독이 '기생충'으로 2020년 아카데미(오스카상)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이후 5년 만에 개봉하는 신작으로 대기업 워너브러더스가 야심차게 투자·배급한 작품으로 개봉 전 할리우드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4-07 05:48:14높이 265m의 서울 남산의 옛 이름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목멱산(木覓山)이다. 그 의미는 ‘마뫼’, ‘말뫼’로, 남산의 순우리말이다. 마뫼는 마산(馬山) 혹은 마시산(馬尸山)으로도 불린다. 밝은 산의 의미로 인경산(引慶山), 열경산(列慶山)으로도 불렸고 도성의 가장 남쪽이라는 의미로 종남산(終南山)으로도 불렀다. 명당터의 남쪽 경계이면서 명당을 잘 막아주는 버팀대로 보았다. 남쪽에 솟아 남산인데, 말 모양으로 여긴 것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기록에는 거의 목멱산으로 나온다. 그럼에도 일반 백성들은 남산이라 했다. 공양왕 2년(1390년) 잠시 천도한 한양에서 호랑이가 나타나니 이를 막기 위한 제사를 목멱, 북악, 성황 등에서 지내도록 했다. 조선 태종 때 남산에 목멱신사(木覓神祠)를 만들어 왕실과 백성의 안위를 위한 국사당(國師堂)으로 삼았다. 목멱단으로도 불리면서 남산 팔각정 옆에 위치한다. 남산은 풍수지리적으로 도성 한양을 편안하게 해주는 안산(案山)이다. 도성을 감싸는 4곳 산지 지형을 보면 목멱산(남주작), 북악산(북현무), 낙산(좌청룡), 인왕산(우백호)이다. 남산은 도성의 기능을 하면서도 안산 역할도 하는 것이다. 한강 건너 보이는 높은 관악산은 아득한 조산(朝山)이 된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사대문안 도성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남산의 소나무는 조선시대에 공공용으로 조림한 것이다. 조선 도성을 한양으로 결정할 때 남쪽의 목멱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도성의 남쪽 성곽을 남산이 맡은 것이다. 조선시대의 남산은 풍수지리적 기능 외에도 실질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했다. 전국 봉수망의 중앙 조절 기능을 한 것이다. 남산에서 지방으로 보내는 봉수와 지방에서 한양으로 들어오는 봉수를 조정에서, 궁궐에서 잘 관찰할 수 있었다. 지금도 조선시대의 봉화대처럼 통신, 군사 시설 등 서울을 지키는 기능들이 작동되고 있다. 남산에는 모두 5개의 봉수대가 있었다. 가장 동쪽은 아차산 봉수를 거쳐서 강원도와 함경도로 가고, 다음은 청계산을 거쳐 경상도로 가고, 셋째는 무악산을 거쳐 황해도와 평안도로 가고, 그 다음은 수락산을 거쳐 평안도와 황해도의 해로 봉화로 연결되고, 다섯째는 김포 개화산을 거쳐 전라도와 충청도로 갔다. 현재 복원된 봉수는 평안도로 가는 봉수대 자리다. 이 자리에서는 한양의 구조, 도성 내부와 백악산, 인왕산, 타락산 등이 잘 보인다. 봉수대 하나마다 5개의 봉화대가 설치되는데 평상시에는 1개이지만 위급하면 5개 모두에 연기나 불을 피운다. 남산은 사실 한양을 지키는 파수대이기도 하다. 남쪽으로 바라보면 한양을 두르는 한강 전체가 보이고, 건너 여러 지역들이 잘 관찰된다. 남산의 북사면에는 남촌이라 하여 하급관리, 벼슬이 없거나 몰락한 양반, 평민들의 마을이 들어섰다. 이들을 ‘남산골 샌님’이라고 했다. 가난하지만 자존심이 센 선비를 일렀다. ‘남산골 딸깍발이’도 있다. 가난하여 나막신을 딸깍거리며 신고 다니는 선비를 그렇게 불렀다. 남촌은 한양의 부촌인 북촌 및 서촌과 대조되어 왔다. 현재는 북촌과 함께 괜찮은 남촌 가옥들이 복원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북서 자락 용산에는 일본군영이 들어섰고, 이것이 용산 미군기지로까지 연결됐다. 용산은 인천으로 나가는 서울의 길목이며, 서울의 동서남북을 모두 관찰할 수 있는 군사적인 요지였다. 남산의 서녘 후암동에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마을을 이뤘고, 많은 적산가옥을 남겼다. 당시 일제는 남산에 그들의 신사를 지었다. 해방 후 일본인들이 철수하고 북한 월남인들이 이곳으로 모여들면서 인구가 밀집해 판자집이 늘어났다. 해방촌이다. 후암동 시장을 중심으로 해방촌은 서울의 섬처럼 지역성이 뚜렷했다. 상대적으로 이태원동, 한남동은 부유촌이었다. 이제는 서울이 강남 중심 시대가 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남산에 잠두봉(蠶頭峰)이 있다. 조선시대 누에는 섬유 생산의 핵심이었다. 전국에 잠 지명이 많이 남아 있다. 충북 청주의 잠두봉과 양화진의 잠두봉이 대표적이다. 남산의 잠두봉은 잠실과 잠원동의 뽕밭을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국가적으로 잠업이 필요하여 한양에 가까운 잠실과 아차산 아래, 잠원동 등에 잠실을 조성했다. 연희동 근처에 동잠실도 있다. 겸재의 스승 삼연 김창흡이 잠실에서 남산을 보면서 시를 남긴다. “짙푸르게 눈에 들어오네 저 먼 송림, 소 등을 탄 누에 머리가 만산에 그늘 덮네. 늘 편안히 푸른 패기를 기르니, 천년을 넘어도 도낏날 받지 않겠네." 잠실에서 남산을 잠두로 보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남산에 조선신사가 들어섰다. 1975년 남산 정상에 서울타워가 들어섰다. 서울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인공시설이다. 하여 남산은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도권 시민들의 휴식처가 된 것이다. 당연히 공식적으로 숲도 잘 조성되고 보존되고 있어 서울 도심의 허파 기능을 한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로 유명한 남산 송림과 함께 자연림에 가까운 활엽수림도 잘 조성되어 있다. 1978년 서울농대 임경빈 교수 연구에 의하면 남산숲은 48과 69속 193종의 나무가 있었다. 현재는 서울의 도시적 변화에 따라 지형과 식생의 구조가 달려져 있겠지만, 나름의 보존도 이뤄지고 있다. 목멱 남산은 편마암 산지로 바위가 단단하면서 검고, 숲이 울창한 흙이 잘 덮인 토산이다. 경기편마암으로 대략 5억년 이전 선캠브리아기이다. 중부 지역에서 지질적으로 가장 오랜 암석이다. 남산에서 평지로 내려오다 보면 기슭에 화강암 지대를 만난다. 화강암은 대략 1.5억년 된 대보화강암이다. 남산의 남향은 햇볕을 잘 받아 마른 땅이 되면서 소나무 종류가 상대적으로 우세하다. 북사면은 화강암 산지로 햇볕이 적고, 그리하여 수분이 잘 보존되어 참나무 중심으로 활엽수림이 잘 발달한다. 화강암과 편마암이 극적으로 만나는 곳의 예를 보면, 장충단과 국립극장은 편마암이고 길 건너 자유연맹과 옛 타워호텔 지역은 화강암이다. 근처의 성곽석은 화강암과 편마암이 함께 하는 곳이 많다. 과거 성채를 이뤘던 성곽석들이 허물어지고, 더러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을 현장에서 볼 수 있다. 지금의 남산은 서울의 대표적인 공원이고 외국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조선이 들어서면서 존중과 사랑을 받은 남산에는 현재 남산타워, 남산팔각정, 남산봉수대, 남산한옥마을, 남산 성곽길, 한남공원 등이 함께한다. 인접하여 장충단공원, 용산공원이 있다. 남산은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안중근 의사, 백범 김구, 소파 방정환, 유관순 열사의 동상을 안고 있다. 오랜 세월 시민들이 다니면서 산길도 잘 나 있다. 남산은 북악산과 인왕산 등 북한산열과 함께 도심, 한강, 강남 등 서울권 거의 전반을 살필 수 있는 조망산이다. 이민부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5-04-01 15:16:08[파이낸셜뉴스] '국가대표 연출가'로 불리는 양정웅을 비롯해 현재 한국 예술계의 각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인정받는 창작인들이 국립무용단의 2025년 첫번째 신작 '미인'을 위해 뭉쳤다. 양 연출은 엠넷 예능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한국무용의 매력을 알린 안무가 정보경, 패션 매거진 '보그 코리아'를 30년간 이끈 스타일리스트 서영희, '범 내려온다'로 이름을 알린 밴드 이날치의 핵심 멤버이자 tvN 드라마 '정년이'에서 음악을 담당한 장영규, 에스파와 아이브 등 K팝 아티스트 뮤직비디오 협업으로 주목받은 아트디렉터 신호승 등이 일명 '어벤저스' 창작팀을 꾸렸다. 이들은 한국춤에 내재된 아름다움의 가치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조명한다. 양 연출은 17일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며, 한국적인 미(美)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미인의 개념을 단순한 외형적 아름다움이 아닌, 시간과 경험이 쌓인 축적의 미의 형태로 확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양 연출이 설정한 중심 모티브는 '달'이다.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다시 그믐달로 변하는 모습과 각 춤의 흐름을 엮어 무대 위 시간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순환하도록 연출했다. 그는 "정보경 안무가의 무용을 중심으로 무대와 의상, 오브제, 음악이 총천연색으로 결합된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총 60분, 2막으로 구성된 공연은 신윤복의 '미인도'를 연상시키는 무대로 시작한다. 실루엣으로 보이는 무용수의 독무를 시작으로 11개 민속춤이 빠른 전개로 펼쳐진다. '산조&살풀이'는 산조(散調)의 즉흥성과 살풀이의 자유로운 흐름을 더해 춤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담아낸다. '칼춤'은 신윤복의 쌍검대무와 무예도보통지 속 쌍검술을 모티브로 한다. 360도 회전하며 화려한 소리를 내는 단검과 길고 화려한 장검을 혼합해 더욱 힘있고 균형미가 강조된 춤으로 재탄생시켰다. '놋다리밟기'는 고려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여성들의 민속놀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공동체적 에너지를 표현한다. '승무&나비춤'은 장삼의 유려한 곡선미와 나비춤의 고요한 울림을 조화롭게 결합했다. 1막의 마지막 무대는 달의 순환을 신비로운 매력으로 극대화한 '강강술래'로 채운다. 이어지는 2막에서는 더욱 역동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북소리의 울림을 통해 강인한 생명력을 전하는 '북춤', 쌍부채를 든 무용수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돋보이는 '부채춤', 영과 육이 공존하는 세계의 환상적 아름다움을 독무로 묘사한 '베가르기', 본래 남성 연희자가 추던 탈춤을 여성 군무로 재해석한 '탈춤'을 차례로 선보이고, 다양한 에너지와 모습을 지닌 미인들의 얼굴이 드러나는 '신미인도'로 대미를 장식한다. 무대는 지름 6.5m의 대형 에어벌룬을 활용해 음과 양의 에너지를 형상화하고, 무대를 가로지르는 26m의 대형 천과 족자 형태의 LED 오브제로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미장센을 구현한다. 국립무용단 여성 무용수만으로 캐스팅을 구성한 점도 눈길을 끈다. 29명의 무용단원과 더불어 2025년 국립무용단 청년교육단원 18명이 공연에 참여한다. '미인'은 오는 4월 3~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5-03-17 08:08:32[파이낸셜뉴스] 서울 용산구는 오는 4월 14일까지 '강변강서 아파트 공공재건축정비사업 정비구역 및 정비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람 공고를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공람은 2021년 국토교통부의 공공재건축 선도 후보지 선정 이후 주민들이 제안한 정비계획(안)을 반영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후속 절차다. 공람은 용산구청 7층 주택과와 강변강서 아파트 공공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에서 열람할 수 있다. 주민들은 공람 기간 내 주택과를 방문하거나 등기우편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2022년 3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조합 간 공동시행 주민 약정 체결 이후 △공공재건축 사전기획 △사전기획 자문단 워킹그룹 회의 △사전기획 관련 주민간담회 △서울특별시 합동보고 등을 거쳐 사업 추진을 위한 사전자문이 진행됐다. 용산구는 공공성과 사업성을 균형 있게 고려한 공공재건축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강변강서 아파트는 용산구 이촌동 193-3번지 일대(4402.1㎡)에 33층 이하, 204세대 규모로 한강변을 바로 볼 수 있는 아파트 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용산구는 의견 수렴을 위해 3월 24일 용산청소년센터 4층 꿈이룸극장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 공람 공고 후 구의회 의견 청취를 거쳐 서울시에 입안 신청할 계획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공공재건축 선도 후보지 선정 이후 사업이 오랜 기간 지연된 점에 대해 주민 여러분께 깊이 공감한다"라며 "이번 주민 공람을 통해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2025-03-16 13:33:33조선 제7대 왕 세조(수양대군)와 그의 권력욕에 희생된 안평대군을 소재로 한 창작 창극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가 오는 13~2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올해 국립창극단의 첫 공연이자 초연작인 '보허자'는 역사적 일화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김정 연출가와 배삼식 작가, 작창과 작곡을 맡은 한승석 예술감독 등 베테랑 창작진이 의기투합한 가운데 우리 음악에 한국 고유의 정서를 담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김정 연출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보허자' 연습실 공개 현장에서 "비극으로 인해 다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꼬여 있던 관계들을 풀어내며 위안을 주는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구체적인 메시지를 얻기보단 각자의 삶에서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너무 일찍 잃어버린 관계들을 따뜻하게 떠올리고, 또 보내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보허자'는 고려시대 송나라에서 전래돼 고려와 조선의 궁중음악으로 수용된 악곡 중 하나로, 듣는 이의 무병장수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자유롭고 평온한 삶을 동경하지만 실제로는 현실에 얽매여 발 디딜 곳 없이 허공을 거니는 듯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뜻한다. 창극 '보허자'는 계유정난 비극이 벌어진지 27년 후인 1480년(성종 11년)을 시점으로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안평의 딸이자 유일한 혈육이었던 무심(無心)은 변방에서 오랜 노비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다. 안평을 모시던 화가 안견은 안평의 첩이었다가 관노비가 된 후 불의의 사고로 몸과 마음을 다친 대어향(對御香)을 찾아내 남몰래 거두고, 무심을 만나기 위해 수소문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폐허가 된 옛집 수성궁 터에서 마주쳐 회포를 풀며 추억을 나눈다. 그 가운데 안평을 기억한다는 이름 모를 나그네(안평)가 대화에 끼어든다. 나그네의 어깨에는 그의 눈에만 보이는 혼령(수양)이 붙어있다. 이들은 안평이 꿈에서 본 낙원을 그린 '몽유도원도'가 보관된 왕실의 원찰 대자암으로 함께 여정을 떠나고, 그 속에서 갈망했던 옛꿈을 마주한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5-03-03 19:12:21조선 제7대 왕 세조(수양대군)와 그의 권력욕에 희생된 안평대군을 소재로 한 창작 창극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가 오는 13~2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올해 국립창극단의 첫 공연이자 초연작인 '보허자'는 역사적 일화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김정 연출가와 배삼식 작가, 작창과 작곡을 맡은 한승석 예술감독 등 베테랑 창작진이 의기투합한 가운데 우리 음악에 한국 고유의 정서를 담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김정 연출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보허자' 연습실 공개 현장에서 "비극으로 인해 다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꼬여 있던 관계들을 풀어내며 위안을 주는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구체적인 메시지를 얻기보단 각자의 삶에서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너무 일찍 잃어버린 관계들을 따뜻하게 떠올리고, 또 보내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허자'는 고려시대 송나라에서 전래돼 고려와 조선의 궁중음악으로 수용된 악곡 중 하나로, 듣는 이의 무병장수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자유롭고 평온한 삶을 동경하지만 실제로는 현실에 얽매여 발 디딜 곳 없이 허공을 거니는 듯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뜻한다. 창극 '보허자'는 계유정난 비극이 벌어진지 27년 후인 1480년(성종 11년)을 시점으로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안평의 딸이자 유일한 혈육이었던 무심(無心)은 변방에서 오랜 노비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다. 안평을 모시던 화가 안견은 안평의 첩이었다가 관노비가 된 후 불의의 사고로 몸과 마음을 다친 대어향(對御香)을 찾아내 남몰래 거두고, 무심을 만나기 위해 수소문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폐허가 된 옛집 수성궁 터에서 마주쳐 회포를 풀며 추억을 나눈다. 그 가운데 안평을 기억한다는 이름 모를 나그네(안평)가 대화에 끼어든다. 나그네의 어깨에는 그의 눈에만 보이는 혼령(수양)이 붙어있다. 이들은 안평이 꿈에서 본 낙원을 그린 '몽유도원도'가 보관된 왕실의 원찰 대자암으로 함께 여정을 떠나고, 그 속에서 갈망했던 옛꿈을 마주한다. 극본을 맡은 배삼식 작가는 수양과 안평을 둘러싼 정치적 입장보다는 삶이 무참하게 꺾인 인물들의 모습에 주목하고, 각 인물이 지닌 자유로운 삶에 대한 열망, 그럼에도 진흙탕 같은 현실의 무거움을 대조적으로 펼쳐낸다. 배 작가는 "'보허자'는 불가능한 꿈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우리 존재는 무겁지만 마음 만큼은 한없이 가볍고 자유로워져 허공으로 나풀나풀 솟아올라 신선계로 돌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갈망을 다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는 한승석 교수와 더불어 장서윤이 작곡에 참여해 인물들의 비극적 삶을 세밀한 음악으로 표현한다. 전통악기로는 가야금·거문고·대금·해금·아쟁·생황 등이 두루 쓰인다. 아름다운 시어로 구성된 가사에 전통적인 선율과 장단, 가상악기 사운드를 조화시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무대디자인은 이태섭이 맡아 비극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꿈의 폐허'를 거친 분위기로 그리고, 현대무용 안무가 권령은은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움직임으로 등장인물의 심리를 정교하게 구현한다. 세대를 아우르는 캐스팅도 주목할 만하다. 나그네(안평) 역은 창극 '리어'에서 30대 나이로 80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 김준수가 맡았다. 이외에 김금미(본공·도창), 이광복(수양), 민은경(무심), 김미진(대어향), 유태평양(안견)과 코러스를 맡은 창극단 단원 16명이 무대에 오른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5-02-28 13:0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