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 신윤복이 1811년에 그린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제갈량과 관련된 고사인물도가 오는 10일 경매에 부쳐진다.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 K옥션(대표 김순응)은 1일 혜원의 ‘고사인물도’가 추정가 4억∼5억원에 경매에 출품된다고 밝혔다. 이번 경매에는 총 138 여점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하이라이트 작품은 단연 혜원 신윤복의 고사인물도이다. 비단에 그린 신윤복 그림으로는 대작에 속하는 이 작품은 순조11년 신미년(1811년) 조선통신사의 사자관(寫字官)인 피종정이 신윤복에게 부탁하여 일본에 가져간 선물용으로 추정되며, 인물과 교자상의 표현이 섬세하고 화사한 채색으로 현실감 있는 풍속화의 기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또 그림의 상단에는 “귀신같은 군사들도 마침내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지금 무슨 분부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분의 도덕이 매우 높음을 알겠다”라는 내용의 화제가 있다. 당대의 조선통신사의 사자관이었던 동강 피종정이 행서체로 쓴 이 화제는 제갈량과 맹획의 고사와 관련된 내용이며, 조선과 일본의 관계를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고사인물도의 출품은 현재 거래되는 혜원의 작품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
2008-12-01 14:54:56옅은 채색과 담담한 필선으로 당나라 시인 이섭과 이태백의 시제를 화폭에 구현한 겸재 정선(1676~1759)의 작품이다. 한 점은 당나라 시인 이섭의 시 '제학림사승사(題鶴林寺僧舍·학림사 요사에서 짓다)'를 그려낸 작품으로 절간을 찾은 고사의 모습을 표현했다. 중은 반가운 손님을 향해 안채로 안내하는 손짓을 취하고 고사는 데리고 온 시동과 막 발걸음을 옮기려는 모습인데, 늦은 봄 적막한 산골 오후에 오랜만에 들리는 인물들의 두런거림으로 생기가 도는 모습이다. 또 다른 한 점 역시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제를 동정추월(洞庭秋月)의 구성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둥근 보름달 아래 배 타고 흥취를 즐기는 인물들의 묘사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특히 시구에 걸맞게 취기가 올라 이슬에 젖는 줄 모르는 두 인물과 멀리 날아가는 기러기, 산등성이 위로 빼꼼 얼굴을 내민 보름달의 표현에 있어 필선을 간소화하고 채색을 극도로 배제해 짙어가는 가을 강가의 아련함을 더해주는 모습이다. 작품은 한 수장가가 수집한 이래 3대에 걸쳐 보관하던 중 공개된 것으로 작품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대수장가이자 서예가였던 인물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소전 손재형(1903~1981)의 인기가 적힌 상자, 그리고 작품 우측 하단에 찍힌 송은 이병직(1896~1973)의 소장인이 그것이다. 작품은 마치 대련처럼 소담한 상자에 두 틀이 들어가 전해졌으며 3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매우 소중히 보관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채색과 필치에서 드러나는 내공뿐 아니라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높은 수준의 화격 또한 조선의 화성(畵聖) 겸재 정선이기에 가능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작품이다. 음정우 서울옥션 고미술 스페셜리스트
2016-11-10 17:15:33일본에서 197년 동안 있다가 국내로 돌아와 화제가 됐던 혜원 신윤복(1758∼?)의 그림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7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신윤복의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를 소장하고 있던 사단법인 후암미래연구소 측은 그림이 사라졌다며 최근 서울 종로구청에 신고했다. 고사인물도는 신화나 역사 속 인물에 얽힌 일화를 주제로 그린 그림을 일컫는다. 해당 그림은 제갈량이 남만국의 왕 맹획을 7번 잡았다 놓아주고는 심복으로 만들었다는 '칠종칠금'(七縱七擒) 고사를 다룬 그림으로, 우측 상단에는 '조선국의 혜원이 그리다'는 묵서가 있다. 신윤복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풍속 화가다. 이 그림은 1811년 마지막 조선통신사 파견 때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상단에는 '귀신같은 군사들도 마침내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지금 무슨 분부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분의 도덕이 매우 높음을 알겠다'라는 화제가 있다. 이는 조선조 순조 대인 1811년 조선통신사의 사자관(寫字官)인 피종정(皮宗鼎)이 행서체로 작성한 것으로 칠종칠금 고사와 관련된 내용이다. 국가유산청은 이 그림과 관련해 "신윤복이 1811년에 그린 그림으로, 2008년에 개인이 일본의 수집가에게 구입해 일본에서 국내로 197년 만에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2010년 숙명여대 박물관에 전시되며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고, 2015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그림으로 본 조선통신사' 전시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박물관은 당시 "신윤복의 외가 친척이었던 피종정이 신윤복에게 부탁해서 그린 뒤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통신사를 통해 (두 나라를) 오고 간 대표적인 회화 작품" 중 하나로 소개했다. 그림을 소장해 왔던 후암미래연구소 측은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작품을 도난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유산청에 신고하면서 "족자 형태의 그림을 말아서 오동나무 상자에 보관해왔으나, 2020년 1월 사무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소장품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지만, 소재를 확인하지 못했고 최근 종로구청을 통해 도난 신고를 내면서 국가유산청은 누리집의 '도난 국가유산 정보'를 통해 이 사실을 공고했다. 국가유산청은 고미술 업계와 주요 거래 시장을 확인한 뒤 제보를 통해 그림과 관련한 정보를 확인할 방침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6-17 10:15:22[파이낸셜뉴스] 197년 동안 일본에 있다가 국내로 돌아와 화제가 됐던 혜원 신윤복(1758∼?)의 그림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7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신윤복의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를 소장하고 있던 사단법인 후암미래연구소 측은 그림이 사라졌다며 최근 서울 종로구청에 신고했다. 고사인물도는 신화나 역사 속 인물에 얽힌 일화를 주제로 그린 그림을 일컫는다. 해당 그림은 제갈량이 남만국의 왕 맹획을 7번 잡았다 놓아주고는 심복으로 만들었다는 '칠종칠금'(七縱七擒) 고사를 다룬 그림으로, 우측 상단에는 '조선국의 혜원이 그리다'는 묵서가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 그림과 관련해 “신윤복이 1811년에 그린 그림으로, 2008년에 개인이 일본의 수집가에게 구입해 일본에서 국내로 197년 만에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림은 2010년 숙명여대 박물관에 전시되며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고, 2015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그림으로 본 조선통신사' 전시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박물관은 당시 “신윤복의 외가 친척이었던 피종정이 신윤복에게 부탁해서 그린 뒤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통신사를 통해 (두 나라를) 오고 간 대표적인 회화 작품” 중 하나로 소개했다. 그림을 소장해 왔던 후암미래연구소 측은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작품을 도난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유산청에 신고하면서 "족자 형태의 그림을 말아서 오동나무 상자에 보관해왔으나, 2020년 1월 사무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소장품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지만, 소재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약 4년이 지난 최근 종로구청을 통해 도난 신고를 냈고, 국가유산청은 홈페이지 ‘도난 국가유산 정보’를 통해 이 사실을 공고했다. 국가유산청은 고미술 업계와 주요 거래 시장을 확인하는 한편, 제보를 통해 그림과 관련한 정보를 확인할 방침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6-17 09:41:06문화재청은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과 '남원 대복사 동종'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김홍도가 1778년에 그린 것으로 보이는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은 중국 북송시대에 국왕의 사위였던 '왕선'이라는 사람이 자기 집에서 여러 문인과 문예 활동을 즐겼던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서원아집(西園雅集)은 역사적 인물과 관련한 일화를 그리는 고사인물도의 주제 중 하나로, 문인들이 차를 마시거나 서화, 시 등을 나누는 모습을 주로 표현한다. 총 6폭으로 된 이 작품은 김홍도의 창조적인 예술세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17세기 조선에 유입된 명나라 시기 그림 도상을 일부 차용했으나, 배경에 버드나무와 소나무, 암벽 등을 과감한 필치로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복을 기원하는 길상의 의미를 지닌 사슴과 학을 그려 넣어 '조선의 서원아집도'를 완성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에서 유래한 화풍을 재창조한 셈이다. 병풍의 5∼6폭 상단에 적힌 기록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젊은 날의 김홍도가 그만큼 뛰어났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조선 후기에 성행했던 문인들의 모임 문화를 대표하고, 34세 당시 김홍도의 화풍을 살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함께 보물로 지정된 전북 남원 대복사의 동종은 공예사적으로 가치가 큰 불교 유산이다. 동종은 구리로 만든 종을 뜻하며, 몸체에 남아있는 기록을 통해 승려 장인인 정우(淨祐)가 신원(信元) 등 7명과 함께 1635년에 종을 제작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당초 영원사에 봉안하려 했으나, 절이 없어진 뒤 대복사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동종 제작을 주도한 정우와 신원은 경기·충청·전라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장인으로, 조선 후기의 시대적 특성과 개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4-25 15:46:18[파이낸셜뉴스] “파트1이 새로운 행성과 문화를 발견하는 소년의 이야기로 다소 사색적이었다면 파트2는 액션으로 문을 연다. 좀 더 남성적이고 진행 속도도 빠르다. 개인적으로 1편보다 훨씬 만족스럽다." 국내에서 ‘듄친자’(듄에 미친 자)열풍을 일으킨 ‘듄:파트2’가 내년 2월 개봉한다. 무려 개봉 두 달여를 앞두고 8일 내한한 드니 빌뇌브 감독은 “여러분께 ‘듄’의 세계를 어서빨리 공유하고 싶었다”며 “원래 11월 개봉하려다 할리우드 배우 노조 파업으로 지연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그는 “파트1 개봉 이후 쉬지 않고 파트2를 작업했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한국에 분 ‘듄친자’ 열풍에 굉장히 감동받았다”고 부연했다. 빌뇌브 감독의 방한은 지난 2010년 '그을린 사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이후 처음이다. 그는 “저와 한국의 관계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통해 이어졌다”며 “최근에 본 ‘헤어질 결심’도 아주 좋아한다”며 한국영화와 한국관객에게 애정을 표했다. “한국 관객은 영화를 많이 사랑하고 극장서 보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안다. 그것은 (아이맥스용 영화를 만든) 내게 무척 유의미하다. 와이드스크린만을 위한 이미지와 음악 작업을 하는데, 한국 관객이 극장서 이 영화를 본다는 그자체로 의미가 있다"라며 "감독으로선 이런 영화적 경험을 제공하는데 성취감을 느낀다”며 뿌듯해했다. “파트1은 전체의 35~40%가 아이맥스로 촬영했다면 파트2는 거의 다 사막에서 아이맥스로 촬영했다. (관객으로선 아이맥스로 본다면) 거대한 풍광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뿐 아니라 배우와 좀 더 친밀한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이렇게 방대함과 친밀함 둘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했다.” 빌뇌브 감독은 원작소설을 파트 1과 파트 2부로 나눠 만들었다. 그는 “원작이 아름다운 소설이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며 "원작에서 무엇을 취하고 버릴지 선택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원작자의 핵심 아이디어만큼은 살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건 바로 정치와 종교가 합쳐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경고다. 카리스마 있는 영웅, 지도자에 대한 위험에 대해 메시지를 건네려 했다"고 말했다. '듄'은 귀중한 자원 '스파이스'를 둘러싼 우주 여러 세력들간의 다툼과 음모를 다룬다. 스파이스가 채굴되는 유일한 행성인 '아라키스'라는 모래행성을 배경으로 한다. 소설의 상상을 스크린에 구현하는 과정 역시 녹록치 않았다. 그는 "모래벌레는 연기를 잘못했다"고 농담을 한 뒤 "파트1에서는 폴(티모테 샬라메 분)이 모래벌레를 피해 다녔다면 파트2에서는 이 벌레를 어떻게 올라탈지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수주간 연구했고, 카메라에 담고자 했는데, 가장 어려운 시퀀스 중 하나였다. 내 영화 인생 통틀어 가장 어려웠던 시퀸스였다"고 말했다. 새로운 인물도 등장한다. 이룰란 공주(플로렌스 퓨), 레이디 마고(레아 세두), 하코넨 가문의 후계자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 등이 합류했다. 특히 페이드 로타는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지닌 악당이다. 그는 "파트2는 파트1보다 생생하다. 캐릭터의 관계도 좀더 깊어졌다. 특히 폴과 챠니(젠데이아)의 사랑이 이 영화의 중심에 있고 챠니의 관점에서 폴의 변화를 볼수 있다”고 귀띰했다. 한편 영화 ‘그을린 사랑’으로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빌뇌브 감독은 이 영화가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션 되면서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이후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 ‘블레이드 러너 2049’등을 만들었다. ‘듄’은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했다. ‘스타워즈’ ‘왕좌의 게임’ 등 대중문화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SF소설로 손꼽힌다. 스탠리 큐브릭이 연출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쓴 영국의 작가 아서 C. 클라크(1917~2008)는 “‘듄’은 SF소설 중에서 매우 독창적이며, 이에 견줄 수 있는 것은 ‘반지의 제왕’ 외에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음악가 한스 짐머가 ‘듄’을 하려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과 ‘오펜하이머’를 고사했다는 일화에서도 이 원작소설에 대한 대중예술인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2-08 17:25:29[파이낸셜뉴스] 1896년 조선 고종 임금이 러시아 니콜라이황제 2세 대관식에 전달한 ‘흑칠나전이층농’, 장승업 ‘고사인물도’, ‘백동향로’ 등 ‘외교선물’이 9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특별전 개막식을 통해 127년 만에 처음 공개된다. 8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이 중 ‘흑칠나전이층농’은 2020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국외소재문화재 보존.복원 및 활용지원 사업’을 통해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에 복원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이번에 함께 공개될 수 있었다. 크렘린박물관이 이번 전시(한국과 무기고, 마지막 황제 대관식 선물의 역사)에 출품한 유물들은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공사관에 머물던 고종이 러시아 니콜라이황제2세 대관식(1896.5.26.)을 맞아 민영환(1861~1905)을 전권공사로 파견해 전달한 ‘외교선물’ 가운데 일부다. 고종이 전달한 선물들은 민영환을 수행해 대관식에 함께 참석했던 윤치호의 일기를 통해 그 목록의 일부가 언급된 바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실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특별전 전시과정에서 1896년 고종이 전달한 선물은 총 17점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특별전 출품작은 ‘흑칠나전이층농’ 1점, 장승업 ‘고사인물도’ 2점, ‘백동향로’ 2점 등 총 5점이며, 이는 모두 크렘린박물관 소장품들이다. 그밖에 나머지 선물들은 현재 모스크바 국립동양박물관에 소장된 것들이다. 고종의 선물들 가운데 현재 크렘린박물관 소장품은 “19세기 수준 높은 조선 공예 및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요 유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특히 ‘흑칠나전이층농’의 경우, 고종의 특명에 의해 당대에 가장 뛰어난 나전 장인이 제작한 작품으로 추정되어 더욱 주목할 만하다. 농 하단부에 나전 십장생을 부착해 황제로 즉위하는 니콜라이2세의 무병장수를 기원한 점도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그간 1920년 일본에서 ‘실톱’이 도입되면서 나전공예에 ‘끊음질’ 기법이 유행했는데, 그보다 30여 년 앞서 ‘흑칠나전이층농’에 이 기법이 월등히 적용된 것으로 확인돼 공예사적으로도 ‘흑칠나전이층농’이 매우 중요한 유물임을 보여준다. 장승업 ‘고사인물도’의 경우, 크렘린박물관 소장품 4점이 처음 확인되었으며 이 가운데 2점이 이번에 공개되는 것이다. 조선의 4대 화가로 꼽히는 장승업(1843~1897)의 이번 작품들은 지금껏 학계에 보고된 바가 없는 것으로, 크기만 174cm가 넘는 보기 드문 대작에 속한다고 평가되고 있다. 장승업의 각 작품에는 ‘朝鮮(조선)’이라는 국호를 ‘吾園 張承業(오원 장승업)’ 서명 앞에 붙였다. 이는 장승업 작품 가운데 처음 확인되는 희귀사례로, 이 작품이 ‘외교선물’을 전제로 창작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백동향로’의 경우, 사각과 원형의 기형은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을 의미하는 것으로 황제의 치세를 표상하는 대관식의 취지를 잘 표현했다고 평가된다. 특히 길상 문자를 기준으로 직선과 유려한 곡선을 조화롭게 융합해 정교하게 투조한 문양의 구조는 일반적인 공예품에서 보기 힘든 복잡하고 세밀한 얼개를 보여주고 있다. 사각향로 노신에 ‘향연(香煙)’, 둥근향로 노신에 ‘진수영보(眞壽永寶)’를 각각 새겨 대관식을 축원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이번 크렘린박물관 특별전에 출품된 ‘흑칠나전이층농’을 복원하는데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온전한 복원을 돕고, 나아가 전시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지금껏 세상에 알려진 바 없던 1896년 ‘외교선물’의 실체를 크렘린박물관과 함께 공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3-02-08 09:08:12[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천거 절차가 이번 주 매듭 지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실권 장악 등으로 총장 후보들이 총장 제안을 고사하는데다 야당의 청문회 공세도 거세질 것으로 보여 난관이 예상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는 오는 19일까지 총장 후보자로 적합한 인물을 국민에게서 천거 받는다. 법무부는 천거된 이들로부터 검증 동의 의사를 타진·동의받은 후 추천위에 명단을 넘길 예정이다. 한 장관은 천거 절차에 포함되지 않은 인물도 추천할 수 있다. 추천위는 법무부로부터 명단을 넘겨받으면 회의를 열고 적격 여부 심사에 돌입한다. 이를 통해 후보자를 3배수 이상으로 추려 장관에게 추천하면 한 장관은 이를 존중해 1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윤 대통령은 임명 제청한 후보자에게 결격 사유가 없으면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안을 송부한다. 총장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윤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임명된다. 이 절차에만 최소 한 달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장 후보들이 '식물 총장' 우려로 후보군에 오르는데 난색을 표해 인선 절차가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이 검찰 인사 때마다 ‘총장 패싱’을 하는 등 검찰 실권을 장악했기 때문에 차기 총장은 취임과 동시에 식물 총장과 마주해야 한다. 아울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 전에 전 정권 수사를 마쳐야 한다는 부담감과 조직을 잘 이끌지 못할 때의 책임 전가 등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총장 후보로 거론된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법 시행과 식물 총장, 전 정권 수사 등이 내 앞에 있는데, 부담감이 없을 수 있겠냐"면서 "후보들 입장에선 검찰 명운이 본인 어깨에 달려 있는 만큼 매력적인 자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외부 인사는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21기), 배성범 전 법무연수원장(사법연수원 23기)과 구본선 전 광주고검장(23기)이 후보로 거론되며, 내부에서는 노정연 부산고검장(25기), 이두봉 대전고검장(25기), 김후곤 서울고검장(25기),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27기) 등이 거론되고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2-07-17 15:45:58[파이낸셜뉴스] "무엇을 위한 훈련인가. 가장 중요한 인물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고 전세계에 알렸는데" "체육대회 하나?" "모의고사에서 1등급 받고 실전에 불합격 받는 수험생이다" 일본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건과 관련 당시 경호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약 두달 전 경시청 소속 경호원(SP)이 요인들의 훈련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조롱 대상이 됐다. 15일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지난 5월18일 도쿄 영빈관 앞에서 열린 경시청 경비부의 훈련 영상이 공유됐다. 당시 경시청은 같은달 24일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4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모의 훈련을 진행했다. 영상을 보면 요인의 방문을 환영하는 군중들 속에서 총성이 울린다. 그러자 총격범 인근에 서 있던 경호원들이 총격범을 순식간에 제압한다. 그 사이 요인을 엄호하던 경호원들은 들고 있던 가방을 방패 삼아 일사분란하게 요인을 감싼다. 곧 경호원들은 사주경계를 하며 요인을 차 안으로 대피시킨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현장의 SP(경시청 소속 경호원)도, 나라현 경찰도 다 무능하다" "세금으로 훈련해서 그 정도냐?" "훈련의 결과는 최악" "이 정도로 훈련하고 두발째에 움직이다니 너무 이상하다" "이 훈련은 왜 했죠? 퍼포먼스예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본 당국은 아베 전 총리의 피격 당시 경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인정했다. 나라시 유세 경비 총책임자였던 나라현 경찰본부 오니즈카 도모아키 본부장은 지난 9일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경호, 경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경비 실패를 인정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보안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경시청의 잘못을 조사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상자위대원 출신인 총격범 야마가미 데쓰야(41)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아베에게 접근해 두 발이나 총을 쐈다. 실제로 아베 전 총리 피격 당시 현장 영상에는 첫 총성이 울린 뒤 3초간 머뭇거리는 경찰관 등 경비 인력 모습이 담겨 있었다. 첫 총성에 놀란 아베 전 총리는 곧바로 등 뒤를 돌아다봤으나, 3초 뒤 발사된 두 번째 총탄에 쓰러졌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2-07-17 10:59:20【울산=최수상 기자】 울산박물관은 10일 시민들의 전시만족도 증진 및 전시주제와 내용을 다양화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에 총 13건 131점의 유물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울산박물관에 따르면 대표적인 구입유물로 울산 방어진 한 가정에서 수집된 일괄 자료,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백자청화 모란당초문 합>, 단원 김홍도의 <까치>, 연담 김명국의 <습득도>, 오원 장승업의 <고사인물도> 등이다. 울산 방어진에서 수집된 일괄자료는 일제강점기~1950년대까지 모은 방어진 관련 금융조합 자료나 각종 채권 등이다. 이 자료는 일제강점기 울산에 소재한 가정집의 경제적 상황을 일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시인 윤동주(1917∼1945)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 사후 유고시집으로, 우리나라에 몇 권 되지 않는 1948년 정음사 발간 초간본이다. 총 3부 30편의 시가 수록돼 있으며, 수록된 시에는 일제강점기 윤동주가 겪었던 조국의 상실감 등이 반영돼 있다. <백자청화 모란당초문 합>은 백자 위에 청화안료로 모란당초문을 그린 대형 합으로, 19세기 광주 분원리 관요(官窯) 제작품이다. 우유 빛깔의 바탕 위에 청명한 청화안료 발색이 돋보이며, 작품의 크기에서 당당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단원 김홍도(1745∼1806?)의 <까치>는 나뭇가지 위에서 한쪽을 응시하는 까치 그림으로, 농담의 변화 및 여백을 통한 까치의 모습과 대각선 방향으로 뻗어내려 화면에 안정된 구도를 가미한 나뭇가지를 묘사하였다. 봄을 알리는 까치와 나뭇가지의 연초록색 새순에서 싱그러운 봄날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연담 김명국의 <습득도>는 조선통신사 시절 일본에 가서 남긴 그림으로, 한산과 습득을 그린 두 폭 중 한 폭일 것으로 추정된다. 거칠면서도 활달한 붓놀림, 휙 내리그은 묵선의 속도감 등 화풍상 연담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17세기 작품이다. 한산과 습득은 중국 당나라 때 선승(禪僧)으로 전해오며, 기이한 행적을 통해 문수 . 보현보살의 현신으로 거론되기도 하는 인물이다. 오원 장승업(1843∼1897)의 <고사인물도>는 오원의 전 . 중반기 작품으로 섬세한 필치와 화려한 채색이 돋보이는 작품인데, 특히 세밀한 필치로 그려낸 수염은 세부표현이 백미라 할 수 있다. 이번 유물들은 공개구입과 경매로 구입이 이뤄졌다. 신광섭 울산박물관장은 “2018년도 유물구입으로 울산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전시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질 수 있다”며 “향후 울산 지역사 관련 자료뿐만 아니라 명품 유물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울산시민에게 더 좋은 전시품으로 보답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18-05-10 1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