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좌승훈 기자] 5·16 도로를 타고 성판악을 지나 남원읍 한남리 동수악(東水岳·표고 700m)으로 간다. 동수악은 산정 화구호가 있는 오름이다. 동수악은 5·16도로 숲 터널 중간쯤에서 15분가량 걸어 들어가야 한다. 제멋대로 자란 나무. 하지만 상관없다. 높고 낮음, 입체와 평면, 다정다감. 동수악으로 가는 길은 곱고 한적하다. 숲을 어슬렁거리는 노루도 곧잘 만날 수 있다. 동수악은 특히 제주의 식생 변천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왜 그럴까? 동수악에서는 지금 산지성 육상식물과 습지식물의 영역싸움이 한창이다. 하지만 내륙화가 진행되면서 결국 습지식물의 분포역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 살아있는 자연 교과서…식생 변천 연구 길잡이 제주의 오름은 분화구·화산탄·쇄설물 등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는 살아있는 자연학습장이며, 곤충과 야생식물의 집이다. 세상의 어떤 돈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 오름은 오랜 세월을 두고 화산이 폭발할 때마다 화산재가 쌓여 이루어진 중산간지대의 '작은 한라산'이다. 크건 작건 꼭대기에 분화구(굼부리)가 패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동수악은 한라산 식물상 변화를 밝혀줄 열쇠를 쥐고 있는 이탄층(泥炭層)이 가장 잘 발달해 있다. 습지 밑을 파면, 금방이라도 수백 년·수천 년 전의 식물 화석이 나온다. 동수악 못 둘레는 약 220m. 작은 운동장만한 못이다. 못 바닥은 육지식물과 습지식물이 ‘네 땅 내 땅’을 사이좋게 나눈 듯, 군락 경계선을 뚜렷이 나타냈다. 최근 비가 많이 내린 탓일까? 마른 수초로 덮여 누르스름한 못 바닥은 한발 내디딜 때마다 푹푹 빠질 정도로 물이 흥건하다. 장마 때면, 특히 물이 많아 한라산 그림자가 물에 비치기도 한다. 신비한 매력을 뽐낸다. ■ 수악(水岳)·수봉(水峰)·수정악(水頂岳)…기우제 효험 조선시대 중기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수악(水岳)으로 표기했다. 아울러 “오름 정상에 용추(龍湫)가 있는데, 깊이를 헤아릴 수 없으며, 가뭄이 들 때 기우제를 지내면 효험이 있다"라고 돼 있다. 또 수악(水岳, 탐라지), 수봉(水峰, 제주군읍지), 수정악(水頂岳, 정의읍지), '수악(水岳, 조선지지자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원래 화구에 물이 있어서 '수악'이라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륙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습지의 가장자리 기저층에 토사가 계속 유입되면서 머지않아 수년 내 내륙화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환경 변화에 따른 습지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기에 동수악 화구호는 앞으로도 희소가치가 클 수밖에 없다. ■ “맑은 날, 호수 끝에 서면 백록담의 긴 그림자가”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를 따라 사라오름으로 간다. 평일이어서 길은 한적했다. 길은 평탄하다. 하지만 얼치기 산꾼에게는 좀 독특하고 고생길이기도 하다. 행정구역은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다. 묵상에 잠긴 등산 길. 떠들썩하게 웃고 떠들던 지난여름의 피서객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그 조용함. 지그시 눈을 감는다. 나무들이 옹송그리고 있는 가을 숲. 나무들은 한 장의 그리운 편지가 된다. 지난 계절의 밀린 생각들을 가을바람에 다 풀어낸다. 2시간정도 걸었을까. 사라오름 대피소(5.6km)가 나온다. 조금 더 가면 왼쪽에 사라악 약수라는 샘물과 함께 야트막한 오름이 나온다. 사라오름이다. 세숫대야처럼 생긴 화구호는 2011년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83호로 지정됐다. 고통 끝에 맛보는 황홀함. 비명을 지르고픈 경이로운 풍광이 펼쳐진다. 올해 유례없이 긴 장마와 최근 잇단 태풍(바비·마이삭·하이선)에 만수(滿水)가 된 화구호는 넉넉하다. 가슴이 꽉 찬 느낌이다. 맑은 날 한라산 사라오름 호수의 끝에 서면, 백록담 그림자가 길게 펼쳐진다. 표고 1324m로, 한라산 백록담에서 내려다 보면, 물가메왓(소백록담, 1700m)·사라오름(1324m)·물장올(937m)·동수악(700m)·어승생악(1169m)·1100습지(1100m) 순으로 고산습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 가운데 한라산 왕관릉에서 동쪽으로 1km 정도 떨어진 숲속에 숨어있는 물메기왓은 능선이 함몰된 형태를 띠고 있다. 오름 분화구 중에서는 사라오름 화구호가 가장 높은 곳에 있다. 화구호 둘레는 약 250m가량 된다. 오름의 정상부는 5m 내외의 붉은 화산탄 층이 노출돼 있다. 장석 반점이 많은 현무암질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오름 동북쪽 계곡에서는 생수가 솟는다. 성판악 등산로에 있는 '사라악 약수'의 근원이다. 지난 1999년 제주연구원이 조사한 한라산 고지대 용천수 현황을 보면 ‘강수량에 따라 변화가 심하지만, 이곳에서 하루 평균 50만ℓ의 물이 용출된다’고 돼 있다. ■ 사람들은 죽어서 이곳에 묻히기를 갈망했다 사라오름은 또 제주도 6대 명혈 중 첫 손가락에 꼽히는 명당자리로 알려져 있다. 제1혈은 신(神)이 내린 명혈지(明穴地)로 손꼽히는 ‘사라혈’이다. 제주의 6대 음택혈(陰宅穴) 중 으뜸으로 쳤다. 여러 기의 무덤도 확인된다. 산의 형국이 마치 힘찬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으려는 생사축와형(生蛇逐蛙形) 형상으로 천지의 기운을 품은 기운이 빼어난 곳이라고 한다. 멀리 ‘흙붉은오름’ ‘성널오름’ ‘논고오름’ ‘동수악’도 눈에 들어온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는 2010년 4억700만원을 들여 성판악 등산로에서 사라오름에 이르는 387m의 탐방로를 목재로 정비하고 전망대도 세웠다. 특히 1982년 사라오름 잡목림에서는 멸종위기종 1급인 비바리뱀이 발견된 보고가 있다. 제주도에서 처음 잡힌 게 암컷 어린 개체였기 때문에 제주어로 처녀를 상징하는 ‘비바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사라오름 화구호는 겨울이면 또 다른 변신을 한다. 겨울의 화구호는 거대한 아이스링크장을 방불케 한다. 고지 1300m의 꽁꽁 언 호수와 은빛세상 또한 장관이어서 많은 등산 매니아들이 “겨울이 진짜”라며 이곳을 찾는다. 영주 10경의 하나인 녹담만설(鹿潭晩雪)의 유혹도 벗어날 수 없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0-10-13 23:54:19【제주=좌승훈 기자】 손이 시린 계절이다. 수은주가 뚝 떨어졌다. 날 선 바람 춤사위에 체감온도는 더 내려갈 듯. 믿지 못할 것은 여자의 마음? 올 가을은 여자의 마음보다 더 믿기 어려운 것 같다. 가을이 훅 지나가버렸다. 그러고 보니, 오는 22일이 첫 눈이 온다는 소설(小雪)이다. 겨울의 한복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제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도 추워질 것이다. 사철과 24절기가 골라야 농사도 순조롭고 사람도 건강하니, 절기를 탓할 것은 아니다. 오전 6시. 표고 1169m, 제주시 해안동 어승생악으로 간다. 왕복 1시간 30분가량 어둑어둑한 길. 나무들은 잎을 떨어뜨려 대지를 덮어주고 본질에 서 있다. 생명들을 본연의 자리로 돌려보내고 휴식을 취하려는 듯하다. 지금 이 길이 다른 계절과 다른 점은 사람이 만든 공해로부터 차단된다는 점일 듯 싶다. 찾는 이가 많이 줄었다. 적막하다. 그러나 어승생악에 오르면 마음이 좀 달라진다. 정상은 광활하고 웅장하다. 사방이 탁 트였다. 한라산 어리목광장에 있는 어승생악은 우람한 산체를 자랑한다. 작은 한라산이다. 면적이 254만3257㎡에 비고가 350m로 도내 기생화산 중 안덕면에 있는 군산(283만6857㎡) 다음으로 크다. 높이도 389m인 오백나한에 이어 두 번째다. ■ 탁 트인 전망…추자도·성산일출봉 한눈에 오름 정상까지는 1.3km에 불과하지만 웅장한 Y계곡의 진면목을 체험할 수 있고, 제주시 도심지와 제주국제공항, 제주바다는 물론, 날이 좋으면 멀리 성산일출봉과 추자도, 비양도까지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동쪽에선 다랑쉬오름이 여왕, 서쪽에선 왕이메오름이 군왕이라면, 어승생악은 ‘왕 중의 왕’이다. 황제인 한라산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필하며 섬의 북쪽을 관장한다. ‘어승생’이란 지명은 ‘어승마(御乘馬)’에서 유래됐다. 높이나 면적은 물론 풍기는 풍채를 보아도, 이름의 유래를 보아도 범상치 않은 오름이다. 이형상의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1702)에 ‘어승생(御乘生)·어승악(御乘岳)’으로, 이원진의 ‘탐라지(耽羅志)’(1652)에 “어승생오름은 제주 남쪽 25리의 거리에 있다. 그 산꼭대기에 못이 있는데, 둘레가 100보나 된다. 예로부터 전하기를, ‘이 오름 아래에서 임금이 타는 말이 났다’고 하므로 그렇게 불린다(御乘生岳:在州男二十五里, 其有池周百步, 諺傳比岳之下出, 御乘馬故名)”는 기록이 나온다. 정조(正祖) 21년(1797)에는 조명집(曹命楫) 목사가 산 밑에서 용마(龍馬)가 태어나 조정에 바치자, 어승마(御乘馬)로서 말의 이름을 ‘노정(盧正)’이라고 사명하고, ‘가자(加資)’라는 벼슬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풍수설에 의하면, 어승생은 궁마어천형·천마유주형(宮馬御天形·天馬遊駐形)이라 하여 하늘나라의 상제(上帝)가 말을 타고 하늘을 달리는 형국이라고 전해진다. 그만큼 좋은 말이 이곳에서 많이 생산되었음을 말해준다. 어승생악은 그러나 명마의 생산지라는 이미지 보다는 제주의 맑은 물을 이야기할 때 더 많이 이용된다. 어승생 수원지의 원래 이름이 ‘한밝’저수지라는 사실을 아는 이도 드물 것이다. 옛날 도내에서 식수문제의 해결은 왜구의 침입을 막아내는 것만큼이나 절실한 문제였다. 어승생 수원 개발은 제주의 먹는 물 해결의 가장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다. 1967년 1월 연두 순시 차 제주도를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은 제주도의 근본적인 물 문제 해결을 위해 고지대의 수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어승생과 아흔아홉골, 성판악 수원에 대한 개발방안을 연구하도록 지시했다. 특이한 것은 어승생 개발사업과정에 1967년 ‘국토건설단’이란 이름으로 폭력배 500명이 공사현장에 투입되어 4개월 동안 공사에 참여했다. 일종의 노력봉사인 셈이다. ■ 오름 정상…전략요충지·일제 침탈의 현장 어승생악은 원추형 화구호를 갖고 있다. 화구의 둘레는 250m, 깊이는 20m가량 된다. 산정호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송이라 불리는 화산재인 스코리아(scoria) 층을 지표수가 통과하지 못해 분화구에 고이게 된다. 분화구 벽 송이 층이 화구 내로 무너져 내리고 점토질의 화산재 층이 쌓이면서 물이 빠지는 것을 막는 일종의 차수벽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부의 경우는 산중턱에서 샘이 솟아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어승생악 화구호는 큰 비가 와야 물이 고인다. 과거에는 꽤 많은 물이 고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륙화가 진행돼 물 고인 화구호를 보기 어렵다. 어승생악은 또 일제 침탈의 현장이다. 제주 앞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어승생악 정상에는 2개의 철근 콘크리트 토치카와 감시망루가 탐방객의 시선을 뒤로 한 채 음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1945년 당시 제주 섬사람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토치카. 굶주림과 치욕 속에 남의 나라 전쟁을 위해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토치카 지하 깊숙이 배어있는 듯하다. 한편 어승생오름 동북쪽 골짜기에는 골머리오름이 있다. 한라산 아흔아홉골의 첫머리에 해당하는 가장 서쪽의 오름이다. 골머리가 있는 아흔아홉골은 원래 100개의 골짜기였는데, 백성들이 두려워하던 맹수들을 모아 없애면서 골짜기 하나가 사라져 아흔아홉개가 되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0-11-21 03:21:32【제주=좌승훈 기자】 한껏 올라가 버린 푸른 하늘. 한 해를 마무리 짓는 가을의 끝. 가을이 깊어지자, 산 속의 바다도 깊어졌다. 이른 아침,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물영아리로 가는 길에 억새군락이 영롱한 아침이슬을 맞아 반짝인다. 장관이다. 늦가을의 마지막 향기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표고 508m의 물영아리는 2000년 12월11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습지보전법에 따른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습지보호지역 1호다. 지정면적은 30만9244㎡. 산꼭대기에 습지가 형성된 특이한 곳이다. ■ 신령스러운 오름 “비가 내리면 물이 고여 연못이 된다” 습지보전지역 지정에 앞서 한국자연보전협회와 환경부 생태조사단은 1998년과 1999년에 물영아리에 대한 식생 조사를 통해 습지식물 171종과 양서·파충류 15종, 곤충 47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동행 취재에 나섰던 EBS 촬영팀은 환경프로그램 ‘하나뿐인 지구, 섬 위의 섬-제주의 원시 늪’ 프로그램을 통해 개구리를 토해내는 뱀의 모습, 소금쟁이가 자신보다 세 배나 더 큰 개미를 공격해 잡아먹는 모습, 대륙유혈목이가 나무를 타는 모습, 잠자리 애벌레가 새끼 도롱뇽을 공격해 잡아먹는 모습 등을 생생하게 보여줘 큰 관심을 모았다. 이곳은 제주도 기생화산의 대표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더욱이 전형적인 온대 산지 늪의 독특한 생태계를 잘 간직하고 있어 보존가치가 크다. 특히 습지의 천이과정을 제대로 알 수 있어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리는 이탄층(泥炭層)이 폭넓게 형성돼 있다. 화구호는 둘레 300m·깊이 40여m에 달하며, 함지박 형태를 띠고 있다. 현무암질 용암이 분출해 생긴 기생화산이며, 오름 안팎에는 ‘스코리아(scoria)’라고 하는 다공질(多孔質)의 화산쇄설물이 널려 있다. 제주사람들은 이를 ‘송이’라고 부른다. 화산 폭발시 점토가 고열에 탄 화산석인 돌숯을 가리킨다. 송이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엄격하게 보호되고 있어 허가를 받은 장소에서만 채취해야 하며, 완제품이 아닌 상태에서는 도외로 반출할 수 없다. 최근 가을가뭄 탓인지 화구호의 물은 빈약했다. 못 중앙으로 나아갈수록 마른 수초로 덮여 누르스름한 못 바닥은 한발 내디딜 때마다 푹푹 빠질 정도였다. 이곳은 건조기 때 습지를 형성하다가도 집중호우가 내리거나 장마철이 되면 수위가 1m까지 올라간다. ‘물영아리’라는 지명도 ‘비가 내리면 물이 고여 연못이 된다’는 데에서 유래됐다. ■ 분화구형 람사습지…국내 미기록종 '영아리 난초' 발견 수망리 청년들은 1999년부터 ‘물영아리 오름 환경감시단’ 활동을 펴 왔다. 이들이 물영아리 오름 보호에 나선 것은 당시 환경부가 마련한 지역주민 공청회가 계기였다. 물영아리 습지는 한국에서 유일한 분화구형 습지로 전 세계 어떤 습지와 비교해도 제주만이 갖고 있는 기후와 지형적인 특색을 잘 보여준다. 습지보전법이 시행된 후 국내 미기록종 난초도 발견됐다. 이름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물영아리오름에서 발견됐다고 해서 '영아리 난초'다. 남원읍 습지지역관리위원회가 중심이 돼 ‘물영아리 람사르 습지문화제’도 개최되고 있다.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2016년부터 꾸준히 개최되는 축전이다. 이들은 2021년 열리는 제14차 람사르총회에서 남원읍이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습지 보존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이곳은 습지보호지역 지정 이후 6년 동안 출입이 금지됐다가 2007년 국내에서 5번째, 세계에서 1648번째 국제 람사협약 습지로 등록되면서 일반에 개방됐다. ‘영아리’는 영산(靈山)을 말하며, 신성하고 영험하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물’은 산정 화구호를 의미한다. 1653년(효종 4) 제주목사 이원진(李元鎭)이 기록한 ‘탐라지’(耽羅志)에는 ‘수영악(水盈嶽)’으로 표기돼 있다. 수령산(水靈山) 또는 수령악(水靈岳)이라고도 한다.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에는 ‘물영아리악(勿永我里嶽)’이라 돼 있고, 오름의 정상부는 ‘유수(有水)’라고 기록돼 있다. 탐라순력도는 1702년(숙종 28)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부임한 이형상(李衡祥)이 제주도를 돌면서 화공 김남길(金南吉)에게 그리도록 해 만든 화첩이다. ■ 목장 물이 마르면, 방목된 소들은 물 찾아 오름 정상으로 물영아리 지명에 얽힌 전설도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처음 수망리에 민가가 살기 시작한 때, 들에 놓아 기르던 소를 잃어버린 한 젊은이가 소를 찾아 들을 헤매다 이 오름 정상까지 올라가게 됐다. 젊은이는 정상에서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 기진하여 쓰러져 있었는데, 그때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났다. 노인은 “소를 잃어 버렸다고 상심하지 말아라. 내가 그 소 값으로 이 산 꼭대기에 큰 못을 만들어 놓을 테니, 아무리 가물어도 소들이 목마르지 않게 되리라. 너는 가서 부지런히 소를 치면 살림이 궁색하지 않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번쩍 눈을 떠보니 하늘이 갑자기 어둑어둑해지더니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삽시간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젊은이는 놀라 허둥대는데, 이상하게 자기 옷은 하나도 젖지 않고 있는 걸 깨닫고, 꿈에 본 노인의 말이 생각났다. 그때였다. 우르릉~쾅! 하늘이 두 조각으로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불이 번쩍 눈을 스쳐갔다. 젊은이는 그냥 쓰러져 혼절했다. 젊은이는 뒷날 아침에야 정신을 차렸다. 언제 번개치고 비가 내렸었냐는 듯이 날이 갠 상태였다. 그가 쓰러졌던 정상은 넓게 패어져 있었고, 거기에는 물이 가득 차서 출렁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가물어도 그 오름 꼭대기에는 마르지 않는 물이 고여 있어, 소들이 목장에 물이 말라 없으면 그 오름 위로 올라간다고 한다」 물영아리오름은 수망리 중잣성 생태 탐방로와 연결돼 있다. 잣성은 조선시대에 제주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이다. 잣성은 제주 전통 목축문화의 대표 유물이며, 위치에 따라 제주도 중산간 해발 150m~250m 일대의 하잣성, 해발 350m~400m 일대의 중잣성, 해발 450m~600m 일대의 상잣성으로 구분된다. 오름은 크든 작든 정상에 올라야 제 맛이다. 물영아리 탐방은 소떼가 유유히 노니는 목장 둘레를 따라 반 바퀴를 돌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0-11-14 02:42:12【제주=좌승훈 기자】 경사가 비교적 급한 탓인지 어느덧 넓적다리가 뻐근해오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해발 717m의 가파른 숲산,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물찻오름의 정상 화구호는 늘 검푸른 물로 넘실댄다. ‘이까짓 작은 봉우리에 볼만한 게 뭐가 있을까’ 싶던 속내는 어느새 정상에 펼쳐진 오묘한 풍경에 연신 탄성을 토해낸다. 몸도 마음도 하늘도 가을빛에 푹 젖어든다. ■ 들꽃 세상과 신록, 붉은 단풍, 설경…명품 숲길 사계 뚜렷 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은 세 갈래다. 우선 5.16도로에서 조천읍 교래리 방향으로 난 길과 남조로 제주경주마목장 남쪽 붉은오름에서 난 길, 그리고 예전에는 5.16도로 성판악휴게소 건너편 표고버섯 재배장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기도 했다. 길은 사계절이 뚜렷하다. 숲길 주변은 들꽃 세상과 신록, 붉은 단풍, 눈부신 설경 등 사시사철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다. 2007년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숲길부문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오름 정상 화구호는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고 붕어가 살고 있어 신비함을 더한다. 제주 땅을 처음 밟은 이들에게는 색다른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가슴이 메마른 사람이라도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장관이다. 물찻오름은 들꽃의 보고(寶庫)다. 특히 난대성 식물과 온대성 식물이 고루 자랄 뿐만 아니라, 울창한 숲의 보존이 잘 돼 있다. 약용으로 알려진 백작약이 자생하고 있으며, 백운란·으름난초와 같은 멸종위기 2급인 식물도 관찰된다. 화구호는 오름 위에 펼쳐진 하늘을 담고 있다. 또 주위를 에워싼 숲의 빛을 머금어 비경을 자랑한다. 화구호 둘레는 1000m 가량 된다. 깔대기형으로 못이 움푹 들어앉아 있다. 못 바닥과 주변에는 습지 식물과 육지 식물들이 '네 땅 내 땅'을 사이좋게 나눈 듯이 군락 경계선을 뚜렷이 드러냈다. 특히 이 일대는 양서류와 파충류가 많다. 개구리·두꺼비·도롱뇽·유혈목이·도마뱀 등의 양서류나 파충류는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수중과 육지에서 모두 생활하므로 환경오염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물장군은 다른 지역 종들과는 유전적으로 다를 가능성이 높아 유전자원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도마뱀의 생태를 관찰하다 문득 떠올린 어린 시절 의문 하나. 잘린 도마뱀의 꼬리는 어떻게 해서 다시 생겨나는 것일까? 도마뱀 꼬리는 잘리는 곳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또 잘려 나간 꼬리 부분에는 망가진 꼬리를 판독해 재생시키는 유전자 정보가 박혀 있기 때문에 도마뱀의 꼬리는 잘려도 잘려도 또다시 생긴다고 한다. ■ 설문대 할망 전설 깃든 곳…퇴적물 분석 고식생 타임캡슐 물장오리로 가는 길, 숲길을 지나 꾸불꾸불 골짜기를 두세 차례 건넜을까? 비탈이 무척 가파르게 느껴진다. 그러나 고통은 잠시일 뿐이다. 높고 푸른 하늘, 길섶의 풀벌레 소리, 하늘거리는 들꽃에도 잠시 눈을 뺏기고 어느새 마음이 넉넉해진다. 특히 ‘물장오리’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오름 정상에는 언제나 맑은 물이 고여 있다. 기분도 한결 상쾌하다. 조선시대 제주 목사 이원진(李元鎭, 1594~1665)이 편찬한 탐라지(耽羅志)에는 “산봉우리에 용못이 있는데, 지름이 50보 정도 되고 깊이는 잴 수 없다. 사람이 시끄럽게 떠들면 구름과 안개가 사방에서 일어나고 비바람이 사납게 몰아친다. 가뭄이 들었을 때 기우제를 지내면 효험이 있다”고 돼 있다. 물장오리는 5·16도로 물장올교 인근에 있다. 행정구역을 놓고 볼 때 제주시 봉개동에 해당된다. 해발 9387m, 늪이 있는 곳은 해발 900m가량 된다. 정상의 물이 괸 화구호 크기는 400m 남짓. 화구호의 둘레는 1500m나 된다. 물찻·동수악과 함께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 몇 안 되는 화구호 중 하나다. 옛날에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제주풍토록’을 쓴 충암 김정(沖菴 金淨·1520 제주 유배)의 기우축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퇴적물 분석을 통해 고식생(古植生)을 밝혀낼 수 있어 학술적 가치도 매우 높은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7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지형·식상·기후 기초학술조사' 결과, 물장오리는 8100년 전에 마지막 화산활동을 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 같은 산정호수 형태는 900여년 전부터 유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분화구 퇴적층 분석을 통해 아래쪽(7.5m) 퇴적층은 약 8100년 전에, 위쪽(0.43m)은 약 300년 전에 쌓인 것을 확인했다. 또 과거 약 8000여년 동안 제주도 기후변화를 추적해 360년·190년·140년 주기로 우기와 건기가 반복된 것도 밝혀냈다. 이 모두가 타임캡슐 퇴적층을 통해 물장오리 그릇이 만들어진 연대기를 알아낸 것이다. 화구호로 향하는 길은 단풍나무·서어나무를 비롯해 울창한 낙엽수림지대를 이룬다, 낙엽수림지대를 벗어나면, 찔레덩굴·보리수나무·조릿대군락이 전개된다. 정상의 굼부리는 접시모양이다. 이곳은 항상 물이 고여 있다. 오름을 형성하고 있는 용암류가 멀리까지 흐르지 않고 주변 기반만을 형성한 결과 기반이 두터워져 분화구 안에 물이 고이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거신(巨神) ‘설문대 할망’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한라산·오백나한과 함께 예로부터 3대 성산(聖山)으로 신성하게 여겨왔다. 부정한 사람이 이 오름에 오르면 갑자기 운무가 낀다고 할 정도로 성스러운 곳이다. 몸과 마음을 가다듬지 않고 함부로 올라 소란을 피우다가는 화를 입는다고 한다. 신성함의 중심은 산정 호구호다. 물장오리는 일명 ‘창터진 물’이라고 한다. 바닥이 터졌다는 것으로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는 의미인데, 설문대 할망이 빠져 죽었다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용연물이 깊다기에 발을 담가보니 발등 밖에 되지 않았지만, 물장오리에 와서 성큼 들어서니 설문대 할망이 물속에 빠져 사라지고 말았다는 게 전설의 골자. 물이 얼마나 깊었기에 신(神)도 빠져 나오지 못했을까? 허망하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생태조사를 통해 이곳에 미꾸리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미꾸리는 늪이나 논 혹은 농수로 등 진흙이 깔린 정체된 곳에서 많이 산다. 오염이나 수량의 증감에도 잘 견딘다. 오름의 정상, 화구호 밑바닥에 미꾸리가 살고 있다하니 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하지만 이곳도 수중 생태계에서 육지 생태계로 옮겨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 특히 화구호 길목인 북쪽지역에는 건조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이곳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인 매와 2급인 팔색조, 솔개, 조롱이, 삼광조가 서식하고 있고, 멸종위기 곤충인 왕은점 표범나비와 물장군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천연기념물 제517호인 동시에, 2009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돼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0-10-23 10:25:34[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는 오름 왕국이다. 섬 어디를 가나 오름이 없는 곳이 없다. 제주사람들은 오름 자락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고, 뼈를 묻어왔다. 신앙의식의 터였으며, 숱한 신화도 피워냈다. 오름은 제주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생활의 터전이다. 제주사람들은 오름 자락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고, 뼈를 묻어왔다. 신앙의식의 터였으며, 숱한 신화도 피워왔다. 오름은 봉우리다. 한라산의 기생화산을 의미한다. 자그마치 368개나 된다고 한다. '제주'라는 하나의 섬에 있는 기생화산 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오름 정상에는 화구호(火口湖·칼데라)도 있다. 거문오름·동수악·사라오름·물찻오름·물장오리·물영아리·어승생악이 대표적이다. 화구호는 화산의 분화구에 물이 고여서 만들어진 호수다. 산지 늪이다.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있는 물영아리는 습지보전법이 제정된 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비와 바람, 폭풍, 눈보라, 안개, 일출, 저녁놀 등의 자연현상과 어우러진 오름 정상의 화구호는 보는 이의 감정에 따라 삶의 의욕을 북돋우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제주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지금 오름 산정 화구호에 올라 보라. 이곳에는 '생태계의 고문서'가 차곡차곡 쌓여있다. 오랜 세월을 두고 화산이 폭발할 때마다 화산재가 쌓여 이루어진 '작은 백록담'이다. 특히 산지 늪지대인 화구호는 내륙과는 다른 학술적·경관적 가치가 매우 높다. 평지대의 습지와 달리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과 함께 각종 원시식물들이 수천 년 동안 썩지 않은 채 퇴적층(이탄층)을 이루며 쌓여있다. 한마디로 ‘원시의 나이테’다. 화구호는 또 수많은 생명체를 잉태하고 있다. 작은 우주다. 뭍사람은 별로 찾는 곳이 아니지만, 외려 제주의 속상을 볼 수 있어 좋다. 오름 정상에 산지 늪이라니.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진귀하고 낯선 미학인가? ■ 왕매, 한 때 백록담 버금가던 못…내륙화 진행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밤새 소낙비가 내리더니,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벵디못의 물안개가 금오름의 허리를 감쌌다. 선경(仙境)을 담아낸 듯 싶다. 표고 428m·비고 180m,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남동쪽에 자리 잡은 거문오름은 흔히 '금악오름' 또는 '금오름'이라고 부른다. ‘검·감·곰·금’은 어원상 신(神)이란 뜻이어서 옛날부터 신성시 했던 오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둘레길도 잘 조성돼 있다. 남동사면으로 난 길을 따라 정상까지 20분 가량 느릿느릿 올라가면, 타원형의 화구와 산지 늪이 펼쳐진다. ‘왕매’라고 불리는 화구호다. 금오름은 제주시 서부권 대표 오름이다. 제주관광공사가 ‘9월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관광 10선’으로 꼽을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정상에 오르면, 푸른 초원과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의 목가적인 풍경, 저 멀리 협재해변과 에메랄드 빛 바다 위에 떠있는 비양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화구호의 둘레는 약 1.2㎞이며, 남북으로 긴 타원을 이루고 있다. 꽤 큰 편이다.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천아오름·새미소오름·정물오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완만한 언덕을 타고 목장지대가 펼쳐지며 다양한 수림의 경관이 뛰어나다. 1963년 한림읍에서 펴낸 읍지에는 ‘금악 상봉에는 넓이 약 3만평에 이르는 대분화구에 약 5000평의 내지가 있으니 이를 금악담(今岳潭)이라 한다. 천고에 청징하여 가뭄이 계속돼도 수심이 내리지 않으니…, 백록담 버금가는 분화구의 못’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화구호가 지닌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내륙화가 진행되면서 습지 특유의 생태적·문화적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장마 때나 집중호우 때가 아니면, 물 고인 ‘왕매’를 볼 수 없다. 평소에는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에 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 이곳 축산 농가들은 “금오름 일대에 소가 방목됐을 당시에는 물을 먹으러간 소들이 계속 바닥을 다져줘 좀처럼 물이 빠지는 일이 없었다”며 내륙화가 가뭄 탓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0-10-10 13:19:18[파이낸셜뉴스] "선선한 유리 냉실에서 별 빛 쏟아지는 여름 밤 하늘 보며 더위 날리세요"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해발 600미터에 설치된 세계 최대규모의 고산·휘귀식물 보전용 유리 냉실인 알파인하우스에서 고산·희귀식물 특별전을 열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세계 최대 냉실서 고산식물 감상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멸종위기 취약종인 고산식물 보전을 위해 총 2309㎡(전시관 1402㎡)면적의 알파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알파인하우스는 고산·휘귀식물의 안정적 보전을 위해 △동북아시아 전시관(1냉실) △중앙아시아 전시관(2냉실) △세계식물 전시관(3냉실)을 가동중이다. 동북아시아 전시관에서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인 중국, 일본, 몽골, 극동러시아 등에서 자라는 187종의 고산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중앙부에는 고산 암석지에 서식하는 식물을 보존하기 위해 고산의 암석과 크레바스 경관을 조성한 것은 물론, 백두산과 한라산, 지리산 등의 한반도 고산 및 아고산대 식물도 전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중앙아시아 전시관에서는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칸 등 중앙아시아 튤립 원종 등 94종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원예식물 중 하나인 튤립의 원산지로 산자고속(Tulipa), 부추속(Allium), 양귀비속(Papaver) 식물이 다양하게 전시돼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세계식물 전시관에서는 세계 고산지역인 로키산맥, 히말라야산맥, 알프스산맥 등 온대고산과 안데스산맥, 멕시코 고원, 킬리만자로 등 열대고산에서 서식하는 고산습지 식물 210종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석회석 및 괴암석을 활용한 고산경관을 비롯해 고산습지의 이탄층 경관을 연출하는 등 시원하고 척박한 고산지대의 특수환경을 재현하고 있다. 이재선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시원실장은 "알파인하우스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냉실 시스템을 적용해 설계했다"며 "한 여름에도 시원한 환경에서 고산지대 식물을 만날 수 있어 많은 관람객들이 붐비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 해설·오카리나 연주에 더위 싹~"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알파인하우스에서는 한 여름 밤을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는 '알파인 꽃별 산책 프로그램'을 오는 29일과 30일 이틀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부추속(Allium)식물과 냉초속(Veronicastrum), 양귀비속(Papaver), 백합속(Lilium) 식물 등 고산식물에 대한 전문 가드너의 해설과 곁들여 오카리나 연주도 펼쳐져 한 여름 밤 낭만적 시간을 선사한다. 예약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홈페이지 교육예약과 코레일관광개발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한창술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은 "알파인하우스에는 연중 꽃이 피는 식물을 전시해 사계절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계절별 특별전시회를 열어 관람객들에게 고산지대 식물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2024-08-08 14:06:52【파이낸셜뉴스 남원=강인 기자】 지리산 정령치 습지와 운봉 백두대간 일대가 환경부 ‘2023년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신규 지정됐다. 19일 남원시에 따르면 국가생태관광지역 지정 제도는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있고 생태자원을 체험할 수 있는 지역을 지정하는 정책이다.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되면 기반시설 우선 지원, 다양한 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운영, 홍보·마케팅 등을 지원받는다. 지난 2013년 지정을 시작한 국가생태관광지역은 전국 29곳이 있고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에는 지정된 곳이 없었다. 지리산 정령치 습지와 운봉 백두대간 일대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백두대간 정기를 느낄 수 있는 생태보고 집결지다. 정령치 습지는 1172m에서 만나는 차별화된 산악형 고산습지로 BC 1690년께 생성됐고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인 꽃창포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삵이 서식하고 있다. 남원시는 체계적 국가생태관광지역 조성을 위해 현재 지리산 생태관광벨트 마스터플랜 용역을 추진 중이다. 정령치 습지와 지리산둘레길, 에코캠핑 삼천리길,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등 백두대간을 연계한 차별화된 생태관광지 보존을 위해 이곳을 핵심구역과 생태교육 및 체험활동 구역으로 나눠 조성할 계획이다. 남원시 관계자는 “이번 국가생태관광지역 지정을 통해 지리산 정령치 습지와 운봉 백두대간 일원의 뛰어난 자연환경과 가치를 널리 알리고 생태관광 경쟁력을 확보해 녹색기반 조성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2023-10-19 15:37:15[파이낸셜뉴스]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알파인하우스에서 희귀 고산식물 ‘두메흑삼릉’이 올해 처음으로 개화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에 두메흑삼릉(Sparganium glomeratum (Laest. ex Beurl.) Beurl.)이 꽃을 피운 것은 산림자원 보전과 관리 노력의 결과물이라는게 수목원측의 설명이다. 두메흑삼릉은 북유럽과 동아시아 고산 습지에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이다. 국내에서는 2017년 대암산 용늪에서 최초 생육이 보고된 이후 추가 정보와 분포가 제한적인 희귀 고산식물로 알려졌다. 앞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국립수목원(광릉)과 국내·외 고산식물자원의 수집·증식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종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은 “그동안 ‘두메흑삼릉’의 꽃을 피우기 위해 알파인하우스를 자생지와 유사한 환경으로 조성하고 관리해왔다”면서 “앞으로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산림생물자원을 보전하는 수목원의 중요한 기능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2022-05-25 13:52:24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소장 김근용)는 오는 13일을 시작으로 ‘고지대에서 듣는 한라산 이야기’ 해설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고지대 해설프로그램은 한라산 해발 1700m 고지대에 있는 윗세오름대피소-노루샘-윗세족은오름 전망대에서 이뤄지는 한라산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며, 이번에는 선작지왓과 한라산의 전설과 오름, 고산습지를 주제로 매주 목·금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1시30분 2회에 걸쳐 진행된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장 탐방객을 10여명으로 제한하며,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의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또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한 도민과 관광객들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해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게시할 예정이다. 한편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는 탐방객이 요구하는 탐방로별 특징에 맞는 비대면 자율형 프로그램과 온라인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 중에는 한라산을 찾는 탐방객 누구나 자율적으로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어승생악탐방로의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 프로그램도 있다. 김근용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는 탐방객들을 위해 한라산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해 더 많은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1-05-08 20:29:33[제주=좌승훈 기자]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경기 위축과 취업난…. 예전의 가을이 아니다. 피로와 스트레스를 훌훌 털고 멀리 떠나는 여행이 그립고 간절하다. 제주관광공사가 나 홀로 제주를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로 사색에 빠지는 제주 여행지 3곳을 추천했다. 한라산 1100고지 습지와 천지연 폭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서귀포칠십리시공원, 맑은 물과 함께 아름다운 곡선의 계곡을 즐기는 창고천 생태공원이다. ■ 한라산 1100고지 습지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헝클어진 일상. 사색에 잠기는 것 자체가 때로는 힐링이다. 서귀포시 색달동에 있는 1100고지 습지는 한라산 고원지대에 형성된 대표적인 산지 습지다. 한라산 백록담·소백록담과 함께 대자연이 빚은 하늘 아래 정원이다. 초지와 습지, 바위, 울창한 숲이 뒤엉켜 거칠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낸다. 특히 자연생태 탐방로가 잘 조성돼 있어 여유로운 산책과 함께 고산 습지의 생태계를 만끽할 수 있다. 1100고지 습지는 멸종위기종·희귀종이 서식하고 독특한 지형에 발달한 고산 습지로서의 가치가 인정돼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다. ▶ 1100고지 습지에 버스로 가는 방법 ▷ 제주시에서 출발 : 제주시 버스터미널에서 240번 승차→21개 정류장 이동 후 1100고지 휴게소 하차→도보 11m 이동 ▷ 서귀포시에서 출발 : 제주시 방향 제주월드컵경기장 버스터미널 정류소에서 510번 승차(대체버스 202·282·531·532·282·510번)→14개 정류장 이동 후 중문초등학교 하차→도보 115m 이동 후 1100도로 입구 정류소에서 240번 승차→14개 정류장 이동 후 1100고지 휴게소 하차→도보 29m 이동 ■ 서귀포칠십리시공원 서귀포칠십리시공원은 서귀포시 서홍동 삼매봉 입구에서 절벽을 따라 600m 구간에 조성된 공원이다. 제주 올레 6코스에도 속해 있다. 또 서귀포시에서 만든 '작가의 산책길'에도 포함돼 있어 제주 문화를 즐기며 여유롭게 산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서귀포시와 관련된 시비 12기와 노래비 3기가 있다. 문화 예술과 자연을 동시에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원이다. 시내에 있는 공원이지만 주변의 소음은 거의 들을 수 없으며, 상당히 넓은 면적을 자랑하기에 홀로 여행 왔다면 산책하며 생각 정리하기에 알맞다. 공원 안쪽의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 포인트에서는 천지연 폭포를 조망할 수 있다. 뒤로는 한라산과 함께 주변 산림이 어우러지는 절경이 있다. ▶ 서귀포칠십리시공원에 버스로 가는 방법 ▷ 제주시에서 출발 : 제주시 버스터미널에서 281번 승차→55개 정류장 이동 후 남성마을 입구 하차→도보 155m 이동 ▷ 서귀포시에서 출발 : 서귀포시 방향 제주월드컵경기장 버스터미널 정류소에서 202번 승차→8개 정류장 이동 후 남성마을입구 하차→도보 96m 이동 ■ 창고천 생태공원 깊어가는 가을 계곡의 정취는 자연의 적막함에 있다. 무엇보다 찾는 이들의 마음을 정화시켜 시켜준다.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에 있는 아름다운 계곡이 주는 운치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제주도의 하천은 대부분 건천이지만, 창고천은 항상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에 있는 식생이 다양한 하천으로 유명하다. 특히 하류 구간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된 안덕계곡 상록수림 지대와 ‘도고샘’을 비롯한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다. 묵상에 잠긴 계곡 길. 창고천 생태공원에서는 조면암으로 형성된 특유의 기암절벽도 가까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으며,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마음도 평안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지난 계절에 밀린 생각들도 바람에 다 풀어낸다. ▶ 창고천생태공원에 버스로 가는 방법 ▷ 제주시에서 출발 : 제주시 버스터미널에서 282번 승차→27개 정류장 이동 후 창천리 하차→164m 도보 이동 후 창천초등학교 정류장에서 202번 승차(대체버스 202·532번)→4개 정류장 이동 후 안덕계곡 하차 후 도보 74m 이동 ▷ 서귀포시에서 출발 : 제주시 방향 제주월드컵경기장 버스터미널 정류소에서 202번 승차→ 28개 정류장 이동 후 안덕계곡 하차→도보 74m 이동.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0-10-09 14: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