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은 올 한 해를 장식하는 피날레 작품으로 서울시극단의 '퉁소소리'를 오는 11월 11~27일 M씨어터에서 선보인다. 30일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퉁소소리'는 조선 중기 문인 조위한의 고소설 '최척전'이 원작으로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이 직접 각색하고 연출을 맡는다. 원작 '최척전'의 미덕을 고선웅 특유의 유머와 감동, 리듬감으로 그려낼 예정이다. 지난 15년간 '퉁소소리'의 무대화를 꿈꿔온 고선웅 연출은 "살아내면 좋은 일은 꼭 있다. 전쟁과 이별 속에서도 가족애와 사랑, 희망을 잃지 않는 민초들의 삶을 그려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퉁소소리'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명청교체기의 전란을 담고 있다. 주인공 최척이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진 뒤 끈끈한 가족애로 이를 극복하며 다시 만나는 감동적인 여정을 담아낸다. 30년간의 방대한 서사를 2시간 남짓에 담고 중국, 일본, 베트남과 바다와 산을 배경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볼거리를 선사한다. 또한 거문고, 가야금, 해금, 퉁소와 타악 등 전통 국악기로 구성된 5인조 악사가 라이브 연주를 선보인다. 무대 디자인은 '2012 서울연극제' 무대미술상을 수상한 김대한이 맡아 전통의 미가 돋보이는 소박한 공간을 구현한다. 노최척 역은 백상예술대상 연기상과 이해랑연극상, 동아연극상을 수상하고 보관문화훈장을 받은 관록의 노배우 이호재가 맡는다. 또 최척 역에는 오디션을 통해 박영민이 발탁됐다. 옥영 역은 배우 정새별이 맡아 섬세하고도 강인한 조선 여인상을 그려낸다. 이외에 서울시극단 단원 강신구, 김신기, 최나라, 이승우를 비롯해 지난 5월 오디션에서 선발된 14명이 이번 공연에 함께 한다. 연극 '퉁소소리' 관련 정보는 세종문화회관 및 서울시극단 공식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티켓 예매는 세종문화티켓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30 10:51:47“내가 카르멘을 가졌다.” 지난 8일 개막한 연극 ‘카르멘’에서 돈 호세가 자신의 칼에 쓰러진 카르멘을 안고 이렇게 외친다. 비제의 오페라로 익숙한 ‘카르멘’이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치정 멜로극 ‘카르멘’을 연출한 서울시극단의 고선웅 단장은 이날 프레스콜에서 “사랑의 집착이 광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내가 카르멘을 죽였다’는 원작의 대사를 ‘가졌다’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상대가 원치 않으면 죽여서라도 가진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가. 자유로운 영혼의 집시 여인 카르멘은 지난 200년간 팜므파탈의 대명사로 통했다. 성실한 남성을 홀린 방탕한 여성으로 취급됐고, 정작 '환승 연애'한 돈 호세가 가련한 사랑의 희생자로 여겨졌다. 고선웅표 ‘카르멘’은 데이트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상에 맞게 돈 호세의 비틀린 집착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번 연극에는 비제의 오페라에는 없지만 1845년 원작소설에는 있는 카르멘의 전 남편을 부활시켰다. '집착남' 돈 호세와 달리 카르멘의 전 남편과 새 투우사 연인은 카르멘과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한다. 고선웅 단장은 "카르멘을 둘러싼 여러 유형의 남자를 통해 돈 호세의 비틀린 집착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카르멘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도발적이다. 자신의 본능과 감정에 충실하다. "누구의 아내도 되고 싶지 않다"는 대사에서 드러나듯, 현재를 즐기면서 한 마리 새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은 여성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고선웅 단장은 “솔직히 카르멘식의 자유분방함도 썩 내키지 않지만, 카르멘의 편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며 "카르멘의 명예회복을 바란다"고 했다. 오페라의 강점인 노래가 없는 자리는 고전의 묘미를 살린, 문학성과 낭만성이 강조된 시적인 대사로 채웠다. 카르멘과 돈 호세의 관계를 투우와 투우사의 충돌로 비유한 것도 흥미롭다. 고선웅 단장은 “죽일 줄 알면서도 달려드는 소와 죽이고 싶지 않지만 죽여야 하는 투우사, 장내와 장외 양쪽에서 투우가 펼쳐진다”며 극의 절정을 설명했다. 고선웅 단장은 앞서 “오페라의 미덕도 지키고, 원작 소설의 줄거리도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일까? 연극 무대만의 차별화를 꾀하며 캐릭터 해석을 달리했으나 큰 틀은 원작과 유사해 고 단장의 연출의도가 얼마나 잘 전달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공연은 10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9-08 18:39:30[파이낸셜뉴스] 서울시극단장에 희곡작가이자 연극연출가 고선웅이 선임됐다.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은 오는 5일 자로 서울시극단장에 고선웅을 임명한다고 2일 밝혔다. 서울시극단은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으로 단장 임기는 3년이다. 고선웅 신임 서울시극단장은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이며,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과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 총연출을 역임했다. '귀토'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홍도' '변강쇠 점찍고 옹녀' '칼로 막베스' 등 연극, 창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연출하거나 극작, 각색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06)과 이해랑 연극상(2019)을 비롯해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올해의 연출가상,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 제70회 서울특별시 문화상(연극 부문) 등을 수상했다. 고선웅 신임 단장은 "활발한 작품 활동과 단체 운영 경험을 토대로 동시대성, 전통, 협업에 집중하며, 서울시극단의 레퍼토리 제작과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09-02 12:30:15[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1월 초연한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이 오는 10월 국립중앙박물관 용에서 개막한다.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는 ‘2021년 문예회관과 함께 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공연콘텐츠 공동제작·배급 프로그램 공모 선정작이다. ‘백만송이의 사랑’은 뮤지컬의 스토리텔링과 콘서트를 결합한 주크박스 뮤지컬로, 연극 ‘리어외전’ ‘낙타상자’ 등 작품성 높은 연극을 주로 선보인 극공작소 마방진의 수장이자 공연계 대표 연출가인 고선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지난 100년간 한국 현대사의 큰 줄기는 물론이고,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때 그 시대 히트가요에 담아냈다. 1막에서는 ‘빈대떡 신사’, ‘다방의 푸른 꿈’, ‘사의 찬미’, ‘낭랑 18세’, ‘빨간 구두 아가씨’, ‘님과 함께’ 등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명곡들을, 2막에서는 ‘아파트’, ‘사계’, ‘어젯밤 이야기’, ‘빙글빙글’, ‘취중진담’,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챔피언’, ‘너의 의미’ 등 1980년대부터 현대까지의 히트곡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백만송이의 사랑’은 의정부문화재단, 군포문화재단, 하남문화재단, 극공작소 마방진이 의기투합하여 공동제작했다. 올해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는 ‘2022 전국 공연예술 창제작유통 협력사업’에 선정되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공연은 극공작소 마방진, 경기아트센터,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군포문화재단, 음성군, 의정부문화재단, 하남문화재단이 협력하여 진행하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08-25 12:17:42[파이낸셜뉴스] 서울시는 서울의 문화예술 진흥 및 발전에 기여한 시민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제70회 서울특별시 문화상'의 수상자로 예술감독 고선웅, 국악인 이희문, 안무가 김보람 등 10명을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울특별시 문화상은 1948년 제정된 이래 한국전쟁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시상해 지난해까지 총 708명의 공로자에게 수여해 온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다. 올해 문화상은 학술과 문학, 미술, 국악, 서양음악, 무용, 연극, 대중예술, 문화산업, 문화재 등 10개 분야에서 각 한 명씩 선정했다. 먼저 학술 부문에서는 '서울선언' 시리즈 책을 통해 주류의 역사가 아닌 평민, 서민들의 삶에 초점을 맞춰 도시문헌학이라는 고유모델로 기록하고 지역답사를 통한 역사·문화를 기록으로 지역문화발전에 기여한 김시덕 문헌학자가 선정됐다. 문학 부문에서는 노숙인을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학 과정으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자존에 대한 물음과 성찰'을 중시하는 인문학교육 운영을 통해 노숙인 자활을 돕고 있는 '성 프란시스 대학 인문학 과정'이 뽑혔다 미술 부문에서는 국내 대안공간 1세대인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를 20년 이상 기획·운영해 젊고 역량 있는 미술인들을 발굴육성하고 공간창작형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 현장에 기여한 이관훈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대표가 선정됐다. 국악 부문에서는 전통성악 경기민요를 기반으로 록, 째즈 등 다양한 장르와 융합한 실험적인 기획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과 현대적 해석을 담은 음악과 공연을 선보여 동시대적 지평 확장에 기여한 이희문 이희문컴퍼니 대표가 꼽혔다. 서양음악 부문에서는 새로운 공연 형식의 하우스콘서트 열풍을 일으켜 신진 연주자 발굴 및 연주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문화 활성화 및 공연문화계의 인식 개선 등에 20년간 기여한 박창수 더 하우스 콘서트 대표가 영예를 얻었다. 무용 부문에서는 2007년 창단이래 순수무용과 대중무용의 접목을 통한 양질의 지속적 공연으로 시민의 예술문화 향유에 기여하고 이날치,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작품으로 서울을 널리 알린 김보람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예술감독이 뽑혔다. 연극 부문에서는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와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 국립극장과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를 제작하고 연극 외에도 오페라, 뮤지컬 등 장르를 넘나들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춘 많은 작품으로 공헌한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이 선정됐다. 대중예술 부문에서는 1995년부터 한국 인디음악의 역사를 함께 써 온 라이브의 산증인으로 대중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홍대 인디음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인디뮤지션들에게 음악의 기회를 제공해온 김천성 롤링홀 대표가 공로를 인정받았다. 문화산업 부문에서는 '배리어프리영화'의 제작, 상영, 배급을 통해 시·청각장애인은 물론 노인, 다문화 가정 등 모든 사람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기여하고 우수사회적기업으로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김수정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대표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문화재 부문에서는 '백운화상직지심체요절' 목판본과 '훈민정음 언해본', 숭례문 현판 등 다양한 문화재를 복원함으로써 전통문화유산 계승 및 전통각자 문화 분야의 교육 확산과 전승에 크게 이바지한 김각한 한국전통각자보존회 이사장이 수상했다. 주용태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올해 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신 분들은 문화예술진흥과 한국문화의 세계적 확산에 크게 기여한 공로자"라며 "코로나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애쓰고 있는 문화예술인 여러분에게 응원을 보내며 앞으로도 서울시는 우수 문화예술인을 발굴하고 시상해 서울을 품격 있는 문화도시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1-09-17 11:34:17[파이낸셜뉴스]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광주’가 오디션을 개최한다. 오는 4월 13~14일 오디션을 통해 초연 무대를 빛낼 조연 및 앙상블 배우들을 선발할 예정이다. '광주'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광역시가 주최하고 광주문화재단과 제작사 라이브㈜가 주관하는 창작뮤지컬이다. ‘2019 님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는 대표 공연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국내 공연은 물론이고 해외 쇼케이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화의 상징곡으로 자리잡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차용해, 국가 권력의 계략 앞에서도 끝내 굴복하지 않는 시민들과 그들을 지켜보는 한 편의대원(시위대원으로 위장한 계엄군)의 고뇌 섞인 내용을 담았다. 광주문화재단과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이 공동제작한다. 라이브㈜는 뮤지컬 ‘팬레터’, ‘랭보’, ‘마리 퀴리’ 등 창작 수작을 잇따라 무대에 올렸다. 극공작소 마방진은 연극 ‘낙타상자’, ‘홍도’, ‘라빠르트망’ 등 작품성 있는 연극을 선보였다. 패럴림픽 개·폐막식 연출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진 고선웅 연출가가 맡는다.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 ‘푸르른 날에’, 조정래의 동명 소설 원작 작품 ‘아리랑’, 창극의 신기원을 제시한 ‘변강쇠 점찍고 옹녀’ 등을 선보인 공연계 스타 연출가다. 한국 오페라 ‘1945’ 등을 작곡한 최우정이 작곡을 맡는다. 두 사람은 오페라 '1945'에서 작곡가, 연출가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3월 31일까지 이메일 접수로 서류 심사를 진행하며, 서류 전형 합격자에 한해 4월 13~14일 2차 오디션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창작뮤지컬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의 심장인 광주에서 오는 9월에 첫 선을 보인 뒤, 10월 서울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0-03-23 08:43:38‘베스트 오브 베스트’만 모았다. 제40회 서울연극제가 오는 4월 27일(토)부터 6월 2일(목)까지 37일간 대학로 주요 공연장에서 열린다. 연극발전을 위한 창작극 개발을 목표로 1977년 '대한민국연극제'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서울연극제는 1987년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 40년간 명성을 이어왔다. 올해 서울연극제는 공식 선정 작품 10편을 대학로예술극장과 아르코예술극장, 동양예술극장 등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한다. 베테랑 고선웅 연출이 선보이는 '낙타상자'부터 신예 임지민이 시험 무대를 거쳐 초연하는 '집에 사는 몬스터'까지 동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발언을 담은 작품들로 재연작 여덟 작품과 초연작 두 작품이다. 먼저 5월 3~12일 극단 사개탐사의 '어떤 접경지역에서는', 극단 바바서커스의 '댓글부대', 극단 적의 '단편소설집'이 공연된다. 5월 4∼12일에는 극단 신세계의 ‘공주(孔主)들’이 무대에 오른다. 5월 17∼26일 라마플레이의 '집에 사는 몬스터', 극단 ETS의 'BENT', 창작집단 LAS의 '대한민국난투극', 극단 대학로극장의 '중첩'이 관객들과 만난다. 5월 17∼22일에는 몽씨어터의 '데모크라시', 5월 26일~6월 1일 극공작소 마방진의 '낙타상자'가 무대에 오른다. 6월 2일 폐막식에서는 대상, 연출상 등 총 9개 부문 시상이 이뤄지며, 100인의 관객평가단이 직접 뽑는 '관객평가단 인기상'도 주어진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19-04-08 09:19:271998년 각각 영화와 무용으로 데뷔했던 두 사람은 데뷔 20년 만인 올해 낯선 연극 무대에 발을 들여놓았다. 배우 오지호와 발레리나 김주원. 각각 자신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뤄온 두 사람을 낯선 연극계로 이끈 이는 다름아닌 연출가 고선웅이다. 그는 1990년대 중반 감성 짙은 프랑스 멜로 영화 '라빠르망'의 라이선스를 들여와 연극 '라빠르트망'으로 각색하면서 주인공 막스와 리자 역에 이들을 낙점했다. 18일 저녁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서 열린 첫 공연을 앞두고 두 배우를 만났다. ―둘 다 연극 도전이 처음인데 작품 선택 계기는. ▲오지호(이하 오)=연극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계속 있었는데 두려움도 그만큼 컸다. 나이가 마흔이 넘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20년 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연극 무대는 여전히 오지와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마음 속으론 앞으로 어떻게 대중에게 다가가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매번 비슷한 배역이 이어져 오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5월에 처음 고선웅 연출로부터 캐스팅 제의를 받고 고민 끝에 이 연극이 최적의 선택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금과 좀 다른 오지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잘한 선택인 것 같다. ▲김주원(이하 김)=관객으로 늘 고선웅 연출의 작품을 눈여겨 보고 있다가 올해 초 우리나라 무용계의 전설인 최승희를 모티브로 작품을 만들고 싶단 생각에 먼저 고 연출께 연락을 한 게 시작이었다. 그 작품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나누다가 어느날 고 연출이 '그 전에 연극 한편 하자'고 제안했다.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제가 무대에서 입을 열면 개그가 될 수 있어요. 모험이 아니냐' 했는데 고 연출이 '연습하면 할 수 있다'고 강권하시더라. 그러다 나도 궁금해졌다. 춤은 몸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데 언어로 어떻게 표현을 할 수 있을지. 공부하고 싶어져서 시작을 했는데 제 생각엔 연습기간이 짧게 느껴졌다. 무대에서 발레리나 김주원이 아닌 배우 김주원으로 어떻게 보여질 수 있을까 새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기다려진다. ―처음 도전하는 연극에서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오=많죠. 저희는 사실 이방인 아닌가. 계속 연극을 하던 동료들한테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 많이 했다. 같이 출연하는 선배, 동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김=오지호씨도 연기 베테랑이다. 나는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연습하며 평생 내본 적 없는 큰 소리도 내보기도 하고. 대사의 발음과 톤도 배우고 연습 중간에 즉흥극을 시키기도 하는데 화내는 연습도 시키더라. 같이 하는 배우 동료들을 비롯해 주변이 온통 좋은 선생님들이었다. ―연극에 도전하면서 색다르게 다가온 점은. ▲오=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한번 하고 흘려보내는데 연극은 같은 대사와 연기를 계속 반복해야 하지 않나. 발성부터 동작까지 모든게 새롭다. 또 카메라를 통해서는 클로즈업을 통해 관객과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지만 연극에서는 내 연기와 움직임을 통해 시선을 끌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관객들 앞에서 직접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두려움이 남아있지만 이번 연극을 통해 작품 속 인물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 ▲김=연극, 너무 매력 있다. 춤은 모든 장르의 공연을 다 해봤다고 말할 수 있는 나였는데 연극이란 장르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이더라. 무대에서 프로로 20년을 서왔기 때문에 이제는 나에게 어떻게 해라 지적할 사람이 없었다. 외국 안무가의 신작을 새로 습득하는게 아니면 오히려 저는 가르치는 입장이었는데 여기서 나는 어린아이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디렉션을 받는 입장이 돼 오히려 새롭고 재밌었다. 연극을 앞으로도 계속할지 안할지는 이 공연을 지나봐야 알 것 같다. 이번 연극을 도전하면서 춤을 추는 데도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 춤으로 감정을 표현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오=고 연출이 김주원씨한테 춤추는 법도 가르치더라. 하하. 고 연출이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무용수에게 무용을 가르치다니. ▲김=고 연출이 '난 안무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씀하시면서 알려주시더라. 하하. 근데 재능이 있으시다. 의자를 만진다든지 상대 배우를 대할 때 동작이 섬세하고 디테일이 있어서 나도 깜짝 놀라곤 한다. 몸소 보여줄 필요 없는데 다 보여주신다. 너무 재밌게 배우고 있다. ―현재 자신의 모습과 각각의 캐릭터 간 싱크로율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오=100%에 거의 도달한 것 같다. 인터뷰할 땐 오지호지만 연습실과 무대에 서면 그냥 막스가 되어 있다. 그래서 죽을 것 같은 절실한 감정도 들고. 대본 넘어 디테일을 살리고 있는 중이다. ▲김=오지호씨는 너무 잘한다. 어떤 배우보다 여유롭고 그만의 스타일이 나오더라. 막스에 최적화돼 있다. 고 연출이 저를 캐스팅할 때 사람들이 갸우뚱했지만 오지호 배우를 선택했을 때도 그랬던 걸로 안다. 근데 이제 와 보니 고 연출이 막스로 왜 오지호 아니면 안된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나쁜 남자 막스에 딱이다. 제 캐릭터를 놓고 보자면 저는 아직 100%가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다. 리자라는 캐릭터가 어떤 틀 안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에 춤을 출 때도 공연 전부터 100%라고 느낀 적은 없었다. 틀을 정해놓고 캐릭터로 들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본능적으로 하다 나온 것이 있는데 연극도 그런 것 같다. 공연을 하는 동안 좀 더 무대에서 자유로워지고 극에 빠지면 상상 이상의 리자가 나올 것 같다.―앞으로의 계획은. ▲김=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고 계획을 세워서 살았다기 보다 지금껏 물 흐르듯 살아왔다. 인연이 있고 작품도 운명이 있다 생각한다.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3주간 무대에서 리자로 살다보면 또 운명적인 인연과 작품이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극이든 춤이든. ▲오=이 작품 재연을 한다면 또 할 것이다. 재연도 재연이지만 이걸 들고 프랑스에 가서 하는 상상도 한다. 원작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모니카 벨루치, 뱅상 카셀 앞에서 하면 재밌을 것 같다. 자기 영화를 먼 타국의 동양인들이 와서 연극으로 보여준다면 그들도 신기해할 것 같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17-10-18 16:51:05한국연극연출가협회는 올해의 연출가상에 연출가 고선웅(사진·47)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올해부터 주어지는 올해의 연출가상은 그해 가장 활발하고 창의적인 연출 작업으로 연출가로서의 두각을 나타내고 대한민국 연극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연출가 1명으로 선정해 시상한다. 고 연출가는 올해 연극 '칼로 막베스' '푸르른 날에' '홍도' '강철왕'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뮤지컬 '아리랑',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 매 작품마다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아 예술성과 대중성을 아울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정위원회는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연출을 통해 예술적 품격과 대중성을 아우르며 연극연출가의 위상을 높이고 대한민국 공연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7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 홀에서 열린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2015-11-23 09:45:30"고전의 힘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화류비련극 '홍도'의 프레스콜에서 고선웅 연출과 홍도 역을 맡은 배우 예지원·양영미가 작품이 현대에 갖는 의미를 밝혔다. '홍도'는 1930년대 젊은이들의 사랑과 삶을 담은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의리와 순정을 지키는 기생 홍도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고선웅 연출은 "순정과 순수를 찾기 힘든 시대에, 사랑과 배려 같은 가치가 녹아있는 고전은 여전히 울림을 가지고 공감을 끌어낸다"고 설명했다. 홍도 역할을 맡은 배우 예지원은 "연약하지만 내면은 씩씩한 홍도의 모습은 우리 시대에도 어깨에 많은 것을 짊어져야 하는 현대 여성의 모습과도 닮아있다"고 말했다. 또 양영미 배우는 "극의 배경이 되는 시대로부터 80년이 지났지만 사랑에 대한 얘기라 전혀 힘들거나 어렵지 않았다"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도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 감정은 홍도만큼 순수하고 애틋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류비련극 '홍도'는 극공작소 마방진의 10주년 기념작으로 오는 5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예지원, 양영미, 김철리, 선종남, 유병훈 등이 출연한다. 3만~5만원. (02)762-0810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최미랑 수습기자
2015-08-04 18:4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