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체코 원전 수주가 최종 계약까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 국내 원전 산업에서는 전주기 생태계를 완성하려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법(고준위 방폐법)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지원을 부탁드린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22대 국회에서 처음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 장관은 "글로벌 고물가·고금리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에너지 안보 강화와 무탄소 에너지 대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동해 심해 가스전을 비롯한 국내외 유망 자원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미래 전력수요를 적기에 확대하기 위해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을 균형있게 활용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며 "대규모 국가 전력망을 신속히 확충하며 전력망특별법 등 제도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등 청정에너지에 대해선 "계획 입지로 해상풍력 보급을 확대하고 산업단지와 농지 등 우수입지를 중심으로 태양광 보급을 추진하겠다"며 "세계 최초로 청정수소 발전시장을 개설하고 수소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글로벌 수소시장을 선도하겠다"고 했다. 산업부는 3분기 가스요금을 인상한 가운데 올해 4분기 전기요금도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공공요금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에너지바우처 지원단가를 상향하고 지원기간을 연장하는 등 에너지 복지를 더욱 두텁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역대급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이를 위한 대한민국 먹거리를 키우기 위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안 장관은 "경제 안보를 위해 역대 최대치인 수출 7000억 달러, 외국인 투자 350억 달러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유망 수출 품목에 맞춰 수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수출 3대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금융 지원 △현지 전시회 마케팅 강화 △상호인정 협약 품목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 첨단산업의 초격차 역량도 강화한다. 그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위해 전력용수 등 기반 시설과 특화단지를 신속히 구축하겠다"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성장 생태계를 조성하고, 금융·세제를 맞춤형으로 지원하며 150조원 민간투자 달성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글로벌 AI경쟁 심화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회와 함께 AI산업활용촉진법을 마련하겠다"며 "우리 기업의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정하겠다"고도 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균형투자촉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기회발전특구 조성을 촉진하고 산업단지 혁신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4-07-29 11:01:37[파이낸셜뉴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사진)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하 고준위법)의 21대 국회 통과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27일 세종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쪽에 시급한 법인이 고준위법, 해상풍력특별법(해풍법),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전력망특별법)이 있는데, 마지막까지 안된다는 법은 없다"며 "끝까지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과가 불발되면) 법안을 수정하든 해서 22대 때 바로 입법안을 협의해서 올리겠다"며 "더불어 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사전에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진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고준위법 등 에너지 관련 3개 법안은 오는 28일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으로 폐기된다. 낮은 가능성으로 본회의 당일 오전 소위와 상임위를 열고, 법사위를 거쳐 안건을 상정할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최 차관은 가스·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다"는 설명했다. 최 차관은 "가스공사는 LNG가격이 석유만큼 떨어지지 않아 근본적인 적자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전도 흑자 규모를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미수금 상황, 적자 상황 등을 보고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5000억원에 달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정부가 냉방용 전기 사용이 증가하고, 난방 에너지 사용은 감소하는 여름철을 앞두고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치는 가스요금부터 현실화하는 쪽으로 가격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가스요금의 경우 홀수 달마다 요금을 조정해 가장 빠르면 7월 인상도 가능하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4-05-27 15:09:00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분·관리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안인 고준위 특별법이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업계 및 관련단체가 마지막 호소를 하고 있다. 21대 국회 내 처리 불발 시 원전 가동 중단은 물론 전기요금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에 4월 10일 총선 이후 열리는 5월 국회 일정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7일 원자력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체계, 부지 선정 절차, 원전 내 저장시설, 유치 지역 지원 등을 담은 '고준위 특별법'은 21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중인 상태다. 2월 임시국회 통과를 기대했지만 실패했다. 21대 국회 임기가 5월 29일까지이고,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제정안 통과 가능성은 매우 낮다. 5월 마지막 국회일정이 남아 있지만 이 역시 통과 가능성은 낮다. 통상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는 5월 국회에서 통과되는 법안은 최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여야 합의를 마친 법안들이다. 상임위에 계류된 법안이 5월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처럼 낮은 가능성에도 원자력업계가 '고준위 특별법' 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그 어느 문제보다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준위 방폐물이란 고열과 고농도의 방사능을 보유하고 방출하는 핵종(核種)이며, 대표적으로 사용후핵연료가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 속에서 핵분열 반응 중에 생긴 핵분열 생성물 때문에 높은 방사능을 갖고 있으며, 핵분열 반응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열을 발생한다. 이 때문에 수조 등을 갖춘 임시저장고에서 열을 식히고 저장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보관기간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0~60년이며, 이 기간이 지난 사용후핵연료는 인간생활과 영구히 격리하는 최종처분 단계를 밟게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임시저장 이후에 처리할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이 없다는 점이다.고준위방폐장 설립까지 조사계획 13년, 실증연구 14년, 영구처분시설건립 10년 등 최소 37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건설을 시작해도 포화 시점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가장 먼저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시설은 한빛원전으로 2030년으로 예상된다. 이후 한울원전이 2031년, 고리원전이 2032년으로 전망된다.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되면 원전은 순차적으로 멈춰야 한다. 원전이 멈추면 더 비싼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4-04-07 19:04:31[파이낸셜뉴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영구 처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50년까지 약 1조7000억원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정부가 추산했다. 정부는 27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서면으로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연구개발 로드맵'(로드맵)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2050년까지 한국형 처분시스템 개발 목표 이번 연구개발 로드맵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단계별 기술개발 계획으로, 2021년 12월 수립한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의 후속조치 성격이다. 정부에 따르면 관리기술 확보는 고준위 방폐물 안전 관리의 핵심으로서 국민 우려와 불안감 해소를 위한 출발점으로 스웨덴, 스위스 등 주요 선도국들은 30년 이상의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수립·운영하고 있다. 특히 방폐물 및 암반특성을 고려한 한국형 처분시스템을 개발하고, 현재의 R&D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을 확보해 심층환경에서의 연구 실증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연구개발 로드맵은 운반, 저장, 부지, 처분, 부피저감, 독성저감 등 6개 분야에 대해 전문가들이 상세하게 분석한 △요소기술 및 국내 기술수준 △기술개발 일정·방법 △소요 재원 등을 담고 있다. 우선 6개 분야 130개의 요소기술과 473개의 세부기술을 도출했고, 요소기술 130개 중 23개는 기(旣)확보, 74개는 개발 중, 33개는 향후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각 분야별 기술은 선도국 대비 약 60~80%의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술개발 일정의 경우 운반·저장 분야 기술은 중간저장시설 인허가 심사가 착수되는 2030년대 후반까지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부지 분야 기술은 향후 관리시설 부지선정 단계별 적용 기술을 순차적으로 확보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처분 분야 기술은 국내 방폐물 및 암반 특성을 고려한 한국형 처분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2050년대까지 기술을 확보하고, 처분시설과 유사한 심도에서의 실험을 위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확보를 추진할 예정이다. 부피·독성저감 분야 기술은 2026년까지 실증시설 기본설계 및 고속로 안전성 향상 관련 핵심 세부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R&D 1조1414억 원, 인프라 5138억 원 등 처분시설 운영 시까지의 약 1조7000억 원의 투자소요를 도출했다. 예산은 방폐물관리기금 및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SMR 기술확보에 민·관 협력 '총력' 이 밖에도 정부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자로 분야에서 민관 협력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략도 확정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민간이 참여하는 고온가스로 개발 프로젝트를 신규로 추진해 원자로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민간 주도의 국내·외 사업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또 시장수요에 맞는 기술개발을 위해 기술개발 초기부터 수요·공급기업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운영하고 정부가 기술과 연구개발 재원을 공급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차세대 원자력에 대한 핵심인력 필요성에 따라 올해부터 전문인력 양성센터를 설립해 원자력 융·복합 전공과목을 개설하고 산·학·연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원전산업 고도화에 따라 늘어날 인력수요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4500명의 전문인력 양성을 추진하고 고급인력 육성을 위해 원자력 유관 전공 대학·대학원을 집중지원에 나선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4-02-27 16:39:28[파이낸셜뉴스] 강원도 삼척시 주민들이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9-2부(재판장 김승주 부장판사)는 15일 삼척시 주민 1166명이 원자력진흥위를 상대로 낸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무효 확인 소송에서 주민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각하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앞서 삼척시 주민들은 2022년 3월 삼척시와 함께 원자력진흥위를 상대로 1심 행정소송을 제기했었다. 2021년 국무총리 소속 원자력안전위가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의결했는데, 삼척시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중간 저장 지역으로 선정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계획을 무효로 해달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또 삼척시는 정부가 계획 수립에 있어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는 취지로 소송 이유도 밝혔다. 쟁점은 삼척시와 주민들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의 무효를 구할 원고가 될 수 있는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처분성이 있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지 등이었다. 1심 서울행정법원은 2023년 4월 주민들과 삼척시가 제기한 무효확인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요건 중 일부가 흠결돼 처분의 위법성 등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그전에 형식적 판결로 소송을 종결하는 판결을 말한다. 이에 주민들과 삼척시는 항소를 제기했으나 삼척시는 항소를 취하하면서 주민들만 원고로 남아 항소를 진행했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법조전문기자·변호사
2024-02-15 15:39:5821대 국회가 조만간 끝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여러 민생법안 중 고준위 방폐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자동폐기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법은 2021년 9월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에 의해 발의되었다. 이어 2022년 8월 국민의힘 김영식·이인선 의원이 특별법안을 추가 발의하였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3개 법안을 10여차례에 걸쳐 병합 심의하였지만,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야 모두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에 공감하고 있음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표면상의 이유는 '관리시설 확보를 위한 목표 시점 명기 여부'와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최대 저장용량 설정 기준' 등 2가지 쟁점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적 이유는 정부 여당과 야당의 근본적인 입장 차이 때문이다. 여당은 원자력을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반면 기본적으로 원자력에 반대하는 야당은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이 원전 확대의 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야당이 특별법 합의에 미온적이다.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온 지난 2년 동안 고준위 방폐물 처분부지 확보라는 특별법의 본래 취지는 무색해지고 여야가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민국은 거의 반세기 동안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원자력 발전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원자력에 대한 호불호와 찬반 의견이 나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고준위 방폐물은 엄연히 존재한다. 고준위 방폐물은 안전하게 관리되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한 저장시설과 처분시설이 확보되어야만 하고, 이 과정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한다. 이를 미래 세대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고준위 방폐물은 해결해야만 할 숙제이고 그 숙제는 우리의 몫이다. 그 첫걸음이 특별법 제정이다. 이 특별법은 원자력을 미래 에너지로 이용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법이 아니다. 고준위 방폐물의 최종처분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법이다. 이 점에 대해 여야가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 그래야만 특별법 제정에 진전이 있을 것이다. 유럽연합은 2022년 2월 원자력을 그린 택소노미(녹색산업분류)에 포함시키면서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물 처분에 관한 정부의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전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원자력을 K택소노미에 포함하면서 고준위 방폐장 마련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세대가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미래 세대에 화장실 없는 집을 물려주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 국회가 국민과 미래 세대가 고준위 방폐물에 대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입법으로 답해야 한다. 21대 국회가 정쟁에서 벗어나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취지에 맞는 성과를 내주기를 고대한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4-01-31 18:15:15[파이낸셜뉴스] 방사성폐기물 관련 산·학·연 관계자들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중위)에 계류중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의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폐물을 현재 원전 내 수조에 임시저장하고 있지만 저장한계가 임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21대 국회 회기 처리하지 못하면 원전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와 더불어 미래세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등 산·학·연 관계자들은 2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신년회를 가진데 이어 국회 소통관에서 '고준위 특별법'의 처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신년회에서는 방사성폐기물학회, 원자력학회를 비롯한 학계와 벽산엔지니어링,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환경공단 등 100여명의 산학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방폐물 산학연 관계자들이 국회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고준위 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인 산중위 법안소위에서 그동안 11차례에 걸쳐 논의했지만 여야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특별법 이전에도 9차례의 부지선정 과정을 진행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현재 발전소 내 습식저장조는 포화가 임박하고 있다. 2023년 4분기 기준으로 저장률이 78.7%에 달하는 한빛원전이 2030년, 한울원전은 2031년이면 발전소 수조의 저장 공간이 가득차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저장시설 완공 전까지 고준위 방폐물을 한시적으로 보관할 원전부지 내 건식저장 시설을 건설하는데 최소 7년이 소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경우 원전 가동을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안 처리가 이처럼 급하게 필요함에도 여야는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다만 고준위 방폐물 영구 처리를 위해 법안 제정이 시급한 만큼 여야 지도부에 논의를 맡겨진 상황이다. 방폐물 산학연 관계자는 " 지난 10년 동안 보수·진보 정부에서 각각 실시한 전국규모 공론화의 결과물인 특별법안이 이번 국회에서 마저 허무하게 또 폐기되고 만다면 고준위방폐물을 둘러싼 극심한 사회적 갈등의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수많은 지역주민, 지자체, 지방의회 및 산학연 전문가와 미래세대까지 나서 성명서 발표, 탄원서 제출, 기고 등을 통해 특별법 제정의 열망을 우리 국회에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국회가 이 열망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엄중한 시점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고준위방폐물 관리'라는 본래의 입법 취지와 목적에만 다시 집중해,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라는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임무를 완수해달라"고 촉구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4-01-25 14:34:07[파이낸셜뉴스] 원전을 운용 중인 주요 국가들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처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지난 40여년간 9차례의 부지선정 과정이 실패하면서 21대 국회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을 만들어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야 간 이견에 지난 11월 22일 있었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는 고준위 특별법 심의를 처리하지 못했다. 현재 고준위 특별법은 여야가 12월 임시국회에서 신속처리를 원하는 법안리스트에 포함된 상태다. ■'탈원전' 잔상에 고준위 특별법 '표류' 1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정책위의장과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19일 국회에서 '2+2 협의체' 3차 회의를 열고 양당이 12월 임시국회 최우선 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논의될 법안에는 국회 산업위가 처리하지 못한 '고준위 특별법'도 포함된 상태다. 고준위 특별법이 상임위를 떠나 여야 지도부의 손으로 넘어간 만큼 다소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비관적 전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자칫 12월 중 통과가 불발되면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부담으로 작용해 사실상 자동폐기 절차를 밟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당초 고준위 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먼저 발의했고, 이어 국민의힘 이인선·김영식 의원이 특별법안을 추가로 발의해 국회에서 3가지 안을 병합 심의해 왔다. 그간 여야의 노력으로 고준위 특별법의 쟁점은 대부분 해소됐고 '관리시설 확보 목표 시점 명시 여부'와 '부지 내 고준위 방폐물 저장시설의 최대 저장 용량 설정 기준' 등 2개의 핵심 쟁점만 남겨 둔 상태다. 민주당은 원전 내 저장시설 규모를 원자로 '설계수명' 기준 발생량으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 같은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법안 발의 목적이 국민의 힘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당초 김성환 의원의 발의안은 2021년 9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기존 원전의 '질서있는 퇴장'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친(親)원전으로 에너지 기조가 바뀌자 입장이 바뀌었다. 탈원전을 전제하지 않은 영구 방폐장은 원전의 계속 운전과 신규 건설을 오히려 뒷받침할 수 있다고 민주당 측이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쌓여가는 고준위 폐기물…전력 생산 차질 우려 이처럼 여야가 고준위 특별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갈 곳 없는 사용후핵연료는 쌓여가고 있다. 1978년 고리원전이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45년간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쌓여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1만8600t에 달한다. 문제는 7년 뒤인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임시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는 점이다. 예상 포화 시점은 2030년 한빛원전, 2032년 고리원전(조밀저장대 적용 시), 2037년 월성원전 순이다. 이대로는 원전 가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간 저장 시설과 영구 처분 시설을 지을 부지 선정과 공사 착수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원전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전력 수급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에는 원전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32.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생산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력생산도 줄여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원전 가동 차질은 치명적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끝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당사국들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공정하고 질서정연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에너지 체계에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을 개시할 필요가 있다"고 규정했다. ■방폐장 없으면, 원전 수출 걸림돌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미뤄질수록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22년 친환경 투자기준인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면서 여러가지 단서 조항을 달았다. 그중 하나가 "모든 원전은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을 위해 운영 가능한 처분시설을 갖춰야 할 뿐 아니라 2050년까지 고준위폐기물을 처리하는 처분장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고준위 특별법이 통과돼야만 EU 회원국가에 원전 수출이 용이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현재 UAE 원전 수출을 토대로 이집트, 루마니아에 이어 폴란드, 체코 등으로 진출을 추진 중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3-12-17 18:03:46지난 1978년 고리 1호기가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로 우리나라 산업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져왔다. 원자력발전은 연중무휴로 발전할 수 있으며, 기상이나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발전 단가도 다른 어떤 전원보다 저렴하다. 산업국가인 우리나라가 원전을 주요 발전원으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전을 사용하는 나라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라고 불리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리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말 그대로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을 마친 폐연료봉이다. 폐연료봉은 원전 내 수조에 보관하는 임시저장-말려서 저장하는 중간저장-지하 깊숙한 곳에 방폐장을 짓고 매장하는 영구처분의 과정을 거친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사용후 핵연료는 방폐장 건설 외에 대안이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를 놓고 수십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폐장 건설 추진은 지난 1983년 시작됐고, 지금까지 9차례의 부지선정에 실패했다. 무려 40년간 논의됐으나 진척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임시저장고의 저장용량은 한계치에 임박했다. 올 3·4분기 기준 저장률이 78.7%에 달하는 한빛원자력본부가 2030년, 한울원자력본부는 2031년 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위해 우선적으로 진행할 부지 내 저장시설의 건설 기간을 감안하면 앞으로 남은 7년이라는 시간도 촉박한 상황이다. 특히 주요 원전 운용 국가 들 중 영구 처분장 부지선정 작업에도 착수하지 못한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원전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양질의 값싼 전기를 공급해온 원전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서 '빛'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원전 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는 '빚'이라는 점에서 후세대에 결정을 떠넘겨서도 안 될 일이다. 현재 사용후 핵연료 처리방안을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통과 여부는 미궁 속에 빠져 있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여야 이견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원전의 순차적 가동중지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40년 묵은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를 위한 첫걸음, 그것을 위한 양당의 대승적 판단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경제부 차장
2023-11-29 18:36:34[,파이낸셜뉴스] 지난 1978년 고리 1호기가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로 우리나라 산업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져왔다. 원자력발전은 연중무휴로 발전할 수 있으며, 기상이나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발전단가도 다른 어떤 전원보다 저렴하다. 산업국가인 우리나라가 원전을 주요 발전원으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전을 사용하는 나라는 반드시 대가를 치뤄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라고 불리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말 그대로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을 마친 폐연료봉이다. 폐연료봉은 원전 내 수조에 보관하는 임시저장-말려서 저장하는 중간저장-지하 깊숙한 곳에 방폐장을 짓고 매장하는 영구처분의 과정을 거친다.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사용후 핵연료는 방폐장 건설 외에 대안이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를 놓고 수 십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방폐장 건설 추진은 지난 1983년부터 시작됐고, 지금까지 9차례의 부지선정에 실패했다. 무려 40년간 논의됐으나 진척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임시저장고의 저장 용량은 한계치에 임박했다. 올 3분기 기준 저장률이 78.7%에 달하는 한빛원자력본부가 2030년, 한울원자력본부는 2031년 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위해 우선적으로 진행할 부지 내 저장시설의 건설 기간을 감안하면 앞으로 남은 7년이라는 시간도 촉박한 상황이다. 특히 주요 원전 운용 국가 들 중 영구 처분장 부지선정 작업에도 착수하지 못한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원전을 좋아하던 싫어하던 양질의 값싼 전기를 공급해온 원전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서 '빛'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원전 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는 '빚'이라는 점에서 후세대에 결정을 떠넘겨서도 안될 일이다. 현재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방안을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통과 여부는 미궁 속에 빠져 있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여야 이견에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원전의 순차적 가동 중지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40년 묵은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를 위한 첫걸음, 그것을 위한 양당의 대승적 판단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3-11-29 14:5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