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더불어민주당이 대한민국 사법부를 너무 우롱하면서 무시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규모 장외집회, 판사 탄핵 협박, 국회의원 서명 릴레이 무죄탄원서에 이어 야당 지자체장까지 동원해서 판사들을 겁박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내년도 법원 예산을 246억원 늘려서 판사들을 회유하려 들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을 앞두고 한 손엔 채찍, 한 손엔 당근을 들고 판사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속셈"이라며 "이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명예와 자존심을 짓밟는 행태"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추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인사가 '법관 출신 주제에'라며 판사들을 무시하는 언행을 쏟아낸 데는 법관들을 자기들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다는 오만함이 배경으로 작용했던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 본인은 집회 질서유지를 위해 노력하다가 폭력시위대에 무차별 폭행을 당한 경찰을 두고 80년대 백골단에 비유했다. 황당무계한 주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추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포와 민주당의 공권력 인식 수준이 40여년 전 80년대에 갇혀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최근들어 계엄 준비, 전쟁획책과 같은 허무맹랑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추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40년 전 멈춘 운동권식 사고의 틀을 깨고 단 한 발짝이라도 미래를 향해 내닫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추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둔 재판부를 향해서도 "대한민국 사법부를 믿는다"며 "대한민국 판사들이 결코 민주당의 얄팍한 회유와 협박에 흔들리지 않고 법리와 양심에 근거해 판결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이해람 기자
2024-11-12 10:13:23사이버 레커의 사적제재가 극단으로 치달으며 인명 피해까지 유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이버 레커는 사고가 나면 몰리는 레커처럼, 어떤 사회적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소문을 퍼나르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유튜브는 사이버 레커의 수익 창출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사적제재를 막으려 하지만, 결국 공권력이 강화돼야 근절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회문제로 번진 사적제재 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새벽 광주에서 유튜버의 추척을 피해 달아나던 30대 남성 운전자가 대형 트레일러를 들이받고 사망했다. 피해 운전자는 유튜버 A씨 등이 탄 차량 3대와 1.9km의 추격전을 벌이다 사고를 당했다. 해당 유튜버는 밤거리에 잠복해 있다가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는 운전자를 추적·응징하는 영상을 찍어 올린다. 그의 도를 넘는 사적제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도 다른 운전자를 위협했다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었다. 시민들은 사적제재를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인식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 2월 발표한 '사이버 레커 콘텐츠 이용 및 인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2.0%가 사적제재를 사회 문제라고 답했다. 설문조사는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대학원생 강모씨(29)는 "사적제재가 도를 넘어서 형사사건으로 비화하는 사례를 자주 접하곤 한다"며 "자신들은 '정의 구현'을 한다고 말하지만, 무슨 근거로 그들의 '정의 구현'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사적제재가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는 위법행위라고 비판했다. 김현식 K&J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누군가를 처벌한다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법에 따라 그 권한을 위임받은 법원과 검찰, 경찰 등 공권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어떠한 권한이 없는 유튜버 등 민간인이 처벌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법에서 정한 절차를 위배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공권력 강화가 답 콘텐츠의 조회 수가 곧 사이버 레커들에게 수익이다 보니 사적제재의 수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유튜브는 사이버 레커에 대해 수익 정지 처분을 내려 사적제재의 과열을 막으려 한다. 해당 유튜버의 계정을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의 수익 정지 처분이 영구적이지 않으므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유튜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수익 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이 거부되더라도 수익 정지일로부터 90일 후에 YPP 참여를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일각에선 사적제재를 근절하기 위해선 공권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자가 법 감정의 보편적 평균 입장과 비례하는 형벌을 받으며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방향으로 공권력이 변화해야 한다"며 "'공권력이 알아서 해주겠지'란 생각이 없기 때문에 사적제재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 역시 "미국 등에선 죄를 저지르면 징역 300년, 징역 500년을 선고하는 등 공권력이 실현 불가능할 정도로 엄벌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며 "때론 보여주기식이라도 엄벌을 내리면서 범죄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10-02 19:03:38[파이낸셜뉴스] 사이버 레커의 사적제재가 극단으로 치달으며 인명 피해까지 유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이버 레커는 사고가 나면 몰리는 레커처럼, 어떤 사회적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소문을 퍼나르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유튜브는 사이버 레커의 수익 창출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사적제재를 막으려 하지만, 결국 공권력이 강화돼야 근절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회문제로 번진 사적제재 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새벽 광주에서 유튜버의 추척을 피해 달아나던 30대 남성 운전자가 대형 트레일러를 들이받고 사망했다. 피해 운전자는 유튜버 A씨 등이 탄 차량 3대와 1.9km의 추격전을 벌이다 사고를 당했다. 해당 유튜버는 밤거리에 잠복해 있다가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는 운전자를 추적·응징하는 영상을 찍어 올린다. 그의 도를 넘는 사적제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도 다른 운전자를 위협했다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시민들은 사적제재를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인식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 2월 발표한 '사이버 레커 콘텐츠 이용 및 인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2.0%가 사적제재를 사회 문제라고 답했다. 설문조사는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대학원생 강모씨(29)는 "사적제재가 도를 넘어서 형사사건으로 비화하는 사례를 자주 접하곤 한다"며 "자신들은 '정의 구현'을 한다고 말하지만, 무슨 근거로 그들의 '정의 구현'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사적제재가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는 위법행위라고 비판했다. 김현식 K&J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누군가를 처벌한다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법에 따라 그 권한을 위임받은 법원과 검찰, 경찰 등 공권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어떠한 권한이 없는 유튜버 등 민간인이 처벌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법에서 정한 절차를 위배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공권력 강화가 답 콘텐츠의 조회 수가 곧 사이버 레커들에게 수익이다 보니 사적제재의 수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유튜브는 사이버 레커에 대해 수익 정지 처분을 내려 사적제재의 과열을 막으려 한다. 해당 유튜버의 계정을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의 수익 정지 처분이 영구적이지 않으므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유튜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수익 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이 거부되더라도 수익 정지일로부터 90일 후에 YPP 참여를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일각에선 사적제재를 근절하기 위해선 공권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자가 법 감정의 보편적 평균 입장과 비례하는 형벌을 받으며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방향으로 공권력이 변화해야 한다"며 "'공권력이 알아서 해주겠지'란 생각이 없기 때문에 사적제재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 역시 "미국 등에선 죄를 저지르면 징역 300년, 징역 500년을 선고하는 등 공권력이 실현 불가능할 정도로 엄벌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며 "때론 보여주기식이라도 엄벌을 내리면서 범죄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09-30 15:13:17[파이낸셜뉴스] 지난 대선에서 허위 사실을 발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결심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이런 식으로 국가 공권력을 남용하고 수사권, 기소권을 남용해 특정인을 표적으로 해서 없는 죄를 만들어 고생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인권, 오랫동안 만들어왔던 민주주의 시스템이 검찰의 무리한 권력 남용으로 다 훼손되게 생겼다"며 "결국 사법부의 마지막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권의 최후 보루,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현명하게 판단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의 권력 남용으로 기소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으로 만들었다"며 "제가 한 말 자체가 객관적으로 문제가 되면 말 자체로 해석을 하면 되는데, 이런저런 해석을 붙여서 기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문기 전 처장에게 전화해서 신세진 기억이 있으니 그 부분만 말했고, 이후 조작된 사진이 나와서 나름의 지적을 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마치 다른 어떤 행위를 아니다, 그 반대 사실을 얘기한거다 라며 기소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협박이라고 화가 나서 과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압박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며 "검찰은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온갖 공문들도 확보했을 텐데, 제시하지 않고 있다. 증거를 조작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시절 알지 못했다"고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의 핵심 실무자로 알려졌다. 또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고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기일은 오는 11월 15일 열릴 예정이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9-20 20:14:34[파이낸셜뉴스] 인간은 스스로의 본성을 적절히 통제하는 방법으로 자신과 사회의 안전을 보전하고 있다. 변덕이 우리의 본성이라서 일관성이 우리의 덕목이 되었다. 우리는 자신의 말을 번복하는 사람을 잘 신뢰하지 않으며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곳에 그런 사람의 말을 참고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렇게 변덕스러운 사람이 그저 나의 친한 친구이거나 나에게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포용할 수도 있다. 뭐 어떤가, 나에게 무해한 변덕이라면.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유해한 변덕이다. 우리가 ‘일관된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여 우리에게 안정적인 삶의 환경을 제공해줄 것이다’라고 믿고 우리의 권력을 나누어 준, 공권력을 집행하는 자들의 변덕은 매우 유해하다. 행정기본법은 이러한 변덕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 동법 제12조는 신뢰보호의 원칙이라는 표제 아래, 제1항에서 “행정청은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에 대한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하여야 한다.”라고, 제2항에서 “행정청은 권한 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국민이 그 권한이 행사되지 않을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권한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들은 ‘행정청을 믿은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이념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예컨대 어떤 사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담당 행정기관에서 진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회신을 했다고 하자. 그런데 막상 사업 추진의 막바지에 이르러, 아무런 중요한 사정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이 말을 바꾸면서 필요한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하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 사람은 그동안 들인 시간과 비용을 완전히 날려버리게 될 수 있다. 신뢰보호의 원칙이 작동하게 된다면 혹여 인허가 기준에 다소간 부합하지 않더라도 행정청을 믿은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하여 인허가를 해줘야 하게 될 수 있다. 실제 판결례들을 살펴보자. 약국개설등록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에 대해 담당자가 현장 확인 등을 거쳐 약국개설등록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은 후 임대차계약도 하고 인테리어를 한 사람에 대하여 약국개설등록 불가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부산지방법원 2020. 12. 18. 선고 2020구합24111 판결), 공장설립에 관한 고시를 하여 놓고 그에 부합하는 공장신설을 불승인한 것은 위법하다고 본 사례(대전지방법원 2015. 10. 22. 선고 2014구합100428 판결), 시정명령에 따른 시정완료되었다는 내용이 통보되어 이를 믿고 행위 한 당사자에게 다시 그 내용에 반하는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본 사례(부산지방법원 2020. 8. 21. 선고 2020구합20744 판결), 의료인들은 새로운 의료기기를 병원에 도입하고자 할 때 그 적법성 여부에 대한 행정청의 선행의견을 듣고 결정하게 되므로 보건복지부장관과 그 산하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그에 관하여 일반에 공개하는 것을 전제로 제공한 의견은 공적 견해 표명이므로 그에 따라 행위한 자들에 대하여 행정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19. 4. 3. 선고 2018누70976 판결)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공권력의 언동이 국민의 업무나 재산상으로 해를 가할 수 있었던 경우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일상적인 삶의 계획에 큰 지장을 줄 뻔한 사안도 있었다. A씨는 2006년 병역 신체검사 결과 신체등위 5급(본태성 고혈압)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고 제2국민역으로 편입되었다. A씨는 투병 중인 아버지의 사업을 돕기도 하는 등 성실하게 사회생활과 경제생활을 해나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2008년 병역면탈자 조사 과정에서, ‘A씨의 혈압이 4급의 공익근무요원 소집대상에 해당하는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담당 군의관이 착오로 5급의 제2국민역 대상에 해당하는 혈압수치로 잘못 판정하였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A씨는 다시 신체검사를 받은 후 제2국민역 병역처분에 대한 취소 및 공익근무요원 소집대상 병역처분을 받게 되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면제’라고 믿고 그에 부합하도록 생활을 영위해온 사람에 대하여 2년만에 갑자기 나타나 이를 취소하고 공익근무요원 편입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09. 4. 22. 선고 2008구합2271 판결). 요컨대, 공권력의 변덕은 유해하다. 우리 법은 사후적으로나마 그러한 해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을 작동시키고 있기에 국민으로서는 그 때로는 그 원칙에 기대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권력 스스로가 그 원칙에 의지하고자 한다면 더욱 유해할 뿐이다.
2024-07-26 14:39:47[파이낸셜뉴스]우여곡절이 많았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에 우리나라 공권력이 총동원됐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방재청, 기상청 등 관여 부처가 한 두 곳이 아니다. 심지어 대통령실도 이번 행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부처의 수장들은 이번 K팝 콘서트에 직간접으로 관여돼 있다. K팝 행사에 다수의 정부 부처의 수장들이 직접 관여하는 유래가 드문 행사로 남을 전망이다. 제6호 태풍 '카눈'이 아직 한반도에 머문 와중에도 11일 오후 7시 공연은 예정대로 치러진다. 윤석열 정부에서 실세장관으로 불리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행사 하루전에 콘서트 행사장인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직접 점검했다. 최훈 행안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은 "행안부는 이날 오전부터 행사장 전반에 대해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인파안전 사고예방을 위해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진출입로의 보행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며, 비상대피로 확보 여부도 점검한다"라고 설명했다. 행사 진행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돕고 있다.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은 "스카우트 대원들은 약 1천대 이상의 버스 1대당 전담 안내요원의 안내에 따라 숙소부터 경기장까지 안전하게 이동한다"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대원들은 엄밀한 시간 계획에 따라 오후 2시부터 5시 30분까지 순차적으로 입장하며,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정부가) 동선을 관리한다"라고 설명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3시간 30분에 걸쳐 순차적으로 입장한다. 관람석은 객석 3만7000석 외에 그라운드 좌석 6000석이 배치돼 총 4만3000석이 준비되며, 기온과 숙소로의 이동 시간, 출국 일정 등을 고려해 자리 배치 및 입·퇴장을 진행한다. 응급의료 조치 관련, 보건복지부, 서울시, 마포구, 소방서 등과 협업해 현장 응급의료소 4개소 설치, 구급차 10대 배치 등 비상 상황에 신속 대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의료인력도 40여명 배치되며, 대원들에게는 물병 9만여병이 제공된다. 특히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에 대비해 기상청 예보관이 현장에 상주하며 상황을 공유 중이다. 행사장 내에는 통로별 소방 200여명, 경찰 600여명이 배치돼 인파관리와 긴급환자 신속 구급활동을 실시한다. 행사장 외부에는 교통통제와 인파관리를 위해 경찰이 배치된다. 콘서트 종료 후 참가자들의 숙소 이동에 대해서는 "경찰청과 국토교통부가 수송 계획에 따라 치밀하게 준비중이다. 한편, 이번 콘서트에는 뉴진스 등 인기 K팝 그룹이 참여한다. K-팝 슈퍼라이브에 출연하는 아티스트는 뉴진스, NCT 드림, 있지(ITZY), 마마무, 더보이즈, 셔누&형원, 프로미스나인, 제로베이스원, 강다니엘, 권은비, 조유리, 피원하모니, 카드, 더뉴식스, ATBO, 싸이커스, 홀리뱅, 리베란테 등 모두 18개 팀이다. 당초 방탄소년단(BTS)의 출연 여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됐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2023-08-10 20:34:41권위주의 시대의 국가 수사력은 최강이었다. 여론용이었을지언정 국민은 시원했다. 급조된 '특별수사본부' '합동수사본부'가 수사력을 총동원, 폭력이든 뇌물이든 짧은 기간에 때려잡았다. '범죄와의 전쟁'은 실제 전쟁을 하듯 조폭 졸개까지 소탕했고 마약전담수사부는 마약쟁이들을 싹쓸이해 청정국 소리를 듣게 됐다. 민주화의 진전은 범죄 대응에서는 후퇴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기강 확립이 민주화에 역행한다고 오판한 탓이다. 간첩은 조직 속에 파고들어 공공연히 날뛰었고, 부정과 비리도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를 쳤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권력은 땅에 떨어지다 못해 파묻혔다. 불법시위를 보고도 경찰은 멀뚱거리기만 했다. 흉악범을 잡아야 할 경찰이 되레 같은 경찰에게 112 신고를 한 적도 있다. '검찰의 칼' 대검 중앙수사부는 '권력의 시녀'라는 조롱 속에 종언을 고했다. '검수완박'은 검찰 무력화를 완결시켰다. 비대 권력의 다이어트란 미명 아래 검찰은 손발이 묶였다. '살아 있는 권력'을 잡으란 임무를 넘겨받은 공수처는 눈치만 보며 '시녀'의 옷을 벗지 못했다.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거악은 음모를 꾸밀 텐데 무슨 수사를 하고 있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숨어 있던 범죄자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발호하기 시작했다. 허울 좋은 '전쟁 선언'이 이어지지만 나약해진 수사력은 기를 못 쓴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게 작년 10월이다. 반년이 지났어도 마약꾼들은 콧방귀를 뀐다. 잃어버린 지갑을 4시간 만에 찾아주는 경이로운 한국에 외국 관광객들은 감격한다. 택배 물건을 쌓아두어도 훔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택시강도나 아리랑치기, 빈집털이범, 소매치기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의 치안이 최고라고 생각할 만하다. 과연 그런가. 한국에서 범죄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안다. 외국인들은 한쪽만 본 것이다. 도둑과 강도들은 이득도 적고 CCTV에 찍히는 '위험한' 범죄에서 떠났다. 컴퓨터를 배워 디지털 범죄의 소굴로 찾아들었다. 세상을 디지털이 지배하면서 범죄의 판도도 바뀌었는데 당국은 변신하지 못했다. 국민을 위협하는 범죄는 강절도보다는 디지털 사기범들이다. 스미싱과 보이스피싱은 갈수록 악랄해지며 당국을 우롱한다. 독버섯처럼 우리 가족들에게 파고든다. 아는지 모르는지 당국은 속수무책이다. 일반인에게도 쉬 눈에 띄는 대규모 주가조작을 감독관들은 까막눈처럼 알아채지 못한다. 주식시장이 온통 사기판인데도 눈뜬 장님, 천하태평, 모르쇠다. 이해 불가의 책임 해태는 능력부족에 의지박약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금융증권범죄수사부를 없애버린 전 정권도 힘을 보탰다. 전세사기로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범죄는 누구 책임인가. 이 지경이 되도록 당국자는 눈곱만큼의 정보도 없었다. 도둑과 강도가 없어졌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전셋집에 도둑이 들어 패물을 훔쳐 갔다 해도 목숨까지야 버리겠는가. 강도·폭력보다 지능범죄가 더 무서움을 이제야 알아채고 있다. 통계적으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사기범죄 1위국이다. 수사체계를 가다듬어 지능범죄, 디지털사기로 집중해야 한다. 공권력 회복은 한시가 급하다. 공권력 강화를 민주화의 후퇴와 동일시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범죄를 몰아내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 게 바로 민주화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
2023-05-22 18:38:22#. 지난 2일 서울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전국장애인단체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는 격렬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의 지하철 탑승 시도에 경찰이 막아서면서 13시간 동안 대치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관들이 폭행을 당하는 사태도 터졌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는 "한 장애인 단체 회원은 전동휠체어를 개조해 쇠로 둘러쌓아 경찰에게 돌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구급차에 실려 간 직원도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지난해 경찰관 대상 폭행 사건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공권력 경시 풍조가 여전한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집회, 시위, 야외 활동, 주취자(술에 취한 상태에 있는 사람) 등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현직 경찰관들은 "경찰들의 안전과 인권은 누가 보장해주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집행방해 검거 건수는 9432건으로 전년도 대비 16.4%가 늘었다. 감소 흐름이 증가세로 전환된 것. 공무집행방해 검거 건수는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9400~9500명 수준을 나타내다가 지난 2021년 8104명으로 줄어든 바 있다. 공무집행방해 검거 인원도 지난 2018~2020년 1만1000명대 수준이었던 것이 지난 2021년 9132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1만명(1만302명)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늘어난 폭력을 체감하는 것은 현장 경찰관들이다. 술집 등이 많이 위치한 서울 번화가 인근 파출소에 근무하고 있는 순경 A씨는 "지난해부터 난폭 주취자 관련 출동이 매우 많아졌고 일주일에 한번은 크고 작은 경찰관 폭행 시비에 휘말린다"며 "강경하게 대응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어 당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일부 시민들은 경찰관을 향한 욕설과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A씨는 "새해에 남산타워 인파관리 지원을 나가서 '의자나 난간에 올라가시면 안 됩니다'라고 안내했다가 '이태원 참사 터지고 정신은 차렸냐, XX들아, 괜히 유난이야' 등의 욕설을 들었다"며 "이런 욕설에 일일이 대응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서 듣고만 있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서울 지역 기동대에 근무 중인 순경 B씨는 "급격히 잦아진 집회·시위에 업무 강도도 높아졌는데 현장에서는 집회·시위 참가자들이나 교통 체증을 겪는 시민들도 경찰에게 온갖 욕설을 하니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경찰관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등에 보다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찰관 대상 공무집행방해죄 처벌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3-01-09 18:13:3310여년 전 서울 마포구 지역에서 교통 사각지대를 취재할 일이 있었다. 교통 안내판 표시가 애매해서 대형마트 주차장 출구에서 나오는 애꿎은 운전자들을 불법 유턴하게 만드는 현장이었다. 그런데 악명 높던 그 교통 사각지대에서 경찰들은 반나절에 수십장씩 교통범칙금만 부과하는 모습을 봤다. 경찰들에게 다가가 헛갈리기 쉬운 교통 안내표시를 고쳐서 시민안전 확보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그건 경찰의 업무가 아니라는 거였다. 불편하면 시민들이 직접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넣으면 된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의 주 업무는 범죄행위 단속이라는 거였다. 최근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에 대처하는 경찰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찰은 안전 확보보다 불법행위 적발이 우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참사 당일 이태원 지역에 마약 단속 등 불법행위자 적발을 위한 사복경찰을 50명 가까이 배치했다. 나머지 질서유지 경찰이 수십명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참사 수시간 전부터 압사 우려 등 안전사고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가 11건이나 들어왔지만 경찰은 인파 이동을 원활히 하기 위한 교통통제조차 하지 않았다. 참사 전조현상을 무시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10만명의 군중이 모일 것으로 예상됐던 이태원에서 교통통제만 제대로 했다면, 지하철의 무정차 통과요청만 제대로 했다면, 용산구청이 안전조치를 했다면 수많은 목숨을 구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만 계속 남는다. 주최 측이 없었기 때문에 관리하지 못했다는 책임회피는 그만해야 한다. 출퇴근시간에 교통체증만 생겨도 경찰이 원활한 흐름을 위해 나선다. 주최 측이 있어서가 아니다.윤석열 정부 들어 경찰국 신설과 함께 경찰 고위직 인사권을 쥔 행정안전부 수장의 답변도 실망스럽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발언해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이 장관은 또한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해 다시 논란을 빚었다. 비난이 거세지자 이 장관은 짧은 유감성명을 내는 데 그쳤다. 이번 사태가 '행정 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적 애도기간에 정쟁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재발을 막기 위해선 책임소재와 원인은 분명히 따져야 한다. 그래야만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제2의 이태원 참사'를 막을 수 있다. 또한 경찰 조직을 장악한 행정안전부는 부처 명칭에 '안전'이라는 단어가 명시된 것을 절대 망각하지 말자. 공권력의 존재 가치는 언제나 국민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전국부장
2022-11-02 18:28:08[파이낸셜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감사원의 서면조사 통보를 거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감사원이 조사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며 조사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 "공권력 행사는 원래 당하는 사람은 다 불편한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이 과민반응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정감사 대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의 감사원 조사 거부에 대해 "사정에 따라 (질문지 수령은) 제출할 수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을 무례하다고 한 것은 과민반응"이라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답변을 못하면 답변을 못하는 사유를 말하면 되지, 나에게 묻는 게 무례하다고 한 건 너무 과민 반응"이라며 "그러다보니 오히려 이게 무슨 큰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무례하다고 한 것 자체가 '나는 예외다'라는 생각이 포함된 것 아니겠나"라며 "전직 대통령 중에서 수사받고 구속도 돼 있고, 그 이전에 답변을 다 낸 분들도 있는데 무례하다고 하는 건 왜 무례하다는 건지.."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감사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문 전 대통령이 6시간이나 조치를 취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다든가 하는 것"이라며 "감사원이 조사하지 않으면 오히려 감사원의 직무유기"라고 직격했다. 감사원의 조사가 안 이뤄질 경우 검찰 수사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피격 사건 유족들이 고발해놓지 않았나"라며 강제 수사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그런 절차는 각 기관이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라면서도 "원래 공권력의 행사라는 건 행사 당하는 사람은 다 불편하고 불쾌한 것이다. 무례하지 않은 공권력 행사가 어디 있겠나"라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정경수 기자
2022-10-04 11:5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