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미국)=이보미 기자】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이하 현지시간) "안정적인 무역·경제 질서를 위협하는 요소로 인한 공급망 교란 등에 대해 3국 간 긴밀한 대화와 연대를 통해 전략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와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이날 미국 재무부에서 사상 첫 한미일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협력 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정상 간 합의를 토대로 오늘 첫 번째 한·미·일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3국 재무장관의 만남은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3국 재무장관 회의 신설에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최 부총리는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지정학적 긴장과 충돌이 갈수록 복잡화·일상화되며 세계 경제에 지속적인 충격을 주는 것을 목도해왔다"며 "그간 다자무역은 효율성이 최우선시됐으나 팬데믹과 지경학적 분절화 등 공급망 교란을 겪으며 경제 안보가 또 다른 정책 목표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분의 재무장관과 이러한 도전 요인에 대한 구체적 대응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실물 경제 불확실성이 초래할 수 있는 금융 측면의 불안에 대해서도 3국이 협력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제1차 한·미·일 재무장관회의를 시작으로 앞으로 우리들의 경제·금융 협력이 점차 강화되고 확대될 것으로 믿는다"며 "장관급 회의는 물론, 향후 실무급 협력도 지속 강화되어 3국 간 정보를 공유하고 구체적 정책 협력을 조율하는 채널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은 "한국·일본은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자 친구로, 긴밀한 파트너십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3국 관계가 더욱 깊어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복력 있는 공급망 확장,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처 등 역내 및 세계 공동 목표에 대한 협력을 심화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스즈키 일본 재무장관은 "일본과 미국, 한국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공유하고 있는 진정한 파트너"라며 "서로 밀접한 소통을 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특히 자유롭고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4-04-18 00:18:27[파이낸셜뉴스] 정부가 2개월째 '회복 조짐'에 방점을 찍은 경기진단을 내놨다. 다만, 공급망 불안 등의 요인을 새롭게 언급했다. 내수 둔화도 여전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이같은 정부 진단을'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 담았다. 핵심은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의 회복 및 고용 개선 흐름 등으로 경기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경기 진단은 지난달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달 그린북에서 '경기 회복 조짐'이라고 평가했다. 1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늘어나 두 달 연속 증가했다. 10월 제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1.2% 늘었다. 반도체도 14.7% 증가했다. 회복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10월 경상수지는 68억달러 흑자였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경상수지는 233억7000만달러 흑자로 정부의 연간 전망치(230억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정부는 연간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3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11월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만7000명 늘어 증가 폭이 전월보다 둔화했지만, 33개월째 증가세다. 다만 정부는 "수출은 회복세지만 소비 등 내수는 둔화 조짐을 나타내는 등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다소 차이가 있다"고 했다. 10월 소매판매는 한달 전보다 0.8% 줄었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 생산도 0.9% 감소로 전환해 소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두 지표 모두 감소했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넉 달째 하락 중이다. 10월 설비투자도 한달 전보다 3.3% 감소하는 등 투자도 부진한 모습이었다. 정부는 물가 흐름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완만한 둔화 흐름'이라고 표현하며 둔화 속도가 종전보다 느려지는 데 대한 경계감을 표했던 데서 '완만한'이라는 표현을 그린북에서 뺐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정부 분석의 근거 분석된다. 이번 달 그린북에서 불확실성 요인으로 '공급망 불안'이 새로 언급됐다. 최근 중국으로부터 요소 수입이 중단되는 등 핵심 산업 품목들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중국의 내수 회복세 둔화 등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23-12-15 12:07:05[파이낸셜뉴스] 올해 물류업계 10대 뉴스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 △물류 디지털 전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확대 △물류운영비 상승 △온라인쇼핑 확대 등이 꼽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월 1일 물류의 날을 맞아 상의 회관에서 올해 물류 시장을 평가하고 내년도 물류 시황과 트렌드를 미리 조망해 보는 '2024 물류시장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제조·유통 화주 기업과 물류업계 종사자 400여명이 모여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한상의가 물류학계와 업계 전문가 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물류업계 10대 이슈'에 따르면, 올해 물류업계 최대 관심사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 지속(72.2%)'이 선정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장애 수준을 평가하는 뉴욕연방은행 공급망압력지수(GSCPI)가 2021년 12월 정점(4.32)에 도달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간 글로벌 공급망은 9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며 "지난 9월 지수가 -0.69까지 떨어지는 등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추세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전쟁 리스크가 여전하고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의 영향으로 새로운 운송수단, 운송 거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글로벌 공급망'이 올해 최대 관심 키워드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공급망압력지수란 세계 공급망이 원활한 상태인지를 파악하는 지표다. 지수가 0이면 1998년 수준이란 의미고, 값이 높을수록 공급망 여건이 악화됨을 뜻한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쇼핑 물동량이 늘어나며 '물류프로세스 디지털 전환(64.8%)'에 대한 관심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온라인쇼핑 거래액에서 여행·레저 등 서비스 거래액을 제외한 실물 상품거래규모는 지난해 154조6000억원 규모로, 2020년 대비 2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 물동량은 지난해(12월 제외)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대비 30% 이상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인 37억3000만 박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어 △ESG 확대(64.8%) △유가·인건비 등 물류운영비용 상승(61.1%) 등이 물류업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년 우리경제는 대내외 복합불황의 지속,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중국의 경기침체 가능성 등과 같은 리스크로 인해 잠재성장률 수준인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들이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경영전략을 가져가면서 물류부문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상의는 공급망 불안 정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물류 대응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국가차원에서 국제물류망의 대체 노선과 대체 운송 수단을 발굴하고 새로운 항공과 항구 운송 거점을 확보해 물류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며 "기업은 물류 효율을 높이고 공급망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물류 업무를 스마트·디지털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3-11-01 08:01:13[파이낸셜뉴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전문업체 DB하이텍이 공급망 불안과 인플레이션에도 파운드리 수요 호황에 힘입어 6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12일 DB하이텍은 2·4분기 매출 4357억원, 영업이익 213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분기를 포함해 6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영업이익률만 49%에 이른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 영업이익은 162%씩 증가했다.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수요 둔화가 일어나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반도체가 주력인 브랜드(설계) 사업 부문도 전체 매출의 22%, 영업이익의 16%를 차지하며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DB하이텍은 "공급망 불안과 인플레이션 등 대외 악재에도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전력반도체 등 파운드리 고객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면서 "환율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DB하이텍은 향후 전기차를 포함한 고성장 응용 분야에 적합한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고, 동시에 5세대 이동통신(5G)용 무선통신칩(RF) 및 특화 센서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대외적 요인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예의주시 중"이라며 "제품 믹스 부분 개선 등을 통해 부가가치 상향시키겠다"고 했다. 한편 DB하이텍은 11일 공시를 통해 "시스템 반도체시장에서의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부와 설계(팹리스)를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분사 검토를 포함해 다양한 전략 방안을 고려 중이나, 구체적인 방법 및 시기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반도체 설계 사업 분사 보도에 대해 답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2-08-12 10:16:47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2·4분기에는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생산 비중 확대로 전기차 배터리 판매가 늘면서 본 궤도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생겼음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4분기에 매출 4조3423억원, 영업이익 258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4분기 대비 매출은 2.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4.1% 감소했으나 시장 우려보다 좋은 실적이다. 삼성SDI는 이 기간 동안 매출 4조494억원, 영업이익 3223억원을 달성했다. 분기 매출이 4조원을 넘은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SK온은 매출 1조2599억원, 영업손실 273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만 보면 전년 동기 대비 2.4배 증가한 수치다. 배터리 3사는 올해 2·4분기 전기차 배터리 판매가 1·4분기 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이창실 CFO 전무는 1·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4분기 매출은 1·4분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향 원통형 전지 수요 강세로 소형전지 매출과 수익성이 예상을 뛰어넘었다"면서 "2·4분기에도 자동차 전지 출하량이 소폭 회복되고 테슬라향 원통형 전지 출하량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자사 배터리 '젠5'가 탑재된 BMW i4, iX 등의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완성차 업체들이 2·4분기에 선보이는 전기차에도 젠5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사전예약만 20만대에 달할 정도로 선풍적 관심을 모은 포드 F-150 라이트닝에 NCM9 배터리를 공급해 해당 차량이 본격 출시되면 실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매출 예상치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배터리 판가 연동으로 인해 당초 6조원 중반에서 7조원 중반으로 조정했다. 다만 회사 측은 올해 4·4분기 흑자 전환이 계획이었으나 이 시점이 다소 미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원석·박상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전지는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생산 비중 확대로 수요가 늘고 있다"며 "1·4분기에 급등했던 원재료 가격이 2·4분기 판매가격에 반영될 경우 매출 확대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2-05-01 18:21:19[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와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KOTRA가 북미지역 현장에서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CIS) 지역과 서울 본사를 연결해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KOTRA는 지난달 28일부터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기업동향 파악 및 애로 해소, 수출과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일 단위로 지원 중이다. KOTRA는 지난 24일부터 북미와 러시아 등 CIS 지역 및 국내에 소재한 기업, 전문가, 무역관장들이 공동으로 효과적인 현안 대응과 수출 기회 활용책을 집중 논의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면서 수출과 공급망, 물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정열 KOTRA 사장은 우크라이나 비상대책 회의를 주재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미래자동차 분야 진출기업과 전문가들을 현장에서 만난 데 이어 북미 무역관장 회의, 디지털전환 세미나를 잇달아 주관했다. 25일(미주시간) 열린 무역관장 회의에선 워싱턴, 모스크바, 키예프 등 15개국 무역관장과 본사의 비상대책반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북미와 러시아 등 CIS 지역에서 보는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과 전망을 교환하고 대책을 수립했다. 미국 기업들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황 악화가 글로벌 공급망 교란, 원부자재 상승, 물류 적체 심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미국 반도체, 통신, 센서 등 기술제품의 대러시아 수출금지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도 파악해 대응키로 했다. 일부 러시아 바이어들은 루블화 추가 하락에 대비해 구매 시기를 앞당기고 재고를 늘리려는 움직임도 파악됐다. 다만 결제지연, 제재대상 품목 포함 가능성 등을 살피면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유 사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불거진 공급망과 물류 불안에 대한 선제 대응에 힘씀과 동시에 흔들림 없이 기업의 수출 기회를 지속적으로 포착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CIS 및 동유럽에 진출하고 수출하는 우리기업의 애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유관기관과 협력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2-02-26 09:31:09[파이낸셜뉴스] 원자재 수입기업 10곳 중 9곳은 올해도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대책을 세운 기업은 1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원자재, 부품 등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공급망 불안에 대한 기업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88.4%가 올해도 '지난해의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거나 더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완화될 것으로 내다보는 응답은 11.6%에 그쳤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거나 더 악화될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로는 '코로나19 지속'(57.0%)을 꼽았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해외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며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했고 올해도 불안감이 해소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은 공급망 불안 요인으로는 '미·중 패권 경쟁'(23.3%)을 꼽았고,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확대'(12.4%)도 올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증폭시킬 요소로 지목됐다.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불안이 계속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대책 마련은 여전히 미흡했다.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고 답한 기업이 9.4%에 불과했다. 반면 '대책 없다'라고 답한 기업이 전체 조사대상의 절반이 넘는 53.0%였으며, '검토중'이라는 기업은 36.1%였다. 조사대상 기업 10곳 중 9곳은 현재 시점에서 뚜렷한 대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이 원자재나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것은 국내에서 조달이 어렵거나 생산비용이 높은 등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만큼 수입처 다변화 등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설문에 응한 기업의 67.0%는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원자재 조달 지연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59.2%로 가장 많았으며,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40.8%)가 뒤를 이었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디지털전환과 탄소중립 등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팬데믹, 패권경쟁이 겹쳐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공급망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2022-01-23 13:46:37【파이낸셜뉴스 베이징·서울=정지우 특파원 박종원 기자】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세계 경제의 양대축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극복한 줄 알았던 중국 경제는 지난해 계속되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부동산 시장 충격, 공급망 병목 혼란, 규제 강화 등으로 예상 밖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중국과 세계 경제를 양분하는 미국 역시 올해 오미크론과 공급망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성장률 전망을 하향했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114조3670억위안(약 2경1454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대비 8.1%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중국이 지난해 3월 양회 때 제시했던 6%를 대폭 넘어서는 수치다. 시장전망치 8.0~8.1%와 비슷하다. 하지만 지난해 4·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4%로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0년 2·4분기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낮았다. ■중국, 경기부양 위해 금리인하 경기둔화를 우려한 중국 정부는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성장보다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올해 3~4차례 금리인상에 나서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날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금리를 기존 2.95%에서 2.85%로 0.1%p 인하했다고 밝혔다. MLF 금리 인하는 2020년 4월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MLF는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해 유동성과 금리를 조절하는 정책수단이다. MLF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대출해주기 위한 자금의 원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인민은행은 MLF 금리 조절을 통해 사실상 기준금리 성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조절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에도 지급준비율과 LPR을 한 차례씩 하향 조정했다. 오는 20일에도 LPR 추가 인하가 예상된다. 중국 경기둔화의 원인으로 부동산 및 IT산업 규제가 손꼽히고 있다. 전부터 부동산 업계의 과도한 부채를 문제 삼았던 중국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하반기 헝다그룹 등 주요 부동산 기업들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몰아넣었다. 부동산 시장의 혼란은 중국에서 부동산이 GDP의 약 30%를 차지하는 만큼 경제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주요 IT기업들도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부딪혀 사업을 키우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다시 번지고 있다. 현지 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무관용' 방역정책을 내세우며 전수조사와 도시 봉쇄를 개시하자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렇듯 공장과 항만이 멈춰서자 중간재를 구하지 못한 소비재기업들이 공급망 문제로 함께 멈췄다. 중국 소비자들은 잇따른 악재로 경기침체가 우려되자 지갑을 닫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1.7% 증가에 그쳤다. 시장 전망치 3.7%와 전월 3.9%에 견줘 급감했다. 2020년 8월 이후 최저치다. 소매판매액을 포함한 소비지출은 2021년 3·4분기 기준 중국 GDP 기여율이 64.8%에 달한다. ■바다 건너 미국 성장률도 하향 우울한 경제전망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기업, 학계, 금융 분야 경제전문가 69명을 대상으로 지난 7~11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1·4분기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가 3%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치(4.2%)보다 1.2%p 내려간 숫자다. 올해 연간 GDP 성장률은 3.3%로 지난해 10월 전망치(3.6%)보다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 둔화의 원인으로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공급망 혼란과 소비지출 감소, 물가 및 임금 상승을 꼽았다. 응답자들은 오미크론 확산 때문에 노동자 확보가 어려워져 올해 6월까지 시간당 평균임금이 4.9%, 12월까지 4.7% 오른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올 연말 기준 연 4.5%, 내년은 연 4% 인상을 각각 예상했다. 지난달 40년 만에 최고치(7%)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올 6월 5%, 연말 3.1% 등 점진적으로 폭이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이는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예측한 올 6월 3.4%, 올 연말 2.6% 전망치보다는 높다. 응답자 절반 이상은 공급망 불안이 최소 올해 2·4분기까지 지속된다고 예상했다. 약 3분의 1은 내년 또는 그 이상까지 계속된다고 내다봤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2-01-17 17:56:06리튬, 니켈, 코발트 등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주요 광물의 국내 수급이 불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주요 광물 가격이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배터리업계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공급망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일 관련 업계와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달 코발트의 수급안정화지수는 15.27로 '공급불안'을 나타냈다. 수급안정화지수는 4차산업 원료광물의 국내 수급 리스크 표준 척도로 공급위기(0~5), 공급불안(5~20), 공급안정(20~80), 공급과잉(80~100) 등으로 구분된다. 지난달 코발트의 수급안정화지수는 지난 2019년 1월 이후 역대 2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10월(12.09) 이후 최저 수준이다. 리튬의 경우 지난달 11.24로 공급 불안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2018년 2월(4.48) 이후 처음으로 공급위기 수준인 4.21까지 떨어졌다. 아울러 지난달 니켈 수급안정화지수도 10.16을 기록했다. 니켈의 수급안정화지수는 지난해 7월 11.30을 기록한 이후 8월(9.07), 9월(9.08), 10월(8.19), 11월(7.90) 지속적으로 떨어지며 공급위기 직전까지 갔다가 반등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급불안 상태가 이어졌다. 주요 광물의 국내 공급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 대란이 겹치면서 광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대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 수요가 급등하면서 가격 급등을 이끌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 수요는 지난해 10.5만톤(t)에서 2030년 69.6만t까지 증가가 예상된다. 코발트는 지난해 9.2만t에서 2030년 17만t까지, 니켈은 2021년 28만t에서 2030년 238만t까지 각각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불안에 따른 광물 가격 상승은 결국 배터리 원가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업체들은 지분투자 및 장기 구매계약을 통한 안정적인 광물 수급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코발트 대신 망간을 투입하고 니켈 비중을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공정 구축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앞으로도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수요는 꾸준할 전망"이라며 "저렴하게 원자재를 조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급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터리 리사이클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2022-01-06 18:59:31차량용 반도체와 요소수 부족 사태로 2021년 한국 산업계는 홍역을 치렀지만 글로벌 공급망 불안은 새해에도 진행형이다. 원자재를 수입해 이를 가공,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하는 우리의 경제구조상 공급망 안정이 필수불가결하다. 최우선으로 관리해야 할 경제시스템인 셈이다. 정부 또한 이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했다. 하지만 충분한 대비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해 말 내놓은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 한 해 경제를 위협할 대내외 리스크 중 첫 번째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꼽았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확산되면서 공급망 불안을 가중시킬 요인이 더해진 상황이다. 공급망 불안이 경제 전반의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 말 내놓은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 공급망을 흔들고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공급망 불안이 가져올 가장 큰 위협은 물가급등이다. 코로나 속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어느 국가 할 것 없이 유동성을 푼 상황에서 공급이 달리면서 동시에 수요가 급증하면 물가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물가를 끌어올린다. 이 과정에서 임금인상 압력이 강해지면 고물가 악순환의 고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OECD가 주요 20개국(G20)의 2022년 물가상승률 전망을 3개월 만에 3.9%에서 4.4%로 상향 조정한 이유다. 물가상승 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정책방향은 현재로선 공공요금 인상 억제에 타깃이 맞춰져 있다. 원자재의 대표품목인 원유의 배럴당 가격(두바이유 기준·연평균)은 2020년 42달러였다. 2021년에는 70달러로 상승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4.3% 오른 73달러로 전망했다. 경제·산업 구조상 유가는 거의 모든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도 "서민물가 측면에서는 전기나 도시가스 요금의 부담이 매우 크다"며 "1·4분기, 동절기에는 전기나 가스요금 동결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유가 등 원자재 시장 불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급망 불안은 경제와 안보를 묶어서 판단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시켰다. 반도체 등 공급망 장악을 위한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경제안보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와 관련, 특정국 수출규제 등 글로벌 수급 위험요인의 조기파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4000개 품목에 대해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더 나아가 국내경제 영향, 대외의존도, 단기적 시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집중관리가 필요한 200개 품목을 선정한다. 주력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중심으로 선정한 기존 100개에다 100개 품목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품목에 대해서는 비축물량을 최대 6개월치까지 확대한다. 수입처 다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물류비 상승분을 지원하고 필요할 때는 할당관세 적용도 검토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22-01-06 17:5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