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광주광역시는 공석인 문화경제부시장에 김영문 전 대통령비서실 사회통합비서관을 오는 4일자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시에 따르면 김영문 내정자는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사회통합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재정국장, 국회 정책연구위원을 역임하는 등 중앙행정과 정당 실무에 정통한 정책전문가다. 광주시는 김 내정자의 풍부한 정무 감각과 균형 잡힌 리더십, 이재명 정부·국회와의 강력한 네트워크가 광주의 문화·경제 분야 도약에 큰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비서실 사회통합비서관 재임 당시 시민사회와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소통 조정 역할을 수행한 만큼 문화예술계·경제계·시민단체 등 다원적 주체가 얽혀 있는 문화·경제 정책 분야에서 갈등 조정과 협력 구조 구축에 강점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또 당정 간 정책 협력 및 예산 확보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와의 가교 역할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국비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김 내정자의 행정 전문성과 통합 리더십은 민선 8기 시정 방향인 문화·산업 균형 발전과 지역 공동체 통합에 실질적인 동력이 될 것"이라며 "지역 내 신산업 유치, 청년 창업 생태계 구축,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5-08-01 12:33:24[파이낸셜뉴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2025년 청년인문교실' 사업을 1일 경기도 여주시를 시작으로 수원·안동·울산·울진·평택 등 전국 6개 지역의 '인문행복센터'에서 운영한다고 밝혔다. 문체부와 예술위는 이번 사업을 기획하면서 지역 인문 공간인 '지관서가'를 예술위, 지자체, 재단법인 지관 간 업무협약을 통해 '인문행복센터'로 지정했다. 또 지역의 고립·은둔 청년, 청년 양육자 등 다양한 상황에 있는 청년을 비롯해 교사와 간호사, 소방관, 군인 등 우리 사회 필수직업군에 재직하고 있는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청년재단, 청년미래센터 등 지역 청년정책 유관 기관과 협업해 사업을 준비했다. 프로그램 주제와 내용도 청년층의 상황·직업별 특성을 고려해 민간, 지자체 등 협력 주체들과 함께 기획해 수준 높고 다채롭게 구성했다. 8월과 9월에는 △고립이 걱정되는 청년을 위한 책을 매개로 한 성찰과 치유프로그램(울산) △열등감과 타인과의 비교로 힘든 청년을 위한 인문 심리 프로그램(수원) △청년 양육자를 위한 가족 인문 활동(평택)을 운영한다. 또 △삶을 성찰하고 위로와 회복의 힘을 얻는 인문 프로그램(여주) △제3의 공간에서 환대와 연대를 경험하는 대화 프로그램(울진)도 만나볼 수 있다. 10월과 11월에는 △청년미래센터와 협력한 고립 청년을 위한 연수회(울산) △청년 교원의 소진 예방 및 탈진 증후군(번아웃) 극복 프로그램(수원) △군무원·군인의 외로움 극복 프로그램(평택) △소방대원(안동)과 해양경찰(울진)의 사고 후유 장애(트라우마) 회복 및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청년층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과 활동을 지원한다. 전체 프로그램과 세부 일정, 신청 방법 등은 인문360과 지관서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정미 문체부 문화정책관은 "'청년인문교실'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다양한 인문 경험을 통해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힘을 얻고, 사회적 연결과 공동체 감각을 회복하는 기회를 얻길 바란다"며 "문체부는 새 정부 공약인 '전 국민 생애주기 인문학 교육 활성화'를 실현하기 위해 인문 향유 접근성을 높이고 생애주기 인문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8-01 10:29:24[파이낸셜뉴스] 서울 도심 곳곳을 어지럽히는 불법 전단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서울경찰청이 서울시와 손을 잡았다. 서울경찰청은 서울시와 불법 전단지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7월 31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선정적인 청소년 유해매체물을 비롯해 불법 의약품, 채권추심 등을 광고하는 전단지로 인해 발생하는 도시미관 훼손과 시민 생활 안전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다. 양 기관은 협약을 바탕으로 △불법 전단지에 기재된 전화번호 및 집중 배포 지역 정보 공유 △해당 번호의 대포킬러 시스템 등록 및 통신사 사용 중지 요청(등록 후 1~2일 이내) △등록 정보 분석을 통한 공조수사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강남권에서 '셔츠룸' 불법 전단지를 배포한 일당과 연계 유흥업소, 인쇄소 등을 일망타진한 기획수사 경험을 서울시와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공조수사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재영 서울경찰청 범죄예방대응부장은 “불법 전단지 근절은 기초질서 확립의 출발점”이라며 “서울시와 함께 시민의 일상이 안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5-07-30 17:24:51나이와 성별, 장애를 넘어 누구나 함께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동행'과 도시 고유의 정체성과 감성적 경험을 드러내는 '매력'은 오늘날 디자인의 중요한 화두다. 디자인은 시민 모두가 실천하는 삶의 철학이자, 도시를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 프로젝트가 있다. 시민이 병원, 학교, 공원, 상점 등 일상에 필요한 기능을 집 근처 15분 거리에서 누릴 수 있도록 도시를 재편한 이 전략은 공간 효율을 넘어 회복탄력성과 감성적 도시 경험까지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다.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 코펜하겐의 '자전거 고속도로' 등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사람 중심 디자인의 세계적 흐름을 보여준다. 서울 역시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동행매력특별시, 서울'이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도시의 외관을 바꾸는 것을 넘어 디자인을 통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삶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 핵심 가치다. 공공건축과 가로환경, 교통체계, 복지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 중심의 디자인 원칙이 적용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시민'을 향한 배려가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그 일환으로 '유니버설디자인 컨설턴트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공시설 환경 개선, 저출산·고령화와 재난 대응 등 사회적 과제를 중심으로 디자인 전문가를 매칭해 사용자 중심의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다. 예컨대 금천구 참새작은도서관은 노후 공간을 전 세대가 함께 사용하는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영·유아부터 어르신, 장애인 등 모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도봉구 방학3동 '햇살길'은 주민 주도로 노후 담장을 개선해 쓰레기 투기 문제를 해결하고 마을 공동체를 회복한 사례다. 광장시장 공중화장실 정비, 전북 진안군 노인 커뮤니티 조성 등 도심과 농촌을 가리지 않고 사람 중심의 디자인이 실천되고 있다. 올 10월 열리는 '서울디자인위크'는 이러한 철학을 집약해 보여주는 대표 행사다. 'DDP디자인페어'는 청년 디자이너와 100여개 국내외 브랜드를 연결하는 산학협력의 장이다.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디자이너와 창의적 돌파구가 필요한 기업 양측에 실질적인 '디자인 동행'의 기회를 제공하며 디자인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울디자인창업센터, 서울새활용플라자 등은 창의 인재와 산업을 연결해 도시 전반의 혁신 기반을 다지고 있다. '중소기업 산업디자인 개발 지원사업'에서는 AI·소프트웨어부터 소비재 브랜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40개 참여컨소시엄을 구성해 1대1 진단과 코디네이팅, 멘토링, 역량 강화 교육 등을 제공한다. 디자인으로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시장 확대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 10월 서울디자인위크 기간에는 참여 기업의 성과 발표와 언론 홍보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후속 사업과도 연계할 계획이다. DDP는 '전문가 중심 공간'이라는 인식을 넘어,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놀 수 있는 디자인 놀이터로 변화 중이다. 시민 참여형 거리공연 'DDPlay 버스킹' 참가자를 모집해 일상 속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는 열린 무대를 마련한다. 가을과 겨울에만 열리던 미디어아트 축제 '서울라이트 DDP'는 여름 시즌에도 개최된다. 성곽과 공원 일대 빛의 결을 테마로 대규모 미디어아트가 펼쳐지고 '디자인 홀리데이' 등 DDP 실내외 곳곳에서 다양한 전시와 디자인 체험이 시민을 맞이한다. 서울은 지금 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이야기를 다시 쓰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시민이 있다.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공간을 바꾸고, 관계를 회복하며,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가는 '생활 디자이너'다. 디자인은 사람을 향한 배려이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따뜻한 혁신이다. 그리고 그 혁신은 언제나 사람에서 시작된다.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
2025-07-28 18:27:02[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 입법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늦어도 추석 전인 10월 초까지 검찰개혁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특히 민주당 당권 주자인 정청래·박찬대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8월 중으로 검찰개혁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차 공청회를 열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국회 법사위는 28일 검찰개혁 법안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지난 9일에 이어 이달 들어 2번째로 열린 공청회다. 법안1소위원장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염원은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지금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들은 검찰개혁하라고 명확하게 명령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단순히 한 조직의 존폐문제가 아니라 국민의기본권 보장과 공정성, 정의를 실현하는 문제다. 더 나아가 권력 분립의 원리를 검찰에도 적용시키겠다라는 주권자의 강력한 요구를 실현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모성준 사법연수원 교수(고법 판사),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대표변호사, 이광철 법률사무소 같은생각 대표변호사가 참여했는데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검찰 수사권 박탈에 대해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서보학 교수는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 3년간 최악의 검찰공화국을 경험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으로 내란을 시도한 것은군대뿐만 아니라 법을 장악한 검찰을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라면서 "윤석열과 검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의 완성은 완전한 수사와 기소 분리에 있다. 검찰의 수사권을 남겨둘 경우 검찰권의 비대화와 남용 가능성을 차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계속 수사한다면, 검찰에 의한 무리한 수사, 사건 조작, 억지 기소는 계속 될 것이다. 수사와 기소는 서로 분리돼 감시하고 견제할 때 남용의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철 변호사는 "검찰개혁의 목표가 수사, 기소 절차에 있어 인권 보장과 적법 절차 구현이라는 점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분명하다"면서 "국민에게 수사권이 신뢰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 목표 달성에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은 검찰의 탈정치화, 탈권력기관화"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결합되면서 검찰의 정치화의 근원이 됐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결합된 형태의 강력한 검찰권은 전관예우라는 폐해의 기반이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모성준 교수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범죄조직은 번성하고 있고, 변화와 속도, 적응력, 실행력에 있어서 형사 사법 시스템을 이미 압도하고 있다"면서 "형사 사법 시스템은 이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면적으로 박탈하고 공소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으로 두게 된다면, 조직적 사기범죄에 대한 대응역량은 더욱더 빠른 속도로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형태의 형사 사법 시스템 변경을 할 경우에는 제도 운영이 점점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수사와 기소 분리와 검사의 수사권 박탈을 등치하는 의견이 있지만, 이것은 근대 이후 형사 사법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했던 역사적 경험, 이론 체계, 실무와 상당한 거리가 있는 접근"이라면서 "물론 불가능하진 않지만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해서 반드시 수사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 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2025-07-28 16:32:50기업 혁신은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동력이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의 경력 배경, 특히 '재무'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CEO들은 기업 혁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캐나다 요크대학교의 배기홍 교수와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의 박정철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는 이 흥미로운 질문에 체계적이고 실증적인 답을 제시한다. 박정철 교수는 이번 연구의 배경과 결과, 그 의미에 대해 질문했고 배기홍 교수는 이에 대해 상세히 답변했다. ―재무 출신 CEO에 대한 주제는 매우 흥미롭다.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최근 들어 CFO 출신 또는 재무 경력을 지닌 인물이 CEO로 임명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 S&P 1500 상장기업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임원급 재무 경력을 보유한 CEO의 비율은 5%에 불과했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 최근에는 20%에 근접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 FTSE100 기업들 역시 유사한 양상을 보이며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전체 CEO의 30%가 재무 관련 경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팬데믹 이후 기업들이 재무적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면서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 공급망 혼란, 급격한 금리인상 등 외부환경 변화 속에서 자본 효율성과 재무 건전성을 중시하는 경영전략이 부각됐고 이에 따라 CFO 출신 리더들이 CEO 후보로 더욱 주목받게 됐다. 재무 출신 CEO들은 일반적으로 재무통제, 자본배분, 위험관리에 강점을 보인다. 그러나 혁신과 같이 불확실성이 크고 장기적인 시야가 요구되는 투자에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특히 숫자 기반의 명확한 성과에 익숙한 재무 전문가들은 실험과 실패를 전제로 하는 연구개발(R&D) 활동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연구가 기존 비슷한 연구와 다른 점은. ▲이번 연구는 재무 경력이 CEO의 인식 구조에 어떤 '보수주의 편향'(Conservatism bias)을 형성하는지를 분석하고, 그 편향이 기업의 혁신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검증하고자 했다. 특히 기존 문헌들이 CEO의 성격적 특성이나 문화적 배경(자신감, 남성성, 개인주의 등)에 주목한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간과돼 온 '기능적 경력 배경(Functional background)'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연구 결과 실제로 재무 경력이 많은 CEO가 이끄는 기업은 혁신 수준이 낮았나. ▲그렇다. 예를 들어 CEO 전체경력 중 재무 분야가 50%를 차지할 경우 해당 기업의 혁신 가치, 즉 특허 가치 대비 자산 비율은 약 3.45%p 낮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체 표본 평균값 대비 약 34%에 달하는 상당한 수준의 감소폭이다. 이러한 결과는 단일 지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R&D 투자 규모와 집약도, 연간 특허출원 수, 외부인용 횟수 등 다양한 혁신지표를 통해 분석한 결과도 부정적 관계가 일관되게 관찰됐다. 즉 재무 경력이 많은 CEO가 이끄는 기업은 혁신활동의 투입과 성과, 양적 질적 측면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혁신을 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전략적 방향성 자체가 보수적으로 설정돼 있음을 시사한다. ―왜 재무 출신 CEO가 혁신을 억제하나. ▲재무적 사고방식은 일반적으로 '측정 가능성(Measurability)'과 '단기 성과(Short-term performance)'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기업 성과를 재무제표상 수치로 환산하고 투자 대비 수익률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신은 본질적으로 장기적이며 그 성과가 언제 실현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신기술 개발이나 신제품 연구 등은 초기 단계에서 수익성이 불투명하고 실패 확률도 높다. 이러한 특성은 재무적 중심 리더십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또 재무 전문가들은 자신이 익숙한 평가기준이나 가치 체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아이디어나 정성적 정보에 대해 보수적으로 반응하는 인지적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에서 말하는 보수주의 편향과 유사한 메커니즘이다. 과거의 수치나 성공 경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사고방식은, 기술이나 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재무적 합리성과 혁신의 불확실성 간 구조적 불일치가 누적되면서 기업 내 혁신활동이 점진적으로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단기 재무성과를 중시하는 조직문화 속에서는 장기 전략에 기반한 기술 개발이나 창의적 시도가 '비효율'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혁신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모든 재무 출신 CEO가 혁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그렇다. 본 연구 결과는 평균적인 경향성을 보여주는 것이지, 모든 상황과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산업 환경에 따라 재무 출신 CEO의 혁신 관련 행동은 상이한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경쟁이 매우 치열한 산업에서는 생존과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혁신이 필수적이므로 재무 경력을 가진 CEO라 하더라도 혁신활동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또한 CEO 개인의 특성과 인센티브 구조도 중요한 변수이다. CEO가 단기적인 보상에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은 경우 혁신 위축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났다. 예컨대 스톡옵션이나 성과급 등 주가 중심의 단기 인센티브가 낮을수록, 장기적 관점의 투자 의사결정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반대로 단기 주가에 초점을 맞춘 보상체계는 재무 출신 CEO의 보수성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CEO의 인지적·심리적 특성 역시 중요한 변수다. 과도하게 자신감이 높은 CEO는 일반적으로 혁신에 적극적인 경향이 있지만, 재무 출신이면서 동시에 자신감이 과도한 경우 오히려 위험을 회피하는 보수성이 더 강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자신감이 경험 기반이 아니라 특정 평가 틀에 대한 과신으로 이어지는 경우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CEO의 경력 주기도 영향을 미친다. 경력 말기의 CEO보다 향후 승진이나 이동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대적으로 젊은 CEO일수록 혁신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자신의 장기적 평판(Reputation)을 고려한 전략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요약하자면 재무 경력 그 자체가 '혁신 억제요인'이라기보다는 그 효과는 산업 환경, 보상체계, 개인적 특성, 경력 단계 등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맥락 의존성을 실증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단일 특성에 대한 일반화된 평가를 경계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 연구가 기업의 인사나 거버넌스 전략에 주는 시사점은. ▲최근처럼 거시경제 불확실성이나 재무 리스크가 큰 시기에는 재무 역량을 갖춘 CEO가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CEO 선임 시 단순히 재무적 역량이 뛰어난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성, 경쟁 환경, 기술변화의 속도, 그리고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적 방향성, 혁신의 중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혁신이 기업가치 창출의 핵심이라면 지나치게 보수적인 의사결정 성향을 가진 리더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사회의 시각도 재무성과 지표나 리스크 관리 능력에만 의존하기보다는 CEO가 불확실한 미래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하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 이사회는 CEO의 경력 편향을 조직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예컨대 기술·R&D·마케팅 등 다양한 기능적 배경을 가진 임원진과 함께 이사회를 구성함으로써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유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재무 중심적 판단이 R&D 투자를 억제하지 않도록 일정 비율 이상의 R&D 예산을 고정항목으로 설정하거나 장기 과제에 대해 조기 성과 평가를 유보하는 등의 거버넌스 장치도 고려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CEO의 기능적 배경과 기업 전략 간 '적합성(fit)'이 혁신 성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며 향후 인사 및 지배구조 설계에 있어 정성적 요소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단기 실적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적 준비의 일환으로 이해돼야 한다. ―이와 관련된 앞으로의 연구계획은. ▲이번 연구는 CEO의 '기능적 경력 배경'이 기업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초기 단계의 작업이다. 그러나 실제 기업의 전략은 다양한 CEO 특성과 그 상호작용, 그리고 환경적 맥락에 따라 복합적으로 결정된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다층적인 조건들을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특히 ESG 전략, AI 기술 도입, 디지털 전환 등 최근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전략적 과제에 대해 CEO의 경력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예컨대 기술 기반 의사결정이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기술적 이해도가 낮은 리더가 어떤 한계를 보이는지를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것도 중요한 연구과제이다. 이러한 후속 연구들은 통해 CEO의 특성과 기업 전략 간 상호적합성이 단순한 인적자원 관리 차원을 넘어 기업의 장기 생존과 혁신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임을 보다 정교하게 규명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이는 이사회, 투자자, 경영자 양성기관 등이 더 정교한 기준을 바탕으로 리더십 개발 및 CEO 선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 배기홍 교수는 캐나다 요크대학교 슐리히 경영대학의 재무학과 석좌교수이자 세계적인 금융경제학자로 기업 지배구조, 정치경제학, 신흥시장, 그리고 금융 시장의 제도적 환경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해 왔다. 배 교수는 다수의 국제 학회 및 저널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학문 공동체에 큰 기여를 해오고 있다. ■ 박정철 교수는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 경영대학의 재무학 정교수이자 핀테크 석좌교수다. 현재 혁신적인 핀테크 교육과정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기업재무, 투자, 국제재무이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6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하고 있다.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2025-07-27 19:07:46[파이낸셜뉴스] 이재명 정권의 첫 검찰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주요 검찰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사직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윤 전 대통령을 내란 등 혐의로 기소했던 박세현 서울고검장은 지난 24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고검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인사글에서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형사사법 시스템의 실상을 직접 겪었고, 비상계엄 수사 과정에서는 그런 문제가 집중적으로 불거져 지켜보는 국민들을 한숨짓게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 변경에 대한 평가도, 개선 논의도 과연 국민의 권익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지의 관점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고검장은 "국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제대로 작동되는 제도, 믿을 수 있는 형사사법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기 위해 우리 구성원들의 땀과 눈물이 어린 고민과 노력, 그동안의 생생한 경험들이 충분히 반영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고검장은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대검 국제협력단장, 서울중앙지검 전문공보관 등을 거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검 형사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역임한 뒤 서울고검장에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 부산고검장도 전날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중대한 전환점에서 여러분이 국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흔들림 없는 사명감으로 국민적 신뢰를 굳건히 회복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아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성찰과 변화의 물결 속에서 형사사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검찰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만간 형사사법 시스템 개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 생명, 신체 보호와 직결된 형사사법 절차는 오직 국민의 편익 증진과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력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고검장은 2022년 5월 지난 정부 첫 중앙지검장으로 임명돼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의혹 사건 등 수사를 지휘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검찰청사로 소환해 조사하려 시도하다 지난해 5월 부산고검장으로 '좌천성 승진'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중앙지검 4차장으로 보임돼 송 고검장과 함께 대장동·백현동 수사를 이끌었던 고형곤 수원고검 차장검사(검사장급)은 "검찰 구성원들의 훌륭함과 저력을 잘 알기에 지금 이 어려움도 슬기롭게 극복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정의를 지키는 국민을 위한 검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성리학의 대가 주자가 선대 유학자들의 성과를 집대성한 책 '근사록'의 "가난, 고난과 근심, 걱정은 그대를 옥처럼 완성한다"는 문구를 소개했다. 대검찰청 검사장급 참모진 중에서도 가장 선임인 전무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도 사직인사를 올리면서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매순간 검찰의 철학과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했다"며 "제 청춘을 바친 검찰이, 제 평생 사랑했던 검찰이 더 잘 되기만 바란다"고 말했다. 구승모 대검찰청 반부패부장도 사직글을 올리고 "최근 형사사법 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숙의를 거치지 못한 제도의 변화로 범죄로부터 국민·사회·국가를 보호하는 기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는 점이 너무 안타깝다"며 "적법절차에 따라 공동체를 지켜내는 검찰의 본질적인 기능이 훼손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자용 법무연수원장은 사직글에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려움이 검찰에 닥쳐오고 있는 시기"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필귀정의 힘을 믿고 어려움을 이겨내길 기원하겠다"고 적었다. 황병주 대전고검장은 "최근 형사사법 제도 개편 논의를 지켜보며 무거운 마음이 많이 든다. 쉬운 일은 쉽게, 어려운 일은 어렵게 처리하는 게 정석일텐데 '어려운 일에 너무 쉽게' 접근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며 "검찰 권한을 쪼개면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현장 전문가들의 생각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영학 부산지검장도 사직 인사글을 올리고 '영원한 별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는지 알려면, 먼저 어두워져야 한다'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에세이 속 구절을 인용하며 "언제나 검찰을 응원한다"고 적었다. 박기동 대구지검장은 "25년 가까운 검사로서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언제나 노심초사하는 삶이었다"며 "비록 몸은 검찰을 떠나지만 영혼은 검찰에 남겨두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선화 서울서부지검장은 "검찰 개혁을 놓고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으면 좋을텐데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설계되도록 남은 분들이 지혜를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5-07-25 16:09:57[파이낸셜뉴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 정책 수립과 기관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오는 30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북토크 행사를 연다. 이번 행사는 교육진흥원이 국내외 석학, 예술가, 현장 실천가들과 함께 기획한 도서 '미라클 퀘스천'과 '미적 인간을 위한 스무 개의 대화사전' 출간을 계기로 마련됐다. 이번 북토크는 두 개의 세션으로 구성되며, 예술과 교육, 사회의 미래에 관심 있는 누구나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결국, 예술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첫 번째 세션은 교육진흥원 웹진 ‘아르떼365’ 창간 2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미적 인간을 위한 스무 개의 대화사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고영직 문학평론가의 사회로 이영범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 김현주 작가(클리나멘), 정원철 작가(교육예술랩 칼산), 안진나 디렉터(도시야생보호구역 훌라)가 참여해 예술의 본질과 공동체, 공간의 시민성 등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적·철학적 의제를 함께 논의한다. '미적 인간을 위한 스무 개의 대화사전'은 인간을 ‘미적 존재’로 바라보며, 어린이의 예술 경험부터 도시 공간, 디지털 창의성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20명의 대담자와 나눈 10가지 질문을 통해 일상 속 감각을 자극하고 확장하는 예술교육의 가능성을 탐색한 대담집이다. 예술은 위기의 시대를 넘어설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두 번째 세션은 '미라클 퀘스천'을 바탕으로 예술이 위기의 시대에 제시할 수 있는 ‘기적의 조건’을 모색한다. 조은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의 사회로,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김원영 변호사이자 공연창작자, 이태인 제주한라대 교수 등이 패널로 참여한다. 과학, 예술, 교육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해온 이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예술교육이 미래 사회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논의한다. 특히 김정운 문화심리학자가 서문에서 던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이다”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예술이 창조적 사유와 감성 회복력의 원천이 될 수 있는지를 함께 성찰한다. '미라클 퀘스천'은 기후위기, 인공지능, 공동체 해체 등 현대사회의 위기를 관통하는 11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문화예술의 사회적 상상력과 회복 가능성을 제시한다. 교육진흥원 관계자는 “예술교육이 어떻게 일상의 감각과 연결되고, 사회적·철학적 위기 속에서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자리”라며, “시민부터 현장 활동가,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선으로 예술교육의 가능성을 함께 나누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7-25 08:38:53대학에서 꽤 오랫동안 시험이 아닌 자기 주도형 에세이를 통해 학생들을 평가해 왔다. 강의실에서 토론한 내용 중 자신의 주제를 스스로 정해, 호흡이 긴 자신만의 글을 써 보도록 한다. 우리 학생들은 자신만의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시도를 매우 어렵게 생각한다. 주어진 문제의 정해진 답을 찾아내는 능력으로 늘 평가받아 와서 그런 것 같다. 대학에서만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찾아 열정적으로 공부해 보자 해도, 새 옷이 몸에 잘 맞지 않는다. 지난 6월 16일 실시된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에서는 '우리의 미래는 과학기술에 달려 있는가'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자신의 관점과 경험에 따라 매우 다양한 글이 가능한 주제다. 하나의 정답(定答)이 없고, 다양한 정답(正答)들이 있기에 좋은 문제다. 채점에도 당연히 공이 많이 든다. 그러나 바칼로레아가 이런 시험을 고집하는 이유는 곧 사라질 조각 상식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훨씬 더 중요하고, 그것이 개인은 물론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단순 지능(intelligence)을 넘어선 지성(intellectuality)의 중요성 때문이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에서 과연 무엇을 학습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인공지능(AI)이 인간 지능을 압도한다고 얘기하는 시대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성의 요건과 역할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첫째, 인간 지성이란 우리 주위에서 중요하고 필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포착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지적 활동이다. 인공지능은 주어진 문제에 답하지만, 인간은 무엇이 중요한 질문인지 스스로 얘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기계가 갖고 있지 않은 감정이입(empathy) 능력이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치,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기업, 다음 세대의 고민을 경청하는 교육은 지능이 아닌 지성에서 나온다. 둘째, 인간 지성은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다원적(divergent) 해결방식을 찾아가는 경로다. 세상의 모든 난제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다원적 복합성이다. 국가, 경제, 인종, 종교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글로벌 분쟁의 해결을 위해서는, 인간 지능의 구조적 구획을 넘어서는 복합적 사고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성의 혜안이 필요하다. 셋째, 우리는 인간 지성으로 인해 지능의 영역에서 간과하기 쉬운 공동체 윤리에 근거한 문제해결에 도전할 수 있다. 인간 공동체에는 당장 외과 수술이 필요한 악성 사회문제도 있지만, 당장 곪아 터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치되는 양성(benign) 사회문제들도 만만치 않다. 눈앞의 포퓰리즘 정치와 이해타산을 고려한 상술에 가려진 공동체 윤리를 회복하는 것이 바로 인간 지성의 힘이다. 최근 '에이젠틱 인공지능(agentic AI)'이라는 용어가 산업계를 중심으로 폭넓게 인용되고 있다. 기계가 과거 인간의 전유물이었던 지능의 영역을 주도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징후에 대한 마케팅적 표현이다. 백번 양보해서 기계의 지능적 기능을 인정하더라도, 이것이 인간 지성의 영역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절실한 문제를 찾아내고, 다원적 해결 방안을 심층적으로 모색하고, 공동체 윤리에 기반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인간 혹은 기계 지능이 아닌 인간 지성의 대체불가능한 잠재력으로만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에이젠틱' 혹은 '주도적'이라는 용어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 지성의 형용어로만 쓰일 수 있다. 정부의 학교와 대학교육 정책이 재점화되고 있다. 대학입시가 모든 논의의 블랙홀이 되어버린 '양성' 사회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언론도 과잉 공급되는 대학입시 정보 보도를 자제하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진정 필요한 대학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심층 논의에 주력했으면 한다. 미래 지성의 연습장이 되어야 할 대학을 단순 지능의 훈육장으로 방치할 수는 없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
2025-07-17 18:05:08[파이낸셜뉴스] 서울 중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든 뮤지컬과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18일 제2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에서 '2025 협력종합예술활동 뮤지컬·연극 발표회'를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발표회는 중학생들이 기획부터 무대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한 창작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학생, 교사, 예술강사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하여 협력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예술교육의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은 이번 발표회에 대해 "최근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을 수상한 것은 우리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학교 예술교육이 청소년들의 창의적 표현력과 협업 능력을 키우는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예술 경험이 단순한 추억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를 창작할 인재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발표회에는 신일중, 방화중, 대원국제중, 동작중, 선정중, 위례솔중 등 6개 중학교가 참여해 가족, 성장, 공동체, 청소년 내면 등을 주제로 한 뮤지컬과 연극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모든 작품은 학생들이 직접 구성하고 연기한 창작 공연으로, 각 학교의 개성과 메시지가 무대에 잘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신일중학교 김영래 교사는 2017년부터 협력종합예술활동을 꾸준히 지도해 오며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안하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큰 성장을 이뤘다. 이 과정 자체가 매우 소중했다"고 밝혔다. 한편, '협력종합예술활동'은 서울시교육청이 2017년 전국 최초로 도입해 현재는 서울 모든 중학교에서 운영 중인 예술교육 프로젝트다. 이 활동은 학급 단위로 모든 학생이 참여해 이야기 구성, 연기, 연출, 무대 디자인, 음악 등 전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학교에는 예술강사가 파견돼 담당 교사와 협력해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예술적 표현 능력과 더불어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역량을 키우게 된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5-07-17 11:4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