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정리위원회가 1일부터 1년기간으로 진실규명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지난 5월 제정공포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이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실시되는 이번 신청대상은 항일독립운동·해외동포사·한국전쟁 시기의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인 폭력 학살 의문사 사건·조작의혹 사건 등이다. 그러나 과거 청산의 범위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자행된 국가 권력에 의한 범죄와 인권 유린에 국한될 것으로 보이며 개별법에 의해 진상규명이 진행중인 제주 4.3사건·거창사건·노근리 사건·1993.2.25이후의 군 의문사 사건·삼청교육·특수임무수행자·민주화운동 등도 제외된다. 신청을 원하는 사람은 주소지에 있는 시·군·구청이나 시·도, 또는 서울에 있는 과거사 정리위원회를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희생자나 피해자 본인, 직계 유족은 물론 8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 그리고 배우자도 신청할 수 있으며, 문제의 진실규명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나 그 사건을 목격자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사람 혹은 단체도 대신 신청할 수 있다. / libero@fnnews.com 김영래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5-12-01 13:55:14[파이낸셜뉴스] 국방부는 15일 경기도 고양시 벽제묘지에서 개토제를 개최하고 사형을 당한 뒤 암매장됐던 실미도 부대 공작원 4명의 본격적인 유해발굴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암매장 장소로 추정한 벽제묘지(5-2지역)에서는 유가족을 비롯한 국방부, 진화위, 행정안전부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묵념 △국방부장관 사과문 대독 △제례 △추모시 낭독 및 추도사 △시삽 순으로 진행됐다. 이번 개토제는 사형 집행된 뒤 암매장된 4명의 넋을 위로하고 유해를 발굴할 수 있길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이날 국방부 장관은 실미도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국방부는 그동안 실미도 사건의 사과 방식 등에 대해 유가족과 지속 협의해 왔으며, 유가족의 동의에 따라 유해발굴 개토제에서 국방부 장관이 사과한 것이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군인권개선추진단장이 대독한 사과문을 통해 "실미도 사건으로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서 겪으신 그간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인들의 명예 회복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광동 진화위 위원장도 대외협력담당관이 대독한 추도사에서 "오랜 세월 가족의 시신을 인도받지 못한 채 기다려 온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오늘 개토제를 시작으로 유해가 발굴돼 안치됨으로써 실미도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미도 사건은 1968년 북한 침투를 목표로 창설된 실미도 부대 공작원들이 1971년 실미도를 탈출해 서울 진입을 시도하다 20명이 현장에서 사살되고 생존한 4명이 사형된 사건이다. 진화위는 지난 2022년 불법 모집, 사형이 집행된 공작원의 유해 암매장, 대법원 상고 포기 회유 등 실미도 사건의 인권침해 사실에 대해 국가 사과, 유해발굴 등을 권고한 바 있다. 국방부는 "앞으로도 유가족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해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고인들의 명예 회복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0-15 16:54:31"학교와 학생을 줄 세워 경쟁시키는 것은 퇴행적 교육정책이다. 기존 지식을 암기하는 것으로는 인공지능 시대의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질문하는 힘이 필요하다." 오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진보 단일후보로 출마한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교육관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정 후보는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대표 정책인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를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서울 교육을 이끌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지난 13일 파이낸셜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학교는 인권친화적으로 바뀌고 권위적인 문화가 사라졌다"며 "조 전 교육감의 정책을 계승해 학생 인권과 교권이 함께 보장되는 학교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정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 ㅡ지난 10년의 서울시 교육을 평가한다면. ▲조 전 교육감이 서울 교육을 이끈 10년 동안 학생과 교사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아졌다. 학교는 인권 친화적으로 바뀌었고 권위주의가 사라졌다. 보수 진영 후보는 조 전 교육감의 10년을 '암흑기'라고 폄하하지만 이러한 성과를 암흑기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10년이었다고 본다. 이젠 학교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문화는 상상하기 힘들다. 외모나 성적, 가정 형편 등으로 학생을 차별하는 문화도 없어졌다. 나는 학교 교육이 시민사회 위에 서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교육과 사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학교 무상급식은 한국 사회에서 보편적 복지가 도입되는 역사적인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ㅡ정 후보와 다른 후보들의 차이점은. ▲보수 후보는 공교육 서비스의 CEO(최고경영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학교를 평가로 줄 세우고, 학생들은 지필고사로 경쟁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육정책은 과거형이고 퇴행적이다. 나는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미래형 교육을 하고 싶다. 지식의 반감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인공지능 시대는 기존 지식을 암기하는 것만으로 헤쳐 나갈 수 없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 창의적으로 질문하는 힘, 기존 통념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역량이다. 앞서 공약한 '서울형학습나침반' 프로그램은 미래형 학력을 기르기 위한 일환 중 하나다. 서울형학습나침반은 학생 개인에 대한 학습 진단과 맞춤형 컨설팅, 피드백이 연계된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향을 찾고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기회도 얻게 될 것이다. ㅡ정근식 후보가 서울시교육감으로서 가장 이루고 싶은 과제는. ▲시민들에게 교육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 제공하고 싶다. 이를 위해 교육지원청 단위로 교육 거버넌스 기구인 '서울교육플러스위원회'를 구성하겠다. 학교 운영위원회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학교 자치를 실현하고 지역 특성을 고려한 학교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학생회, 교직원회, 학부모회의 법제화도 추진할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과 예산 편성의 자율성도 확대하겠다. ㅡ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낮아지고 교육격차가 벌어지는 것에 대한 대응은. ▲학생의 학습 부진은 가정 환경, 신체적 건강, 경계선 지능, 난독, 난산 등 다양한 원인에 기인한다. 문제는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교육적 배려에서 소외돼 왔다는 점이다. 내가 서울시교육감이 된다면 학습 부진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해 자치구마다 학습진단치유센터를 설치할 것이다. 학습 부진 원인에 대한 정밀진단과 지원으로 학생들이 학업성취기준을 도달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서울교육 양극화 지수'도 개발하겠다. 지역과 계층에 따른 교육격차를 정량 지표로 파악하고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ㅡ증가하는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 ▲사교육비 문제는 대학 서열 체제, 의대 쏠림, 지나친 입시경쟁 등 사회구조적 원인을 함께 풀어야 한다. 그동안 내가 대학에서 쌓은 경험과 유·초·중등 교육을 아우르는 시야를 살려 사회적 대안을 마련할 것이다. 대학과 공동으로 경쟁 완화형 입시제도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의학 등 특정 전공 쏠림대책을 대학과 함께 마련하고, 고교생 전공-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 ㅡ현 정부의 역사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데. ▲나는 평생 역사사회학을 연구했다. 역사 교육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초다. 현 정부는 엄밀히 해야 할 역사해석을 이념에 따라 왜곡하고 있다. 학생들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비뚤어진 역사관이 아닌,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는 올바른 역사관을 익혀야 한다. 내가 교육감이 된다면 서울시교육청 산하에 역사교육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다. 위원회에는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하겠다. 또 역사교육자료센터를 건립해 학계의 검증을 거친 공신력 있는 역사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정확한 역사자료가 제공되고 교사들의 연구활동이 활발해진다면 친일과 독재를 옹호하는 뉴라이트 역사관은 햇볕 아래 곰팡이처럼 사라질 것이다. ㅡ무너진 교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은. ▲교사의 정당하게 가르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 노력을 강화하겠다.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위해 시민사회, 정치권과 함께 힘을 모으겠다. 교사에 대한 무고성 신고를 막을 수 있는 법령 개정도 추진할 것이다. 아동학대 신고에서 무고로 판명된 교사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수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학급당 학생수는 20명 이내로 줄일 것이다. 교사의 의욕을 꺾었던 성과급 제도는 폐지하고 교원 역량 강화 수단으로 전환을 추진하겠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1957년 전북 익산 출생 △전주고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박사 △전남대·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재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제주4·3평화재단 이사
2024-10-14 18:24:02[파이낸셜뉴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한 국장급 공무원이 얼굴 공개를 거부하는 '마스크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 10일 국회 행안위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 황인수 진화위 조사1국장이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거듭 퇴장당했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마스크를 벗으라’는 요구를 거부한 탓이다. 국정원 대공수사처장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진화위에 임용된 황 국장은 그동안 야당과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국가폭력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조직은 진화위에서 일부 피해자에게 국가폭력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되기도 했다. 황 국장은 이날 마스크와 안경을 착용한 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에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본인이 당사자인지 확인해야 국정감사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며 마스크를 벗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황 국장은 “이미 여러 차례 개인정보 보호 요청을 드렸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는 자기 얼굴을 공개할 경우 국가정보원 근무 당시 도움을 준 이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주장하며 주민등록증을 꺼내 들었다. 신 위원장은 황 국장 얼굴이 언론을 통해 이미 공개됐다며 과거 보도 사진을 공개했다. 신 위원장은 “유독 국회 증언대에 서서 마스크를 쓰고 (증언)하겠다는 고집스러운 주장은 어떤 이유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회에 대한 모독이고 조롱”이라며 황 국장을 회의장 밖으로 퇴장시키고 질의가 있을 때만 들어와 답변하도록 조치했다. 야당은 “국회 모독”이라며 황 국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황 국장이 평소에 얼굴을 공개하고 활동하는 것은 물론 황 국장의 얼굴이 이미 소셜미디어는 물론 황 국장의 임용 관련 보도자료, 진화위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국감장에서 퇴장당한 직후 안경과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장에서는 마스크를 한사코 벗지 않더니 국감장 밖 복도에서는 기자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마스크를 벗고 있더라”면서 “증거로 사진을 찍어왔다”고 했다. 여당 의원도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원법 어디를 보더라도 퇴직한 이후에 근무기간 중 취득한 정보를 누설하면 안 된다고 돼 있지만, (얼굴 공개 거부는) 대단히 납득이 안된다”며 “이 자리는 국가 안보와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황 국장은 국정원 대공 수사 3급 간부 출신으로, 지난 6월 19일과 7월 11일에 열린 행안위 전체 회의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참석했다. 당시 행안위원들은 마스크를 벗고 회의에 배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황 국장은 이를 거절해 퇴장 당한 바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11 05:32:45[파이낸셜뉴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진보 단일화 후보로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추대됐다. 서울시교육감 진보 진영 단일화 추진 기구인 '2024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추진위)는 정 교수를 최종 단일 후보로 추대했다고 25일 밝혔다. 정 후보는 1·2차 경선의 추진위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50:50 비율로 합산한 결과에서 1위에 올랐다. 정 후보는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제주 4·3 평화재단 이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장,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로써 정 후보는 보수 진영 단일화 후보인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과 겨루게 됐다. 이날 오전 보수진영 단일화 기구인 서울시교육감중도우파후보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는 조 후보를 보수 진영 최종 단일화 후보로 추대했다. 조 후보는 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인천대, 명지대 교수를 역임한 이력을 갖고 있다. 조 후보는 "번번히 실패를 거듭했던 중도보수후보 단일화가 이번에는 극적으로 성공했다"며 "무너지고 망가진 서울의 교육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의 교육의 패러다임 체인저(paradigm changer)가 되겠다"고 밝혔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4-09-25 20:28:22[파이낸셜뉴스] 내달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할 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확정됐다. 진보 진영 단일화 추진 기구인 '2024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추진위)'는 25일 서울 마포구 가온스테이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교수가 최종 단일후보로 추대됐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추진위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각각 50대 50 비율로 합산한 결과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제주 4·3 평화재단 이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장,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교육 정책 방향은 기본 학력 보장, 교육 격차 해소, 역사 교육 강화, 미래 창의 교육과 민주시민 교육 확대 등을 제시했다. '1호 공약'으로는 지역교육청 단위로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서울 교육 플러스 위원회'라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겠다고 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4-09-25 20:22:32일본말에 '냄새 나는 것에는 뚜껑을 덮는다'(臭いものに蓋をする·쿠사이모노니 후타오스루)라는 말이 있다. 불편한 진실이나 문제가 드러나지 않도록 숨기거나 외면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현재 일본 사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표현이다. 특히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진실을 모른 척하는 일본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23년 9월 1일, 간토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은 10만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낳았다. 천재지변보다 더 참혹했던 것은 그 이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이었다. 당시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열도를 흔들어 대지진이 났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졌다. 일본 민간인들은 자경단을 조직해 6000여명에 이르는 재일조선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이는 단순한 폭도들에 의한 범죄가 아니었다. 일본 경찰과 군대가 학살을 방관하거나 조장했다는 증거(간토계엄사령부 상보·도쿄 백년사)들이 사실로 존재한다. 국가적 차원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매해 9월 1일이면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 조선인 추모비에선 추도식이 열린다. 2006~2016년 실행위가 도쿄도에 추도문을 요청하면 해마다 빠지지 않고 도쿄도지사가 추도문을 보내 왔었다. 하지만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2017년 취임 이후 올해까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에 대한 추도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2016년까지는 도지사가 매년 추도문을 발표했지만 이후로는 뚝 끊겼다. 고이케 지사는 간토대지진 희생자 추도문을 보냈기 때문에 조선인 학살 희생자에 대해 따로 추도문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조선인들은 일본인에 의해 학살된 것인데 어떻게 지진 희생자가 될 수 있을까. 말이 안 된다. 일본 정부도 이 끔찍한 사건을 외면했다. 101년이 지나도록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커녕 사건 자체를 망각하려고 애썼다. 일본 정부와 고이케 도쿄도지사는 조선인 학살에 대해선 '뚜껑을 덮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여전히 명확한 사과와 반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한일 관계의 발전은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보수적 민족주의와 그에 편승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일 것이다. 일본 정부와 고이케 도지사의 이러한 무시는 일본 내에서 일부 지지층의 환심을 살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국제사회와 한국과의 관계에선 깊은 상처만 남길 뿐이다. 한일 양국은 오랜 역사적 갈등을 안고 있으나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과거사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사 정리에 나서지 않으면 양국 간의 근본적 신뢰회복은 요원하다. 조선인 학살이나 강제징용 등 민감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의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반면 올해 간토대지진 기념식에 참석한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행보는 긍정적인 한 걸음이다. 이 기념식에 거물인 일본 전 총리가 참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가 보여준 태도는 지금 양국에 필요한 리더십이라고 할 만하다. 일본 내부에서도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학살 실태를 밝혀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30일자 사설에서 8년째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고이케 도지사와 일본 정부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신문은 "부(허물)의 역사를 왜 외면하는가, 사실을 직시하고 교훈으로 삼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이케 도지사가 조선인 학살 피해자를 모든 지진 희생자와 묶는 데에 대해서도 "학살은 천재와는 다르다. 고이케 도지사의 태도는 인정하기 싫은 과거를 묵살하는 학살 부정론과 통한다. 사실을 마주하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계속 맹세하는 것의 그 중요함은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다. 이제 일본 정치인들이 '뚜껑'을 열어야 한다. 뚜껑 속에 한일 관계의 미래가 있다. km@fnnews.com
2024-09-03 19:52:54【파이낸셜뉴스 무안=황태종 기자】전남도가 여순사건특별법 시행 3년 차를 맞아 여순사건의 명백한 진상 규명과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특별법 개정, 희생자 유족 결정 가속화, 빈틈없는 위령사업 준비 등에 온 힘을 쏟고 있다. 12일 전남도에 따르면 여순사건지원단이 지난 7월 27일 동부청사에서 열린 신정훈(더불어민주당 나주·화순) 국회 행정안전위원장과의 여순사건 유족·관련 단체 간담회에서 진상 규명 조사와 자료 수집 및 분석 기한이 오는 10월 만료됨에 따라 기한 연장 등 여순사건특별법의 신속한 개정을 건의했다. 이어 지난 1일 전남지역을 방문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특별법 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순사건 조사 법적 기한 연장과 중앙위 차원의 신속한 희생자 유족 결정 협조를 요청했다. 전남도는 깊이 있는 진상 규명과 온전한 희생자·유족의 명예 회복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여순사건특별법 개정이 시급한 당면 과제임을 감안해 올해 초부터 지속해서 국회와 정부에 특별법 개정 건의를 하고 있다. 또 여순사건특별법 시행령 개정으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결정 사건 희생자에 대해 별도의 사실 조사 없이 희생자로 직권결정을 할 수 있음에 따라 지난 6월부터 진화위 통보 758명에 대해 직권결정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현재 9%대인 희생자 최종 결정 심사율을 올 연말 약 20%까지 두 배 이상 끌어올려 고령인 유족의 오랜 염원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순사건의 진상 규명과 함께 희생자·유족의 명예 회복을 위한 여순사건 전국화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전국 여순사건 유족이 한자리에 모여 희생자 영령을 추모하고 화합하는 제76주기 합동추념식을 오는 10월 19일 보성군 공설운동장에서 유족, 정부인사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 추념식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대행사 선정, 부대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순사건의 아픔을 문학작품으로 승화해 평화와 인권의 상징 토대 마련을 위해 올해 처음 실시하는 여수·순천 10·19평화문학상 공모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9월 공모작 심사 후, 10월 합동추념식 추모 기간과 연계해 시상할 예정이다. 김차진 전남도 여순사건지원단장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인 여순사건의 명백한 진상 규명과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특별법 개정이 시급하다"면서 "이를 위해 유족, 시민사회, 정치권과 적극 협력해 역사적 책임을 완수하는데 전남도가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남도 차원에서의 신속한 희생자 결정을 위해 올해 연 누계 5000건의 사실조사 목표 달성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올바른 여순사건의 전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전국화 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겠다"라고 덧붙였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4-08-12 08:50:00【파이낸셜뉴스 무안=황태종 기자】전남도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에서 규명한 여수·순천10·19사건 희생자 719명에 대한 직권결정을 위한 행정절차에 들어간다. 13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여순사건법'이 일부 개정되고 올해 2월 법 시행령이 개정·시행돼 여순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명시된 사람과 진화위에서 여순사건으로 규명한 사건의 피해자 또는 희생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신고서 제출이나 사실 조사 없이 여순사건 희생자로 직권결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여수·순천10·19사건진상규명및회복위원회(중앙위)는 지난 5월 제9차 위원회를 열어 진화위에서 여순사건으로 규명한 사건의 피해자나 희생자에 대해 여순사건 희생자로 직권결정하는 것을 의결했다. 첫 희생자 직권결정 대상은 총 719명이다. 서면통지 대상자 487명(여순사건 신고접수건)과 서면통지 미 대상자 232명(여순사건 미 신고건)이다. 전남도와 중앙위는 직권결정 공고를 도 및 시·군 대표 누리집과 관보 공고를 통해 진행하고 연락이 가능한 서면통지 대상자에게는 우편과 문자 발송 등을 통해 직권결정을 사전 통지할 계획이다. 전남도는 직권결정 대상자나 유족이 접수한 서류를 도 실무위원회 검토를 거쳐 중앙위 심의·의결로 직권결정이 확정되면 신고인에게 통지할 예정이다. 김용덕 전남도 여순사건지원단장은 "이번 직권결정으로 여순사건 희생자의 신속한 명예 회복 길이 열렸다"면서 "직권결정과 함께 이미 접수한 사건도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면통지 대상자는 통지서를 수취한 날로부터 30일 이내, 사전통지 미 대상자(여순사건 미신고건)는 오는 7월 29일까지 전남도 여순사건지원단이나 시·군 여순사건 담당 부서에 제출 서류를 우편으로, 혹은 직접 방문해 제출하면 된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4-06-13 13:38:01[파이낸셜뉴스]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희생된 피해자의 유족이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위원장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한다. 유족 측이 오는 14일 오전 서울경찰청에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김 위원장을 고소하겠다고 13일 입장을 밝혔다. 백남식씨는 지난해 12월 받은 진화위의 '충남 남부지역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진실규명 결정서'에 아버지 백락용씨가 노동당원으로 활약하다 처형됐다는 경찰 신원조사서 기록이 포함됐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진화위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을 기재했다는 주장이다. 백씨 측에 따르면 백씨의 아버지이자 동아일보 서천지국장이었던 백락용씨는 1950년 6월27일 서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사건에 휘말려 경찰서에 구금·억류된 뒤 실종됐다. 진화위 조사를 통해 백씨가 1950년 6월28일과 7월17일 사이 대전 골령골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02-13 17:5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