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좌승훈 기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제주도내 관광숙박업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객실 과잉공급에 따른 과당경쟁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도 가중돼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순국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31일 ‘제주지역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영향과 정책 대응방안’을 통해 “인건비 비중이 큰 제주지역 숙박업소와 음식점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제주도 차원에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내 전체 서비스업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고용영향 관련 설문조사 결과, 56.7%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사정이 악화되었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 영향은 41.3%로 나타났다. 인건비 상승 부담은 음식점업이 가장 크며, 음식점업 72.2%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용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시간당 8350원보다 2.87% 오른 8590원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79만5310원이다. 이에 따른 올해 고용감소 의향은 14.7%로 전년에 비해 다소 낮다. 이는 경영상황이 호전됐다기 보다는 현재 사업체 운영에 필요한 최소인원으로 구성돼 있어 더 줄일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저임금이 2018~2019년 유독 많이 올라 인상 폭이 줄어도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하소연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저임금위원회는 2018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의결했다. 2017년 최저임금6470원보다 1060원(16.4%)나 오른 것이다. 2018년에는 2019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0.9% 올린 8350원으로 의결했다. 특히 객실 과잉공급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관광숙박업계는 그늘이 더 짙게 드리워져 있다. 지난해 말 제주도내 숙박시설은 총 5631곳에 객실 수는 총 7만4064실에 이른다. 최근 5년 사이 2888곳·3만5456실 급증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1일 평균 제주 체류 관광객 17만6000명(2018년 기준)을 감안하면 제주지역의 적정 숙박시설 객실수는 4만6000실로 분석했다. 현재 2만8000실 가량이 초과공급 상태라고 봤다. ■ 최저임금의 지역·업종·규모별 차등 적용 요구도 공급과잉으로 객실 가동률이 떨어지면, 관광숙박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신규 채용 축소, 근로시간 단축, 인력 감원과 맞물려 고용시장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관광숙박엡계에선 향후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에 대처하기 위한 경영방안으로 '종업원 근로시간 축소'(29.7%)를 가장 높게 꼽았다. 또 도소매업은 '혼자 경영'(42.4%), 음식점업은 '가족과 함께 경영'(37.1%)을 제시했다. 이순국 책임연구원은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현재 시행중인 일자리안정자금의 실효성이 낮다”며 “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폭을 신축적으로 변동시킬 수 있는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Earned Income Tax Credit)의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관광숙박업 공급 억제를 위한 객실 공급 관리대책도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선 최저임금 제도에 대한 개선책으로 아예 최저임금의 지역별·연령별·업종별·기업규모별 차등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일자리안정자금의 지원범위 및 기간 확대와 외국인 근로자 별도 최저임금 적용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제주도내 서비스업종(도매업·소매업·관광숙박업·음식점업) 150명 사업주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10월 18일부터 11월 3일까지 최근 3년 동안 최저임금인상으로 매출액·영업이익, 인건비 변동, 고용영향에 대한 문제점과 대처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0-02-01 13:11:22[제주=좌승훈 기자] 일본 아베정부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관광산업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내 관광업계가 정부와 제주도 등에 관광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협력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영진 제주도관광협회장과 협회 내 18개 분과 위원장은 19일 오전 제주웰컴센터에서 '일본 경제 보복에 따른 대응과 제주관광 재도약을 위한 관광인의 입장'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촉발된 중국인 관광객 감소, 숙박시설 공급 과잉, 일본의 경제 보복 등으로 제주 관광 업계가 파탄에 직면해 있다"면서 정부에 대해 ▷제주 제2공항 정상 추진과 공항 예정부지 주민들에게 합당한 보상·지원 ▷제2공항 운영 수익의 지역 환원을 위한 제주도 공항운영권 참여 보장 ▷정부 지원정책에 제주업체 참여 기회 제공 등을 요구했다. 이어 제주도에 대해서는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 지원 ▷일본 경제 보복에 따른 피해업체 지원 ▷과잉 공급된 숙박시설과 교통업체에 대한 특단의 관리대책 마련 ▷제주국제공항 슬롯난 해소를 위한 중대형 항공기 투입 시 이·착륙료 감면 대책 추진 등을 요청했다. 또 항공사에 대해 ▷제주-일본 직항노선 유지 ▷관광객 선호시간대 제주노선 중·대형기종 우선 투입 등을 건의했다. 제주국제공항에 내국인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대해서는 도내 영세관광사업체에 대한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이들은 JDC가 관광객을 상대로 면세사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도내 영세관광사업체를 위한 지원에는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관광호텔업 외국인 관광객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추진 ▷외식업 외국인 고용허가제 완화, ▷교통업 전세버스 차령기준 개선, ▷골프장 개별소비세 감면, ▷교통유발부담금 감면기준 완화 ▷관광진흥기금 융자지원 확대·상환기간 유예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업계의 바가지요금 논란 언론 보도에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제주도는 음식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에서 국내 최저 요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도 인건비와 재료비 등 제주도의 여건을 고려하면 비싸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광업 활성화를 위해 업계 내부적으로도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친절서비스를 강화하고, 국제수준의 환대 서비스 시스템 구축과 다양하고 차별화된 상품개발, 재방문 관광객 확대를 위한 감성 마케팅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19-08-19 14:58:06서울의 북촌한옥마을, 세종마을 등 관광객이 넘쳐 지역주민이 몸살을 앓고 있는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 지역에 대한 해결책이 모색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베니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지도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시는 17~30일까지 공정관광주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 국제 포럼을 열어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고 12일 밝혔다. 특히 우리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바르셀로나등 해외도시들이 참여해 함께 머리를 맞댄다. 오버투어리즘은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관광객이 관광지에 몰리면서 주민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이다. 서울시는 포럼에서 세계적 관광도시 베니스와, 서울관광재단은 암스테르담 관광청과 공정관광 증진·확산을 위한 협약도 체결한다. 포럼 참여 국내외 전문가들은 서울의 대표 마을관광지이자 관광객과 주민이 공존하고 있는 '성수동'을 현장투어한다. 먼저 오는 18일에는 신라호텔에서 '서울 공정관광 국제포럼'을 개최한다. 이 포럼은 제7차 UNWTO 세계도시관광총회(9.16~9.19)와 연계해 서울시 주최, 서울관광재단 주관, UNWTO(UN세계관광기구) 후원으로 진행된다. 바르셀로나 관광국장, 베니스 자치구 의장, 암스테르담 관광청 마케팅전략실장을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 시민 등 500여 명이 함께한다. 특히 공정관광 주간 동안 북촌마을안내소 전시실에 북촌주민의 정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서울시 정책과 시민들이 지켜야할 공정관광 글로벌 캠페인 내용 등을 전시한다. 또 공정관광주간동안 반관광 정서가 확산된 바르셀로나, 베니스 등지의 과잉관광 해결책을 들어본다. 서울시도 북촌, 세종마을에서 과잉관광에 따른 소음, 교통체증, 쓰레기 무단투기 등 주민불편 가중, 임대료 상승, 지역주민 이주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따라 서울시와 종로구는 주민의 정주권을 위해 '마을 입장시간' 지정, 집중청소구역 운영 등 지난 7월부터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이번 서울공정관광 국제포럼은 관광객과 주민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강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2018-09-12 09:25:32서울과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관광객이 너무 몰려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이른바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에 대한 해법찾기에 나섰다. 서울시는 오는 7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2017 서울 공정관광 국제포럼(SIFT)'을 연다고 5일 밝혔다. 이 포럼은 올해가 두번째다. 세계관광시장은 매년 4∼5%씩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지난해 세계 관광객 수는 12억350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베네치아.암스테르담 등 유럽 주요 관광도시는 주민들이 자기지역에서의 관광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이들 도시에 다수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치솟은 임대료와 물가 등으로 관광객으로 인해 현지 주민이 이주하게 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바르셀로나에서는 최근 관광객 반대시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서울시도 올해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북핵문제 등으로 해외관광객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북촌한옥마을, 이화동 벽화마을 등 주거지역 관광명소에서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 쓰레기, 사생활 침해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역주민들의 피해를 조사해 대책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포럼 개회식에서 서울시는 유엔WTO, 바르셀로나시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캠페인 발대식을 갖고 이어 바르셀로나시와 업무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다. 또 바르셀로나, 서울시, 인도네시아 사례를 중심으로 대량관광때문에 야기되는 도시관광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서울시는 이들 도시의 정책적 대응과 전략이 서울에서의 관광객을 인한 지역주민피해 해결에 큰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준호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이번 포럼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으로 발생하는 관광객과 주민간 갈등을 완화하는 정책 수립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2017-09-05 19:46:40서울과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관광객이 너무 몰려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이른바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에 대한 해법찾기에 나섰다. 서울시는 오는 7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2017 서울 공정관광 국제포럼(SIFT)'을 연다고 5일 밝혔다. 이 포럼은 올해가 두번째다. 세계관광시장은 매년 4∼5%씩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지난해 세계 관광객 수는 12억350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베네치아·암스테르담 등 유럽 주요 관광도시는 주민들이 자기지역에서의 관광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도시에 다수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치솟은 임대료와 물가 등으로 관광객으로 인해 현지 주민이 이주하게 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바르셀로나에서는 최근 관광객 반대시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시도 올해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북핵문제 등으로 해외관광객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북촌한옥마을, 이화동 벽화마을 등 주거지역 관광명소에서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 쓰레기, 사생활 침해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역주민들의 피해를 조사해 대책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포럼 개회식에서 서울시는 유엔WTO, 바르셀로나시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캠페인 발대식을 갖고 이어 바르셀로나시와 업무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다. 또 바르셀로나, 서울시, 인도네시아 사례를 중심으로 대량관광때문에 야기되는 도시관광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서울시는 이들 도시의 정책적 대응과 전략이 서울에서의 관광객을 인한 지역주민피해 해결에 큰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준호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이번 포럼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으로 발생하는 관광객과 주민간 갈등을 완화하는 정책 수립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2017-09-05 14:12:23개정 의료법 발효에 따라 ‘의료 쇄국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은 의료산업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변화다. 지난 1일부터 국내 대형병원(종합전문요양기관)이 외국인 환자를 직접 유치하거나 대행기관을 통해 소개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올 한해에만 적어도 8만명의 환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되었다. 외국인 환자 1명을 유치했을 때 약 700만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복지부 계산대로라면 현재 연간 650억원에 이르는 의료서비스 적자를 대폭 개선시킬 수 있다. 인력과 첨단기자재, 그리고 관련 최신 정보의 복합체로 구성되는 현대의료 서비스는 당연히 대규모 선행 투자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는 자금력이 의료서비스 경쟁력을 결정한다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현재 국내 의료시장 규모로는 이러한 막대한 투자비를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서울 소재 대형 종합병원에 전국의 환자가 몰리고 있는 것 역시 지방 소재 대형 병원이 수요를 감당할 수준의 투자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의료서비스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시장을 키워 투자의 경제성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의료 쇄국 시대’의 마감이 국내 환자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의료기관이 사실상 의료수가를 국가가 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국민건강보험의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인 환자를 지나치게 선호할 경우 국내 환자의 설 곳은 그만큼 좁아지게 마련이다. 물론 ‘입원실 정원의 5% 이내’ ‘국내 거주 외국인 제외’ 등의 규제가 따르고 있으나 관련 의료기관이나 환자 유치 대행업자가 얼마나 철저하게 준수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9-05-01 16:53:18G 라이디, J 켈리, D 코스타…. 2001년 9·11 테러 당시 사망한 희생자 이름 중 일부이다. '그라운드 제로.' 테러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만들어진 추모시설의 명칭이다. 추모시설 겉면을 둘러싼 강철 구조물에는 9·11 테러 희생자,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 사망자 등 3000여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강, 구, 김, 조 등 한국계도 여럿 보인다. 이름에 꽂혀 있는 장미는 고인의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추모의 표시로 헌정한 것이라고 한다. 뉴욕 체류기간이 마침 9·11 테러 23주년 추모식 시기와 겹친 덕에 그라운드 제로를 자세히 둘러볼 수 있었다. 사라진 무역센터 쌍둥이빌딩 위치에는 검은색 돌로 만든 두개의 거대한 풀(pool)이 남쪽과 북쪽에 만들어졌다. 물이 차 있는 풀과는 달리 텅 빈 공간을 둘러싼 사방의 벽을 타고 끊임없이 물이 흘러내리고 있고, 그 물은 다시 바닥에 뚫린 작은 사각형의 구멍을 통해 깊이를 모르는 곳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우리 앞에 없는 건물과 사람을 상징하는 빈 공간을 바라보며 희생자와 가족들 그리고 그 자리에 우연히 모인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함께 흘리는 눈물이 합쳐져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되는 것이리라. 미국 본토가 공격을 받은, 역사상 가장 참혹한 비극의 현장을 어떻게 매년 수백만명의 세계인이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만들었을까. 외부의 공격을 분열 대신 통합, 갈등 대신 치유의 계기로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 그라운드 제로와 추모관을 둘러보며 절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내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국가적 비극에 정치를 끌어들이는 행태를 철저히 배격하는 자제의 자세를 우선 들고 싶다. 정치인과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올해 추모행사가 바로 그랬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뉴욕 추모식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 대선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해리스, 트럼프 후보는 불과 10여시간 전 치열한 토론을 벌인 바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에게서 인신공격까지 주고받으며 얼굴을 붉혔던 정치공방을 읽을 수는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누구도 연설에 나서지 않았다. 유족과 동료 등이 2명씩 연단에 올라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고, 일부는 그들과의 추억을 말하는 게 행사의 전부였다. 3000여명을 일일이 호명하는 긴 시간 동안 정치인들이 나설 자리는 없었다. 행사의 주인공은 대통령도, 대선 후보도 아닌 희생자들이었다. 비극을 통합의 계기로 승화시키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순직 경찰관, 소방관 등을 여전히 예우하는 방식으로 '영웅 만들기'를 일상화하는 문화도 한몫했을 것으로 본다. 세월호, 이태원 등 국가적 비극의 현장이 느닷없는 정치공방의 장으로 변질되어 버리는 우리를 생각하면 미국의 9·11 추모식은 부러운 모습이다. 비극의 현장은 고사하고 경축의 장이어야 할 광복절마저 정치적 이유로 갈라져 싸우는 정치 과잉이 문제인지, 작은 차이를 크게 만들고 좋은 점 대신 흠집만 부각시키는 영웅부재의 사회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단서는 앞서 본 희생자들의 이름을 배열한 방식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개는 알파벳순으로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새겨진 이름을 아무리 보아도 그런 방식의 순서가 보이지 않아 무작위 배열이 아닐까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생전에 서로 알던 사람들을 가까이 배치하는 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추모공원을 디자인한 이스라엘계 미국인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는 한 인터뷰에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서로의 존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고인이 된 사람들도 서로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면 그들을 바라보고 추모하는 산 사람들이야말로 더 절실하게 서로의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모두가 그런 절실함을 깨달을 때서야 고인들의 희생이 통합의 상징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dinoh7869@fnnews.com
2024-09-18 19:15:10[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 정부가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 해소를 명분으로 도시 관광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지 일가체티노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니엘라 산탄케 관광부 장관은 도시와 호텔 등급에 따라 많게는 1박당 5유로(약 7400원)씩의 도시 관광세를 최대 25유로(약 3만7000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관광부는 이를 위해 9월 중에 관련 업계 대표들과 만나 도시 관광세 개편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산탄케 장관은 최근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을 통해 "오버 투어리즘 시대에 서비스를 개선하고 관광객이 더 책임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이 문제(관광세 인상)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탈리아는 2022년 10월 조르자 멜로니 정권 취임 이후 도시 관광세를 이미 인상한 바 있다. 연간 외지 방문객 수가 지역 인구의 20배에 달하는 도시의 경우에는 도시 관광세를 1박당 최대 10유로(1만4800원)로 올렸다. 이탈리아 정부가 관광세를 또 인상하는 이유로 오버 투어리즘 완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정책의 방점이 관광객 억제보다 관광수입 증대에 찍힌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탈리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37.3%로, 유로존에서 그리스(160.3%) 다음으로 높다. 또 지난해 이탈리아의 재정 적자는 GDP 대비 7.4%로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높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2024-08-31 14:13:50[파이낸셜뉴스] "국민 안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과잉 대응이 더 낫다는 신념으로 기후재난 적응체계를 강화하겠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환경부 장관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국민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본질적인 책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후보자는 “올해 장마 기간 중 남부와 중부지역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많은 국민들이 불편과 피해를 겪었다”면서 “매년 반복되는 극한 호우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안으로는 인프라 강화를 제시했다. 김 후보자는 “홍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물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재난 안전 관리체계의 과학화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며 “극한 가뭄에 대비해 전국의 물 공급망을 확충하고 대체 수자원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후보자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탄소중립의 탄탄한 이행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국내 기업의 탄소경쟁력 제고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설비 투자 및 저탄소 혁신기술 도입을 지원하고 탄소를 잘 줄이는 기업이 시장에서 유리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언급했다. 녹색산업 육성에 대해서는 “유망한 국내 녹색산업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기후테크 개발과 기업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재정투자를 마중물로 민간 녹색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기업의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우리 경제체제의 녹색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또 김 후보자는 “핵심 폐자원 재활용산업을 육성하고 재생원료 사용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을 통해 글로벌 자원안보 위기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환경규제가 본연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면서 민간의 기술혁신과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연환경 및 생태계 보호 등 환경부 본연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우수한 자연자산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생태적 가치를 지키고 훼손된 생태계를 적극 복원하겠다”면서 “생태관광을 활성화하여 더 많은 국민이 자연자산의 혜택을 향유하고 보전과 이용이 조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4-07-22 10:34:01[파이낸셜뉴스] 스페인에서 '과잉 관광'(오버 투어리즘) 현상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국민들의 '관광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BBC 방송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최근 몇 주에 걸쳐 바르셀로나와 마요르카섬, 말라가, 카나리아 제도 등 주요 관광지에서 과잉 관광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수천 명이 바르셀로나 도심에 모여 관광객들을 향해 물총을 쏘면서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13일에는 알리칸테에서 주민들이 "알리칸테, 판매 중 아님", "관광객은 우리 동네를 존중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마요르카섬의 팔마데마요르카에서는 21일 저녁에도 시위가 예정돼 있다. BBC는 마요르카섬에서 해변은 발 디딜 틈 없이 관광객으로 꽉 들어찼고 주차공간 찾기가 극히 어려운 상황이며 상점과 식당가에서는 결제 알림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현지인은 관광객 급증에 따른 경제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면서 항의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주요 관광지에선 월세를 비롯한 물가가 치솟았으며 지역 정체성이 훼손되고 환경이 오염되는 악영향이 크다고 호소한다. 바르셀로나는 최근 관광객을 상대로 한 단기 아파트 임대를 금지하기로 한 데 이어 크루즈 기항 관광객에게 물리는 세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자우메 콜보니 바르셀로나 시장은 현지 매체 엘파이스와 한 인터뷰에서 "(체류 시간 12시간 미만의) 크루즈 경유 관광객에게 물리는 세금을 상당한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도시에는 아무런 이득 없이 공공장소를 상당한 수준으로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바르셀로나가 기항한 크루즈 승객에게 물리는 관광세는 하루 7유로(약 1만원)다. 콜보니 시장은 지난달에는 2028년 11월까지 단기 임대용으로 등록된 아파트 1만101채의 허가를 취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7-22 06:4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