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과잉에 대응한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대중국 수입규제 강화 조치가 한국의 수출 전선에 '양날의 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철강, 배터리, 태양광, 전기차 등 중국발 공급과잉은 전 산업 분야로 확산돼 국내 제조업의 최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1일 '중국 공급과잉에 대한 주요국 대응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내수시장 침체로 공급초과 현상을 겪고 있는 중국 산업계가 '저가 수출 전략'을 취하면서 글로벌 공급과잉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공급 과잉은 세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중국 산업계는 철강·화학 등 전통산업뿐만 아니라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신산업 분야에서 최대 생산 능력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어, 향후 공급과잉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무협의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은 954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했으나, 판매량은 841만대에 그쳤다. 113만대 초과공급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수출 밀어내기'로 이어지고 있다. 2020년 22만대에 불과했던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지난해 120만대로 급증했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2022년에 종료됨에 따라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보조금 혜택이 남아있는 국가에 공장 건설을 착수하는 한편, 수출을 통해 자국 전기차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의 배터리 생산 규모는 이미 시장 수요를 초과했으며,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만으로 전 세계 수요를 충족하고도 중형 전기차 156만대의 배터리가 남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EU 등 주요국은 중국의 공급과잉에 대응하는 조치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 등 전통적 무역 구제 조치와 더불어 무역 확장법 232조 및 통상법 301조 조치의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EU는 공급 과잉의 원인으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지목하며, 전기차·태양광·풍력터빈에 대한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인도·칠레·브라질·멕시코 등 신흥국들도 수입 규제 조치를 잇달아 발표하며 중국산 공급 과잉 대응에 나섰다. 무협은 중국의 공급 과잉과 주요국의 대응 조치가 우리 수출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EU의 대중국 관세정책으로 인해 일부 산업에서 반사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배터리·태양광·석유화학 분야의 시장확대 기회가 예상되며, EU 내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중국 전기차 업체가 위축되면 국내 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중국 저가 상품 공급과잉 지속과 주요국의 무역장벽 대응은 공급망 전반의 리스크를 가중시켜 우리 기업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의 규제망이 커질 때의 얘기다. 중국산을 잡겠다고 하다가 다른 국가 제품까지 규제망을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추가적인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고 다른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자국산업 보호조치를 취할 경우 글로벌 무역환경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4-08-21 18:28:56[파이낸셜뉴스] 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CJ프레시웨이에 대해 과징금 245억원을 부과한 가운데 CJ프레시웨이는 유감스럽다는 입장과 함께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정위는 CJ프레시웨이가 식자재 유통 지역 상권을 침해하고 유력한 지위를 획득했다고 주장했지만 CJ프레시웨이측은 오히려 지역 유통업자와 동반 성장을 위해 사업을 추진했다고 반박했다. 먼저 CJ 프레시웨이가 지역 유통업자 반발을 우회할 목적으로 사업을 구상했고 이들의 영업망을 배타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장치로 '프레시원'을 설립했다는 공정위의 주장과 관련해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프레시원이 출범하던 2009년은 식품위생법 강화 계기로 업계 내 대형 물류 인프라, 콜드체인 시스템, 투명한 거래 시스템 등 식자재 유통 역량 고도화 필요성이 대두된 시기였다"며 "특히 지역 유통시장은 수도권 대비 파편된 구조이자 거래 불투명도 심각했던 상황이어서 일부 지역 유통업자들은 사업 유지를 위해 되레 CJ 프레시웨이와의 협력을 도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CJ 프레시웨이의 지역 시장 진출 목표를 아울러 양측의 강점을 결합한 동반성장 사업모델을 내놓은 것이 '프레시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CJ 프레시웨이가 프레시원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파견인력을 지원했다는 공정위의 주장과 관련해 CJ 프레시웨이는 "인력파견은 합작 주체 간 계약에 따른 '계약이행' 행위에 해당한다"며 "CJ 프레시웨이가 프레시원에 파견한 인력은 구매시스템 관리, 물류인프라 관리, 회계 등 사업관리 부문 등으로 프레시원의 영업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으나 공정위는 이 직원들이 프레시원의 영업 업무를 수행했다고 해석해 아쉽다"고 밝혔다. CJ 프레시웨이가 지역 유통업자들을 일방적 퇴출시키고 프레시원의 경영권을 장악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CJ 프레시웨이 측은 "지분을 확보할 이유가 없었다"며 "오히려 사업 출범 이후 온라인 커머스가 급성장하고 팬데믹, 장기 불황 등 잇단 난관에 부딪치며 법인의 손실이 계속 발생됐고 이에 따라 일부 지역 주주들이 되레 CJ 프레시웨이에 지분인수를 요청하기 시작해 인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CJ 프레시웨이가 프레시원의 경쟁상 지위를 부당 제고했다는 공정위의 주장과 관련해 CJ 프레시웨이 측은 "경쟁상 유의미한 지위가 확보된 바가 없다"며 "프레시원 시장 점유율은 1% 내외로 미미해 시장 공정성을 훼손할 정도의 지배적 지위에 있지 않으며 타 사업자가 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저지한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유통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가 SPC와 쿠팡 등 최근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면서 과잉 규제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자재 유통업계 자체가 독과점 사업자가 존재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이미 지역 주주와 기업 간의 갈등이 해결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뒤늦게 공정위가 골목상권 죽이기 명목으로 때리기를 하는 것이 무리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가 쿠팡 및 SPC와의 소송에서 패소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제재 역시 무리한 대기업 때리기의 일환으로 본다"며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서울고법은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소송에서 쿠팡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가 쿠팡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납품업체에 '갑질'을 했다고 보고 32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법원은 공정위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봤다. 또 SPC그룹이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내린 647억원의 과징금 처분 역시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최종 취소됐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4-08-13 15:45:08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맞춰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규제혁신'과 '상생경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 제16회 유통혁신포럼이 '유통, 혁신자들이 몰려온다'를 주제로 열린 가운데 최영홍 한국유통법학회장은 "유통기업이 당면한 과제 중에는 기업가정신 발휘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도 있는데, 그게 바로 규제"라면서 "10년 전 필요성을 넘는 과잉규제가 등장해 경쟁이 억제되고 기업활동이 위축되며 소비자인 국민의 복지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최 학회장은 "업태 간 경계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이처럼 유통채널 간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규제가 방치돼서는 안 된다"면서 "철사줄로 성장을 억제하는 분재농원에서 우람한 목재와 울창한 산림생태계가 조성될 수는 없듯이 과잉규제를 방치하면서 유통산업의 발전이나 국제화를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유통산업이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들과 결합되면서 유례없는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면서 "패러다임 체인지라 볼 수 있는 혁신적인 변화는 유통업계에 큰 숙제이기도 하지만 글로벌 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부위원장은 "유통업체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핵심요소 중 하나가 상생"이라면서 "납품업체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고, 이러한 보상이 R&D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중소 납품업체들은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든든한 힘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지난 7월에는 유통업체가 납품업체 경영에 간섭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 납품업체의 경영 자율성이 제고되도록 한 것도 이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특별취재팀 박지영 팀장 박지현 정상희 이환주 이정화 김동규 기자
2023-09-25 18:42:13정부가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량에 적합한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고지하는 '최적요금제'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지나친 규제이며 기존 통신요금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복 투자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적요금제, 9월 개정안 제출 9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9월 법제처에 제출할 예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최적요금제 안내 의무화 조항을 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에는 계약 체결 시 이용요금, 약정 조건, 요금할인, 약정만료 등을 설명 또는 고지하도록 돼있다. 여기에 가입자 데이터 사용량 등에 맞는 요금제를 추천하는 내용도 추가한다는 것이 과기정통부 방침이다. 최적요금제 고지는 유럽연합(EU) 주요 국가와 영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EU는 2018년 유럽전자통신규제지침(EECC)을 개정하면서 통신사 상대로 1년마다 최적요금을 고지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는 계약만료일 이전 뿐만 아니라 최소 1년에 한 번은 가입자에게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최적 요금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영국도 2020년 관련법을 고쳐 최적 요금제 고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 중 무제한 요금제 사용 비중은 39.6%에 달하지만 이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50.4기가바이트(GB)에 그쳤다. 통신 3사가 최근 새로 선보인 중간 요금제의 50GB 구간은 월 6만원대인 반면 무제한 요금제는 8만원 이상이다. 다수 가입자가 최소 월 1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음에도 이를 인지 못한 채 비싼 요금제를 쓰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초이스… 또 투자 '중복' 하지만 통신사들은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화는 과잉 규제이자 중복 투자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유럽 통신사들은 규제기관에 신고 절차 없이도 자유롭게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우리와는 자율성 면에서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2년 구축한 스마트초이스 사이트와 통신 3사 홈페이지에서는 이미 사용자에게 요금제 추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초이스 이용 경험률은 9%에 불과하다. 5G 요금제 다수가 10GB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함에도 스마트초이스에서는 데이터 사용량을 상세하게 설정할 수 없고 월별 사용량을 확인하고 입력하는 데 번거로움이 있어 사이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개별 사업자들이 자사 상품을 직접 추천하도록 할 경우 오히려 마케팅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스마트초이스 기능을 보완하고 정보취약계층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자 사용량에 딱 맞는 요금제를 추천하게 된다면 매출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스마트초이스 등을 활용해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택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기업들이 직접 이런 걸 고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원칙에 맞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3-05-09 17:59:08정부가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량에 적합한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고지하는 ‘최적요금제’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지나친 규제이며 기존 통신요금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복 투자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적요금제, 9월 개정안 제출 9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9월 법제처에 제출할 예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최적요금제 안내 의무화 조항을 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에는 계약 체결 시 이용요금, 약정 조건, 요금할인, 약정만료 등을 설명 또는 고지하도록 돼있다. 여기에 가입자 데이터 사용량 등에 맞는 요금제를 추천하는 내용도 추가한다는 것이 과기정통부 방침이다. 최적요금제 고지는 유럽연합(EU) 주요 국가와 영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EU는 2018년 유럽전자통신규제지침(EECC)을 개정하면서 통신사 상대로 1년마다 최적요금을 고지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는 계약만료일 이전 뿐만 아니라 최소 1년에 한 번은 가입자에게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최적 요금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영국도 2020년 관련법을 고쳐 최적 요금제 고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 중 무제한 요금제 사용 비중은 39.6%에 달하지만 이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50.4기가바이트(GB)에 그쳤다. 통신 3사가 최근 새로 선보인 중간 요금제의 50GB 구간은 월 6만원대인 반면 무제한 요금제는 8만원 이상이다. 다수 가입자가 최소 월 1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음에도 이를 인지 못한 채 비싼 요금제를 쓰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초이스...또 투자 '중복' 하지만 통신사들은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화는 과잉 규제이자 중복 투자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유럽 통신사들은 규제기관에 신고 절차 없이도 자유롭게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우리와는 자율성 면에서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2년 구축한 스마트초이스 사이트와 통신 3사 홈페이지에서는 이미 사용자에게 요금제 추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초이스 이용 경험률은 9%에 불과하다. 5G 요금제 다수가 10GB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함에도 스마트초이스에서는 데이터 사용량을 상세하게 설정할 수 없고 월별 사용량을 확인하고 입력하는 데 번거로움이 있어 사이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개별 사업자들이 자사 상품을 직접 추천하도록 할 경우 오히려 마케팅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스마트초이스 기능을 보완하고 정보취약계층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자 사용량에 딱 맞는 요금제를 추천하게 된다면 매출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스마트초이스 등을 활용해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택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기업들이 직접 이런 걸 고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원칙에 맞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3-05-09 14:58:35유통산업발전법이 퇴색되고 있다. 특히 관련 법안이 누더기가 되면서 당초 도입 목적과는 점점 멀어져가는 분위기다. 현 상태에 대해 업계에서는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누더기 법안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대형마트의 동네슈퍼와 전통시장의 상권을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전면 개정됐지만 이익을 본 쪽은 한 곳도 없다. 오히려 피해자만 양산하는 꼴이 됐다. 코로나19로 유통산업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변화했지만 법안은 기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몰·복합쇼핑몰은 비켜가는 법망 유통산업발전법이 대구시의 마트 의무휴무일 평일 전환을 계기로 다시 도마에 올랐다. 1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만 18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이 계류됐다. 지난 대선을 계기로 유통소매업의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대형마트가 과잉규제의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관련 내용을 개정하려는 입법 시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 매장이 온라인 배송판매를 하는 경우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 의원은 "온라인 유통 등 새로운 형태의 소매업이 급성장해 유통산업의 생태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점포 등에 규제가 불합리하게 존속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특성을 고려한 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 의원은 대규모점포 등의 의무휴업과 등록 제한, 영업장소 제한을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적합하도록 조정할 수 있게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통상업보존구역에 대규모점포 등을 개설 시 적용되는 일괄 규제가 오히려 지역경제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마트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닌 다른 유통기업의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개정안도 계류됐다. 이동주 의원은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 같은 대규모 점포도 입지 및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백화점, 면세점도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대상에 포함하고, 명절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의 경쟁자는 소상공인이 아니라 이커머스라는 게 자명한 상황"이라며 "고물가로 인한 소비침체가 염려되는 상황에서 규제만 강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정부·지자체의 규제 완화 시도 지난해 12월 26일 산업통상자원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이 참여한 '대·중소유통상생협의회'는 대형마트 새벽시간·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허용을 담은 상생안을 발표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새벽 배송을 하려면 야간 물류 작업이 필요한데 현행법은 자정 이후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의 문제가 아닌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매장 사이의 문제를 유통산업발전법이 가로막고 있는 대표적인 항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여야 의원 상당수가 해당 규제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간의 분쟁조정 기간을 단축해 소상공인, 납품업체 등 '을(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번 개편으로 분리된 조사부서는 사건처리의 전문성과 속도를 높인다. 공정위는 장기·시효임박 사건은 단계별 특별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처리기간 준수를 부서장 평가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당사자 간 분쟁 성격이 강해 처벌보다 빠른 피해구제가 필요할 경우 '패스트 트랙' 제도도 도입한다. 김형배 공정거래조정원장은 "피해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분쟁조정제도 정비와 서비스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며 "현재 추진 중인 분쟁조정통합법 제정과 상임위원 도입을 위한 관련 법률 개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3-02-16 18:52:54[파이낸셜뉴스]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여야 국회의원의 입법안이 새로 발의될때마다 새로운 규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법안은 특성상 특정 분야의 규제 또는 보호조치 조항을 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종종 과잉입법, 무분별한 규제입법으로 오히려 국회가 규제를 양산하는 곳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과잉입법 남발을 막기 위한 의원 입법안이 발의돼 주목된다. 의원입법안의 규제를 걸러내기 위한 의원 입법안인 셈이다. 규제 일몰제 도입해 무분별한 입법 제동 국회 정무위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중진 윤재옥 의원은 21일 무분별한 규제 입법을 줄이고자 의원 입법 규제 영향 분석과 규제 일몰제를 도입하는 '국회법 개정안'과 '국회 규제입법정책처 신설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이 발의한 두 법안은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때 규제사전검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심사시 국회 규제 입법 정책처에 규제 입법 영향 분석을 요청해 무분별한 규제 입법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 골자다. 규제의 무분별한 양산을 막기 위해 법안 발의 사전과 사후로 나눠 촘촘하게 규제 입법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우선 법안 발의시 현재 예산 추계서처럼 규제사전검토서를 법안에 의무적으로 첨부토록 하는 방안이다. 법안이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에서 공표하면 본격 시행된다. 바로 상임위 심사단계부터 규제 영향 등에 대해 정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규제사전검토서·입법영향분석서도 도입 여기에 아예 '국회규제입법정책처'를 새로 신설해 규제입법 영향을 분석토록해 이중삼중으로 철저하게 규제 부분을 걸러낸다는 방침이다. 규제사전검토서와 규제입법영향분석서에 존속기한 또는 재검토기한 설정에 관한 내용을 포함해 의원 입법에 규제 일몰제를 도입하도록 했으며, 통과가 시급한 민생입법은 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규제 영향분석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조항이 함께 담겼다. 이외에도 규제입법영향분석서 작성을 담당하는 국회 규제입법정책처를 신설하고, 규제개혁 입법을 위한 자료를 국회의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윤재옥 의원은 "규제에 대해 면밀한 검토 없이 이뤄지는 입법들이 우리 사회의 혁신을 가로막고 활기를 옥죄고 있다"며 "국회도 규제입법에 대한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 스스로 입법의 질을 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2022-12-21 15:14:41온 국민의 일상을 혼란에 빠뜨린 카카오 먹통 대란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대형 플랫폼 부가통신사업자를 정조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부가통신사업자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은 눈앞에 날아오는 규제의 칼날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 국회가 부가통신사업자를 이번 사태와 같은 재난에 대비해 규제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 했다가 업계 반발과 여야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어 정치권도 공동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대통령실과 정부, 정치권에 따르면 카카오 서비스 장애를 계기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부가통신사업자의 의무를 규정하는 조치들을 예고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 정비를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발표했다. 야당에서도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요 온라인 서비스와 데이터센터를 국가 재난관리체계에 포함하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처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인해 입법 속도전을 벌이고 있으나 이미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미 지난 20대 국회에서 데이터센터의 재난관리를 강화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돼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까지 회부됐지만 결국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회기가 끝나 법안은 자동폐기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당시 부가통신사업자들은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규제가 해외에는 없는 과잉 규제라는 이유를 주로 들며 정치권 등을 상대로 각종 로비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현재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부가통신사업자들은 구글, 페이스북, 메타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경쟁을 이유로 국내 규제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카카오톡 먹통 대란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됐던 해당 법안이 최근 다시 발의돼 여야가 규제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업계의 반발과 로비 등으로 인해 20대 국회에선 과잉 규제라는 업계 논리에 동조해놓고 이제와서 먹통 대란이 벌어지자 부랴부랴 독점 플랫폼에 대한 규제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은 스스로의 책무를 방기한 것이란 지적마저 사고 있다. 또한 그동안 데이터 관리의 안전장치 마련이라는 기술적 보완조치를 소홀히 한 채 문어발식 확장과 수익 극대화에만 열을 올린 빅테크 기업들의 책임이 큰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사회적 책무 이행 차원에서 통신3사 기간통신사업자와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부·여당은 카카오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 마련을 위해 19일 협의회를 갖고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시스템 이중화와 같은 의무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syj@fnnews.com 서영준 노유정 기자
2022-10-18 18:33:03"전봇대를 뽑겠다" "대못을 뽑겠다"며 들어서는 새 정부마다 규제혁파를 외쳤지만 변한 것은 거의 없다. 규제의 희생양 가운데 '모다모다'라는 기업이 있다. 힘들게 개발한 샴푸가 당국의 규제로 판매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지난 13일 반전이 일어났다.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가 미국 뷰티박람회에서 헤어 분야 1위로 선정된 것이다. 당국자들은 머쓱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개발자는 이해신 카이스트 석좌교수다. 샴푸와 동시에 염색이 되는 획기적인 제품이 나온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사과나 바나나를 공기 중에 두면 갈색으로 변한다는 점에 착안한 기가 막힌 아이디어였다. 홈쇼핑에 내놓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적지 않은 비용, 피부에 묻는 불편, 눈에 해롭다는 속설을 감수하면서 머리 염색약을 써온 소비자들로서는 눈이 번쩍 띄는 상품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샴푸의 위해성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원료인 THB라는 성분에 독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까다로운 유럽연합(EU) 기준을 원용했다. 7년이나 공을 들여 개발한 모다모다 측이나 이 교수는 할 말을 잃었다. 판매량이 급감했다. 모다모다는 규제가 없는 미국으로 방향을 돌렸다. 월마트 등 유통체인점에 입점하자마자 대박이 났다. 아마존 신제품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모다모다는 본사를 아예 미국으로 옮길 생각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국민 건강을 위해 독성규제는 엄해야 한다. 14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의 예로 볼 때 그렇다. 식약처를 무턱대고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러나 규제가 과할 때는 문제가 된다. 안전을 앞세운 과잉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기업을 죽일 수 있다. 논란 끝에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의 재검토 권고로 모다모다 샴푸의 위해성 평가는 현재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로 공이 넘어가 있다. 모다모다 샴푸를 써 본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를 확인해 소비자 관점에서 위해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식약처의 설명이다. 과연 어떤 결론이 나올까.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
2022-07-17 18:41:45[파이낸셜뉴스] 새 정부가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과잉법률 양산을 막기 위해 지역별·산업별·기업규모별 규제영향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규제 법률에 의원 이름을 붙여 의원입법 규제 신설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는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한국경제와 사회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혁신과 성장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중규모 경제인 우리나라 특유의 창의적인 규제개혁 정책을 국가전략으로 삼고, 섬세한 규제개혁 프로그램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대표적 규제로 중대재해처벌법과 클라우드 보안인증제(CSAP)를 꼽았다. 김 교수는 "최고경영자(CEO)가 예방에 최선을 다해도 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데, 이는 재난으로 인명사고가 나거나 성장률이 급락하면 대통령, 장관, 의원에게 책임을 물어 형사처벌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 클라우드 규제(CSAP)로 가성비 높은 고성능 클라우드 사용이 불가해 폐해가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원입법을 포함한 규제가 사회 후생을 증대시키는지 소수를 위한 것인지 모니터링하기 위해 지역별·산업별·기업규모별 규제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금지규정에 포함된 ‘기타, 그 밖의, 등’ 문구를 전체 법령에서 삭제하는 담백행정 로드맵을 구축하고, ‘촉진, 진흥, 지원, 보조 등’ 진입 규제 속성을 가진 정부개입 규제를 전면 철폐해야 한다“고 했다.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현 규제개혁위원회는 비상임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있고, 규제조정실은 순환보직과 파견 위주로 운영돼 전문성과 노하우가 축적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규제개혁위원회 내 상임위원 임명, 규제조정실 차관급 격상 및 상설화 등 규제개혁 거버넌스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원입법 발의 건수는 국제비교시 높은 수준인 반면 규제심사체계가 없어 불합리한 규제 양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의원입법 규제에 대한 체계적인 영향평가, 의원 이름으로 규제 법률을 명명하는 등 의원입법 규제 신설시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수도권 규제, 적합업종 규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대형마트 입지·영업 제한, 의료서비스 및 블록체인 규제 등 덩어리 규제 해소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해 경쟁국에 없는 규제를 전향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해외 규제개혁 제도를 벤치마킹해 양적·질적 측면에서 효과적인 우리나라의 규제 감축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공무원의 현장중심 소통과 적극행정 확산을 위해 규제개선 성과에 대한 평가와 보상을 강화해 전체 공무원이 규제개선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며 "최근 전문가 조사에서도 필요성이 확인된 의원입법 규제영향분석제도의 조속한 도입으로 과도한 규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2-06-21 11:3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