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은행업계가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에 대해 정부 개입 논란이 퍼지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관치금융'을 부정하고 나섰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 부총리는 "건전성 규제 집행 과정에서의 금융당국과 은행 간 소통 과정"이라고 일축했다. 금리 결정 배경에 대해서는 "주담대(주택담보대출) 요청이 늘어나니까 금융당국이 은행과 소통을 했고 은행이 손쉬운 방법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늘어나는 가계대출 관리 압박 기조를 보이는 중이다. 시중 은행들 역시 7월 이후 대출 금리를 연속해 올리면서 시장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관치금융' 지적이 나왔다. 물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정부가 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부총리는 "최근 물가 상승은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이라며 "물가 상승 기대 심리를 안정화하기 위해 경제 주체들과 대화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2024-08-27 17:21:08[파이낸셜뉴스]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금융감독원과 정부가 금융사 노사관계 개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업계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큰 상황에서 배당이나 성과급을 늘리지 말라고 지도한 것이 과도한 ‘임금단체협상’ 개입이라는 입장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는 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요구하며 "관치금융을 끝장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홍배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부실 TF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에 반대할 사람이 없다”면서도 “금감원 부원장보가 2금융권 관계자들을 불러서 한 얘기는 사실상 감독 행위가 아닌 온전한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이 주식회사에 배당을 하거나 성과급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주장이다. 공동투쟁본부는 금감원의 지도로 인해 여러 금융회사에서 노사 간 단체교섭이 중단되거나 체결된 임금단체협상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공동투쟁본부는 “지난해 손익 목표치를 100% 이상 달성하고 노사가 이미 임금과 성과급 지급을 합의해 지급을 앞둔 사업장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제2금융업권 관계자들과 PF 리스크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금감원은 제2금융권에 예상 손실액의 100%를 충당금으로 적립할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동투쟁본부의 주장이 황당하다”면서 “일부 저축은행 종사자들이 자신의 성과급이 낮아지는 것은 불만일 수 있지만, 부동산 PF 부실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금융기관에 부실에 대처한 충당금을 쌓으라는 것이 어떻게 협박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5일에도 ‘2024년 업무계획 관련 기자간담회’에서도 “개별 저축은행 등에 대해 오는 8일까지 추가 적립 계획을 제출받아 점검할 예정”이라며 “여력이 있는데도 충당금을 쌓지 않고 배당·성과급으로 유출하는 일이 없도록 엄격히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부동산 PF 위기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불안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면서 “지방은행과 증권사, 캐피탈 회사, 저축은행 등 상업용이나 지방물권의 부동산 PF 대출에 참여한 금융기관 연체율이 2022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내용을 담아 기자회견문을 배포했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리스크 관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탄압 정책에 편승해 무리하게 노사관계에 개입하고 있다”면서 “말 그대로 ‘신관치금융’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4-02-07 17:55:00[파이낸셜뉴스]은행권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α 민생금융방안을 내놓으면서 횡재세 파도는 넘었지만 자본비율 하락과 주주배당 축소, 비용 증가라는 삼중고에 처하게 됐다. 당장 큰 고비는 넘겼지만 당국과 여론의 압박에 따른 관치금융이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은행 성장동력 약화와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1조6000억원 규모 이자를 환급하게 되면서 은행에 따라 2000~3000억원 규모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조원의 무게' 감당하는 銀, 영업이익·자본비율 감소 불가피21일 은행권은 2조원+α 규모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2월부터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차주 187만명에게 인당 300만원까지 이자를 환급하기로 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하고 18개 은행은 올해 3·4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을 연간으로 환산해 부담한다. 5대 시중은행만 보면 KB국민(2조8554억원), 하나(2조7664억원), 신한(2조5993억원), 우리(2조2898억원), NH농협(1조6106억원) 순으로 분담금이 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별 2000~3000억원 규모를 내게 된다. #OBJECT0#문제는 은행이 차주에게 상환받은 이자를 돌려주면서 영업이익 감소와 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당기순익이 감소할 여지가 있다"라며 "은행에 따라 올해와 내년 반반으로 나눠 비용 처리를 할지, 회계상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담금 규모가 클 수록 영업비용이 커지고, 이에 따라 당기순익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비율 하락도 예견된 수순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4분기 국내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본비율은 15.56%다. 지난 6월 말 대비 0.15%p 내린 것인데, 2조원 규모 민생금융을 집행하면서 자본비율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 금감원은 민생금융 집행으로 은행 자본비율이 0.05%p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일부은행에서는 BIS 자본비율이 0.1%p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의 총자본비율 규제(10.5%)를 하회할 가능성은 낮지만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셈이다. 은행들의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상자 산출부터 여러 경우의 수가 많아서 인력이나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캐시백 규모를 계산해서 산출하는 것까지는 전산 자동화로 가능하지만 대(對)고객 안내, 이의제기 등 고객 응대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영업이익 감소, 비용부담 뿐 아니라 투자자 이탈 우려 이슈도 있다. 은행권에서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주주환원 정책 측면에서는 부담이라는 분위기다.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액이 줄고, 이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여신으로 거둔 영업이익을 다시 비용으로 처리하게 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주주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생길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건전성 해치지 않는 범위" 선 그은 당국그간 상생금융 전도사를 자처해왔던 금융당국에서는 이번 지원방안에 화답하며 주주 설득, 건전성 악화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 주주 설득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은행 이익 핵심은 지속가능경영이다. 고객을 어렵게 하고 이탈하게 하는 방식을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 관점에서 설명하면 주주가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건전성이라든지 주주 설득을 포함해서 논의했고, 저희 최대치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꾸렸다"고 부연했다.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상생금융이 필요하다는 당국의 방향성도 재확인됐다. 이 원장은 “이번 지원은 규모도 크지만, 고금리를 부담한 차주에게 직접 이자를 환급함으로써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면서 “민생금융지원방안을 계기로 은행이 고객과 동반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고, 상호 신뢰를 키워 따뜻한 금융을 만들어 나가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이승연 기자
2023-12-21 16:38:14상생금융 실천방안을 놓고 금융계와 정부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금융권 전체로 올해 60조원의 이자이익이 기대되는 가운데 일부를 상생금융으로 활용하는 문제를 놓고서다. 오는 16일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단 간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12일 방송에 출연, "국민 입장에서는 '금리인상으로 고통받는데 한쪽에서는 이자수익으로 잔치를 하고 있느냐'(고 한다)"며 "(은행권이) 고연봉으로 올려달라고 때로는 투쟁도 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국민들은 굉장히 비판적이고 고깝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권에서도 상생금융의 차원에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 어떻게 화답할 것인지 많이 고민하고 있고, 좋은 방안이 제시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겉으론 상생금융 실천방안을 은행권 자율에 맡긴다는 의미다. 맥락상으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방안을 내놓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상생금융 논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60조원의 이자이익 가운데 얼마를 상생금융으로 돌릴 것이냐는 것이다. 은행들이 서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 지난주 일부 금융그룹이 1000억원 규모의 금융취약계층 지원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연 60조원 이자이익' 혹은 '돈잔치'라는 원색적 표현을 반복하며 연일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은행이 반도체나 자동차만큼 다양한 혁신을 해서 60조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은행 산업에 계신 분들도 현실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은행들에 최대한의 기여를 요구한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상생금융 활용방안을 놓고도 말이 많다. 최근 은행별로 갹출한 돈을 은행권 공동재원으로 구성해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이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등에 쓰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가 재정으로 할 일을 금융 사기업에 떠넘기는 꼴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금융권을 겨냥해 되풀이되는 관치금융 논란도 커진다. 은행권의 이익이 많을 땐 단골메뉴처럼 상생금융 논쟁이 벌어졌다. 은행권은 2012∼2025년 청년창업재단(디캠프)과 관련해 설립·운영 지원금(1750억원)과 펀드 출연금(6700억원)을 내놓은 적이 있다. 또 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에 취약계층 대출과 보증 재원으로서 약 7000억원을 이미 출연했거나 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이자에 의존하며 과도한 수익을 내는 한 상생금융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반복적인 은행권의 기부와 출연 요구는 관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뢰도 훼손될 수 있다. 정부가 추구할 것은 두 가지다. 상생금융은 추진하되 은행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또 '예대마진'(대출-예금 금리차)에만 기대는 은행의 경영방식을 선진화하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2023-11-12 19:14:26'은행권 때리기와 정책금융 확대를 통한 금리인상기 국민 부담 경감.'취임 1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 금융정책을 설명하는 한 줄이다. 3.50%까지 치솟은 기준금리에 서민의 부담을 줄이고 금리인상으로 역대급 순익을 낸 은행권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취지다.관치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크다" "돈잔치를 벌인 만큼 상생금융책을 마련하라"며 은행권의 지배구조와 수익 배분에까지 방향성을 제시했다.지난 2월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은행산업 전 분야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산업구조 개선과 규제개혁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없어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는 평가다.■'작심 발언' 쏟아낸 尹 정부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1년간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1.50%에서 3.50%로 2.0%p 올렸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까지 7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8%까지 올라가는 등 시장금리도 치솟았다. 이 와중에 은행권이 이자수익을 바탕으로 역대급 순익을 내자 윤 대통령은 은행권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며 사회적 책임을 주문했다. 특히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조하며 우리·농협금융 등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 윤 대통령 발언 3일 뒤 우리금융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선임됐다. 또 은행권에서는 향후 3년간 10조원 규모의 사회공헌액을 투입하고,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상품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가산금리를 깎고 우대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노력도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키로 했다. 윤 대통령이 금융위에 "은행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 실질적인 경쟁시스템 강화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국내 예금·대출시장 점유율은 각각 74.1%, 63.4%에 달한다. 금융당국과 민간,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TF는 이날까지 8차 회의를 열고 6월 중 6대 과제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6대 과제는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방안 등이다. ■銀 제도개선 TF, 성과는 '물음표' 성과도 작지 않다. 구체적으로 △잔액 기준 금리차 추가 공시,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 구분 공시 등 은행별 예대금리 공시 세분화(1차)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2차) △경기대응 완충자본(CCyb) 부과 및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 추진(3차) △온라인 예금중개서비스 제도화 및 인터넷 은행·지방은행 '공동 대출' 모델 검토(4차) △은행 점포 폐쇄 전 고객의견 수렴 및 공동점포·이동점포 등 대체점포 우선 마련(5차) △임원 성과보수 50%를 5년 이상 이연, 임원 보수 산정기준 공시 및 주주총회 설명제도(say on pay제도) 추진(6차)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금리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 개발·취급 확대(7차) 등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 경쟁을 촉진해서 소비자에게 편의를 주는 부분은 성과를 냈다. 공시 세분화, 예금중개서비스 및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과점체제 해소와 관련해서는 "구조적 측면에서 경쟁구도를 바꾸는 것은 지금 TF에서 논의 중이고, 6월에 매듭이 지어질 것"이라며 "공공적 관점에는 금융권 임원 보수체계를 살펴보고 개선안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초 내세웠던 은행 산업구조 개선, 규제혁신과 관련한 성과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스몰라이선스를 통한 중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이나 증권·보험·카드사에 대한 종합지급결제 허용 등 굵직한 이슈는 결론이 안 나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쟁 촉진과 금융사의 업무범위 확대, 나아가 금산분리 이슈는 구체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은행권이 개선할 세부과제들을 열거하고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부분들이 논의된 것은 긍정적이나 굵직한 과제들에 대해선 아쉬운 측면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시간을 더 갖고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동찬 기자
2023-05-10 18:42:02[파이낸셜뉴스] ' 은행권 때리기와 정책금융 확대를 통한 금리인상기 국민 부담 경감.' 취임 1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 금융정책을 설명하는 한줄이다. 3.50%까지 치솟은 기준금리에 서민의 부담을 줄이고 금리 인상으로 역대급 순익을 낸 은행권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취지다. 관치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크다”, “돈 잔치를 벌인 만큼 상생금융책을 마련하라”며 은행권의 지배구조와 수익 배분에까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지난 2월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은행산업 전분야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산업구조 개선과 규제 개혁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없어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는 평가다. ■‘관치금융’ 논란에도 ‘작심 발언’ 쏟아낸 尹 정부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1년간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1.50%에서 3.50%로 2.0%p 올렸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까지 7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8%까지 올라가는 등 시장금리도 치솟았다. 이 와중에 은행권이 이자수익을 바탕으로 역대급 순익을 내자 윤 대통령은 은행권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며 사회적 책임을 주문했다. 특히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조하며 우리·농협금융 등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 윤 대통령 발언 후 3일 뒤 우리금융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선임됐다. 또 은행권에서는 향후 3년간 10조원의 규모의 사회공헌액을 투입하고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가산금리를 깎고 우대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노력도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을 출범시키고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키로 했다. 윤 대통령이 금융위에 “은행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국내 예금·대출시장 점유율이 각각 74.1%, 63.4%에 달한다. 금융당국과 민간,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TF는 이날까지 8차 회의를 열고 6월 중 6대 과제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6대 과제는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방안 등이다. ■'尹정부표 금융 집약체' 銀 제도개선 TF, 성과로 이어질지는 '물음표' 성과들도 작지 않다. 구체적으로 △잔액 기준 금리차 추가 공시,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 구분 공시 등 은행별 예대금리 공시 세분화(1차)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인프라 구축(2차)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부과 및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 추진(3차) △온라인 예금중개서비스 제도화 및 인터넷 은행-지방은행 '공동 대출' 모델 검토(4차) △은행 점포 폐쇄 전 고객의견 수렴 및 공동점포·이동점포 등 대체점포 우선 마련(5차) △임원 성과보수 50%를 5년 이상 이연, 임원 보수 산정기준 공시 및 주주총회 설명제도(say on pay제도) 추진(6차)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금리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 개발·취급 확대(7차) 등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 경쟁을 촉진해서 소비자에게 편의를 주는 부분은 성과를 냈다. 공시 세분화, 예금중개서비스 및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과점체제 해소와 관련해서는 "구조적 측면에서 경쟁구도를 바꾸는 것은 지금 TF에서 논의 중이고 6월에 매듭이 지어질 것"이라며 "공공적 관점에는 금융권 임원 보수체계를 살펴보고 개선안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초 내세웠던 은행 산업구조 개선, 규제혁신과 관련한 성과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스몰라이선스를 통한 중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이나 증권·보험·카드사에 대한 종합지급결제 허용 등 굵직한 이슈는 결론이 안 나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쟁 촉진과 금융사의 업무범위 확대, 나아가 금산분리 이슈는 구체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은행권이 개선할 세부 과제들을 열거하고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부분들이 논의된 것은 긍정적이나 굵직한 과제들에 대해선 아쉬운 측면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시간을 더 갖고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동찬 기자
2023-05-10 15:17:47[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까지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손질 작업이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 회장단이 모두 교체된 가운데 보다 근본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해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셀프연임'으로 인한 장기집권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해 경영진 견제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할 계획이다. 당국은 2020년 6월 정부가 발의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지배구조법개정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해 1·4분기 중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이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윤 대통령 지시 사항에 대해 후속 조치를 최대한 빠르게 마련하라고 내부에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며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건 '관치'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방향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힐 전망이다. 횡령 등 금융사고에도 불구하고 거수기 이사회 덕분에 무리없이 연임에 성공해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 '활동평가'에 참여하는 등 사외이사의 재선임에 영향을 미치는 현재 구조에선, 사외이사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발의한 지배구조법개정안도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금융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의 3분의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고, 위원 본인을 후보로 추천하는 결의엔 참석과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임추위 결의에 대표이사의 참석과 의결권 행사도 금지한다. 금감원도 올해 주요 업무계획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및 이사회 기능 제고를 내세웠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지주 지배구조 현황과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 점검에 나서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필 예정이다. 또 이사회 면담을 정례화해 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사회 사무국 조직 확충을 비롯해 이사회 기능을 키우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다만 이사회 독립성 강화만큼이나,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환경이 갖춰지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도 새해 업무 계획을 통해 주주 활동 공시 강화 등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0년 금융지주 회장은 이제 옛말 이로써 금융지주 CEO의 장기집권시대는 사실상 종식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지주 CEO는 3연임, 4연임 등에 성공하며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해왔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012년 회장직에 오른 뒤 2015년, 2018년, 2021년 잇따라 연임에 성공(4연임), 지난해 3월까지 무려 10년 동안 하나금융을 이끌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2014년 11월 취임한 뒤 2017년과 2020년 두 번 연임하고 현재 9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어디까지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에 대한 개입이 오히려 이사회의 독립성을 해치고 정부 입맛에 맞는 의사결정을 유도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2023-02-07 16:15:40[파이낸셜뉴스] 연말·연초 임기 만료를 앞뒀던 금융지주 회장 중 우리금융지주 회장 인선만 남겨둔 가운데 관치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 롱리스트에 포함되면서다. 노조 "올드보이 놀이터 아니다" 반발 최근 신한금융, NH농협금융, BNK금융지주 회장 등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줄줄이 바뀌었지만 외부 인사보다는 내부 인사가 차기 대표로 오른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금융사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을 두고도 금융권에서는 내부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선되고 있지만, '낙점설'이 돌았던 인물인 만큼 임 전 위원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25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회장후보 포함에 따른 우리금융 노동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는 27일 우리금융그룹 숏리스트 압축을 앞두고 임 전 위원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에 지명된 임종룡은 기재부 관료출신으로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 후 최고경영자의 독단과 비리를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자리에 정부 고위관료 출신 친분 인사 임명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기 회장 인선 이슈로 연일 기사화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가 이번엔 모피아와 올드보이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상황이 생길까 매우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내부출신 회장 유력했지만.. 임종룡 출사표에 술렁 지난 18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확정된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는 총 8명이 올랐다. 내부 인사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이 외부 출신으로는 임 전 위원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포함됐다. 이 중 내부 출신으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외부 출신으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숏리스트 유력 후보로 언급된다. 앞서 지난해 말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등 금융권 주요 CEO 교체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금융사 인사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BNK금융지주 회장이 조기 사임하고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구두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등의 용퇴도 압박하면서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최근 CEO가 바뀐 금융사는 대부분 내부 인사가 차기 대표 자리에 올랐다. 조용병 신한금융회장이 갑작스러운 용퇴를 선언하면서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고, 지난 19일 BNK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도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이 선정됐다. 금융지주 가운데에는 NH농협금융지주만이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회장에 올랐다. 은행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비슷했다. 새롭게 은행장이 된 한용구 신한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 등은 모두 내부 인사 출신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잠잠해지던 관치금융 논란이 다시 불거질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손 회장이 연임 도전을 포기한 데에도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유일한 관료 출신 후보인 임 전 위원장은 설 연휴 동안 고민한 끝에 후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3-01-25 16:16:33역대급 실적과 내부 장악력을 발판으로 손쉬운 연임을 노리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정권 교체 이후 단 한 명도 연임하지 못하고 교체됐다. 5대 금융지주 중 윤석열 정부에서 회장 임기가 만료된 신한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 수장들이 용퇴했다. BNK금융지주 회장은 조기 사퇴했다. 정치권의 여당과 야당처럼, 금융권에서도 관치(官治)와 내치(內治)의 균형과 견제가 작동한다는 평가다. ■尹정부, 연임 사례 안 만들 듯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권 들어 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4연임은커녕 3연임 사례도 사라졌다. 시장주의자들이 득세하는 보수 정권에서 더 관치의 경향이 짙다는 분석이다.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KB금융 윤종규 회장도 연임 가능성이 안갯속이다. 이미 3연임을 한 데다 아직 정권 출범 초기여서다. 반면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는 금융지주 회장의 3~4연임도 용인했다. 관치 내치 논쟁은 새로운 건 아니다. 민간 금융지주 독립성을 위해 내치를 보장하면 조직이 안으로 곪고,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면 관치가 된다. 금융지주 왕좌를 둘러싼 민과 관의 권력 싸움은 2000년 들어 본격화됐다. 자본 권력이 강해지면서 관치가 먹히지 않아 옷을 벗는 공무원들이 나왔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굵직한 위기 땐 다시 관의 힘이 강해졌다. 특히 2000년대 진행된 4대 금융사의 지주사 전환에 따라 지주 회장의 권력은 제왕적으로 점차 바뀌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주식을 100% 보유한 자회사에 영향력을 뻗쳤다. 회장들은 연임을 통해 자회사 경영 의사결정에 개입했고, 연임으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관치의 부작용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8년 '금융 4대 천황'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과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으로 대표되는 '금융 4대 천황'이 금융권을 좌지우지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서금회(서강대 출신의 금융인 모임)가 득세했다. 이 모습을 본 진보 정권은 민간 금융권에는 관치 시도를 하지 않았다. ■금융권 CEO 선임 절차 손볼까 그러자 이번엔 내치가 탈이 났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에 이어 대규모 횡령이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지난 연말 금융권 CEO 선임 절차가 본격화되기 직전부터 "CEO 선임 절차는 투명해야 한다"며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두고선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사과 없이 소송만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도를 높였다. 다만 역사를 의식한 듯 이번 정권에선 대통령과 친분을 자랑하는 사람이 직접 금융사 수장으로 오진 않았다. 내부 인사를 세우거나 외부 인사여도 금융권에 몸담아본 사람들을 골랐다. 신한금융, BNK금융은 내부 인사들이 왔고 NH농협금융은 경제부처 장관급 직책을 역임한 인물이다. 기존 CEO들도 금융당국의 압박이 아닌 세대교체를 내세워 용퇴했다. 대신 금융당국은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CEO의 참정권을 배제하거나 사외이사로만 회추위를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국회엔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3-01-19 18:52:48[파이낸셜뉴스]역대급 실적과 내부 장악력을 발판으로 손쉬운 연임을 노리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정권 교체 이후 단 한 명도 연임하지 못하고 교체됐다. 5대 금융지주 중 윤석열 정부에서 회장 임기가 만료된 신한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 수장들이 용퇴했다. BNK금융지주 회장은 조기 사퇴했다. 정치권의 여당과 야당처럼, 금융권에서도 관치(官治)와 내치(內治)의 균형과 견제가 작동한다는 평가다. ■尹정부, 연임 사례 안 만들 듯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권 들어 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4연임은커녕 3연임 사례도 사라졌다. 시장주의자들이 득세하는 보수 정권에서 더 관치의 경향이 짙다는 분석이다.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KB금융 윤종규 회장도 연임 가능성이 안갯속이다. 이미 3연임을 한 데다 아직 정권 출범 초기여서다. 반면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는 금융지주 회장의 3~4연임도 용인했다. 관치 내치 논쟁은 새로운 건 아니다. 민간 금융지주 독립성을 위해 내치를 보장하면 조직이 안으로 곪고,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면 관치가 된다. 금융지주 왕좌를 둘러싼 민과 관의 권력 싸움은 2000년 들어 본격화됐다. 자본 권력이 강해지면서 관치가 먹히지 않아 옷을 벗는 공무원들이 나왔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굵직한 위기 땐 다시 관의 힘이 강해졌다. 특히 2000년대 진행된 4대 금융사의 지주사 전환에 따라 지주 회장의 권력은 제왕적으로 점차 바뀌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주식을 100% 보유한 자회사에 영향력을 뻗쳤다. 회장들은 연임을 통해 자회사 경영 의사결정에 개입했고, 연임으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관치의 부작용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8년 '금융 4대 천황'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과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으로 대표되는 '금융 4대 천황'이 금융권을 좌지우지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서금회(서강대 출신의 금융인 모임)가 득세했다. 이 모습을 본 진보 정권은 민간 금융권에는 관치 시도를 하지 않았다. ■금융권 CEO 선임 절차 손볼까 그러자 이번엔 내치가 탈이 났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에 이어 대규모 횡령이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지난 연말 금융권 CEO 선임 절차가 본격화되기 직전부터 "CEO 선임 절차는 투명해야 한다"며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두고선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사과 없이 소송만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도를 높였다. 다만 역사를 의식한 듯 이번 정권에선 대통령과 친분을 자랑하는 사람이 직접 금융사 수장으로 오진 않았다. 내부 인사를 세우거나 외부 인사여도 금융권에 몸담아본 사람들을 골랐다. 신한금융, BNK금융은 내부 인사들이 왔고 NH농협금융은 경제부처 장관급 직책을 역임한 인물이다. 기존 CEO들도 금융당국의 압박이 아닌 세대교체를 내세워 용퇴했다. 대신 금융당국은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CEO의 참정권을 배제하거나 사외이사로만 회추위를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국회엔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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