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실천방안을 놓고 금융계와 정부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금융권 전체로 올해 60조원의 이자이익이 기대되는 가운데 일부를 상생금융으로 활용하는 문제를 놓고서다. 오는 16일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단 간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12일 방송에 출연, "국민 입장에서는 '금리인상으로 고통받는데 한쪽에서는 이자수익으로 잔치를 하고 있느냐'(고 한다)"며 "(은행권이) 고연봉으로 올려달라고 때로는 투쟁도 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국민들은 굉장히 비판적이고 고깝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권에서도 상생금융의 차원에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 어떻게 화답할 것인지 많이 고민하고 있고, 좋은 방안이 제시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겉으론 상생금융 실천방안을 은행권 자율에 맡긴다는 의미다. 맥락상으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방안을 내놓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상생금융 논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60조원의 이자이익 가운데 얼마를 상생금융으로 돌릴 것이냐는 것이다. 은행들이 서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 지난주 일부 금융그룹이 1000억원 규모의 금융취약계층 지원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연 60조원 이자이익' 혹은 '돈잔치'라는 원색적 표현을 반복하며 연일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은행이 반도체나 자동차만큼 다양한 혁신을 해서 60조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은행 산업에 계신 분들도 현실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은행들에 최대한의 기여를 요구한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상생금융 활용방안을 놓고도 말이 많다. 최근 은행별로 갹출한 돈을 은행권 공동재원으로 구성해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이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등에 쓰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가 재정으로 할 일을 금융 사기업에 떠넘기는 꼴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금융권을 겨냥해 되풀이되는 관치금융 논란도 커진다. 은행권의 이익이 많을 땐 단골메뉴처럼 상생금융 논쟁이 벌어졌다. 은행권은 2012∼2025년 청년창업재단(디캠프)과 관련해 설립·운영 지원금(1750억원)과 펀드 출연금(6700억원)을 내놓은 적이 있다. 또 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에 취약계층 대출과 보증 재원으로서 약 7000억원을 이미 출연했거나 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이자에 의존하며 과도한 수익을 내는 한 상생금융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반복적인 은행권의 기부와 출연 요구는 관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뢰도 훼손될 수 있다. 정부가 추구할 것은 두 가지다. 상생금융은 추진하되 은행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또 '예대마진'(대출-예금 금리차)에만 기대는 은행의 경영방식을 선진화하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2023-11-12 19:14:26[파이낸셜뉴스] 포스코홀딩스가 오는 17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 정기세무조사도 비슷한 시기에 맞물렸다. 정치권이 올해 초 포스코 등 소유분산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문제도 언급한 바 있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거취를 두고 '관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 전임 회장들, 정권 교체되자 임기 도중 사퇴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포스코홀딩스 주총 하루 전날인 오는 16일부터 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8년 이후 5년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약 3달 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주총과 세무조사의 일정이 비슷한 시기에 겹친 것이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됐던 최 회장의 사퇴 압박용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공기업이었던 포스코는 2000년 민간기업으로 전환됐지만 정권 교체시기 때마다 역대 회장들이 모두 두 번째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전임 회장인 권오준 회장은 2018년 임기 만료를 2년 남기고 물러났는데, 당시 국세청 세무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정준양 전 회장도 2013년 9월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해 압박을 받는 가운데 11월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1년이나 남았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없는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까지 지적하고 나서 최 회장이 최고경영자로 있는 포스코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포스코와 더불어 소유분산기업으로 꼽히는 KT의 경우 구현모 대표가 최근 연임 도전을 포기한 바 있다. ■ "정부 과도한 입김은 시장 건전성 위배" 다만 포스코홀딩스는 통상적인 정기 세무조사라며 확대 해석은 경계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마지막 세무조사 후 5년이 지났으니 때가 되어 받는 정기 조사"라며 "올해 2월 미리 세무조사 일정을 미리 통보 받은 바 있고 주총과 시기가 우연하게 겹쳤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등 외부의 입김이 과도하면 오히려 시장 건전성을 해치는 것"이라며 "외압이 작용하면 기업이 추진해 온 일관된 방향이 흐트러지면서 경영 비효율성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를 결정하는 것은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몫이어야 한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도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가 세무조사, 공정위 조사 등을 실시하면 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며 "민영화된 기업들을 상대로 정치권에서 입김을 넣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2023-03-14 14:54:21[파이낸셜뉴스] 연말·연초 임기 만료를 앞뒀던 금융지주 회장 중 우리금융지주 회장 인선만 남겨둔 가운데 관치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 롱리스트에 포함되면서다. 노조 "올드보이 놀이터 아니다" 반발 최근 신한금융, NH농협금융, BNK금융지주 회장 등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줄줄이 바뀌었지만 외부 인사보다는 내부 인사가 차기 대표로 오른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금융사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을 두고도 금융권에서는 내부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선되고 있지만, '낙점설'이 돌았던 인물인 만큼 임 전 위원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25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회장후보 포함에 따른 우리금융 노동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는 27일 우리금융그룹 숏리스트 압축을 앞두고 임 전 위원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에 지명된 임종룡은 기재부 관료출신으로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 후 최고경영자의 독단과 비리를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자리에 정부 고위관료 출신 친분 인사 임명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기 회장 인선 이슈로 연일 기사화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가 이번엔 모피아와 올드보이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상황이 생길까 매우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내부출신 회장 유력했지만.. 임종룡 출사표에 술렁 지난 18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확정된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는 총 8명이 올랐다. 내부 인사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이 외부 출신으로는 임 전 위원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포함됐다. 이 중 내부 출신으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외부 출신으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숏리스트 유력 후보로 언급된다. 앞서 지난해 말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등 금융권 주요 CEO 교체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금융사 인사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BNK금융지주 회장이 조기 사임하고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구두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등의 용퇴도 압박하면서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최근 CEO가 바뀐 금융사는 대부분 내부 인사가 차기 대표 자리에 올랐다. 조용병 신한금융회장이 갑작스러운 용퇴를 선언하면서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고, 지난 19일 BNK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도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이 선정됐다. 금융지주 가운데에는 NH농협금융지주만이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회장에 올랐다. 은행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비슷했다. 새롭게 은행장이 된 한용구 신한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 등은 모두 내부 인사 출신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잠잠해지던 관치금융 논란이 다시 불거질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손 회장이 연임 도전을 포기한 데에도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유일한 관료 출신 후보인 임 전 위원장은 설 연휴 동안 고민한 끝에 후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3-01-25 16:16:3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행보가 '신관치'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4일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CEO(최고경영자)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겉으로 보면 원론적 언급으로 보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인사개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발점은 BNK금융이었다. 김지완 회장의 비위에 대한 금감원 조사 후 김 회장이 사퇴했고, 이사회는 회장 후보에 외부 인사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쳤다. 전광석화처럼 신속히 진행됐고 외부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금융위원회가 중징계를 의결하고, 이 원장 스스로 "당사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소송을 내는 등 불복하지 말라는 의미로 들려서다. 금융계의 의심은 묘한 시점 때문에 더 커졌다. 우리·BNK·신한·농협금융지주는 회장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돼 곧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은 연임이 불가능하다.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정부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원장의 "내부통제 기준을 잘 이행했다고 판단할 분이 CEO로 선임되지 않는다면 감독 권한을 타이트하게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도 압박으로 읽힌다. 물론 비위에 연루된 금융지주 회장들은 마땅히 징계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감독권을 내세워 금융회사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자율 운영을 해친다. 주요 은행들은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어 사실상 주인이 없다. 금감원의 움직임은 이를 이용해 정치권에서 '낙하산'을 내려보내려 한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벌써 정치권에 줄을 대 금융지주사 CEO에 지원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정부가 인사 개입 의혹을 아무리 부인해도 금감원에 대한 금융계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주요 금융회사들은 모두 민간 주주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고 우리금융지주도 정부 지분 매각으로 실질적인 민영화를 이뤘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은 월권이기도 하고 관치의 부활로 지칭할 수 있다. 정치권과 결탁한 비전문가로는 글로벌 선진 금융회사로의 도약이란 과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정부가 약속한 대로 주주 중심 경영을 보장하는 게 정답이다.
2022-11-15 18:05:10[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관치금융에 이어 여당의 '정치금융'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금융권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 안정 및 지원 등 정책의 명분엔 다소 공감하나 지나친 경영간섭의 측면이 있어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코로나19 병상 확보 협력을 위한 금융업계 화상 간담회'에서 "금융 이자 부담을 완화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대금리 완화 조치를 생각하고 있는 (금융지주) 회장님이 있고 다른 회장님들도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예대금리 자체가 코로나19 지원책으로 거론된 것은 처음인데, 여당에서 시중은행들의 마진에까지 직접 관여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일각에선 '정치금융'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시장 안정과 기업·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 등을 명분으로 각종 관치성 금융 정책들이 쏟아졌다. 우선 증권·채권시장안정펀드와 뉴딜펀드 조성은 금융권이 대규모 재원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틀이 짜여졌다. 이에 따라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만기연장과 이자상환유예도 6개월 연장까지 하면서 시행되고 있는데, 금융권에선 이에 따른 잠재리스크 우려가 상당하다. 현재 대출만기연장 규모는 약 110조원, 이자상환유예 규모는 약 970억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예 기간 등이 연장될수록 불어난 이자 등으로 차주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고, 차주에 대한 건전성 판단 어려움 및 은행의 건전성 지표 왜곡으로 투자자들에게 부적절한 정보를 제시할 수 있다"며 "이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가는 것이지만, 내년 상반기에 뒷감당은 고스란히 금융권이 떠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엔 금융당국에서 금융지주사들에게 당분간 배당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 역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 등을 명분으로 한 것이지만, 민간회사를 지탱하는 주주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선 정책의 명분엔 일정부분 공감하지만, 지나친 경영간섭의 측면이 있어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치 등으로 여겨지는 각종 정부, 여당 정책들에 매번 '동원'되면서 금융권에 적지 않은 리스크가 전가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정책을 거부할 수도 없고. 금융권 입장에선 진퇴양난의 상황이라 상당히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2020-12-17 14:32:24[파이낸셜뉴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최고경영자(CEO) '중징계(문책경고)' 충격이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강타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같은 징계를 받았지만, 그 충격의 강도가 우리금융에 비할 바는 못된다.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현 CEO가 오는 3월 말 회장 연임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낙마할 위기에 처했고, 경영 공백과 외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권에선 CEO 중징계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중징계 관련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보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예상 밖의 결정을 내렸다. 불완전판매 제재를 규정한 '자본시장법'이 아닌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을 내세웠고, 내부통제 위반·운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CEO 중징계를 결정한 것이다. 현행 지배구조법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금융회사의 제재만을 규정하고 있고, 사실상 내부통제 위반과 운영 실패에 대한 제재 근거는 없음에도 이 같은 결정이 나옴에 따라 금감원의 '징계를 위한 징계', '표적 징계'라는 말이 나왔다. 내부통제 위반과 운영 실패가 발생할 경우 CEO 징계를 할 수 있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감사원은 지난 2017년 금감원이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시행령만 갖고 금융사 임직원을 제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윤석헌식 신관치금융'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본인들의 책임 회피와 금융사 길들이기 차원에서 과도한 징계를 가하는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법적 근거가 미비함에도 금감원이 이런 행위를 한 것은 상당히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고, 향후 금융사들의 운신의 폭은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감원에선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준이 사실상 '미마련' 됐다는 판단 하에 중징계를 내렸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관치금융과 더불어 최근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금융권 낙하산 논란도 재점화됐다. 얼마전까지 IBK기업은행 노조가 신임 윤종원 행장을 정부에서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면서 상당기간 갈등이 지속됐다. 우리금융도 손태승 회장이 물러났다면 낙하산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을 것이다. 손 회장을 대체할 만한 내부인사가 마땅치 않아 어느 정도 중량감을 갖춘 외부인사들이 난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해묵은 논란거리인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는 그만큼 국내 금융 환경이 일부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빠르게 변화·성장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 같은 구태적인 논란에 시달릴 순 없는 노릇이다. '선진금융'으로 나아가기 위한 금융당국과 금융사들 모두의 합일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2020-02-06 17:31:35[파이낸셜뉴스]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10일 민간 금융기관 인사 개입 우려와 관련" 금융권 CEO들의 임기만료가 대거 임박한 상황에서 관치 내지는 낙하산 논란이 없도록 정부와 감독 당국 모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 의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선임 및 재신임은 오롯이 각 회사 이사회와 주주들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며 "반면에 국내 금융사는 감독 당국의 영향력 행사 논란이 끊이질 않고 결국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장애물이 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상황에 대해서도 "시중은행에 관료 출신 낙하산 가능성이 제기되자 일각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당국은 논란의 여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도 역량 있는 CEO가 장기적인 비전 아래에서 회사를 이끌어야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다"며 "시중은행들과 영업 경쟁을 해야 하는 은행의 CEO 선임의 경우에도 이 점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2019-12-10 11:51:03[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한 때 우리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 회장.행장 겸직에 비우호적이었던 금융당국이 개입하면서 지배구조의 향방이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었지만, 결국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지주회장을 겸직하는 방향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이는 결과적으로 관치금융 논란에 부담을 느낀 당국이 손을 든 것으로 해석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 겸 행장체제가 결정되면서 초기 지주사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주사 출범 이후 발생할 자본적정성 문제와 계열사 인수·합병(M&A), 완전 민영화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우리금융지주가 자율적인 대형 금융지주사로 안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 지배구조 개입 논란 키워 그동안 우리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를 둘러싸고 회장·행장의 겸직과 분리, 그리고 손 행장의 겸직 문제에 대한 의견과 전망이 분분했다. 지난달 사외이사들만 모인 임시 이사회에서는 손 행장의 겸직에 무게가 실렸지만, 이후 금융당국이 지주사 지배구조 문제에 개입할 것임을 시사하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전까지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의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밝혀왔지만, 내심 회장과 행장의 겸직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관치금융 논란에 부담을 느껴 회장, 행장 겸직으로 입장을 최종 정리하면서, 손 행장의 회장 겸직이 유력시됐다. 일각에선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등을 통해 회장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사회는 8일 손 행장의 회장 겸직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이는 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조기에 안정적인 기조를 정착시키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지주 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내부 사정에 밝은 사람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선제적으로 안착을 위한 기반을 다지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특정인으로의 권력 집중을 지양하고, 비은행 부문을 좀 더 아우르기 위해서 한시적으로 겸직 체제를 운영한 후 분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비율 하락 전망...초기 소규모 M&A 집중 하지만 향후 우리금융지주가 대형 지주사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우리은행은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개선되고,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 마련이 용이해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금융사의 평균 모형을 사용하는 표준등급법을 적용받게 된다. 그동안 위험가중 자산 평가 시 우리은행은 자체 신용위험을 평가하는 내부등급법을 사용했지만, 표준등급법 적용 시 위험자산가중치는 높아지는 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0% 수준으로 하락하게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가 내부등급법 적용을 통해 이를 회복하기까지는 약 1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려면 금융감독원의 승인 심사를 거쳐 1년여 간 시범 운영해야 하는데, 이 경우 2020년부터 내부등급법 적용이 가능하고 자본비율이 상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는 당분간 보수적인 경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1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우리은행은 증권사와 보험사 등 대형 금융사가 없기 때문에 우리금융지주는 M&A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자본확충 문제 등이 있어 당분간은 대형 M&A보다는 일단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과 캐피탈사 인수, 부동산신탁사 인수 등 비교적 소규모 M&A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의 M&A가 본격화하면 금융지주의 판도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9034억원으로 하나금융그룹보다 높은 상황이고, 향후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2강 구도를 우리금융지주가 재편할 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완전 민영화, 주가부양도 과제 아울러 완전 민영화와 당장의 주가부양에도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정부는 IMM PE·동양생명·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한화생명·유진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과점주주에 지분 27.22%를 매각했지만, 단일 지분으로는 여전히 정부 측인 예보(18.43%)가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공적자금 회수를 명분으로 지배구조 개입을 시사했던 만큼, 낙하산 인사 우려 등을 떨치고 금융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그룹독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미래전략단 구성과 수차례의 해외 기업설명회(IR),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부양을 기반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가를 최소한 주식매수청구 예정가격 위로 확실히 부양해야 자본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주주들의 주식교환 반대와 주식매수청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리은행의 주가가 저평가된 측면이 있는 만큼 주가를 부양해 배당금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공적자금 회수률을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2018-11-08 17:32:39[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한 때 우리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 회장.행장 겸직에 비우호적이었던 금융당국이 개입하면서 지배구조의 향방이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었지만, 결국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지주회장을 겸직하는 방향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이는 결과적으로 관치금융 논란에 부담을 느낀 당국이 손을 든 것으로 해석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 겸 행장체제가 결정되면서 초기 지주사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주사 출범 이후 발생할 자본적정성 문제와 계열사 인수·합병(M&A), 완전 민영화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우리금융지주가 자율적인 대형 금융지주사로 안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 지배구조 개입 논란 키워 그동안 우리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를 둘러싸고 회장·행장의 겸직과 분리, 그리고 손 행장의 겸직 문제에 대한 의견과 전망이 분분했다. 지난달 사외이사들만 모인 임시 이사회에서는 손 행장의 겸직에 무게가 실렸지만, 이후 금융당국이 지주사 지배구조 문제에 개입할 것임을 시사하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전까지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의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밝혀왔지만, 내심 회장과 행장의 겸직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관치금융 논란에 부담을 느껴 회장, 행장 겸직으로 입장을 최종 정리하면서, 손 행장의 회장 겸직이 유력시됐다. 일각에선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등을 통해 회장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사회는 8일 손 행장의 회장 겸직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이는 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조기에 안정적인 기조를 정착시키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지주 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내부 사정에 밝은 사람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선제적으로 안착을 위한 기반을 다지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특정인으로의 권력 집중을 지양하고, 비은행 부문을 좀 더 아우르기 위해서 한시적으로 겸직 체제를 운영한 후 분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비율 하락 전망...초기 소규모 M&A 집중 하지만 향후 우리금융지주가 대형 지주사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우리은행은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개선되고,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 마련이 용이해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금융사의 평균 모형을 사용하는 표준등급법을 적용받게 된다. 그동안 위험가중 자산 평가 시 우리은행은 자체 신용위험을 평가하는 내부등급법을 사용했지만, 표준등급법 적용 시 위험자산가중치는 높아지는 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0% 수준으로 하락하게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가 내부등급법 적용을 통해 이를 회복하기까지는 약 1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려면 금융감독원의 승인 심사를 거쳐 1년여 간 시범 운영해야 하는데, 이 경우 2020년부터 내부등급법 적용이 가능하고 자본비율이 상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는 당분간 보수적인 경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1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우리은행은 증권사와 보험사 등 대형 금융사가 없기 때문에 우리금융지주는 M&A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자본확충 문제 등이 있어 당분간은 대형 M&A보다는 일단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과 캐피탈사 인수, 부동산신탁사 인수 등 비교적 소규모 M&A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의 M&A가 본격화하면 금융지주의 판도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9034억원으로 하나금융그룹보다 높은 상황이고, 향후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2강 구도를 우리금융지주가 재편할 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완전 민영화, 주가부양도 과제 아울러 완전 민영화와 당장의 주가부양에도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정부는 IMM PE·동양생명·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한화생명·유진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과점주주에 지분 27.22%를 매각했지만, 단일 지분으로는 여전히 정부 측인 예보(18.43%)가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공적자금 회수를 명분으로 지배구조 개입을 시사했던 만큼, 낙하산 인사 우려 등을 떨치고 금융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그룹독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미래전략단 구성과 수차례의 해외 기업설명회(IR),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부양을 기반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가를 최소한 주식매수청구 예정가격 위로 확실히 부양해야 자본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주주들의 주식교환 반대와 주식매수청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리은행의 주가가 저평가된 측면이 있는 만큼 주가를 부양해 배당금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공적자금 회수률을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2018-11-08 15:46:01국민연금이 KT&G 사장 연임에 문제를 언급하며 사장 후보 추천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돼 향후 의결권 행사 강화 기조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이 KT&G 사장의 2대 주주로서 경영참여를 선언한 이후 국민연금까지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장연임 과정을 추궁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vs. '관치 논란'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재벌개혁 차원에서 언급됐던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지침 '스튜어드십 코드'가 최고경영자(CEO) 연임 제동을 첫 과제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논쟁이 거센 가운데 국민연금의 본격적인 의결권 행사가 몰고올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민영화된 옛 공기업 사장 교체에 나선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야권에선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정치권에서의 충돌 또한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이례적 관여, 본격 행보 예고 27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회 정무위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0일 KT&G 이사회 의장에게 공문을 보내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심사 내용 및 결과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아울러 KT&G에 심사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이사회를 비롯해 산하 위원회 의사록 사본까지 요청했다. KT&G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도 지난해 12월말 기준 9.61%로 기존 대비 소폭 늘어나면서 최대주주로서 영향력 행사를 예고했다. 국민연금은 공문을 통해 백복인 현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과 관련, 일각에서 제기되는 분식회계 의혹과 사장 후보 추천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언급하며 백 사장 연임 과정을 추궁했다는 점에서 이미 반대 의사를 타진한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백 사장 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까지 구체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는 활발하게 행사될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KT&G의 최대주주였음에도 경영과 관련해 이사회 측에 어떠한 질의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장 연임에 대한 첫 질의 배경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꼽는 분석이 우세하다. 앞서 기업은행은 사장 후보로 확정된 백복인 사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지분 보유목적도 단순보유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백 사장 차기 사장 선출과정의 불공정성과 함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CEO 리스크를 주장, 새로운 사외이사 2명도 추천했다. 이에 대해 KT&G 이사회는 사장후보 추천 심사는 내부기준에 따라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진행됐음을 강조했다. 백 사장이 지난 2011년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주도했던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과정에서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이사회 차원의 자체 검증도 거쳤고 최홍식 금융감독원장도 "특별한 혐의를 못봤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반박했다. ■관치논란 제기..정치권 충돌 불가피 정권 초 오너가 없는 공기업 출신 민영기업 CEO 교체 시기가 임박하면서 정부 지분이 담긴 기관의 민영기업 경영 압박은 연임 제동 외에도 관치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백 사장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대표이사로 임명되면서 자칫 낙하산 논란과 결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50% 이상의 지분을 가진 외국인 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사장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나, 그에 앞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는 국내 정치권에 또 다른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벌개혁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와 달리 원내 제1야당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매우 신중하고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며 "부당한 경영권 행사에 대해 나름 역할을 하라는 것이지, 사장 선임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용인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 같은당 김종석 의원도 "KT&G에 대해 국민연금도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었는데 이같이 나선 배경은 순수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이런 일이 쌓이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18-02-27 16:3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