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구글 번역기가 중국 정부에 부정적인 내용을 긍정적으로 바꾼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AFP통신은 14일 홍콩 소셜미디어(SNS)에서 번역기의 의아한 점을 찾았다는 구글 사용자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홍콩이 중국의 일부가 되는 것을 보는 게 슬프다"(I am sad to see Hong Kong become part of China)란 영어 문장을 구글 번역기에 넣어 중국어로 바꾸면 한때 '슬프다'가 '행복하다'로 번역됐다. AFP통신은 이날 오전 직접 해당 문장을 입력해서 번역기를 사용한 결과 홍콩 누리꾼들의 주장과 같은 결과를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1시간 뒤 다시 시도하자 정확한 번역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구글 대변인은 "구글 번역은 자동 번역이며 수백만 개의 기존 번역본에서 나온 패턴을 이용해 최상의 번역 결과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홍콩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번 시위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열린 2014년 우산혁명 이후 5년만의 대규모 시위다. 시위대는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등의 국가에 범죄자를 보내는 내용을 담은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9일에는 주최측 추산 103만명이 참여했다. #구글번역기 #홍콩 #중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19-06-14 20:01:30광복절을 맞아 황당한 정보가 트위터에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IssueTopics는 14일 구글번역기의 황당한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구글번역기에서 ‘쪽발이’란 단어를 입력하면 ‘日本人(일본인)’이라고 번역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번역기에 ‘쪽발이’를 입력하면 일본인이라는 단어로 번역돼 표기된다. 이같은 현상은 구글번역의 추천기능 때문에 발생하는 것. 구글 번역기는 수많은 사용자들이 번역 추천을 하면 새로운 번역어로 대체해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이에 따라서 ‘쪽발이’가 ‘일본인’으로 번역된 것은 구글이 직접 지정했다기 보다는 많은 사용자들이 입력을 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정보는 마침 광복절을 맞아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재밌다는 반응이다. 네티즌들은 “광복 66주년 구글의 선물이다”, “구글의 센스가 끝내준다”는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반응은 최근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등으로 불거진 반일 감정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일부 네티즌들은 “일본인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닌데 마냥 웃어넘길 일은 아니다”, “일본인 중에서도 양심있는 사람들도 많다”며 다소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onnews@fnnews.com 온라인편집부
2011-08-15 13:56:11▲ 구글의 번역 서비스가 전세계 누리꾼 언어의 98%을 커버할 수 있게 됐다. 구글은 기계 알고리즘을 이용한 자동 번역 서비스인 ‘구글 트랜스레이트(Google Translate)’가 번역할 수 있는 언어에 7종류를 추가, 총 41개 언어를 번역할 수 있게 됐다고 2일 밝혔다.구글의 번역 서비스가 전세계 누리꾼 언어의 98%을 커버할 수 있게 됐다. 구글코리아는 기계 알고리즘을 이용한 자동 번역 서비스인 ‘구글 트랜스레이트(Google Translate)’가 번역할 수 있는 언어에 7종류를 추가, 총 41개 언어를 번역할 수 있게 됐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추가된 언어는 터키어와 타이어, 알바니아어, 갈리시아어, 몰타어 등이다. 이에 따라 구글 트랜스레이트는 1640개의 상호 번역 기능을 갖게 돼 전세계 누리꾼 가운데 98%가 자국 언어로의 번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구글 또 해당 웹사이트를 자국 언어로 번역해주는 ‘구글 트랜스레이트 마이 페이지(Google Translate My Page)’ 라는 가젯(Gadget)이 전세계 블로그와 사이트들에 확산되고 있다고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가젯이란 별도의 설치과정 없이 웹사이트에 쉽게 삽입할 수 있는 다기능 프로그램을 말한다. 한편, 구글 트랜스레이트는 지난 2005년 론칭됐으며, 현재 한국어도 포함돼 구글코리아에서 서비스(http://translate.google.com/translate_t?hl=ko#)되고 있다. /fxman@fnnews.com백인성기자
2009-03-02 14:19:36[파이낸셜뉴스]법률문서번역서비스 전문업체 에이아이링고(AI링고)와 글로벌 번역서비스 기업 시스트란(SYSTRAN)이 지난 7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소재 IFC호텔 브룩필드홀에서 개최한 'AI 법률번역의 혁신과 도전' 세미나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생산성을 높이다'란 주제로 개최된 이번 세미나에는 법무부, 법제처, 국회 등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에서부터 일반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공무원, 변호사, 법무법인, 법무팀 관계자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는 해외 기업들과 계약 체결 업무를 담당하거나 해외 기업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법무법인, 해외 자회사에 본사 정책을 공유하려는 기업체 등 민간 부문의 법무 담당자들과 공공기관의 법률 담당자들이 참석해 기업체, 소속기관 중심으로 법률 번역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AI링고와 시스트란도 이 같은 최근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이번 세미나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법률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하여 법률 서비스의 품질 및 효능을 향상시키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AI를 활용한 번역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법률 분야도 폭 넓은 사용층의 확대로 비전문적인 번역이 활용되고 있지만, 법률 번역은 전문 영역이어서 단어나 문장 등은 비전문적인 번역이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시스트란은 인공신경망 기계번역(NMT) 엔진 분야의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 최초로 1968년에 기계번역 기반 번역 포털을 출시한 기업으로 최근에는 번역에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본사는 파리에 위치해 있으며, 한국, 미국, 일본 등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AI링고는 SYSTRAN 엔진을 주 기반으로 법률 용어에 특화된 AI 번역기 'OTRAN(오트란)'을 제공하는 전문 업체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AI링고는 구글이나 파파고 등 일반 범용 AI로는 정확하게 번역하지 못하는 법률 분야에서 전문적인 번역 기능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도, AI링고를 이용하는 기업은 법률에 관련된 주요 정부기관을 포함해 국내 6대 로펌 중 3곳이 사용할 정도로 국내 AI 법률 번역 서비스 분야에서는 AI링고가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한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송연석 교수는 “AI번역이 최근들어 실질적으로 번역 업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고품질의 번역물을 얻기 위해서는 여전히 전문 번역사의 손길이 필요하다”며, “전문 번역사들도 AI번역과의 협업을 통해 업무의 능률을 높이고, 더욱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번역의 결과물을 제공하는 상호 윈-윈 시츄에이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욱 AI링고 대표이사는 "최근 AI번역의 발전이 법률번역 분야에 큰 변화를 주고 있으며, 로펌, 기업, 정부기관에서 관련 기술 및 사업 혁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어 이번 세미나를 준비했다"며 "법률 분야에 종사하는 수많은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이 이번 세미나에 참석하여, 기존 법률 번역의 한계점을 해결하고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혁신과 도전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첫걸음을 내딛게 되어 크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4-11-08 16:28:14[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AI 태블릿 신제품 '갤럭시 탭 S10 울트라'와 '갤럭시 탭 S10 플러스'를 공개했다고 27일 밝혔다. 갤럭시 탭 S10 울트라는 전작 대비 중앙처리장치(CPU)는 약 18%,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약 28%, 신경망처리장치(NPU)는 약 14% 향상됐다. 갤럭시 탭 S10 울트라와 갤럭시 탭 S10 플러스의 스크린 크기는 각각 369.9㎜(14.6형), 315.0㎜(12.4형)다. 두 모델 모두 '다이나믹 아몰레드 2X'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갤럭시 탭 S10 시리즈의 디스플레이에는 반사광을 줄여주는 반사 방지(AR) 코팅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다양한 환경에서도 더욱 몰입감 있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갤럭시 탭 S10 시리즈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대화 선명하게 듣기' 기능도 적용됐다. 시청 중인 영상 속 발화자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키우고 일부 배경 소리는 줄여줘 사용자는 영상 속 음성을 더욱 선명하게 들을 수 있다. 갤럭시 탭 S10 시리즈는 IP68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을 지원한다. 또 '아머 알루미늄' 소재가 적용돼 다양한 환경에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갤럭시 탭 S10 시리즈는 태블릿의 대화면에 최적화된 '갤럭시 AI' 기능을 제공한다. '삼성 노트' 앱의 '노트 어시스트' 기능은 대화면에 최적화된 사용자경험(UX)을 선보인다. 사용자는 '노트 어시스트'를 통해 음성 녹음 파일을 텍스트로 바로 변환하고 번역∙요약할 수 있다. '노트 어시스트'의 'PDF 오버레이 번역' 기능은 별도 번역기에 텍스트를 복사해 붙여 넣지 않아도 외국어 문서를 쉽게 번역해 준다. '서클 투 서치'도 태블릿 화면에 보다 최적화 됐다. 사용자는 넓은 화면을 이용해 이미지와 영상을 검색하고 텍스트도 번역하는 등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며 더 생산적인 경험을 누릴 수 있다. 갤럭시 탭 S10 시리즈는 실제 펜으로 종이에 글을 쓰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S펜'을 기본 탑재했다. S펜의 '스케치 변환' 기능을 사용하면 단순 스케치가 정교한 이미지로 완성된다. 가령 S펜으로 갤러리의 사진에 스케치를 더하거나 '삼성 노트' 앱에서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스케치하면 생성형 AI가 정교한 이미지로 변환한다. 갤럭시 탭 S10 시리즈는 생산성이 높은 다양한 서드파티 앱을 지원한다. 드로잉 앱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 영상 편집 앱 '루마퓨전', 디자인 편집 앱 '픽스아트' 등을 활용하면 콘텐츠를 쉽게 제작하고 편집할 수 있다. 별도 판매되는 '북 커버 키보드'에는 '빅스비' 혹은 '구글 제미나이'를 호출할 수 있는 '갤럭시 AI 키'가 탑재됐다. 사용자는 갤럭시 AI 키를 통해 쉽고 빠르게 AI를 호출하고, 멀티 태스킹 작업을 할 수 있다. 갤럭시 탭 S10 시리즈는 한 눈에 집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3D 맵 뷰' 기능도 지원한다. 갤럭시 탭 S10 시리즈는 문스톤 그레이'와 '플래티넘 실버'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글로벌 출시는 10월3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다. 미국, 유럽, 중남미, 동남아 등에 순차 출시될 예정이다. 한국 출시는 다음달 4일이다. 국내 출시 가격은 추후 공개된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4-09-27 08:50:40<27> 카자흐스탄 악타우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오후 5~6시쯤 베뉴에 도착했다. 날은 벌써 어두워졌다. 더 늦기전에 정비소를 찾아 차를 고치고 싶었다. 도로변 정비소를 발견하고 번역기로 시동이 안걸린다고 이야기했는데 기술자가 없다고 한다. 경정비만 하는 곳인가 싶어 다른 곳을 찾아갔다. 여기도 안된다고 해서 이 차를 고칠 수 있는 곳이 어디있냐고 물어보니 어떤 주소를 알려주어 다시 찾아갔다. 가보니 해가 져서 어두운데다 다니는 사람도 없고 주소의 집에는 초인종도 없어 망설이다 문을 두드려보았으나 답이 없다. 결국 베뉴에서 차를 고칠 수가 없었던 우리는 들개와 술취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또 숙소를 잡아도 차시동을 켜둔 채로 들어가 자야하는 것이 불안해서 차라리 이곳을 떠나 길가에서 차박을 하기로 했다. 나는 어제부터 험로의 긴 이동과 추위와 스트레스에 지쳐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만 겨우 쉬고 앉아있었고 운전하느라 더 힘들었을 탄이는 가까스로 남은 힘을 쥐어짜내어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보자하며 몇시간을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도로를 앞차들을 의지해 달리다가 새벽 2~3시쯤 트럭들이 많이 서있는 공터에서 차를 대고 잤다. 악타우까지 가는 동안 주유할 때면 습관처럼 시동을 끌까봐 계속 긴장하며 서로 이야기해주고 밥먹거나 화장실을 위해 차를 세울 때마다 "시동!"하며 잊지않고 켜두려고 노력했다. 다음날 오전 악타우에 도착했다. 도시가 제법 크고 활기가 넘친다. 일요일인데도 문 연 상점들이 많이 보인다. 정비소 문 연 곳이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잘되었다. 눈에 띈 정비소에 들어갔는데 안된다고 한다. 캠핑카를 수리하기 위해 정비소 10여곳을 수소문했지만 허탕이었다 서너군데를 더 찾아가보았지만 모두 차를 고칠 수가 없다는 대답에 답답하기만 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네비에서 현대자동차 매장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을 보고 찾아갔다. 차량판매와 정비를 같이 하는 곳 같다. 직원에게 번역앱으로 우리 차 상태를 이야기하니 차를 정비센터로 옮기라고 한다.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보자고 했다. 20시간 이상 켜두었던 시동을 끄는 것이 매우 불안했지만 정비사도 있고 하니 꺼보기로 했다. 중앙아시아의 현대차 전시장은 한국과 달리 매우 넓고 시설도 좋다. 직원분들도 너무 친절하게 잘 대해주셔서 의지가 되고 신뢰가 간다. 정비센터에서 까브리의 시동을 껐다가 다시 걸어보니 이게 웬일, 시동이 걸린다. 너무 좋아서 박수가 절로 나온다. 여러차례 껐다 켜기를 반복했는데 이상없이 잘 작동한다. 정말 오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했었다. 심지어 차를 못고쳐서 여행이 중단되어 돌아갈 것까지 각오를 했었는데 이렇게 간단히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서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몰랐다. 사실 우리는 십년 전 아메리카 장기여행에서 차가 고장이 난 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 온두라스에서 두달간 차에서 자며 차를 고치려고 애쓰다 끝내 돌아와야했었기 때문에 감사가 더 컸다. 이왕 정비소에 온 김에 엔진오일과 필터 등을 교환하고 싶다고 했더니 이곳은 큰 리프트가 없어 불가능하다며 가능한 정비소를 알려주셨다. 현지 직원분은 끝까지 시동을 확인을 하며 안심시켜 주셨다.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악타우 시내로 돌아왔다. 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니 없던 힘도 솟아나는 것 같다. 반가운 버거킹에서 시로의 소울푸드인 햄버거를 먹고 와이파이로 숙소도 예약을 했다. 슈퍼마켓에서 장도 보고 숙소를 찾아갔다. 주소를 보고 찾아갔는데 이곳이 아닌것 같다. 지나가는 사람 찬스를 또 써서 주인과 전화를 해서 한참 떨어진 다른 아파트로 안내를 받았다. 처음 보는 여행자의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주고 도와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구글 내비가 잘못된건지 주인이 주소를 잘못 적어놨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제대로 잘 찾아갈 수 있었다. 찾아간 곳은 마치 성처럼 보인다며 신기해했던 우리가 지나쳐온 곳이었다. 1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 여러채가 단지를 이루고 있고 정원도 매우 훌륭하다. 크리스마스 즈음이어서인지 커다란 트리도 있고 황금말 장식에 어린이 놀이터도 잘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차를 안에 가지고 갈 수가 없어 아파트 밖 상가주차장에 세우고 왔다갔다 하며 짐을 옮겨야하는 것이 조금 불편했다. 건물 내부도 거울과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돼있었고 고마운 현대식 엘리베이터도 두대나 된다. 주인은 동양계 부부였는데 한국에 관심이 많은 듯 한국드라마와 배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파트는 깨끗하고 주방도 좋고 편안해보여서 처음엔 3일 예약을 했었는데 더 길게 머물어도 되냐고 묻고 기간을 연장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 편히 푹 쉬고 밀린 작업도 하고 싶었다. 지독한 강행군으로 탄이 병이 나버렸다 숙소에 짐을 풀자 탄이가 몸져 누웠다. 긴장이 풀어지며 몸살이 났나보다. 몇일간 정말 고생이 많았다. 그렇게 탄이는 2~3일을 침대에서 꼼짝을 못하고 누워서 약을 먹으며 쉬어야 했다. 밤이 되면 아파트 건물과 광장의 트리에 조명이 아름답게 들어와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아픈 탄이랑 오붓하게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근처 상점에서 조각케이크와 생강빵과자를 살 수 있어서 조금 위안이 되었다. 몇일 푹 쉬고난 탄은 잘 회복해서 같이 고깃국도 끓여먹고 소소하게 작업도 하며 휴식의 시간을 갖었다. 탄이가 기운을 차린 후 우리는 악타우에 있는 아제르바이잔 영사관을 찾아갔다. 구글 네비에 번번히 골탕을 먹어왔는데 이번도 역시 이상한 가정주택들이 즐비한 동네로 안내를 하기에 의심스러웠는데 해당주소의 집을 두드려 물어보니 이곳은 아니고 골목따라 조금 더 가면 있다고 알려주셨다. 역시 러시아권쪽에서 구글 네비게이션은 믿을 것이 못된다. 알려주신대로 가보았더니 정말 영사관이 있을 것 같지 않던 동네에 떡하니 아제르바이잔 국기가 나부끼는 영사관이 있었다. 입구에 경비원께 바쿠로 가기 위해 비자신청을 하러 왔다고 하니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 후 안으로 안내해주셨다. 영사관 내부는 멋지게 잘 꾸며져있었고 직원들 두세분이 나오더니 우리에게 친절하게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다. 결론적으로 페리는 코로나 이후로 여객(사람)운송을 안해서 바쿠로 가려면 차는 배로, 사람은 비행기를 타야한다고 한다. 배도 비정기적으로 운항해서 언제 출항하는지 선사를 찾아가 알아봐야한다고 했으며 코로나 음성확인서, 백신접종증명서등 각종 서류도 필요하다고 한다. 악타우에서 바쿠가는 페리 탑승이 '동해-블라디보스톡 구간' 만큼이나 어렵고 복잡하다. 둘이 긴 의논끝에 말도 잘 안통하는 곳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복잡한 서류를 다 준비하는 것 보다 좀 돌더라도 육로로 이동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악타우에서 다시 베뉴를 지나 러시아의 아티라우, 아스트라한을 거쳐 조지아에 가는 경로로 정했다. 이쪽 길도 베뉴-아스트라한 사이의 길이 악명이 높다고 들어서 차를 제대로 정비하고 가고싶었다. 현대차 매니저님께 소개받은 정비소에 가서 엔진오일과 한국에서 가져온 연료필터를 교체했다. 타이어 공기압도 체크하고나니 마음이 든든하다. 체력과 자동차 관리를 받고 잘 쉬고 또 다음 길을 나설 수 있게 해준 악타우가 좋은 느낌으로 남았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RxgG4EeEtF0?si=yj5jzbQcD6g7lAbV>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8-22 10:42:09[파이낸셜뉴스] 한국 국적을 취득할 목적으로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최근 한국 남편을 둔 베트남 아내들을 상대로 국제결혼 부작용에 대해 조명했다. 베트남 여성 A씨(20세)는 결혼중매업체를 통해 한국 남성 20명의 신상정보와 배경을 확인해 가장 적합한 상대를 골랐다. 이후 약 6개월 동안 결혼 서류 작업과 한국어 학습을 거쳐 47세 남편과 결혼했다. 하지만 현재 A씨의 목표는 이혼이다. 한국 국적을 얻어 합법적으로 직업을 갖고 살 수 있게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남편 나이에 따른 가임 능력이 걸림돌이 됐다. 그는 "병원에서 남편의 나이 때문에 임신이 쉽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남편은 내 책임으로 돌렸다"고 토로했다. 언어 장벽으로 인한 의사소통도 쉽지 않았다. A씨가 집 밖에서 할 수 있는 건 슈퍼마켓에서 장 보기뿐이었다.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에도 침묵만 흘렀다. 어쩌다 대화를 할 때는 구글 번역기를 사용했다. 타지에서의 고립감과 고향에 대한 향수병으로 매일 밤 눈물을 흘린 A씨. 베트남 여성 B씨(27)의 사연도 전해졌다. 그는 2000만동(한화 약 108만원)을 들여 결혼중매업체를 통해 41세 한국 남성과 결혼했다. B씨 모친은 45세다. B씨는 "나는 결혼을 2∼3년 안에 (한국) 국적을 얻는 수단으로 본다. 계속 같이 살 생각은 없다"며 "남편에 대한 애정이 없어 매일 짜증과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주 여성은 한국 남성과 2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 한국 국적 취득을 신청할 수 있다. 특히 2019년 이혼한 이주 여성의 체류 자격이 확대되자, 일부 베트남 여성들은 한국인과 결혼한 후 이혼하는 것을 목표로 어려운 생활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으로 귀화한 베트남 출신 여성과 베트남 남성의 결혼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의 결혼은 5000건으로 7.5% 늘어난 가운데 베트남 남성과의 결혼은 792건으로 35.2% 급증했다. 2022년 기준 베트남 남성과 재혼한 한국 여성 556명 중 482명(86.7%)이 귀화한 한국인이었다. 이 중 국적 확인이 어려운 2명을 제외한 480명의 귀화 전 국적은 베트남인 것으로 나타났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4-19 07:32:39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항카 호숫가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6시도 안 된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밥 먹고 할 게 없어 일찍 자서 그런가보다. 사방이 조용하고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들린다. 주변에 텐트 치고 자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조용조용 호숫가로 걸어갔다. 날이 흐려서 하늘이고 호수고 온통 회색빛인 것이 마치 수묵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호수 위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물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이 평화롭고 운치 있어 보인다. 하바롭스크의 천사, 이반네 식객이 되다 어제 저녁 마음 졸이며 지나온 비포장 길을 다시 나와 북쪽으로 향한다. 도로 상태가 우리나라 같지 않아서 길이 갑자기 안 좋아지곤 한다. 바퀴가 빠지도록 큰, 푹 패인 포트홀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다반사이고 아예 비포장인 도로도 자주 만난다. 다음 목적지인 하바롭스크에서는 이반이라는 러시아친구를 카우치서핑을 통해 알게 되어 그의 집에 묵기로 했었다. 새벽길을 달려 6시반쯤 하바롭스크에 도착했다. 너무 이른시간이라 일단은 우리끼리 하바롭스크를 구경하기로 했다. 하바롭스크는 극동 러시아에서 가장 큰, 인구 130만의 대도시이다. 몇일간 집구경, 사람구경을 거의 못하다가 대도시로 들어오니 신호등과 사람들, 거리의 상점들 등 익숙한 도시의 풍경이 반가왔다. 커다란 몰과 마트를 보고 들어가보았다. 한국은 밤이건 낮이건 어디서건 차가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전화 한통으로 보험서비스가 출동하기때문에 이제는 사람들이 찾지 않아 구하기 힘들었던 자동차 자키(타이어 교체 등을 위해 차를 드는 도구)와 복스세트(타이어 교체공구)를 여기에서는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탄이 나에게 사고싶은 것들의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한다. 직원에게 물어보려고 필요하다고 한다. 11년전 우리는 스페인어권 나라들에서 자주 그림을 그려 의사소통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인터넷이 되는 스마트폰이 있는데 왜 그림이 필요한지 의아한 마음에 “구글에서 사진 검색해서 보여주면 되잖아?”라고 되물었더니 깜짝 놀라며 “아! 그러면 되는구나. 굿아이디어~”하며 머쓱해서 도망간다. 직원을 찾아 물어보았더니 다행히 그 역할을 하는 제품이 있다고 한다. 우리 까브리도 들 수 있는지 사용법은 어떤지 이것저것 스마트폰 번역기를 통해 물어보자 직원 두 분이 사용법도 직접 시연해 보이며 알려주신다. 러시아에도 친절한 사람이 있다! 필요한 도구를 기분좋게 구입한 후 중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나니 반가운 이반의 메세지가 와있었다. 이제 일어났다며 집주소를 알려주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완전 올빼미형 인간이었다. 우리는 신이나서 이반네 집으로 향했다. 스탈린 시대 지어진 저층아파트.. "옛날 생각 나네" 이반이 사는 집은 스탈린 시대에 지어진 60여년이 된 저층아파트이다. 단지가 매우 넓어서 똑같은 건물이 많은데다 우리나라처럼 건물에 번호 같은건 없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참을 헤메다 겨우 발견했다. 비가 오면 거대한 물웅덩이가 생기는 흙바닥이었지만 그래도 까브리를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건물입구와 집 현관이 항상 잠겨있어 안전하게 느껴졌다. 갈색 고수머리에 흰피부의 서양인 같은 이반은 2층에 혼자 살고 있었다. 맨 안쪽방을 우리가 머물도록 해주었는데 그가 침실로 쓰던 더블베드가 있는 큰방이었다. 그리고 이반은 그 옆에 방겸 복도같은 공간에 컴퓨터와 간이침대같은 것을 놓고 잤는데 우리가 화장실을 가거나 외출하려면 그곳을 지나가야해서 프라이버시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곳이었다. 그후 여러번 아침에 외출하다가 이반이 여자친구와 그 작은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조용히 나가려다 눈이 마주쳐 어색하게 모른척한 적이 많았다. 참 미안하고 고마운 일이었다. 이반네 아파트의 특이한 점은 창이 홑창이고 층고가 매우 높았다. 겨울엔 우리나라보다도 무지무지 추울텐데 괜찮나 싶었다. 겨울에 오지 않아 다행이다. 엘레베이터가 없는 건물이었지만 다행히 2층이어서 걸어오를만 했고 방에는 에어컨도 있어 쉬며 밀린 유튜브 작업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오면서 더위에 허덕이던 우리는 더위가 한풀 꺾일 때까지 이 곳에 머물고 싶었다. 원래는 3~4일간 머무르는 예정으로 카우치 요청을 했었는데 혹시 몇 일 더 있어도 되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이반은 시원스럽게 너희 원하는 만큼 있어도 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우리는 기뻐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반네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의 직업은 중고차 부품유통업이라고 한다. 한국음식을 좋아하며 매운 것도 잘 먹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이 매운 해물탕이며 가끔 시내의 한국식당에 먹으러 간다는 말에 우리는 무척 놀랬다. 매운걸 전혀 못먹을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집에 함께 살며 육개장, 짜장면, 김치찌개 등 여러 가지 한국음식을 이반에게 해주었는데 다 좋아하며 잘 먹었다. 심지어 매운 것은 탄이보다 더 잘 먹었다. 몇일 지나 이반이 감기에 걸려 매우 기운이 없을 때가 있었는데 탄이랑 멀리 큰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킹크랩과 문어, 새우, 관자 등 여러 해산물을 넣은 해물탕을 해주었다. 이반은 “내 부엌에서 해물탕이 만들어지다니 너무 신기해!”라면서 눈에 생기가 도는 모습에 매우 뿌듯했다. 탄에게 “정말 맛있어. 탄 너는 좋은 쉐프야”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러시아 여행은 9월이 가장 좋다는 팁까지.. 우리는 이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러시아 여행은 9월이 가장 좋다고 한다. 러시아어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고 배웠는데 발음을 따라하기가 무지무지 어려웠다. 이번 생에 러시아어 발음까지는 힘들 것 같아 미안해 이반... 저녁식사 중에 보드카 이야기가 나왔는데 독한 술을 싫어하는 시로가 유일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이 ‘루스키 스탠다드’라는 보드카라는 이야기를 했다. 회사 출장으로 모스크바에 갔을 때 얼굴 찡그리며 한잔 억지로 마시다가 “어?”했던것이 보통 40도 넘는 독주는 목이 타들어가 듯이 불편함이 있었는데 전혀 그런 것이 없이 마시기 좋은 느낌이었던 기억이 났다. 말이 나온김에 집에 가는 길에 한병 사서 이반네 집에서 다같이 마시기로 했다. 집에 와보니 정전이다. 한국에선 열살 이후로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지만 핸드폰 불빛을 손전등처럼 비추니 오히려 분위기 있어 좋았다. 이반이 러시아에서 보드카 마시는 법이라며 안주로 해바라기씨유에 겨자와 소금을 섞어 빵을 찍어 먹어보라고 했다. 작은 보드카 한병으로 모두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 차 타고 세계여행' 365일]은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com/@user-hb5up3dh1o?si=4LHlTLkQKDiU4cLz>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2-27 15:47:56문과와 이과를 막론하고 대학가에서는 요즘 학생들의 기초역량에 대한 고민이 많다. 초중고 교육에서 동아시아 문명을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되는 한자 교육이 부족하니 수천년간 내려온 문학작품, 족보 등 수많은 자료를 읽고 이해하며 우리의 조상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은 사라져버렸다. 또한 일본이나 중국을 여행할 때 현지 한자어 표기를 읽어보며 우리 문화와의 연계성을 실감하고, 역사적 교류가 있었음을 자각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되었다. 이러한 한자 교육은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는 것에 어긋나지 않는다. 한글도 오랜 역사를 통해 점점 더 진화하면서 우리의 뜻과 감정을 표현하는 주된 수단으로 자리잡았음을 생각할 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다양한 기호체계를 이해하는 것은 자기 존재에 관한 성찰을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한자 교육은 의미가 있다. 텍스트 분석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영역을 흔히 자연어처리(NLP)라고 부른다. 자연어처리 기술에는 실시간 통번역 기술도 포함되는데, 요즘 해외여행할 때 자주 사용하는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 같은 앱들이 바로 여기 포함된다. 앞으로 통번역이 인공지능에 의해 더욱더 자동화될 텐데 굳이 외국어나 한자를 배워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언어능력은 인간 지능발달의 핵심단계를 구성하며, 사고능력과 세계관 형성에 직결된다. 그리고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과 협업하면서 살아가야 할 젊은 세대에게는 오히려 깊은 언어·문학 소양이 대단히 중요할 것이다. 그러한 소양 없이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내용을 그냥 수용하기만 하는 인간, 인공지능에 종속된 인간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 우려하고 있는 기초역량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수와 논리, 기하를 다루는 수학이다. 수학은 프로그래밍 언어만큼이나 인공지능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초중등 교육과정이 개편될 때마다 일부 시민단체는 수학포기자(수포자)를 양산하는 기존 교육체제를 비판하면서 수학교육의 범위와 깊이가 과중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학계와 전문가들은 외국과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을 직접 비교하면서 우리 교육과정에는 행렬, 미분방정식, 공간벡터 등 내용이 빠져 있거나 매우 약하게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중국,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에서는 우리가 점점 줄여가는 수학 교육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초중고 학생 중 10% 이상이 이른바 수포자라고 한다. 수학 교육의 범위를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질적 혁신이다. 수학을 포기하려는 아이들에게는 수학의 쓸모를 체험케 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저출생으로 줄어드는 학생 수에 따라 선생님 수를 줄일 것이 아니라, 학생 1인당 교사 수를 늘려 수포자를 줄일 수 있는 개인화된 수학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어떨까. 다른 한편으로 수학을 정말 좋아하고 수학에 비범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교육도 부족하다. 한국인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도 한국의 수학 교육 과정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난제에 도전하는 데 필요한 심오함이나 시행착오를 우리의 교육체제는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천재를 위해서나 수포자를 위해서나 우리 수학 교육에는 혁신이 필요하다. 수학과 한자만이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역량은 아니다. 인문예술 교육이 제공하는 인류 문명과 역사에 대한 이해, 맥락 중심 사고, 미적 감각은 인공지능 기술의 사용자경험과 직결된다. 축구와 같은 단체스포츠를 통한 협력의 경험, e스포츠를 통한 가상세계 활동경험 역시 다른 사람, 인공지능과 동시 협업해야 하는 미래세대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출생감소라는 위기를 기초역량 교육 강화라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2023-11-14 18:29:21[파이낸셜뉴스] 끄라비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비치(2000년)'의 배경 장소로도 유명하다. 엄밀히 말해 영화의 배경은 끄라비 인근에 위치한 '피피섬'이지만 '피피섬'은 끄라비와 푸껫에서 모두 섬 투어로 갈 수 있는 근교 섬이다. 끄라비 여행의 백미 중 하나는 인근에 위치한 섬 투어인데 가장 유명한 피피섬을 포함해 인근 섬을 도는 투어, 끄라비 남부의 라일레이 해변과 프라낭 비치를 둘러보는 코스, 홍섬을 포함한 인근 섬 여러곳을 보는 코스 등이 있다. 섬투어 대부분은 열대어와 함께 헤엄치며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끄라비를 처음 간다면 보통 '아오낭 비치' 근처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추천 장소를 꼽으라면 끄라비 시내에서 좀 떨어진 '에메랄드 풀'과 인근의 '온천(핫 스트림)'이 첫 번째다. 두 곳과 함께 '호랑이 사원(왓 탐 쓰아)'을 둘러보면 하루 일정으로 충분하다. 영화 비치의 네이버 소개글에는 "리차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현실적이고, 새로운 상황 또는 낯선 사람들과 맺어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로 시작한다. 여행을 떠나는 모든 이들 역시 리차드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끄라비에서의 첫날 동행이 돼준 태국 현지 친구 미성은 그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와 찍은 사진과 함께 짧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태국어로 적혀 있어 번역기를 돌렸더니 아래와 같은 문장이 나왔다. "한국 남사친, 38살 싱글. 일할 수 있어. 절약할 돈이 있어. 좋은 성격과 친절. 만나실분 메시지나 연락처 남겨주세요" 끄라비에서의 둘째 날부터는 새로운 동행이 생겼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두 번째 끄라비 여행은 오토바이를 빌려 끄라비의 이곳 저곳을 둘러볼 생각이었지만 새로운 상황 또는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정해진 계획보다 더 짜릿하다. 끄라비 히든 카페 '쿠언놈싸우' 태국 사람들은 보통 현지 이름과 함께 친구들끼리 통하는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른다. 미성의 소개로 알개된 '보우(활)'는 끄라비 여행 둘째날부터 동행을 해주었다. 끄라비 시내에서 차로 40분 정도 거리 북부 지역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하는 30대 중반 여성이었다. 보우는 오전 10시쯤 차를 몰고 내가 묵고 있는 숙소로 찾아왔다. 봉지 한 가득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열대 과일인 '망고스틴'을 건네는 마음이 고마웠다. 우리는 간단하게 근처 현지 식당에서 누들과 태국식 덮밥으로 요기를 하고 첫 목적지인 '쿠언놈싸우(Kuan Nom Saow Viewpoint)'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우의 추천으로 현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23 커피 로스터스' 카페에 먼저 들렸다. 스타벅스 리저브처럼 고객이 직접 원두를 선택할 수 있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었다. 식당 직원이 다양한 커피와 메뉴에 대해 길게 설명해 줬지만 태국말이라 잘 알아들을 순 없었다. 열대 과일 '리치'가 들어간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다. 작은 카페였지만 주인장이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는 나름 커피에 진심인 가게처럼 보였다. 건물 한 켠에는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녹슨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이어 구글맵에 끄라비 숨겨진 카페 명소인 '쿠언놈싸우'로 향했다. 전날 갔던 경치가 멋졌던 '카오통힐' 카페와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카오통힐' 카페는 좀 더 편리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바다뷰 카페였다. 반면 '쿠언놈싸우'는 더 은밀하고 가정집 같은 느낌의 정글(산)뷰 카페였다. 구글맵 목적지가 정확하지 않아 차를 돌려 안내판을 보고 다시 들어가야 했다. 길이 깊고 험해 카페에서 600m 떨어진 곳에 임시로 차를 주차하고 한동안 언덕길을 걸어 카페에 도착했다. 높은 언덕에 있는 카페는 3~4명의 손님을 빼고는 매우 한적했다. 'ㄱ'자 모양의 데크에서 음료를 시켜 끄라비 정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음료 잔의 모양이 여성의 몸을 닮아있었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다. 보우는 "카페의 이름인 '쿠언'은 '언덕', '놈'은 '가슴', '싸우'는 '소녀'"라고 설명해 줬다. 실제로 카페의 인증샷 명소에는 여성의 가슴을 닮은 커다란 두 개의 봉우리가 보였다. 카페 뒤편으로 난 작은 길에는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실제로 구글에 해당 카페를 검색하면 '히피들이 캠핑을 즐기는 카페'라는 설명이 나온다. 단돈 1만2000원에 즐기는 카야킹 이번 끄라비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 1순위는 '카야킹'이었다. 끄라비에는 해변, 산, 계곡 등 다양한 장소에서 카약이 가능하다. 보우의 추천으로 끄라비에 있는 작은 호수인 '클롱룻(Klongroot)'으로 향했다. 두 명이서 1개의 카약을 빌리는 비용은 현지돈으로 300밧(1만2000원) 정도였다. 특별히 시간 제한은 없었고, 인심 좋은 가게 주인이 얼은 생수 2병을 공짜로 줬다. 호수는 그리 깊어 보이진 않았지만 물이 맑아 물 밑으로 다양한 열대 민물 고기를 볼 수 있었다. 카약에 올라 발을 쭉 벗고 보우와 함께 노를 저어서 카약을 즐겼다. 처음에는 방향 조정이 쉽지 않아 다른 배와 부딪히거나 호수 위로 솟아난 나무 줄기에 부딪혀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손 발이 맞기 시작했다. 노를 저으며 우리 말로 '영차영차' 구령을 붙였는데 보우는 그 구령 소리가 재미있었는지 반복해서 '영차영차'의 발음을 물어왔다. 끄라비의 맑은 하늘과 노를 저으며 튀기는 물방울, 눈 앞에 펼쳐진 자연을 감상하며 노를 놓고 한동안 바람을 맞았다. 두 시간 정도 카약을 즐기고 저녁 장소로 이동했다. 아오낭 비치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인 '리브 비치 클럽'이라는 곳이었다. 날이 맑으면 저녁 시간에 해변 백사장에서 불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장소였다. 하지만 우리가 찾은 8월은 끄라비의 '우기'로 잦은 비가 내려서 불쇼는 볼 수 없었다. 코코넛을 통째로 갈아 술을 섞은 칵테일과 와인, 몇 가지 안주들을 시키고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저녁을 먹었다. 작은 게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서 올린 오일 스파게티와, 스프링롤, 태국식 요리 등을 시켰다. 방 구석에서 여행 유튜버의 영상을 보며 낯선 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삶이 부러웠는데 끄라비의 마법이 나도 그곳으로 데려가 주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8-29 17: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