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일을 잔뜩 하라. 그러면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이 말을 한 이는 일본 요시노 아키라 박사다. 그는 리튬이온전지를 발명한 공로로 독일계 미국인 존 구디너프, 영국 출신 스탠리 휘팅엄과 함께 201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전기를 흐르게 하는 전지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로 구성된다. 전지의 크기, 성능, 수명, 안전성을 결정하는 것이 양극·음극 소재다. 리튬이온전지가 세상에 나오기 전 이차전지(배터리)는 납축전지, 니카드전지, 니켈수소전지가 주류였다. 요시노 박사가 처음부터 전지 전문가인 건 아니었다. 석유화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입사한 회사가 섬유업종의 아시하카세이다. 부속 연구소에 배치된 샐러리맨 과학자 요시노의 임무는 새로운 제품을 위한 시드기술을 찾아내는 것. 번번이 실패하다 입사 후 10년이 지난 1981년 기회를 잡는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아세틸렌에서 전기가 흐를 수 있다는 시리가와 히데키(2000년 노벨화학상 수상) 연구 결과가 그 무렵 나왔다. 이 폴리아세틸렌을 전지 음극 재료로 쓸 수 있겠다는 판단은 전적으로 요시노만의 생각이었다. 실험 결과 예감은 적중했다. 하지만 여기에 조합할 양극 재료를 찾는 일이 난제였다. 이듬해 연말, 그러니까 1982년 12월 연구소 대청소를 끝내고 더 이상 할 일이 없던 요시노는 책상 귀퉁이에 밀쳐놓은 문헌 하나를 집어든다. 당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였던 구디너프가 엑손모빌 연구원 휘팅엄의 연구에 영감을 얻어 후속 작업을 한 논문이었다. 핵심은 코발트산리튬 화합물을 이차전지 양극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에 적절한 음극 재료를 찾지 못했다는 내용도 쓰여 있었다. 요시노는 바로 시험전지 제작에 착수했다. 충전과 방전 모두가 완벽했다. 폴리아세틸렌 음극과 코발트산리튬 양극, 이것이 지금의 리튬이온전지 원형이다. 소형, 경량화, 전압, 에너지밀도에서 급격한 진화를 이뤄냈다. 그의 개발비화는 그가 쓴 '리튬이온전지 발명이야기'에 자세히 나온다. 요시노 박사가 길을 연 리튬이온전지 초반 시장은 일본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1991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소니, 2000년대 중반 돌풍을 일으킨 산요. 그 후 산요를 인수한 파나소닉이 세계 시장을 휘저었다. 이들에 의해 어깨에 두르던 숄더폰이 손으로 들 수 있는 폰이 됐다. 하지만 일본의 '배터리 천하'는 20년을 넘기지 못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전문가들이 꼽는 주요 패착은 스마트폰·전기차 시대의 폭발성을 내다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후발주자 한국·중국의 기업들이 '배터리 왕국' 일본을 뒷방으로 밀어냈다. 중국 정부는 서구를 이길 핵심 첨단기술로 일찌감치 배터리를 지목했다. 1999년 홍콩에 설립된 중국의 신생 배터리 업체 ATL은 애플의 아이폰에 배터리를 납품하면서 급성장했다. 2017년 ATL에서 분사한 CATL은 차량용 배터리에 집중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중국 시장을 싹쓸이하면서 CATL은 점유율 세계 1위가 됐다. 가성비 뛰어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서구 시장 점유율도 높여가고 있으나 서방의 제재 수위가 변수다. 한국의 경우 배터리 산업에 과감히 베팅했다는 점에서 중국과 닮았지만 기업 주도로 성장했다는 점에선 중국과 차이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다. 서방이 인정하는 최고 기술은 LG엔솔에 있다는 뜻이다. LG엔솔은 최근 세계 완성차 1위 일본 토요타와 배터리 대규모 장기계약을 했다. 글로벌 완성차 톱 10개사 중 9개사가 LG엔솔 공급처가 됐다. 시장 판도를 보면 지금의 배터리는 한중 맞대결로 좁혀지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리튬이온전지를 넘어선 차세대 배터리 전쟁에 이미 세계 각국이 참전했다.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전고체전지를 비롯해 리튬황전지, 리튬공기전지 등이 연구대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토요타의 전고체전지 기술이 가장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격 등 해결할 과제도 많겠으나 판을 바꾸는 힘이 기술에 있다는 건 너무나 분명하다. 배터리의 다음 미래는 누가 주도할 것인가. 지금 하기에 달려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2023-10-11 18:19:02[파이낸셜뉴스] 최고령 노벨상 수상자 존구디너프 교수가 별세했다. 향년 100세. 26일(현지시간) 미 오스틴 텍사스대학교는 성명을 통해 구디너프 교수가 전날 타계했다고 밝혔다. 이 대학교는 구디너프 교수가 1986년부터 37년간 재직한 곳이다. 제이 하트젤 텍사스대 총장은 "뛰어난 과학자로서 존이 남긴 유산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의 발견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삶을 개선했다"라며 애도했다. 구디너프 교수는 생전 텍사스대 재임 기간 동안 배터리 재료에 초점을 맞추고 차세대 충전식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과학적 기반을 다지는 연구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그의 연구팀은 리튬 코발트 산화물을 리튬-이온 충전식 배터리에 사용할 경우 다른 양극재와 함께 고밀도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 쓰이는 안정적인 소재 개발로 이어졌다. 구디너프 교수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진전시킨 다른 2명의 화학자 스탠리 휘팅엄(영국), 요시노 아키라(吉野彰·일본)와 함께 2019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때 구디너프 교수의 나이는 97세였다. 당시 상을 수여한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가볍고 재충전 가능하며 강력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휴대전화부터 노트북, 전기자동차까지 모든 제품에 쓰인다"라며 "1991년 출시된 이래 우리의 일상을 혁신했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구디너프 교수는 1922년 독일에서 미국인 부모 슬하에 태어났다. 이후 미 북동부로 이주해 성장했으며, 1944년 미 예일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시카고대에서 물리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52년에는 매사추세츠공대(MIT) 링컨연구소에서 연구원 과정을 마쳤고, 1976년까지 재직했다. 초기에는 컴퓨터용 램(RAM) 개발팀에 들어가 연구를 진행했으며, 1970년대부터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집중했다. 구디너프 박사는 배터리 연구에 대한 로열티를 따로 받지 않고, 60년 동안 대학교수로서의 봉급만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본인의 연구에 대한 권리 대부분을 포기하고, 수상으로 받은 상금은 연구 자금이나 장학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06-27 10:12:39[파이낸셜뉴스] 올해 노벨 화학상은 암 치료제 같은 신약 등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합성 기술을 개발한 화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2022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칼 배리 샤플리스 스크립스연구소 박사, 덴마크의 모텐 P 멜달 코펜하겐대 교수, 미국의 캐럴린 R 버토지 스탠포드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3명의 과학자는 분자 빌딩 블록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결합되는 기능적 형태의 화학인 '클릭 화학'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화학자들은 클릭화학을 설명할때 어떤 분자도 쉽게 붙일 수 있다는 의미로 '어떤 것도 붙일 수 있다'라고 표현한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화학물질을 만들기 위해 점점 더 복잡한 방식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문제는 이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생산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 샤플리스 박사와 멜달 박사가 기여한 클릭 화학은 어떤 물질을 만드는데 버클이 채워지듯 부산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순수한 물질을 얻을 수 있는 화학 합성법을 발전시켰다. 버토지 교수는 몸 안에서도 클릭 화학 합성반응이 일어나더라도 안정적인 생체직교 화학으로 발전시켰다. 독성이 있는 구리가 없어도 생체내에서 화학합성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베르토찌 박사의 생체직교 화학 합성법은 응용 분야 중 더 표적화된 암 치료에 기여했다. 이동환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생각하는 모양 그대로 분자를 100%의 확률로 결합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클릭화학은 전 세계적으로 세포를 탐색하고 생물학적 원리를 찾아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생물직교 화학도 임상 시험 중인 암 신약 등에 활용된다. 김석희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항체 신약을 개발하려면 단백질인 항체와 화합물을 연결시키는 과정이 필요한데 클릭화학 합성법으로 결합시켜 특정 암세포에 작용하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합성법으로 개발된 신약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한 약물이 10개 정도 있으며, 신약 개발에 클릭화학을 직접 활용하는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샤플리스 박사는 2001년에 이어 노벨 화학상을 두번 받았다. 당시에는 산화반응의 키랄 촉매를 개발함으로써 궤양과 고혈압 약의 생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편,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 3명은 10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여원)의 상금을 나눠 갖는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며,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19로 시상식이 비대면 개최되거나 축소됐던 2020년과 2021년 수상자까지 참석해 진행한다. 노벨 화학상은 1901년부터 2022년까지 114번, 총 189명이 수상했다. 역대 노벨 화학상 수상자 중 최고령자는 2019년에 수상한 독일 태생의 미국 고체물리학자인 존 구디너프 박사로 당시 97세였다. 최연소자는 1935년에 수상한 프레데릭 졸리오 박사로 당시 35세였다. 또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여성 과학자는 올해 1명이 추가돼 189명 중 8명으로 늘어났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2-10-05 20:27:23【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한 번 충전해 멀리 달리는 전기차에는 ‘대용량 배터리’에 꼭 필요한 ‘양극 소재’가 개발됐다. 201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존 구디너프 박사가 1985년 제안한 형태에서 큰 진전이 없이 쓰이던 양극 소재의 개선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이현욱 교수팀이 영국 옥스퍼드대 마우로 파스타(Mauro Pasta) 교수팀과 공동으로 ‘고용량 리튬 이온 배터리용 양극 소재(FeF₂ nanorod)’를 합성하고, 이 물질의 성능 향상 원리를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연구진에 따르면 투과전자현미경(TEM)을 이용해 충전과 방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결과, 양극 소재 표면에 생기는 얇은 막이 성능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드러났다.리튬 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전기 에너지를 충전하고 방전한다. 보통 양극은 층층이 쌓인 형태(층상구조)로 만들어 리튬을 저장하도록 설계하는데(존 구디너프의 기술), 이 경우 에너지 용량은 제한된다. 층상구조를 이루는 물질 자체의 부피 때문에 리튬이 들어갈 공간을 늘리기 어려운 사정이 발생한다. 리튬을 양극 물질과 화학적으로 결합하면 에너지 용량을 키울 수는 있지만, 배터리 수명이 감소한다는 단점이 있다. 리튬과 양극 물질이 결합할 때(방전)보다 분리될 때(충전) 들어가는 에너지가 훨씬 커 충·방전을 반복하면 전극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수명도 짧아진다. 공동연구팀은 양극 소재의 ‘제조 공정을 개선’해, 리튬과 양극 물질이 화학적으로 결합하면서도 충·방전 시 필요한 에너지 차이를 줄인 ‘이플루오르화철(FeF₂) 나노 막대 양극 소재’를 합성했다. 콜로이드 합성법(colloidal synthesis)을 이용해, 20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 수준인 단결정(single crystal) 양극 소재를 만든 것이다. 이 소재는 리튬을 더 많이 저장하면서도 수명은 길다. 이현욱 교수팀은 새로운 양극 소재의 충·방전 과정을 ‘실시간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In-situ TEM)’으로 분석해 성능 향상의 비밀을 찾아냈다. 양극 소재의 표면에 철(Fe)과 리튬플로라이드(LiF)로 이뤄진 얇은 이중층이 만들어져 충·방전 동안 양극 소재를 보호해주는 현상이 포착된 것이다.위태웅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방전 반응 초기에 나노 막대 표면에 형성된 불규칙한 막이 점차 견고한 철/리튬플로라이드(Fe/LiF) 이중층으로 바뀐다”며 “이 층은 충·방전 반응 동안 나노 막대가 가진 불안정한 특성을 보완해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성능 향상이 어렵다고 알려진 화학결합(conversion) 기반 양극 소재의 작동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연구로 평가된다. 이현욱 교수는 “차세대 고용량 양극 소재는 도전적인 과제라 음극 소재에 비해 연구가 미흡한 편”이라면서도 “실시간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으로 고용량 양극 소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만큼, 앞으로는 양극 소재에 관한 연구도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24일자로 공개됐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0-02-24 15:02:40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정부 전체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안이 24조원을 넘어섰다. 소재·부품·장비 R&D 예산만 2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우주개발과 인공지능 등 미래를 대비하는 사업 등 다양하다. 또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다양한 연구사업도 포함돼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 중이지만 은퇴한 과학기술 석학을 활용하는 사업은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왜 은퇴한 석학?'이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하자원이 아닌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해 왔다. 세계 선진국들이 200~300년에 걸쳐 이뤄낸 것들을 우리는 반세기 만에 해냈다. 압축성장의 바탕에는 과학기술이 있었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것은 은퇴한 석학들이었다. 통상적으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은퇴시기는 60세, 대학교 연구실은 65세다. 이후에는 압축성장을 이뤄냈던 수십년간의 연구 노하우들이 방치되는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 '나무'중 '황혼의 반란'에서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우리는 도서관 하나를 그냥 방치하는 셈이다. 한편 우리가 항상 갈망하던 노벨상 수상자를 살펴보면 올해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인 존 구디너프는 97세로 역대 최고령임에도 아직 미국 텍사스대 교수다. 또 구디너프 교수와 공동 수상한 요시노 아키라는 71세인데도 일본 메이조대 교수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피블스도 84세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이며, 77세인 미셸 마요르도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다. 한민구 과학기술한림원장은 지난 5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아직도 열정이 남아있는 이들이 상당하지만 나이제한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은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규 한양대 생명나노공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7일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융합의 시대에는 석학들의 지식·경험을 국가R&D사업 평가나 관리, 기초원천연구 성과의 산업화로 연결하는 컨설팅, 과학기술 공적개발원조 사업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수많은 도서관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monarch@fnnews.com 김만기 정보미디어부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19-11-11 17:16:23올해의 노벨 화학상은 9일 리튬이온 배터리의 선구자들로 꼽히는 미국, 영국, 일본의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대, 스탠리 휘팅엄 빙엄턴대 교수와 함께 일본의 요시노 아키라 메이조대 교수가 영예의 주인공이다. 무엇보다 일본이 24번째 과학 분야 노벨상을 수상한 사실이 눈에 띈다. 첨단 소재 강국의 면모를 과시하는 이웃나라를 보면서 4차 산업혁명기를 맞은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다시 노벨상의 계절을 맞아 솔직히 일본의 성취가 부럽지 않을 수 없다. 과학 분야의 첫 노벨상을 학수고대하는 우리의 처지에 비해 일본은 2014년(물리학상), 2015년(생리의학상), 2016년(생리의학상) 3년 연속 수상자를 낼 정도여서다. 물론 일본의 이 같은 기초과학 강국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의 100년 내공이 스며든 결과라면 스포츠 한·일전처럼 단숨에 따라잡겠다고 조바심만 낼 게 아니라 연구 인프라의 저변을 넓히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정작 선망해야 할 것은 일본 사회의 연구환경이다. 학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에서 과학기술자를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를 벤치마킹할 만하다는 얘기다. 이번 화학상 공동수상자인 요시노 메이조대 교수도 본업은 종합화학기업인 아사히가세이 연구원이다. 올해 71세인 그는 "쓸데없는 일을 잔뜩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다년간에 걸친 연구 시행착오를 긴 호흡으로 용인하는 일본 기업과 대학의 연구환경을 짐작케 한다. 우리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문재인정부는 올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국감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소생산기술은 선진국 대비 60~70% 수준으로 드러났다. 말로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며 이에 필요한 기초과학기술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래선 노벨상 한·일전 승리는 고사하고 미래 산업을 일구는 데도 역부족이다. 지금처럼 최단기간내 성과를 압박하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방식이나 지나치게 실용화에만 치우친 산학협력체계부터 글로벌 기준으로 혁신할 때다.
2019-10-10 16:50:062019년 노벨 화학상은 미국, 영국, 일본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2019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리튬이온전지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대학 교수(97)와 스탠리 휘팅엄 미국 빙햄턴 뉴욕주립대학 교수(77), 요시노 아키라 메이조대학 교수(71)를 공동 선정했다.노벨위원회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우리 생활에 혁명을 일으켜 휴대폰부터 노트북,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에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수상자들의 연구를 통해 화석연료 없는 세상으로 가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 리튬이온 배터리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모아 사용하게끔 현재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까지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휘팅엄 교수가 1970년대에 배터리로 리튬 원소의 이온을 저장할 수 있는 티타늄 이황화 물질을 발견했다. 휘팅엄 교수가 개발한 리튬이온전지가 사용되기 이전에는 폭발 위험이 있어 리튬전지가 군사용으로만 사용됐다. 이 전지를 리튬이온을 이용해 전지로 발전시킨 것이다. 휘팅엄 교수가 리튬이온을 이용해서 2V짜리 전지를 만들었다면 구디너프 교수는 4V 이상의 전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요시노 아키라 교수가 이 리튬이온 전지에 흑연을 사용해 상용화에 기여했다. 위원회는 1922년 독일에서 태어난 구디너프 교수가 역대 최고령 노벨상 수상자라고 밝혔다. 노벨재단위원회는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900만크로나(약 10억9200만원)의 상금과 메달, 증서를 수여한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19-10-09 21:2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