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가 해발 1340m 하이원탑 슬로프 주변에 '하이원 구름아래 동물농장'을 개장했다고 31일 밝혔다. 동물농장은 탄광마을을 콘셉트로 약 1653㎡ 규모로 조성됐다. 방문객들은 운탄고도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 올라가 5종 50여 마리의 동물들과 교감하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하이원 스키장 오픈 전인 10월 말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입장료는 5000원이다. 주변에는 '지역 먹거리장터'를 마련했다. 광부도시락, 감자전, 지역 막걸리 등을 판매하며, 강원랜드의 탄생 배경인 탄광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판매 수익을 모두 지역사회에 환원해 지역상생의 의미를 더했다. 최철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하이원 구름아래 동물농장은 산 정상에서 동물과 교감하고 자연과 가까워지는 경험을 아이들에게 선물한다"며 "다채로운 즐길거리가 준비된 하이원에서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랜드는 이번 동물농장 개장을 시작으로 이색 케이블카 조성, 일출·일몰 전망대 확장 등을 추진해 K-HIT(하이원 통합 관광) 프로젝트의 세부과제인 고원 산림관광 활성화를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7-31 13:40:01하이원리조트의 대표적 즐길거리인 운탄고도 케이블카가 ‘구름아래 동물농장’ 개장 이후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새로운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구름아래 동물농장' 조성 이후 이달 중순까지 운탄고도 케이블카 이용객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1% 늘어난 6만여명을 기록했다. 운탄고도케이블카 활성화를 위해 해발 1340m 높이의 고원에 조성한 체험형 동물농장과 지역단체들과의 협업으로 마련한 지역 먹거리 장터 등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관광객이 몰렸다는 평가다. 하이원리조트는 고객 성원에 대한 보답으로 오는 11월 말까지 케이블카 탑승이 포함된 숙박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아리랑상품권 5000원권 2매를 제공하는 페이백 이벤트를 펼친다. 이민호 강원랜드 마케팅기획실장은 “운탄고도 케이블카와 구름아래 동물농장을 이용해주신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많은 분들이 가족과 함께 하이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고, 지역상품권을 통해 지역 상점들도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9-19 22:19:36【정선(강원)=장인서 기자】 폐광지역의 생존과 회생을 위해 지난 1998년 탄생한 강원랜드가 여름 성수기 시즌을 맞아 더욱 다채로운 모습으로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폭염에도 끄떡없는 강원 고지대에 자리잡은 호텔과 콘도부터 워터파크 등 레저 액티비티, 산림관광, 웰니스 및 키즈케어 프로그램, 식음 서비스까지 부문별 콘텐츠를 늘리며 복합리조트로서의 면모를 강화한 덕분이다. 주변 자연 환경과 지역 고유의 문화적 특색을 관광자원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은 스위스 알프스 마을을 떠올리게 한다. 오직 '강원'이라 가능한 공간과 체험을 통해 시원한 힐링을 만끽해보자. ■공중·수중서 즐기는 액티비티 마운틴 스키하우스 3층에서 운탄고도 케이블카에 탑승하면 해발 1340m 하이원탑까지 20여분간, 왕복 총 40분간 운행한다. 곤돌라 내부에 앉아 있을 뿐인데도 하늘을 나는 듯 경쾌한 기분을 안겨준다. 멀리 보이는 높은 산과 들에 핀 각종 야생화들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마음까지 평화로워진다. 좀더 역동적인 액티비티를 원한다면 알파인코스터에 도전해보자. 마운틴허브에서 출발해 총 2.2㎞ 구간에 걸쳐 내려오는 레저 시설로, 오르락내리락 하며 온몸으로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10곳의 업다운과 뒤틀림, 회오리 코스로 구성돼 도착지까지 쉴 틈 없는 스릴감을 선사한다. 하이원탑에는 최근 새로운 명물이 등장했다. 슬로프 인근에 1653㎡ 규모로 조성된 '하이원 구름아래 동물농장'이다. 탄광마을을 콘셉트로 만든 공간에서 5종 50여마리의 동물들과 교감하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하이원 스키장 오픈 전인 10월 말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농장 주변에는 '지역 먹거리장터'를 열어 광부도시락, 감자전, 지역 막걸리 등을 판매한다. '1급 청정 계곡수' 사용으로 유명한 하이원 워터월드는 이번 여름 패들보트, 물대포, VR 스노클링 등 신규 콘텐츠를 대거 마련했다. 야외 파도풀 '포세이돈 웨이브'는 최대 파고 3m의 인공 파도로 물놀이의 유쾌함을 선사한다. 하이원리조트 내 마운틴광장에서는 18일까지 '마운틴 미니 워터밤' 이벤트도 열린다. VR 스노클링은 바닥과 벽면이 모두 투명한 아크릴로 만들어진 '글래스풀'에서 체험한다. 구조본부와 교신하며 바닷속 동물들과 함께 미션을 완수하는 '고래구조대', 스카이다이빙을 물속에서 체험하는 '스카이다이버' 등 5개 테마가 준비돼 있다. ■웰니스로 힐링하고 버스 투어 하이원리조트는 웰니스를 주제로 요가·싱잉볼 명상, 한방차 테라피를 비롯한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시즌별로 선보이고 있다. 현재 참여 가능한 숲 치유 프로그램으로는 전문 해설가가 인솔하는 '나무닥터 김사부'와 '별빛 밤 산책'이 있다. '나무닥터 김사부'에 참여하면 '달팽이 숲길'과 '단체의 숲'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청진기로 나무의 소리를 들어보는 등 나무의사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본격적인 트레킹을 즐기고 싶다면 운탄고도와 백운산 등산로를 이어 만든 하늘길 투어에 나서보자. 무릉도원길과 운탄고도길, 고원숲길로 이어지는 코스로, 하산할 때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문화 체험으로는 '정태영삼 스토리 버스' 태백 편이 9일부터 이달 31일까지 금·토요일에 운영된다. 문화해설사와 함께 하이원-구문소-황지연못-사북-하이원을 이동하는 코스로 총 5시간이 소요된다. 태백 탄광촌과 지역 먹거리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달 25일까지 초등생 대상 '키즈캠핑 in 포레스트'도 운영한다. 하루 4시간 20명 정원의 키즈케어 프로그램으로, 숲길 탐험과 조별 게임, 캠핑존 파티, 캠핑 요리 및 시식 순으로 진행된다. ■시그니처 메뉴로 새로운 경험 강원랜드 내에는 조식 뷔페를 즐길 수 있는 그랜드테이블과 하이랜드, 아테나키친을 비롯해 중·석식 전용 오리엔, 월간 및 스페셜 메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팬지 등 16개에 달하는 식음업장이 운영되고 있다. 397㎡ 규모에 무인화·자동화 콘셉트로 조성된 스마트테이블에는 지난달 26일부터 로봇 셰프가 도입됐다. 올해 들어 신규 개발한 지역 특화 식사 메뉴들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황제고법불도장, 흑돼지탕수육을 출시한 오리엔, 카펠리니 냉 파스타를 선보인 더가든 등 모든 영업장에서 시그니처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 본연의 식감을 살려 개발한, 이름도 맛도 완전히 새로운 이색 메뉴들이다. 디저트류 중에는 OV에서 판매하는 눈뭉치빵, 삼탄빵, 수리취 단팥빵, 스마트딸기브레드와 더불어 운암정의 별당 애프터눈티, 달보드레 세트가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8-08 18:30:13"강아지들은 말을 못하니 어디가 아픈지 검사해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일단 입원해서 모든 검사를 다 해볼게요." 보리가 우리 가족이 된 지 넉달쯤 됐던 어느 날. 갑자기 축 처지고 토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생후 7개월. 행여나 큰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걱정돼 부랴부랴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는 피를 뽑더니 '염증 수치가 너무 높아 측정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주사를 맞히고 약을 지어줬다. 다만 약을 먹여도 구토를 계속하면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결국 하루 만에 입원을 하게 된 것이었다. 췌장염을 진단하는 키트도 애매하게 나와 명확하진 않았다. 보리는 며칠째 밥을 못먹어 한눈에 봐도 수척해졌다. 3㎏이 넘던 몸무게는 2.28㎏까지 빠져버린 상태. 눈물이 핑 돌았다. 임신 초기인 아내는 아예 옆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저렇게 울다가 뱃속 아기에게도 안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슬슬 걱정이 됐다. 푸들인 보리는 우리 부부에게 소중한 '개딸'이다. 우리는 30대 후반에 결혼해 아이를 빨리 가지려 노력했지만 아기천사는 쉽사리 오지 않았다. 인공수정을 거쳐 세번째 시험관 시술도 실패하자 아내는 정말 우울증이 올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우리는 언젠가 아이가 태어나 그 아이가 8~9세쯤 되면 반려동물을 입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우리는 사랑을 주고, 또 받을 존재가 간절히 필요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던 아내는 유기동물 보호소에 가보자고 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던 나는 강아지 때부터 키워보고 싶었다. 아내는 나의 뜻을 받아들여줬다. 대신 펫숍에서는 사지 않고, 건강하게 어미견 옆에서 자란 아이를 데려오기로 했다. 우리는 몇 주간 온라인 애견 커뮤니티를 뒤졌다. 종을 무엇으로 선택할까, 이름은 무엇으로 지을까, 하늘에 붕붕 뜬 것처럼 설레던 날들이었다. 그러다 당시 우리가 살던 서울 동작구 집에서는 다소 먼 노원구 상계동에서 강아지를 분양한다는 글을 보고 만나러 가기로 했다. 그날은 무척 화창한 날이었다. 한강대교를 지나 고속도로를 달리며 보던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3월 말의 따뜻해진 공기가 곧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될 것이란 암시를 주는 것 같았다. 분양을 한다는 여성이 찾아오라고 한 상계동의 아파트로 찾아갔지만, 집 내부에서 어미견은 보이지 않았다. 강아지는 어디 있나요, 묻고 보니 책꽂이 제일 아래 칸에서 낮잠을 자던 갈색 아기푸들 한마리가 짧은 다리로 총총 걸어나오고 있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워 우리 부부는 첫눈에 반했다. 그러나 집 내부를 둘러봐도 어미견은 보이지 않았고, 강아지 용품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 여성은 강아지를 데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에게 재분양을 하는 것 같았다. 따져 묻지는 않았다. 이미 우리는 이 강아지에게 푹 빠져버렸기 때문에. 데리고 오자마자 집 근처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강아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의사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어디서 분양받으신 거예요? 애견숍에서 산 건가요?" "가정집에서 분양받았어요. 가정 분양을 받고 싶어서 집까지 찾아갔는데, 혼자 사는 여성분이 키우려고 분양받았다가 저희에게 재분양한 것 같습니다." "공장식으로 번식한 곳에서 나온 강아지 같네요. 여기 배를 자세히 보면, 검은색 표시 보이나요? 희미하게 숫자가 쓰여 있어요. 이건 농장에서 몇 번째 새끼라고 배에 매직 같은 것으로 쓴 표시입니다." 청천벽력 같은 얘기였다. 정말로 업자에게서 강아지를 사고 싶지 않았는데. 그러나 이 강아지에게 잘못은 없었다. '강아지 공장'을 만들어 판 업자들이 미울 뿐. 우리는 이미 이 강아지를 '출신 성분'과 상관없이 사랑하기로 했다. 이름은 '보리'라고 아내가 지었다. 중학교 때 짝꿍 이름이 보리였는데, 뜻이 좋아 보였다고 했다. 벼와 달리, 씨만 뿌려도 별다른 병충해 없이 잘 자라고, 늦가을에 파종해 쌀이 떨어진 시기에 사람들의 배를 채워준 소중한 곡식이라는 의미에서다. 특히나 개 이름의 경우 '초코' '커피' '모카' '우유' 등 먹는 것의 이름을 붙일 경우 건강하게 잘 산다는 세간의 설도 있었다. 개아빠가 된 내 성이 '안'씨라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가 돼 우리가 이 아이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뜻처럼도 여겨졌다. 보리는 우리에게 사랑만을 줬다. 사람을 잘 따르는 데다 영특했다. 이틀 만에 배변을 가렸고, 금방 '앉아'도 배웠다. 되지 않는 임신에 힘들어하던 아내도 보리와의 시간을 즐거워했다. 강아지 장난감과 옷 등을 고르며 그동안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그 덕분인지 시험관 4차 시술에서 아이도 생겼다. 보리는 자타공인 복덩이로 등극했다. 그랬던 보리가 아팠을 때는 도리어 내가 아팠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보리는 병문안을 간 우리 품안에서는 기분이 좋다가도 다시 작은 케이지의 입원실에 갇히면 큰 소리로 울었다. 그 모습을 보며 돌아설 때는 아내도 나도 모두 눈물을 쏟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보리는 그렇게 일주일을 입원했다가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된 것을 확인하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지금 우리 나이로 여섯 살이 된 보리.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한 기분이 든다. 보리는 한 살 어린 사람 동생과도 잘 지내고 있다. 보리는 항상 아기 울음소리를 우리 부부보다 먼저 듣고 아기 방 앞으로 달려가 서있기도 했다. 아기 울음소리 알람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는 보리까지 셋이 함께 아이를 키웠다. 보리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만큼 보리의 행복한 견생을 바란다. 또 항상 건강하기만을 빈다. 우리가 유엔은 아니지만 안보리의 평화와 안전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그날까지 지켜줄 것이다. 안치원·경기 용인시 수지구
2022-06-23 18:09:44"강아지들은 말을 못하니 어디가 아픈지 검사해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일단 입원해서 모든 검사를 다 해볼게요." 보리가 우리 가족이 된 지 넉 달쯤 됐던 어느 날. 갑자기 축 쳐지고 토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생후 7개월. 행여나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걱정돼 부랴부랴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는 피를 뽑더니 ‘염증수치가 너무 높아 측정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주사를 맞히고 약을 지어줬다. 다만 약을 먹여도 구토를 계속하면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결국 하루 만에 입원을 하게 된 것이었다. 췌장염을 진단하는 키트도 애매하게 나와 명확하진 않았다. 보리는 며칠째 밥을 못먹어 한눈에 봐도 수척해졌다. 3kg가 넘었던 몸무게는 2.28kg까지 빠져버린 상태. 눈물이 핑 돌았다. 임신 초기인 아내는 아예 옆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저렇게 울다가 뱃속 아기에게도 안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슬슬 걱정이 됐다. 푸들인 보리는 우리 부부에게 소중한 '개딸'이다. 우리는 30대 후반에 결혼해 아이를 빨리 가지려 노력했지만 아기천사는 쉽사리 오지 않았다. 인공수정을 거쳐 세번째 시험관 시술도 실패하자 아내는 정말 우울증이 올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우리는 언젠가 아이가 태어나 그 아이가 8~9세쯤 되면 반려동물을 입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우리는 사랑을 주고, 또 받을 존재가 간절히 필요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던 아내는 유기동물 보호소에 가보자고 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던 나는 강아지 때부터 키워보고 싶었다. 아내는 나의 뜻을 받아들여줬다. 대신 펫숍에서는 사지 않고, 건강하게 어미견 옆에서 자란 아이를 데려오기로 했다. 우리는 몇 주간 온라인 애견 커뮤니티를 뒤졌다. 종을 무엇으로 선택할까, 이름은 무엇으로 지을까, 하늘에 붕붕 뜬 것처럼 설레던 날들이었다. 그러다 당시 우리가 살던 서울 동작구 집에서는 다소 먼 노원구 상계동에서 강아지를 분양한다는 글을 보고 만나러 가기로 했다. 그날은 무척 화창한 날이었다. 한강대교를 지나 고속도로를 달리며 보던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3월 말의 따뜻해진 공기가 곧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될 것이란 암시를 주는 것 같았다. 분양을 한다는 여성이 찾아오라고 한 상계동의 아파트로 찾아갔지만, 집 내부에서 어미견은 보이지 않았다. 강아지는 어디 있나요, 묻고 보니 책꽂이 제일 아래 칸에서 낮잠을 자던 갈색 아기푸들 한마리가 짧은 다리로 총총 걸어나오고 있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워 우리 부부는 첫눈에 반했다. 그러나 집 내부를 둘러봐도 어미견은 보이지 않았고, 강아지 용품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 여성은 강아지를 데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에게 재분양을 하는 것 같았다. 따져 묻지는 않았다. 이미 우리는 이 강아지에게 푹 빠져버렸기 때문에. 데리고 오자마자 집 근처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강아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의사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어디서 분양받으신 거에요? 애견숍에서 산 건가요?" "가정집에서 분양받았어요. 가정 분양을 받고 싶어서 집까지 찾아 갔는데, 혼자 사는 여성분이 키우려고 분양받았다가 저희에게 재분양한 것 같습니다." "공장식으로 번식한 곳에서 나온 강아지 같네요. 여기 배를 자세히 보면, 검은색 표시 보이나요? 희미하게 숫자가 쓰여 있어요. 이건 농장에서 몇 번째 새끼라고 배에 매직 같은 것으로 쓴 표시입니다." 청천벽력 같은 얘기였다. 정말로 업자에게서 강아지를 사고 싶지 않았는데. 그러나 이 강아지에게 잘못은 없었다. ‘강아지 공장’을 만들어 판 업자들이 미울 뿐. 우리는 이미 이 강아지를 ‘출신 성분’과 상관없이 사랑하기로 했다. 이름은 '보리'라고 아내가 지었다. 중학교 때 짝꿍 이름이 보리였는데, 뜻이 좋아보였다고 했다. 벼와 달리, 씨만 뿌려도 별다른 병충해 없이 잘 자라고, 늦가을에 파종해 쌀이 떨어진 시기에 사람들의 배를 채워준 소중한 곡식이라는 의미에서다. 특히나 개 이름의 경우 '초코' '커피' '모카' '우유' 등 먹는 것의 이름을 붙일 경우 건강하게 잘 산다는 세간의 설도 있었다. 개아빠가 된 내 성이 '안'씨라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가 돼 우리가 이 아이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뜻처럼도 여겨졌다. 보리는 우리에게 사랑만을 줬다. 사람을 잘 따르는 데다 영특했다. 이틀 만에 배변을 가렸고, 금방 '앉아'도 배웠다. 되지 않는 임신에 힘들어 하던 아내도 보리와의 시간을 즐거워했다. 강아지 장난감과 옷 등을 고르며 그동안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그 덕분인지 시험관 4차 시술에서 아이도 생겼다. 보리는 자타공인 복덩이로 등극했다. 그랬던 보리가 아팠을 때는 도리어 내가 아팠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보리는 병문안을 간 우리 품안에서는 기분이 좋다가도 다시 작은 케이지의 입원실에 갇히면 큰 소리로 울었다. 그 모습을 보며 돌아설 때는 아내도 나도 모두 눈물을 쏟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보리는 그렇게 일주일을 입원했다가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된 것을 확인하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지금 우리 나이로 여섯 살이 된 보리.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한 기분이 든다. 보리는 한 살 어린 사람 동생과도 잘 지내고 있다. 보리는 항상 아기 울음소리를 우리 부부 보다 먼저 듣고 아기 방 앞으로 달려가 서 있기도 했다. 아기 울음소리 알람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는 보리까지 셋이 함께 아이를 키웠다. 보리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만큼 보리의 행복한 견생을 바란다. 또 항상 건강하기만을 빈다. 우리가 유엔은 아니지만 안보리의 평화와 안전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그날까지 지켜줄 것이다. 안치원·경기 용인시 수지구
2022-06-12 16:5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