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경기도가 국가를 대신해 경기도가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유해발굴을 착수하는 가운데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발굴 작업을 마친 뒤 필요하다면 중앙정부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8일 선감학원 공동묘역(안산시 선감동 산37-1)에서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유해발굴 착수를 위한 개토행사를 진행했다. 김 지사는 "2022년 10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상을 규명하면서 사건의 근본 책임 주체를 국가라고 명시했고, 당시 유해발굴을 권고하면서 국가 주도로 발굴을 하고 경기도는 행정 지원 하라고 못을 박았다"며 "그러나 금년 초까지 중앙정부는 단 한 차례도 여기에 대한 책임 인정이나 유해발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서 피해자 분들 한 분이라도 생존해 계실 때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경기도가 하겠다고 선언했다"며 "발굴 작업과 모시는 것이 다 끝난 뒤에는 필요하다면 중앙정부에 구상권을 행사하겠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정부가 각성을 하라고, 필요하다면 소송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감학원뿐만 아니라 공권력으로 인해 그동안 유린됐던 인권 사례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각성을 시킬 것"이라며 "다시는 국가나 정부라는 이름으로 폭력이 없는 나라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나라가 되도록 다 함께 뜻을 같이했으면 좋겠다. 경기도가 그 대열 맨 앞에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해발굴 사전절차인 분묘 일제조사와 개장공고 등을 지난 4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진행했으며, 진실화해위가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시굴한 분묘 35기 외에 희생자 분묘로 추정되는 150여 기를 확인했다. 도는 개토행사 이후 희생자 추정 분묘에 대한 유해 발굴을 본격 착수할 계획이며, 발굴이 완료되는 오는 11월부터 시굴 유해를 포함한 전체 발굴 유해에 대해 인류학적 조사, 유전자 감식, 화장, 봉안 등의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행사에는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와 경기도, 안산시, 진실화해위, 행정안전부 관계자 및 시민단체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묵념·추모사·헌시·피해자 사연 발표 및 추모 공연 등이 진행됐다. 선감학원 사건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1982년까지 안산시 선감도에 설립된 선감학원에서 부랑아 교화라는 명분 아래 4700여명의 소년들에게 강제노역, 구타, 가혹행위, 암매장 등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2022년 10월 진실규명 결정 당시 선감학원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아동인권침해'로 결론 내리고, 선감학원 운영 주체인 경기도와 위법적 부랑아 정책을 시행한 국가를 대상으로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 희생자 유해 발굴 등을 권고한 바 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4-08-08 16:42:41정부가 18일로 예정된 집단 진료거부 행위와 관련,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한다. 17일부터 중증 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 당직제를 실시한다. 정부는 또 '의료법 위반'과 '구상권 청구' 등의 카드를 꺼내며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3대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하는 등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대책본부는 16일 한덕수 국무총리(본부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의료계 집단 진료거부 대응상황, 비상진료체계 운영 현황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집단 진료거부 행위와 관련, 전국 단위 순환 당직제를 실시키로 했다. 순환 당직을 신청한 기관들은 매일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등 광역별로 최소 1개 이상 당직기관을 편성, 야간 및 휴일 응급상황에 24시간 대비한다. 중대본은 의사 집단 진료거부가 현실화될 경우 초강도 대응을 예고했다. 중대본은 예약된 진료에 대해 환자의 동의나 치료 계획 변경 등 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지연시키는 행위는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거부'에 해당하며, 피해를 입은 경우 환자들은 국번 없이 129에 피해사례를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중대본은 대학 병원장에겐 집단 진료거부에 대한 불허를 요청했다. 아울러 일부 교수들의 집단 진료거부가 장기화돼 병원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구상권 청구 검토를 요청하기로 했다. 병원에서 집단 진료거부 상황 방치 시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의대 증원 재논의를 포함한 3대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앞서 예고한 '18일 집단 휴진' 보류 여부를 전 회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만일 정부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18일 전면 휴진하고 무기한 휴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의협은 △의대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사안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하고 사법처리 위협 중단 등 3가지 대정부 요구사항을 공개했다. 의협은 "정부는 세 가지 요구에 대해 16일 23시까지 답해주길 요청한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18일 전면휴진 보류 여부를 17일 전 회원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의협이 제시한 3대 대정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자료를 통해 "의협이 불법적인 전면 휴진을 전제로 정부에 정책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의대정원과 전공의 처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미 여러 차례 설명했고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강중모 기자
2024-06-16 18:14:14[파이낸셜뉴스] 삼성중공업이 한국형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KC-1)에서 발생한 하자 책임을 둘러싸고, 한국가스공사를 상대로 3900억원대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23일 밝혔다. KC-1 화물창 설계 결함으로 인한 '콜드스팟(결빙현상)' 발생으로 해당 LNG 운반선은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선박 제조사인 삼성중공업과 화물창 설계사인 가스공사(자회사 KLT), 선주사인 SK해운 3자간 법적 책임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화물창 수리비와 선박의 미 운항 손실 책임을 다투는 국내 소송 1심에서는 가스공사가 패소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가스공사에 책임을 물어 삼성중공업에 수리비 726억 원을, 선주사인 SK해운에는 선박 미 운항 손실 전액인 1154억 원을 배상해주라고 판결했다. 또 같은 해 12월 영국 중재법원에서는 삼성중공업에 대해 3900억 원을 SK해운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KC-1 하자로 인한 LNG운반선 2척의 선박 가치하락분을 배상하라는 것이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이달 초 SK해운에 중재 판결금 3900억원을 지급했으며, 설계 책임이 있는 가스공사에 구상금 청구 소송을 통해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영국)중재 판결금은 KC-1 하자로 인한 선박가치 하락 분에 대한 손해 배상금"이라며 "국내 소송에서 같은 쟁점을 다퉈 가스공사의 책임이 100% 인정됐으므로 전액 구상 청구해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4-04-23 12:50:07[파이낸셜뉴스]새해부터 비대면 금융사고로 인한 배상 책임을 은행이 50%까지 부담하게 되면서 이처럼 무작정 피해액을 보상해주는 방식이 날로 범죄수법을 고도화시키는 범죄조직의 배만 불려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대면 금융사고를 크게 두가지 종류로 구분한다. 중고거래, 현금거래 등을 위한 소액 송금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와 조직 범죄에 의한 보이스피싱이다. 전자는 소위 ‘잡범’인 경우가 많아 검거율이 높아 회수 가능성이 있고, 손해액도 작아 배상에 부담이 없다. 그러나 조직범죄인 보이스피싱은 조직 전체 혹은 자금책에 대한 검거가 자체가 힘들다. 대부분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조직인데다 국내 ‘출금책’을 검거해도 피해액을 회수하기 어렵다. 구상권을 청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은행에서 범죄 피해액을 절반가량 보상해주는 방식이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사를 강화해 범죄를 근절해야지 보상을 키우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도 토스뱅크가 안심보장제라는 이름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액을 우선 지급하고 있다”면서 “토스뱅크도 도입과정에서 악용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신뢰 확보와 소비자 우선주의를 목표로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먼저 보상하더라도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하든 보험금을 받든 후속 조치가 가능한 제도가 마련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은행권이 최근 10년간 비약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은 막혀있던 비대면 금융 관련 규제가 풀려나면서 거래량이 늘어났기 때문인 만큼 보상액을 감당해야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내년 6월께 관련 보험 상품을 신설하고 은행들을 가입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은행연합회에 가입한 은행 회원의 당기순이익은 18조936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451억원이었다. 여기에 피해액은 2019년 6720억원, 2020년 2353억원, 2021년 1682원 순으로 빠르게 줄고 있어 장기적으로 은행권의 부담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3-12-17 14:28:19[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전세사기도 (피해자를) 먼저 구제해 줘야 사람이 살 수 있다”며 '선구제 후구상권 청구'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민생 경제 기자회견에서 “빚까지 내 보증금을 냈는데 어느 날 사라지면 어떻게 살 수 있나. 이럴 때 국가가 필요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내달께 전세사기 특별법 개선점을 국회에 보고할 예정인 가운데 민주당은 선구제 후구상권 청구 등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 사람의 목숨이 가지는 가치는 따질 수 없다”며 “수많은 사람 중 극히 일부인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우선 구제해 주고 정부가 추후에 구상해 나가는 방식은 원래 정부가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구제에 들어가는 재정 부담보다 회수되는 금액이 훨씬 적을 것이고 이것이 국가 부채로 쌓이겠지만 정부가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절대 국가는 손해 보지 않겠다고, 그냥 국민이 알아서 하라고 하니 정부 재정은 그야말로 건전하고 안정적일지 몰라도 국민 삶은 피폐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세사기 선구제 문제, 채불 임금 지불 문제 등에 있어 일부 손실을 정부가 부담하면 민간 부담 부채는 줄고 정부 부담은 늘어날 텐데 이것이 정상이라는 논리다. 이 대표는 선구제 후구상권 청구 문제를 둘러싼 정부 여당과 야당 간 입장 차이는 결국 정부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 차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선구제 후구상권 청구 문제는 최선을 다하도록 할 텐데 정부 여당이 워낙 반대가 완강해 어렵기는 하다”며 “그래도 상식과 원칙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2023-11-02 14:42:22피해가 발생한 사고에서 가해자의 책임보험 한도액이 피해자의 손해를 모두 합친 금액에 미치지 못한다면 피해자 보험금 청구권이 보험사 구상권보다 먼저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조재연)는 화재 보험사인 A사가 화재 가해 기업 측이 계약을 맺은 책임보험사 B·C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2018년 4월 13일 인천 서구 일대의 한 화학물질 처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같은 공단에 입주한 회사 몇 곳이 피해를 봤다. 당시 추산된 피해 규모는 약 23억원으로, 화재가 난 공장을 운영한 업체는 B, C사를 비롯한 3개 보험사에 각 3억원 한도의 책임보험에 가입된 상태였다. 피해 업체들의 보험사인 A사는 피해 업체들에게 1억3000만원을 우선 지급한 뒤 화재가 난 공장 측 보험사들을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B사와 C사 역시 다른 피해 업체들을 가입자로 하고 있어 각각 16억원과 3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가해자 측이면서 피해자 측이라는 이중의 지위를 가진 B, C사는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 귀속한 때 채권이 소멸된다'고 명시된 민법 제507호를 내세워 자신들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소멸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은 A사 손을 들어줬다. 하급심은 "피고들(B, C사)가 다른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 취득했어도 A사에 대한 책임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혼동으로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피해자가 직접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를 먼저 따져봤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만약 B사와 C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손해보험자와 책임보험자가 동일인이라는 우연한 사정 때문에 이들이 사실상 우선변제를 받게 되는 결과가 되는데, 이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직접청구권 및 책임보험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책임보험 한도액이 다수 피해자의 손해 합계액에 미치지 못해 피해자의 직접청구권과 화재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후 보험자대위로 취득한 직접청구권이 경합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이 우선한다"고 판시했다. A사나 B, C사 모두 이미 지급한 보험금에 따른 구상권을 내세우지만, 피해 전부를 보전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피해자가 직접 책임보험금을 받을 권리를 먼저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 사건 청구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직접청구권을 행사한 피해자들의 손해액과 원고와 피고가 직접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심리해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3-05-22 18:32:37[파이낸셜뉴스] 피해가 발생한 사고에서 가해자의 책임보험 한도액이 피해자의 손해를 모두 합친 금액에 미치지 못한다면 피해자 보험금 청구권이 보험사 구상권보다 먼저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조재연)는 화재 보험사인 A사가 화재 가해 기업 측이 계약을 맺은 책임보험사 B·C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2018년 4월 13일 인천 서구 일대의 한 화학물질 처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같은 공단에 입주한 회사 몇 곳이 피해를 봤다. 당시 추산된 피해 규모는 약 23억원으로, 화재가 난 공장을 운영한 업체는 B, C사를 비롯한 3개 보험사에 각 3억원 한도의 책임보험에 가입된 상태였다. 피해 업체들의 보험사인 A사는 피해 업체들에게 1억3000만원을 우선 지급한 뒤 화재가 난 공장 측 보험사들을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B사와 C사 역시 다른 피해 업체들을 가입자로 하고 있어 각각 16억원과 3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가해자 측이면서 피해자 측이라는 이중의 지위를 가진 B, C사는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 귀속한 때 채권이 소멸된다'고 명시된 민법 제507호를 내세워 자신들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소멸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은 A사 손을 들어줬다. 하급심은 "피고들(B, C사)가 다른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 취득했어도 A사에 대한 책임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혼동으로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피해자가 직접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를 먼저 따져봤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만약 B사와 C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손해보험자와 책임보험자가 동일인이라는 우연한 사정 때문에 이들이 사실상 우선변제를 받게 되는 결과가 되는데, 이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직접청구권 및 책임보험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책임보험 한도액이 다수 피해자의 손해 합계액에 미치지 못해 피해자의 직접청구권과 화재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후 보험자대위로 취득한 직접청구권이 경합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이 우선한다"고 판시했다. A사나 B, C사 모두 이미 지급한 보험금에 따른 구상권을 내세우지만, 피해 전부를 보전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피해자가 직접 책임보험금을 받을 권리를 먼저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 사건 청구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직접청구권을 행사한 피해자들의 손해액과 원고와 피고가 직접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심리해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3-05-22 07:54:12직속 상사에게 지속적인 성적 발언과 성추행을 당하다 결국 극단선택을 한 피해자에게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금을 지급했더라도 가해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근로복지공단이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B씨는 같은 연구원 소속 직장 상사인 A씨로부터 입사 후 2년 3개월 간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고, 이후 약 2년 간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2017년 9월 결국 극단선택으로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B씨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유족에게 보험금 1억 6000여만원을 지급한 뒤 산재보험법 조항에 따라 A씨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다. 이 사건은 A씨가 산재보험법이 정한 구상의 상대방인 '제3자'인가가 쟁점이었다. 산재보험법에는 피해자를 대신해 공단이 '제3자'에게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으나, 동일한 사업주에게 고용된 동료 근로자는 법상 '제3자'에서 제외된다는 것이 기존 판례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 사건 가해행위처럼 명백한 '고의'라고 하더라도 같은 사업주에게 고용된 동료 근로자는 법상 '제3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상권 제도는 가해자를 처벌·응징을 위한 제도가 아니고, 가해 행위가 과실이 아닌 '고의'일지라도, 그 사회적 비난 가능성의 기준이 모호해 예외를 인정할 경우 산재보험의 법정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동료 근로자의 가해행위로 인한 업무상 재해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이 궁극적인 보상 책임을 지는 것이 공단의 사회보험적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에 부합한다고 봤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2-09-14 18:03:17[파이낸셜뉴스] 학교배상책임공제 사업을 하는 학교안전공제중앙회가 학생과 부딪히는 사고로 결국 사망한 피해자에 1억원을 지급했더라도, 가해 학생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할 권한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학교안전공제중앙회가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2015년 11월 김포시의 한 중학교 1학년생이던 C군은 축구 동아리 수업을 위해 다른 학생들과 함께 학교 밖 축구장으로 이동하던 중, 인도로 걸어오던 노인을 미쳐 발견하지 못하고 부딪쳤다. 뒤로 넘어진 피해자는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고 뇌경색을 앓다가 결국 사망했다. 이후 피해자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C군 부모와 경기도는 공동해 1억 4000만원을 지급하되, 1억원은 학교안전공제회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피해자에 1억원을 지급한 뒤 C군측이 가입한 A, B 보험사를 상대로 공제금 전액 상당의 보험금을 분담 지급을 청구했고 보험사에서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학교장과 교직원, 학생이 교육활동과 관련한 사고로 제3자에게 피해를 입힐 시 손해배상액을 공제급으로 지급하는 '학교배상책임공제' 사업을 하기 위해 조직된 곳이다. 학교안전법에 따라 공제금을 지급하는 학교안전공제회와는 다른데, 학교안전공제는 전국의 학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지만 학교배상책임공제는 각 학교가 개별적으로 가입한다. 학생이 교육활동 중 입은 피해를 보장하는 학교안전공제제도에 따라 공제회가 지급한 공제금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책임보험자에게 그 전액을 구상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이 사건은 학교안전공제에 따라 지급한 공제금이 아닌, 학교배상책임에 따라 지급한 공제금에 대해서도 가해자 책임보험사에 공제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과 2심은 모두 공제회 손을 들었다. 학교배상책임 공제에서도 공제자는 이미 지급한 공제금 전액을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학교배상책임은 학교안전법에서 직접 규율하는 학교안전공제와는 법적 성격이 다르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특별법으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학교배상책임은 상법에 규정된 공제로 봐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학교배상책임에 따라 피해자에게 공제급을 지급한 경우, 가해자인 피공제자의 책임보험사에 피해자의 보험금 직접 청구권은 행사할 수 없다"며 "상법에 따라 자기부담 부분을 넘어 피해자에게 공제금을 지급했을 때 이 부분에 한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라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2-06-22 06:16:11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자가격리 명령을 어기고 무단외출하거나 역학조사에 거짓으로 응해 방역대책을 혼란케 한 이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일부 종교와 학원시설 및 단체집회 등이 코로나19 재확산의 매개가 되며 고의적 위반자를 엄벌에 처할 필요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지자체로 떠넘겨진 구상권 청구소송은 획일적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구상권이 청구된 사례도 전체 14건에 불과했다. 6월 30일 파이낸셜 뉴스가 지난 1년간 방역당국과 전국 17개 광역단체와 다수의 기초자치단체 등을 취재한 결과 코로나19 방역저해 사범에게 구상권을 청구한 사례가 단 14건에 불과했다. 서울과 제주가 가장 많은 3건, 광주와 울산이 2건, 충북과 경남, 대구가 각 1건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이 직접 구상권을 청구한 1건까지 포함, 코로나19 관련 구상권 청구 사례는 현재까지 14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청구 총액은 1064억원이다. 구체적으로는 대구가 신천지를 상대로 1000억원, 서울이 50억원 규모 구상권 소송을 수행 중이다. 나머지 모든 지자체가 14억원 상당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방역당국이 방역저해 사범에게 적극적인 구상권 청구를 예고한 것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법무부와 전국 지자체가 참여한 '구상권 협의체'를 출범시켜 증상이 있음에도 사람들과 접촉해 확진자를 발생시킨 방역저해 사범들에게 "확진자 치료비와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등 민사절차를 진행하겠다"며 무관용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이와 관련,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에서 지침을 내려 1차 적발의 경우엔 모두 계도로 처리하도록 했다"며 "방역을 세우기 위한 차원이었고, 실제 소송을 한 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김지환 기자
2021-06-30 18:4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