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공백이 있는 대표적인 '금융 그레이존(grey zone)'인 리스·상조·여행업에서 보증금 미지급 등 계약 관련 문제로 발생한 소비자 피해구제가 올해 상반기에만 5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반 동안 진행된 소비자 피해구제는 4500건에 육박한다. '조 단위' 피해금액이 예상되는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다급하게 이커머스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곳곳에 '규제 사각지대'가 산재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뉴스가 11일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동차리스·상조·여행 품목의 계약 관련 피해구제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피해구제 건수는 499건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자동차리스와 상조서비스에서 각각 5건과 61건, 여행 품목에서 433건에 달하는 계약 관련 피해구제가 이뤄졌다.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5년반 동안 진행된 피해구제 건수는 4471건에 달했다. 매년 800건꼴로 피해구제가 발생하는 셈이다. 기업 또는 개인이 필요한 각종 시설·설비 등을 금융회사가 대신 구입한 뒤 일정 기간 대여하면서 사용료(리스료)를 받는 금융 서비스인 리스에서는 보증금 먹튀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올해 초 수천억원 규모의 자동차 리스 보증금을 고객에게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리스회사 대표와 일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만 최소 1000~2000명에 달한다. 최소 수백만원에서 최대 7억원까지 보증금을 뜯긴 피해자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상조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상조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 관리하에 있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다. 할부거래법에 따라 선수금의 50%를 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것을 제외하면 자금운용 규제는 전무하다. 금융당국의 정기적인 관리·감독도 받지 않고 공시의무도 없어 고객 자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크루즈여행처럼 여행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적립식 여행상품도 안전하지 않다. 지난해 1월부터 관할 지자체에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을 마쳐야 하며,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등 선수금 보전조치, 외부 회계감사 보고서 공시·제출 등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지만 사고가 터지면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7월 해외여행을 목적으로 한 적립식 여행상품을 판매해 온 대전의 한 중소여행사가 파산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피해를 입은 고객과 영업사원이 1277명, 피해액은 25억2000여만원에 달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김동찬 기자
2024-08-11 18:32:58[파이낸셜뉴스] 지난해 불법사금융 척결을 위한 범정부 협력 강화로 전년 대비 검거 건수 및 인원이 각각 19%, 9% 증가하고 구속 인원도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사금융 관련 세무조사·자금출처조사 등으로 추징한 금액도 400억원을 넘겼다. 정부는 앞으로도 불법대부계약 무효화 소송 지원 등 피해자 보호 및 구제 조치를 대폭 강화하고 관계기관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개최해 2023년 불법사금융 단속 성과 및 불법사금융 척결 과제 후속조치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개최한 '불법사금융 민생 현장 간담회' 이후 국세청 및 대검찰청 등도 TF 참여 기관으로 포함해 불법사금융 처벌 및 범죄수익환수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한 후속 조치다. 점검 결과 지난해 경찰청 등을 중심으로 불법사금융 관련 집중 단속 실시 이후 검거 건수(+19%), 검거인원(+6%), 구속인원(약 3배) 및 범죄수익 보전 금액(총 62억원, +44%) 등 모두 전년 대비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최근 불법사금융 범죄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비대면·온라인화돼 수사가 어려워진 상황에도 불구 △성착취 등 악질적 추심 범죄 △휴대폰깡 등 신종 수법을 활용한 조직을 검거했다. 금융당국은 불법사금융 피해자 구제 강화에 더 힘쓴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악질적인 불법 대부계약에 대한 무효화 소송 대리를, 금융위 등은 채무자 대리인 지원 확대 등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개인채무자보호법' 제정을 통해 개인 채무자에 대한 불법 추심 제한 및 신용회복 지원 등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강화했다. 한편 이날 TF에 참석한 관계기관은 불법사금융 수단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으며 대포폰·대포통장의 사용으로 단속·적발 및 처벌하기 어려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에 따라 관계기관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정부 지원 사칭 등 불법대부광고를 게재하거나 불버사금융업자의 접촉 통로로 활용되는 행위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4-02-20 16:53:48[파이낸셜뉴스] 이달 은행 위기 수습 과정에서 예금 전액 보장으로 ‘구제금융’ 논란에 휩싸였던 미국 재무부가 비슷한 위기 상황에서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은행연합회(ABA) 콘퍼런스에서 최근 바이든 정부의 은행 위기 대응을 언급했다. 그는 “정부 개입은 미국의 은행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작은 기관들이 대량예금인출(뱅크런) 사태를 겪고 해당 추세가 전염될 위험이 있다면 비슷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예금보험으로 보장하는 한도는 25만달러(약 3억2695만원)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도까지만 보장했다. 그러나 내년에 대선을 앞둔 바이든 정부는 지난 10~12일 실리콘밸리뱅크(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 절차를 진행하면서 모든 예금을 전액 보장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금융시스템에 위험이 발생할 때 예금 전액을 보호할 수 있다는 연방 은행법을 인용해 전액 보장을 강행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세금으로 위기에 처한 기업을 돕는 구제금융이라고 비난했다. 동시에 미 중형은행연합회(MBCA)는 18일 금융 당국에 서한을 보내 소규모 은행의 예금 유출과 은행 안정을 위해 당국이 2년간 임시로 예금 전액 보증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옐런은 21일 연설에서 “지금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규정하기 위해 감독과 규제 부문에서 필요한 조정을 평가해야 할 시기”라며 “지금 당장 어떤 규정이 조정될 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국은 은행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예금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옐런은 “현재 상황이 안정되고 있다”며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자금 공급과 할인 창구 등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기능이 의도대로 동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은행의 예금 유출 총액이 안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뱅크런 위기에 몰린 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는 21일 29.47% 폭등했다. 해당 은행은 대형은행 11곳이 약 39조원의 돈을 예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예금 인출이 줄지 않았고 20일 하루에 주가가 47% 폭락하기도 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는 20일 JP모건이 추가 지원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동시에 21일 옐런의 예금 보장 발언 이후 상승세를 보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03-22 10:15:20【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과 관련해 연방정부의 구제금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인 SVB 파산으로 미국 연방정부가 조속히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이날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해 "(15년 전) 금융위기 당시 대형은행 투자자와 소유주들이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다"며 "그에 따른 개혁(조치)은 우리가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옐런 장관은 "미국 은행 시스템은 정말 안전하고 자본이 풍부하다"며 회복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다만 "우린 예금자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그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BV 파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정책을 위해 금융규제 당국과 주말 동안 협력해왔다고도 언급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의 예금 중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까지는 보호해 주지만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5만 달러를 넘어서는 예금액은 전체 SVB의 95%다. 미 규제 당국은 SVB의 자산을 매각해 고객들에게 무보험 예금 일부를 이르면 13일(현지시간) 인출할 수 있게 움직이고 있다. 옐런 장관은 규제당국이 다른 기관의 SVB 인수를 포함해 광범위한 옵션을 고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AP는 "아직 SVB에 대한 인수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3-03-12 23:48:42시작은 100만원이었다. 30대 중반 이모씨는 지난해 8월 생활비와 도박빚을 갚기 위해 불법사채에 손을 댔다. 업체에서 부르는 이자는 하루에 20만원. 이씨는 "100만원 빌리면 10일 후 140만원 갚아야 한다. 늦으면 연체이자가 하루에 20만원"이라며 "이자율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며칠 만에 600만원의 이자가 쌓였을 때 대부금융협회에 찾아갔다. 이자가 조정됐고, 법정최고금리(20%)를 초과해서 냈던 500만원을 돌려받을 수도 있었다. 이씨는 "채무조정이나 당장 필요한 생계비 지원도 좋기는 하겠지만 서민금융 상품이 더 많아지고 상품들의 대출 상환기간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돈을 직접 주기보다는 '제도를 만들어두고 돈을 벌어 갚을 기회를 보장해달라'는 얘기다. 아울러 이씨는불법 사금융에 '강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고금리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에 서민들의 신음소리가 커지자 대통령과 금융당국은 '은행은 공공재'라며 민간 영역인 은행권에 고통분담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내친김에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금리체계, 성과보수체계, 사회공헌 활동 등을 점검키로 했다.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는 등 여론도 우호적이다. 하지만 이는 서민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반복된 장면이다. 근본적 해결보다는 '소나기 피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권마다 서민금융을 챙겨 왔다고 하지만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은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해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건수는 1만350건에 달한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7351건, 2021년 9238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이자가 높아지자 돈을 벌어도 주머니는 가벼워졌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차주의 DSR(연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부담액)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70%로 추정됐다. 연소득 70%는 빚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얘기다. 위기 앞에서 격차는 더 선명해졌다. 우량차주가 디레버리징(부채정리)을 하면서 투자를 재개하고 있는 반면 중저신용자는 대출을 늘리고 있다. 고소득·고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은행권 대출은 지난달 4조6000억원 감소해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지만 중저신용자가 주고객층인 저축은행 대출은 오히려 1000억원 늘었다. 전문가들은 때마다 반복되는 관치금융의 소모적 논란을 벗기 위해서라도 '금융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그동안 사회가 발전시켜온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그 수혜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모두를 위한 금융, 금융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창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기존 금융민주주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형 금융민주주의, 즉 민주주의 2.0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민주주의 2.0을 통해 급한 불 끄기식 구제금융에서 고용·복지와 연계한 회복적 정책금융으로, 장기적으로는 금융을 통해 자산 양극화를 줄이고 서민들이 시장 안에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위기는 각종 금융제도를 정비하는 등 금융강화의 기회를 주고 금융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라며 "금융 민주주의 2.0으로 새롭게 시선을 옮길 때"라고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
2023-02-19 18:13:16[파이낸셜뉴스] 금리 부담에 서민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걸 막기 위해 최대 100만원 생계비를 대출해주는 '긴급생계비 대출'이 지난해 국회 예산심사에서 뒷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핸드폰을 개통해서 넘기는 대가로 수십만원을 받는 '핸드폰깡'까지 성행하는 가운데 정작 국회에서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증액에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사업 예산은 수십억원씩 증액하면서 서민금융 예산에는 손 놓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본예산 미반영된 긴급생계비대출... 與野 정쟁 '뒷전' 11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 심사에서 1000억 규모의 긴급생계비대출 예산안이 여야 정쟁에 밀려 중점 논의 안건에서 빠져 있었다. 예결위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민금융 예산을 책정할 때 긴급생계비대출 증액을 논의한 기억이 없다"라며 "대통령실, 공공주택 예산 등으로 워낙 파행이 심한 데다 12월 2일(예산안 처리 법정시한)로 시한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걸 논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예결위원도 "긴급생계비대출과 관련해서 증액 질의나 논의가 없었다"라며 "여야 원내대표 간 논의에서 있었을 수는 있는데 예결위에선 이야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집권여당·정부가 "불법사금융 구제책"으로 약속한 긴급생계비대출 논의가 여야 정쟁에 '찬밥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당정은 지난해 11월 6일 민생금융점검 협의회를 갖고 불법사금융으로 빠질 수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긴급생계비대출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휴대폰깡까지 급하게 쓰면서 사채시장으로 가야하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면, 우리가 제도를 새로 만들어서 구제해야겠다고 해서 논의가 깊이 있게 진행됐다"라며 "당에서 정부에 신속하게 해달라고 주문했기 때문에 1개월 내에 제도를 선보이고 3금융권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여야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공공주택, 대통령실·경찰국 예산과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이 최대 쟁점이 되면서 원내대표와 여야 정책위의장, 예결위 간사가 참여하는 '3+3협의체'에서도 긴급생계비대출 예산은 주요 안건으로는 다뤄지지 않았다. 3+3협의체에 속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여당측이 크게 요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다만 최저신용자의 대출한도를 높여주기 위한 특례보증 예산(280억원), 전월세 세입자를 위한 대환대출 예산(140억원)을 증액했다"라고 했다. 불법사금융 구체책 예산 증액에 소극적이었던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예산은 속속 챙겼다. 여당 지도부는 지역구 예산을 정부안과 비교해 300억원 이상 증액했으며, 야당에서도 예결위 핵심 인사들과 원내지도부 의원들이 수십억원대 지역구 예산을 증액 편성한 것으로 나타나 비판이 일었다. ■ 은행에 고통분담하나...당국, 재원마련방안 검토 중 이런 상황에 긴급생계비대출 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줄어든 1000억원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에서는 당초 1조 2000억원까지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예산 미반영으로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금 마련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지만 출시 전까지는 (1000억원 규모를) 마련할 방법이 있다"라고 밝혔다. 서민금융진흥원의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하는 방안, 은행연합회를 통해 자금을 출자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긴급생계비대출이 성공하면 내년 본예산에 편성, 확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예산 미반영으로 은행권에 고통분담을 또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정무위원은 통화에서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들에 자금출자를 할당하는 건 관치"라며 "정부가 근거도 없이 은행에 정책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영덕 민주당 의원이 지적한 '내구제 대출', 지난해 8월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비롯해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정책금융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앞선 긴급 자금지원 정책도 효과적인 수단이었다는 평가다. 60세 이상 연금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노후긴급자금(실버론)은 대출금액의 75%가 전월세 보증금을 충당하는 데 쓰이는 등 생계비에 실질적으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을 위한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은 서버 접속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신청자가 몰렸었다. 개인 대출규제에 막힌 서민들이 법정최고금리 20%에 육박하는 현금서비스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긴급생계비대출 또한 신청자가 몰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01-11 16:02:42[파이낸셜뉴스] 금융권의 허술한 비대면 신분증 사본인증 시스템 탓에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청구인단을 모집해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신분증 사본인증 피해자 모임'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전자금융실명거래 금융사고 집단 권리구제 청구인단 모집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금융업계의 허술한 비대면 신분증 사본인증 시스템을 악용한 전자금융사기가 잇따르고 있다며 사고 금융 회사 등을 상대로 국민검사 청구 및 분쟁 조정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민검사 청구 제도는 금융회사의 부당한 업무처리로 인해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클 경우 공동의 이해를 갖는 200명 이상의 당사자가 금융감독원에 검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경실련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메신저 피싱 등과 같은 방식으로 피해자의 휴대전화 내에 저장된 신분증 사본을 갈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각종 신용·담보대출에서의 비대면 실명 확인 과정이 허술하다는 점을 악용해 빼앗은 신분증 사본으로 수천만원의 거금을 피해자 이름으로 대출한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청구·신청인단 공동대표)은 "지난해 1월부터 엉터리 비대면 신분증 사본인증 시스템 때문에 발생한 전자금융실명거래 확인사고의 오류로 인해 억울하게 전자금융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과 온라인 모임을 결성해 자율적 분쟁조정을 이끌어왔다"며 "여전히 거액의 이체 사고를 낸 시중은행과 캐피탈 등 사고 금융회사들은 피해자들에게 신분증 사본 유출 등의 과실 책임을 물어 피해구제를 거절하고, 피해자들을 상대로 되레 대출이자를 징구하거나 불법추심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호철 경실련 금융개혁위원회 간사는 "피해자 대부분은 신분증 원본을 소지하고 있다가, 해킹·스미싱·원격조종 등 원인 불명으로 신분증 사본과 비밀번호 등이 노출된 사례로 '접근매체 이용자의 고의·중과실'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정경 '신분증 사본인증 피해자 모임' 공동대표도 "단지 신분증 사본 하나 유출됐을 뿐인데, 금융사고 피해자들은 하루 아침에 전 재산을 잃고 부당한 채무를 지게 됐다"며 "금융실명법 등을 위반한 사고 금융사들에게 비대면 실명확인 방법을 위반한 절차의 중대한 하자·중과실 책임이 있음에도, 감독당국이 사법부 판단만을 기다리며 눈치 보고 있는 것을 보면 헛웃음만 나온다"고 말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다운받은 사진으로 신분증을 위조, 대출받은 경우에 대해 대출 계약의 효력을 부인한 판례가 존재한다"며 "금융 감독 기구는 지금이라도 전면 조사를 통해 절차상 위법한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2023-01-03 15:07:5110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학 교수, 필립 디비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교수와 관련해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은행 및 금융위기 연구'를 수상 이유로 꼽았다. 이 중 버냉키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8년 동안 미 연준을 통솔했으며 재임 초기인 2007~2008년에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 불량 주택할부금융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심각한 은행발 금융위기에 직면했다. 버냉키 의장은 퇴임 직후 2015년에 낸 저서 '행동할 용기'에서 연준이 외국 금융규제기관 및 정부와 협력해 끌어낸 '전례 없고 새로운 대응책'이 있었기에 당시 미국과 유럽의 은행부채 금융위기가 그나마 '대침체' 수준으로 막아졌다고 스스로 높게 평가했다. 미국 경제는 2008년 말 당선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첫해 8000억달러가 넘는 은행 구제지원책을 통과시키면서 회복기에 들어갔다. 이후 2020년 3월 코로나19가 급습하기까지 113개월 동안 순항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프리스턴대 경제학과를 맡고 있던 2002년에 연준 이사로 뽑혔으며, 2005년 초까지 있다가 공화당 정권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으로 갔다. 2006년 초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앨런 그린스펀 후임 연준 의장에 지명돼 인준됐다. 버냉키 전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평정의 전범'이라는 칭찬을 들었으며, 퇴임 후 브루킹스연구원 석좌연구원으로 있다. 다른 수상자인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 역시 금융중개, 은행위기, 유동성이 전공이며 디비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 교수와 1983년 발표한 은행 예금인출 사태인 뱅크런에 관한 '다이아몬드-디비그 모델'로 유명하다. 노벨 경제학상은 1969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54차례 수여됐다. 초대 수상자인 랑나르 프리슈(노르웨이)·얀 틴베르헌(네델란드)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92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역대 시상식에서 단독수상은 25차례, 2명 공동수상은 20차례, 3명 공동수상은 9차례였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2-10-10 21:24:08영국 파운드 가치가 달러 강세 및 영국의 경제위기로 인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영국의 경제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BBC 등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운드 가치는 이날 전장 대비 약 5% 떨어져 1파운드에 1.0327달러까지 하락, 1985년 기록을 깨고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운드 가치는 이날 소폭 반등해 파운드당 1.0525달러까지 올랐으나 여전히 전장 대비 3.05% 낮았다. 파운드 가치는 앞서 2거래일에 걸쳐 7% 떨어졌고 올해 들어서만 23.09% 추락했다. 이달 유럽 외환시장에서는 유로 가치가 급락하면서 1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이제는 파운드 가치마저 1달러와 비슷하거나 그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외환시장이 출렁인 가장 큰 도화선은 이달 새로 취임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새로운 세금정책이었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23일 발표에서 소득세 기본세율과 최고세율을 낮추겠다며 1972년 이후 반세기 만에 최대 규모의 감세정책을 공개했다. 트러스 정부는 이러한 감세로 경기부양에 나설 계획이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 1·4분기 0.8%에서 2·4분기에 -0.1%로 떨어졌으며 반면 물가는 계속 올라갔다. 영국의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9.9%였다. 영국중앙은행은 22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75%에서 0.5%p 올린 2.25%로 조정했고 물가상승률이 10월 이후 올해 안에 13% 이상으로 정점을 찍는다고 예상했다. 동시에 영국이 4·4분기부터 경기침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러스 정부는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감세로 대응하려 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트러스 정부가 감세를 강행하면 정부의 예산 적자가 심각해지고 시장에 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서 물가상승이 악화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닥터 둠'으로 유명해진 누리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는 25일 미국 야후 파이낸스를 통해 "영국 파운드화가 37년래 최저를 기록하는 등 영국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며 "영국이 결국은 IMF 신세를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비니는 "영국은 1976년 앤서니 바버 당시 총리의 감세정책이 물가상승을 부추긴 후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다"며 트러스 정부도 비슷한 길을 가려 한다고 비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2-09-26 18:16:29[파이낸셜뉴스] 영국 파운드 가치가 달러 강세 및 영국의 경제 위기로 인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영국의 경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BBC 등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운드 가치는 이날 전장 대비 약 5% 가까이 떨어져 1파운드에 1.0327달러까지 떨어져 1985년 기록을 깨고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운드 가치는 이날 소폭 반등해 1파운드당 1.0525달러까지 올랐으나 여전히 전장 대비 3.05% 낮았다. 파운드 가치는 앞서 2거래일에 걸쳐 7% 떨어졌고 올해 들어서만 23.09% 추락했다. 이달 유럽 외환시장에서는 유로 가치가 급락하면서 1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이제는 파운드 가치마저 1달러와 비슷하거나 그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외환시장이 출렁인 가장 큰 도화선은 이달 새로 취임힌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새로운 세금 정책이었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23일 발표에서 소득세 기본 세율과 최고 세율을 낮추겠다며 1972년 이후 반세기만에 최대 규모의 감세 정책을 공개했다. 트러스 정부는 이러한 감세로 경기 부양에 나설 계획이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 1·4분기 0.8%에서 2·4분기에 마이너스(-)0.1%로 떨어졌으며 반면 물가 수준은 계속 올라갔다. 영국의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9%였다. 영국중앙은행은 22일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1.75%에서 0.5%p 올린 2.25%로 조정했고 물가 상승률이 10월 이후 올해 안에 13% 이상으로 정점을 찍는다고 예상했다. 동시에 영국이 4·4분기부터 경기 침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러스 정부는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감세로 대응하려 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트러스 정부가 감세를 강행하면 정부의 예산 적자가 심각해지고 시장에 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서 물가 상승이 악화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이 IMF 구제 금융을 받을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닥터 둠'으로 유명해진 누리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는 25일 미 야후 파이낸스를 통해 “영국 파운드화가 37년래 최저를 기록하는 등 영국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며 "영국이 결국은 IMF 신세를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비니는 “영국은 1976년 앤서니 바버 당시 총리의 감세 정책이 물가 상승을 부추긴 후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다”며 트러스 정부도 비슷한 길을 가려한다고 비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2-09-26 14:4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