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올해 사상 처음 2% 아래로 떨어져 1.9%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이 2%를 밑도는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잠재성장률은 노동·자본 등 생산 요소를 최대한 가동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없이 달성 가능한 성장률을 가리킨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2% 이상의 성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학생의 체력이 점점 허약해져 100m 달리기를 죽어라 뛰어도 20초 안에 들지 못한다는 말로 비유할 수 있다. 성장은 노동과 자본, 토지, 경영 능력, 기술 등 생산 요소의 효율적 결합으로 이뤄진다. 각각의 요소의 효율성이 떨어지면 당연히 성장률은 낮아진다. 토지와 자본은 비교적 변동이 적지만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한국의 노동력은 계속 저하되고 있다. 노동력 감소는 노동생산성 증가로 보완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세계 최상위권을 자랑하던 경영 능력과 기술력 또한 점점 뒤처지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한국은 세계를 지배하는 경영 능력과 기술을 보여줬지만, 미래를 주도할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이 문제다. 원인 분석을 철저히 해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인구 감소 상황에서 노동력 규모를 키우려면 여성과 노인 인력을 활용하는 도리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경직된 노동구조를 갖고 있어 유휴 인력을 쉽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 분야의 구조개혁이 없으면 잠재성장률 회복은 어렵다. 기술혁신의 부족, 산업의 경쟁력 약화도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기업들이 마음껏 기술을 개발하고 경영활동을 하도록 각종 규제를 풀거나 완화해야 하며 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해 줘야 한다. 새 정부는 잠재성장률 3% 회복을 국정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언급했다시피 잠재성장률 제고는 구조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노력을 해도 성과가 금세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권이나 경기를 부양하는 단기 처방에 치중해 왔다.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진 것은 그런 이유도 있다. 단기적 경기부양은 말 그대로 일시적 미봉책에 그친다. 겉으로만 드러나는 성장률에 집착하다가는 '버블' 성장에 빠질 수 있다. 튼튼한 바탕이 없는 경기부양은 언젠가는 터지는 거품처럼 경제의 위험 요인이다. 단기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길게 내다보면서 경제의 기초 체력을 기르는 데 정책의 방점을 둬야 한다. 곧 새 정부의 경제팀이 꾸려지면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5년이 한국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골든타임과도 같음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눈앞의 가시적 성과보다는 먼 앞날을 내다보며 정책을 입안하고 구사해야 한다. 당장 결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분야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끈질기게 이어가야 한다. 투자의 핵심은 사람이다. 최근 서울대의 유능한 교수들이 좋은 조건을 제시한 홍콩 등지의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인재 유치는커녕 빼앗기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파격적인 대우로 외국 석학을 불러 모으고 아까운 인재들의 해외 이탈을 막아야 할 것이다. 잠재성장률과 연관성이 크다.
2025-07-07 19:05:56이재명 대통령이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며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 국정기조를 거듭 천명했다. 대내외적 경제요인 불안정성 가중 등으로 생존 절벽 끝으로 내몰린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쟁보다는 실용의 정치, 대결이 아닌 협력의 국정"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연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국회에서 밝힌 첫 국가 운영 비전으로, 경제와 외교의 국정 방점을 '이재명 대통령식' 실용주의 정책 기조에 찍고, 이를 한층 더 진화시킨 '공정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국정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공정한 성장, 실용의 외교"이 대통령은 26일 국회 시정연설 서두에서 "공정한 성장이야말로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할 열쇠"라며 "기회의 문이 좁아진 저성장 시대에 함께 나누는 성장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불을 걷어내야 씨를 뿌릴 수 있다"며 구조적 개혁의 고통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공정성장'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사용하며 성장의 열매를 특정 계층에 국한시키지 않고 모두에게 돌려주는 구조개편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눌 때 모두가 잘사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며 "공정하게 노력해 일군 정당한 성공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개혁과 미래 산업 투자도 메시지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회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며 금융시장 신뢰 회복을 강조했고, 인공지능·반도체·재생에너지 등 첨단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국가적 투자를 예고했다. 경제철학 못지않게 외교 방향도 명확히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기존의 이념·진영 프레임을 걷어내고 실용 중심의 외교를 예고했다. 급변하는 국제 질서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통상과 공급망 문제부터 한반도 안정까지 국익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반도 평화의 경제적 가치도 부각했다. 이 대통령은 "평화가 밥이고, 경제다"라는 구절을 반복하며 안보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제시했다. 아울러 "평화가 경제성장을 이끌고 경제가 다시 평화를 강화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하며 외교·안보의 실용성도 부각했다. 정치문화에 대한 철학도 담겼다. 이 대통령은 "기득권과 특권, 새치기와 편법이 아니라 공정의 토대 위에 모두가 질서를 지키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규칙을 지켜 손해 보지 않는 사회, 정당한 과정이 보상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대통령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여야를 넘어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가 이제 乙" 몸 낮춘 대통령연설을 앞두고 이 대통령은 국회의장단과 여야 지도부와의 사전 환담 자리에서 "이제 제가 을(乙)입니다. 각별히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이어 "짧지만 국회 경험이 정부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국회의 견제·감시 역할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날 본회의장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총 12차례 박수로 연설에 호응했다. 특히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는 발언에는 장내 첫 박수가 터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반응으로 일관하자 이 대통령은 "여당의 박수에 감사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어 쑥스럽다"며 웃음으로 분위기를 환기했다. 연설 종료 후 이 대통령은 본회의장을 돌며 여야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는 중앙대 동문인 이 대통령은 권 의원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웃으며 어깨를 툭 치기도 했다. 권 의원이 총리 후보자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이자 여기에 유쾌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2025-06-26 18:31:47[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농산물 물가 안정 등을 위한 방안으로 유통구조 개선에 착수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4일 '농식품 수급·유통구조 개혁 TF'를 구성하고 착수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농산물·축산물·식품·외식 분과로 구성한 개혁 TF는 각 분과 내 수급 안정 소분과와 유통구조개선 소분과를 따로 둬 농식품 수급 및 가격 안정과 불합리한 유통 구조 개선을 동시에 논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새 정부 출범으로 물가 안정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큰 만큼 농축산물의 수급 안정을 위해 품목별 수급상황 및 리스크 요인 등을 사전 점검해 월별 수급 대책도 마련한다. 아울러 유통 구조에 경쟁 제한적 요소 등 불합리한 사례가 있는지 등을 점검해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가공식품 유통과 관련해서도 시장을 왜곡하거나, 불합리한 관행이 있는 지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개혁 TF 단장을 맡은 김종구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이번 TF는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제도적·행정적 차원의 개선뿐 아니라, AI 활용 기술과 데이터 기반 유통관리, 직거래·산지유통 활성화, 가격 투명성 강화 등 미래 지향적인 유통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5-06-24 17:01:42이재명 정부 5년 경제운영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핵심 메시지는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을 통한 '진짜 성장'이다. 기존 건설·수요 중심 경기 부양책에서 벗어나 첨단제조, 연구개발(R&D), 디지털 전환을 핵심으로 한 구조개혁 드라이브가 예고됐다. 특히 붕괴된 중소기업·자영업 생태계 회복과 AI 강국 도약을 위한 기반 구축이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기재부에 구조개혁 주문국정기획위원회가 18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부처별 업무보고를 개시하면서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 위원장은 이날 경제1분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4·4분기 0.1% 성장도 본 적 없고, 특별한 외부충격 없이 마이너스 성장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앞서 달리는 대기업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소기업과 자영업계는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이러한 상황은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마주한 현실"이라며 추경 편성 등 긴급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새 정부 경제전략의 핵심이 '기술 주도형 성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건설업이나 수요 주도의 방식이 아니라 국제시장에서 기술로 앞서는 '진짜 성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중심 정책과는 확연히 결이 다른 접근이다. 한국형 제조업 혁신, 반도체·AI 등 전략산업 육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또 하나의 핵심 메시지는 '격차 해소'다. 이 위원장은 "업종·지역·규모별로 격차가 크다"며 "'중소기업이 어떻게 하면 잘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혁신할 수 있을까'를 돕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총괄보고를 맡은 김진명 기획재정부 기조실장은 "국정기획위가 제시한 방향성과 정책 과제를 충실히 반영하겠다"며 "경제위기 극복과 새로운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실천적 대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中企, AI시대 주도자 돼야"중소기업 지원정책 대전환도 예고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경제2분과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AI·벤처·기술혁신으로 '글로벌 톱티어' 기업을 5년 내 반드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IMF(외환위기) 직후 중기부가 중소벤처 기반을 열어 정보기술(IT) 강국을 만든 주체였다면, 지금은 AI 기술을 중심으로 세계 선도기업을 만들어내야 할 때"라며 "중기부는 산업부·기재부에 의존하는 부처가 아니다. AI 시대를 여는 주도부처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석 경제2분과장은 "진짜 성장을 이끌기 위해선 AI 육성과 함께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불공정 피해 구제 등 촘촘한 생태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AI 산업 생태계 조성 △40조원 규모 벤처시장 확대 △중소기업 R&D 복원 △소상공인 채무조정·부채탕감 등을 언급했다. 한편 정부조직개편 TF는 국정기획 분과장인 박홍근 의원이 팀장을 맡고 조승래 의원, 윤태범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가 위원으로 일한다. 국정비전 TF는 김호기 연세대 명예교수가 팀장,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로 구성됐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5-06-18 18:45:58서민경제가 벼랑 끝에 몰렸다는 지표는 차고 넘친다. 개인사업자의 신규 창업 대비 폐업률은 79.4%까지 치솟았다. 가게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8곳은 닫았다. 최근 10년래 가장 높다.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336만명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1123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자영업자 대출 중 미상환된 50조원가량도 포함해서다. 금융권 내부적으로 '코로나 대출'은 회수가 힘든 '악성 채권'으로 분류한다. 나머지 대출도 겨우 이자만 내면서 만기 연장 중인 경우가 상당하다. 산업지표도 마찬가지다. 내수·고용 영향이 큰 건설부문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4월까지 건설기성은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건설업 신규 취업자도 올 5월 기준 13개월째 줄고 있다. 역대 최장 기간 감소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는 이 같은 경제 현장과 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민생회복과 경제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현 상황을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한 위기"라고 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진단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수출은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버팀목이었다. 미국발 관세전쟁이 격화되면서 상황은 나쁜 쪽으로 바뀌었다. 수출둔화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5월 수출은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6월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라는 중동 불안이 추가됐다. 대외 악재가 겹겹이 쌓이고 있다. 내수 부양을 통해서라도 경제를 지탱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올해 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의 마이너스 추락을 막을 수 있다. '건전재정'이란 나발만 불 수는 없는 상황에 몰렸다. 국가재정을 마중물 삼아 불황과의 일전을 치르겠다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제시는 큰 틀에서는 시의적절해 보인다. '발등의 불은 꺼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우려는 남는다. 민생의 위기, 아니 그것을 포함하는 우리 경제의 근본적 위기에 대한 처방전은 미흡해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내수위기 타개책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도 '경제 구조개혁'도 최대 현안으로 꼽는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방안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와 기후위기 대응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잠재성장률 하락을 완화하고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개혁방안 등은 없었다. 새 정부는 초기에 국정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체감도 높은 부분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 전략적 선택임을 인정하지만 불안감은 있다. 경제정책이 단기대응에 매몰되면 부작용은 후대가 감당해야 한다. 성장률 둔화가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결과인데, 이를 단기적 경기부진으로 판단해 경기부양을 반복하면 경제도 못 살리고 재정은 훼손돼 경제가 불안정을 거듭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의 언급에 주목한다. 이 총재는 최근 현 경기상황을 "경기부양정책이 시급해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일 구조개혁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오는 2030년경 잠재성장률은 1%대 초·중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잠재성장률 끌어올리기는 고통을 수반한다. 노동과 자본의 투입을 늘려야 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과 혁신이 필요충분조건이다. 특히 구조개혁은 일부 세대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표를 우선하면 선택하기 쉽지 않다. 연금·노동 개혁 모두 마찬가지다. 국민연금 모수개혁만을 하는 데 소요된 세월이 얼마인가. 정년연장은 시급하지만 노동개혁이 한 걸음도 못 나가면서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실용'은 이념적 갈라치기가 아니어서 피부에 와닿는 정책으로 다가온다. 다만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효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최근 구조개혁 필요성을 묻자 "다 아는 거니까. 차근차근 이야기하자"고 하는 경제관료의 답변을 들은 적 있다. 정치논리로서는 맞을 수 있다. 그러다가 경제정책 타이밍을 놓치고 한 해, 두 해, 5년을 흘려보낸 게 한두 번인가. 새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내놓을 개혁의 설계도에 해법이 담기길 기대한다. mirror@fnnews.com
2025-06-17 18:06:34[파이낸셜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새 정부가 구조개혁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급하다고 경기 부양 정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있다"며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려고 부동산 과잉투자를 용인해온 과거의 관행을 떨쳐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국은행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한국의 통화정책 여건에 대해 "올해 예상되는 성장률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하고는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3개월 만에 연간 성장률전망치를 0.7%p 낮춘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높은 대외 의존도와 일부 산업에 집중된 수출 구조로 인해 역성장 확률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짚었다. 이 총재는 "올해 1·4분기와 같이 분기별 역성장이 발생할 확률은 2024년 약 14%로 10여년 전에 비해 3배나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보다 경기 침체에 대응할 경제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 상황에서 경기 회복을 위한 부양책이 시급한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성장잠재력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고, 경기 변동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과잉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을 경계했다. 건설투자가 올해 2·4분기까지 5분기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가장 큰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했던 부동산 관련 부채가 조정 국면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유럽의 사례를 소개했다.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유럽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 심화,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로 인한 피해 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한 점이 한국경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럽의 경쟁력 약화 원인을 중장기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응해 역내 자본시장 통합을 통해 국제통화로서 유로화의 지위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구조개혁은 항상 이해관계의 충돌을 피할 수 없고,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승자와 패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새 정부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뜨거운 감자로 오른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프로젝트 한강' 등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에 기반한 디지털 화폐 인프라의 경우 올해 말 예정된 후속 테스트를 통해 예금토큰의 편익을 점검하고, 상용화 단계로의 추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은 내부적으로도 인공지능(AI) 활용을 강화하고 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도 국내 업체가 구축한 '소버린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특화된 AI를 개발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자체 AI 도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협력해 '망개선 파일럿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은 직원들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에서 내려온 과제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개선하려면 변해야 하고, 완벽해지려면 자주 변해야 한다'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격언을 소개했다. 이 총재는 "시끄러운 한은을 향한 변화에 분명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총재님 말씀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직원은 많지 않다"며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제 집무실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5-06-12 08:43:23"잠재성장률이 연 2%인데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0.8%밖에 안 된다. 나머지 1.2% 성장여력을 살리기 위해 재정을 지출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세 과정에서부터 과감한 재정 투입을 강조했다. 경기둔화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 개입은 필연적이라는 분석이다. 새 정부가 향후 5년간 210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경기부양에 나서기로 한 배경이다. 그러나 근시안적인 성장률 회복보다 중요한 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살리기다. 2000년대 초 연평균 5% 내외였던 잠재성장률은 2040년경부터 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정 수준을 넘은 뒤에도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완만해지거나 멈추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경제발전 단계가 심화될수록 반드시 병행돼야 하는 생산성 개선 노력을 등한시한 결과다. 무엇보다 국가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투자를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하면서 한국 경제는 제때 치료받을 타이밍을 놓쳤다. 반복되는 부동산 부양정책과 대출규제 완화, 그리고 각종 정책 금융 공급으로 당장의 경제성장률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적기를 놓친 것이다. 남은 건 부동산 불패 신화와 가계부채 누증이라는 청구서다. 부동산 대출 잔액은 2014년 이후 매년 100조원씩 증가하며 전체 민간신용의 절반 수준인 2000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가시적 성과에만 집착한 지난 정부의 불찰로 우리나라의 GDP 대비 민간부채는 207%를 넘어서며 버블기 일본의 최고 수준까지 근접했다.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당선된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가장 벅찬 도전과제에 직면한 대통령. 미국 싱크탱크가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직후 내놓은 평가다. 미국발(發) 관세 대응부터 내수진작까지. 산적한 국내외 과제에 단기부양책에 솔깃하기 쉬운 환경이다. 올해 6.1%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투자가 성장률을 0.4%p나 끌어내린 것도 구조적인 대응보다 처방전을 부추긴다. 그러나 이제는 구조개혁을 통해 정부 자금을 신성장동력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이후에도 특별한 구조개혁 없이 부동산 자금 쏠림현상을 지속시킨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과거 진보정권의 학습효과에 대출 막차심리도 겹치면서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또다시 부동산 버블만 키운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허송세월의 시간이 더 길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금융부
2025-06-10 19:11:59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민생회복과 경제살리기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주말 2차 추가경정예산 규모로 2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2월 35조원 수준의 추경이 필요하다며 세부 내역을 공개한 바 있다. 1차 추경에서 14조원이 통과됐고, 남은 액수가 21조원가량인데 여기에 플러스 알파를 더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진 의장은 2차 추경이 완료되면 성장률 1%p 정도의 상승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민생 경기는 차갑게 식고 있고 산업 경쟁력은 부실체력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벼랑 끝 경제상황이 지금 우리 현실이다.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서 경기 선순환을 이끌고 뒤처진 산업 동력에 새로운 전기를 부여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이념과 진영 논리가 개입될 이유가 전혀 없다. 오로지 시장 원칙과 실용을 기준으로 하면 되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실용적 시장주의를 강조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이 1호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해외 투자은행(IB) 중 일부는 새 정부의 확장재정 의지를 앞서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가 기존 전망치에서 각각 0.4%p, 0.1%p 상향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전례 없는 저성장을 경고하는 시각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그만큼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경기부양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되 퍼주기식 현금성 지원은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대신 효율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핀셋 지원에 집중하고 더불어 근원적인 구조개혁과 과감한 기업 혁신책에 사활을 거는 것이 전체적으로 국가에 득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전 국민 25만원 소비쿠폰과 무차별 빚 탕감류의 정책에 아직도 연연해한다. 진 의장은 "중하위층 소비여력이 너무 없기 때문에 직접 지원을 당연히 고민해야 한다"며 "25만원 쿠폰은 당연한 카드"라고 했다. 25만원 소비쿠폰이 집행되면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이어 두 번째 전 국민 지원금이 뿌려지게 된다. 소요비용이 14조8000억원에 이른다. 문 정부 시절 코로나 재난지원금 14조원 중 실제 소비에 사용된 액수는 30%에 불과했다는 통계가 있다. 소비를 살리지도 못하고 재정만 축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는데 굳이 재탕할 필요가 있겠는가. 2차 추경엔 코로나 사태 때 발생한 영업손실로 어려움이 큰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빚 탕감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침체로 누구보다 힘든 시절을 보내는 이들이 자영업 종사자들이다. 이들을 헤아려 실질적인 지원책을 짜야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막무가내로 빚 탕감에 나설 경우 형평성 차원에서나 도덕적 해이 면에서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지난해를 끝으로 일몰된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도 설득력이 약하다. 당장 재정을 써서라도 급한 냉기는 해결해야겠지만 이 방법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 더욱이 2차 추경 20조원을 추가하면 올해 국가채무는 1300조원을 넘어선다. 우리의 국가빚 폭증은 해외기관으로부터도 누차 경고받은 사안이다.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혁신, 신성장동력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에 힘을 쏟는 것이 더 올바른 민생 해법이라고 본다.
2025-06-08 19:20:14[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한국경제가 과거 1990년대 초반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 전후와 닮았다"고 지적하며 과감한 구조 개혁을 강조했다. 한은은 5일 '일본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여러 분야에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4일 '초고령화와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고령화가 지속될 경우 경제성장률, 실질금리, 금융기관 건전성이 모두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는 2023년 207.4%로 지난 1994년 일본 버블기 최고 수준(214.2%)에 가까워져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짚었다. 일본은 버블 붕괴 당시 자산시장과 연계된 부채가 연쇄 부실화하면서 은행 위기로 이어졌고, 제조업이 아닌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 업종이나 좀비기업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자원배분 왜곡을 경험했다. 한은은 "이런 경험으로부터 부동산발 부채 누증은 사전에 단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고, 부채가 이미 부실화됐을 경우 이를 신속히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정밀한 거시건전성 규제 운용, 통화정책과의 공조 강화, 가계부채 관리 기조 견지, 신속·과감한 구조조정 등으로 부채비율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도 양국이 비슷하다고 짚었다. 일본은 지난 1996년부터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했으나, 정규공채 선호, 양육부담 여성편중 등 보수적 관행 등으로 유휴인력의 사회진출이 어려웠다. 이에 더해 출산율 저하와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 투입이 줄어 잠재성장률이 하락했고 디지털 전환 지연으로 생산성 개선도 지연됐다. 한은은 일본이 인구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2010년부터 인구가 줄지 않았을 경우 2010~2024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0.6%p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생산연령인구가 2017년, 총인구는 2020년을 각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고, 이는 일본보다 빠른 속도라는 점이다. 특히 노동투입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는 2000년대 초반의 30% 수준으로 축소됐고 인구증가에 힘입은 취업자수 증가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유휴 인력의 생산 참여 확대, 혁신 지향적 교육 투자 강화 등으로 노동력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충해 나가야 한다"며 "외국인 노동력을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출산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강력한 성공 경험이 오히려 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만큼, 기존의 성공 공식도 비판적으로 되돌아볼 시기라고 지적했다. 일본도 1990년대 이후 기술구조 및 교역환경이 급변했음에도 기존 수직 계열화와 선진국 중심의 시장 전략을 지속해 한때 세계 1위를 넘보던 산업 경쟁력과 국내 생산 기반이 약화했다는 지적이다. 장태윤 한은 조사국 물가통장팀 과장은 “버블붕괴 전후의 일본은 결과적으로 장기간의 저성장.저물가로 이어진 부채, 인구, 기술 세 측면에서의 구조변화에 직면해 있었고, 오늘날 우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며 “일본의 과거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우리 경제수준에 비해 노후화된 경제구조를 혁신해야 우리 경제가 다시 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은 일본의 사례가 재정·통화정책에 주는 시사점도 제시했다. 일본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23년 240.0%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르렀는데, 이는 인구 고령화로 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지출이 늘어나는 구조적 적자 탓이라는 지적이다. 한은은 "우리나라 정부부채 비율은 2023년 50.7%로 비교적 건전한 수준"이라면서도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정부부채가 확대되는 경로에 들어선 상황"이라며 "경기위축 대응을 위한 적자재정 이후에는 흑자재정을 통해 재정여력을 복원하는 관행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화정책은 경기 대응 수단이지 경제체질 개선 수단이 아니다"라며 "잠재성장률 제고는 구조개혁을 통해 가능하고 통화정책은 경기적 측면에서 보완하는 보조적 역할"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5-06-05 13:36:38[파이낸셜뉴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경제성장률, 실질금리, 금융기관 건전성을 모두 약화시킨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 날부터 나왔다. 한은은 구조적 요인에 따른 저성장은 통화정책보다 구조개혁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하며, 인구와 생산성 부문의 혁신이 진행될 경우 올해부터 2070년까지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p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초고령화로 경제성장률 2040년대 1% 미만 진입4일 한은이 발표한 '초고령화와 통화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지난해 말 65세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만약 이 속도가 유지될 경우 2045년에는 일본을 추월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큰 나라가 된다. 인구구조 변화로 노동 투입이 감소하고 자본의 한계생산성 저하되면서 성장률은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 분석 결과, 경제 성장률은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하락이라는 두 요인만으로도 2040년대 1% 미만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투자 둔화와 저축 증가 등으로 실질금리도 크게 하락했다. 한은에 따르면 출산율과 기대수명이 1991년 수준으로 유지됐을 경우, 지난해 기준 균형 실질금리는 지금보다 약 1.4%p 높았을 것으로 추산됐다. 향후 실질금리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다가 저축률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2060년께 반등해 장기균형 수준(0.1%)에 수렴할 전망이다. 고령화는 국내 금융 안정성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OECD 국가의 7000여개 은행의 자료(1997∼2023년)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에 대한 65세 이상 인구 비율)가 1%p 오르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 비율은 0.64%p 하락했다. 이는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1인당 소득성장률, 실질금리, 주택가격 상승률이 모두 낮아져 은행의 수익성이 줄고, 손실 만회를 위한 위험 추구 성향이 강해진 영향이다. 특히 은행의 부동산 담보 비율이 높은 금융기관일수록 고령화로 건전성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에 한은의 핵심 역할인 통화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향후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우리 경제는 성장 기반 약화, 실질금리 하락, 금융 안정성 저하라는 삼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성장 활력 약화와 금융 취약성이 동시에 심화하는 환경에서는 통화정책 목표간 상충이 더 두드러지고, 실질금리의 구조적 하락은 기준금리 조정 여력을 축소해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제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조개혁 시급...출산율·생산성·고령자 고용 늘려야한은은 이같은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변화에는 단기 처방이 아닌 실물·금융 부문의 구조개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성장 흐름이 지속되면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질 수 있으나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저성장에는 노동시장 개선, 출산율 회복을 위한 제도적 지원, 생산성 향상 등 기초체력을 키우는 구조개혁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은의 분석 결과, 출산율이 OECD 평균 수준(2035년 1.58명)으로 회복되고 고령층 고용이 확대돼 생산성 증가율이 0.5%p 상승하는 구조개혁이 실현될 경우, 2025~2070년중 실질금리와 성장률은 구조개혁이 없을 때보다 연평균 약 1%p 높은 수준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고령자 계속고용 정책을 통해 고령자의 고용기간이 점차 확대돼 2029년에 현재보다 5년 늘어난다고 가정할 경우, 기본 시나리오와 비교해 2029년 기준 성장률과 실질금리는 각 1.6%p, 0.2%p 상승했다. 2025∼2070년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이 0.5%p 향상되는 경우에도 성장률과 실질금리는 기본 시나리오보다 0.7%p, 0.2%p씩 올랐다. 한은은 실질금리가 높아지면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넓어지면서 정책 운영에서의 구조적 제약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성장 활력이 제고되면 차주의 수익성 및 건전성이 강화되면서 금융안정 기반이 견고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인도 한은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인구 고령화는 통화정책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구조 전환"이라며 "이에 대응하려면 단기적 총수요 조절이나 단편적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어 구조개혁을 통해 실물·금융 부문의 기초 체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5-06-04 13:17:19